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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거대 SUV가 몰려온다!

따뜻한 우체부 2021. 3. 28. 15:03

다들 그렇게 큰 차 좋다고 하더니 마침내 일 났다. 이 좁은 한반도에 대륙을 누비던 거대 풀사이즈 SUV 군단이 몰려온다. 모두 '문콕 방지 패드'를 준비하라!

 

 

자존심이 조금 상할지도 모른다. 우리네 자랑스러운 대형 SUV 현대 팰리세이드, 기아 모하비, 쌍용 렉스턴은 미국에선 그저 중형, 즉 ‘미드사이즈 SUV’에 불과하다. 땅덩어리 거대한 그곳엔 엄청나게 큰 ‘풀사이즈 SUV’라는 존재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 땅에선 운전하기 불편하고 주차하기 힘들어서 영영 볼 일이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대형 SUV 유행이라는 훈풍을 타고 거구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이들을 우리말로 뭐라고 불러야 할까. 초대형 SUV?


 

1.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가장 친숙한 미국산 풀사이즈 SUV다. 우리나라 대통령 취임식, 남북정상회담, 그리고 온갖 미국 영화와 드라마에서 여러 번 마주친 모델이다. 매번 화면을 가득 채울 만큼 거대한 덩치를 드러냈다. 어디 그뿐인가. 에스컬레이드는 2004년 우리나라에 공식 출시한 이후 지금까지 풀사이즈 SUV 시장을 홀로 지켜왔다. 오늘날 미국산 풀사이즈 SUV 편대의 활로를 개척한 일등 공신이다.

지금 판매 중인 모델은 2017년 등장한 4세대. 최고출력 426마력 자연흡기 V8 6.2L 가솔린 엔진과 10단 자동변속기를 맞물려 미국차다운 호쾌한 매력을 뽐낸다. 마냥 터프하기만 한 건 아니다. 1초에 1000번 도로를 읽고 서스펜션을 제어하는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로 섬세하고 풍요롭게 노면을 다스린다. 물론 가장 큰 매력은 길이 5180mm 차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존재감이다.

 

커브드 OLED 디스플레이를 화려하게 넣었다

그러나 아직은 때가 아니다. 해외에선 이미 5세대 에스컬레이드가 등장했다. 더 위풍당당하다. 숏보디 모델 기준 길이는 5382mm로 늘고 너비는 2060mm에 달한다. 실내 역시 과감하다. 14.2인치 디지털 계기판, 16.9인치 센터페시아 모니터, 7.2인치 추가 디스플레이로 엮은 전체 38인치 규모의 거대한 커브드 OLED 디스플레이를 담았다. 출시 전까지 지갑을 굳건히 닫아놓기를 바란다.

 

SPECS(신형 기준)

크기  

기본형 길이×너비×높이 5382×2060×1948mm, 무게 2514kg

ESV 길이×너비×높이 5763×2060×1940mm

엔진  

V6 3.0L 디젤 터보, 281마력, 63.6kg·m, 10단 자동

V8 6.2L, 426마력, 63.6kg·m, 10단 자동

가격 

미국 기준  7만6195달러(8660만원)부터


 

2. 포드 익스페디션

미국 최고의 베스트셀러 포드 F-150이 탐난다면 이 차를 주목하자. 익스페디션은 F-150 골격을 바탕으로 빚어낸 SUV다. 사실상 픽업트럭 활용도가 높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도리어 더 매력적일 수 있는 셈이다.

익스페디션은 포드 SUV 라인업 중 가장 크다. 일반 모델 차체 길이가 5335mm고, 길이를 늘린 ‘맥스’는 5636mm에 달한다. 우리네 도로에서 충분히 거대한 포드 익스플로러가 5050mm니까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또 GM 경쟁 모델과 다르게 V8을 고집하지 않고 V6 엔진에 터보차저를 맞물려 한결 부담도 적다. V6 3.5L 에코부스트 엔진이 끌어내는 최고출력은 405마력, 최대토크는 66.0kg·m. 연료를 한결 적게 소모하고, 연간 자동차세는 3.8L 가솔린 엔진 얹는 현대 팰리세이드보다도 낮다.

 

더 이상 그림의 떡이 아니다. 이미 3월 22일부터 공식 판매를 시작했다. 2열 시트를 독립식으로 꾸린 7인승과 2열에 세 명이 앉는 8인승 두 가지 모델로 등장할 예정이다.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을 쏙 빼놓는 바람에 욕먹었던 쉐보레 트래버스를 반면교사 삼아 포드 운전자보조 시스템 ‘코-파일럿 360’도 든든히 품는다. 가격은 8240만원.

 

SPECS

크기  

기본형 길이×너비×높이 5335×2075×1945mm, 무게 2675kg

맥스 길이×너비×높이 5636×2075×1935mm, 무게 2719kg

엔진  

V6 3.5L 터보, 405마력, 66.0kg·m, 10단 자동

가격  8240만원


 

3. 쉐보레 타호

지난 2019년 서울모터쇼에 등장해 화제를 모았던 타호 출시는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다. 쉐보레 홍보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출시 계획은 아직”이라며, “올해는 힘들어 보인다”고 못을 박았다. 한동안 국내 대중 브랜드 풀사이즈 SUV 시장에서 익스페디션 독주 체제가 굳건할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다. 쉐보레는 항상 이런 식이었다.

매번 뜨끈한 국물이 차갑게 식은 후에야 밥상에 내놓는 쉐보레이기에 타호 역시 출시를 장담할 순 없다. 그래도 만약 들어온다면 2019년 5세대로 거듭난 최신형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신차 느낌 다 사라진 뒤겠지만, 그래도 미국 풀사이즈 SUV를 대표하는 베스트셀러인 만큼 스타일과 구성은 충분히 경쟁력 있다. 항상 그렇듯 상품성은 좋다.

 

당연히 크다. 이전보다 휠베이스가 125mm, 차체 길이가 169mm나 늘어났다. 차체 길이 5352mm, 너비 2057mm 육중한 덩치를 자랑한다. 익스페디션보다 더 늦게 세대교체를 거친 만큼 덩치부터 우월하다. 그만큼 실내는 더 널찍하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적용했고, 뒷좌석 모니터를 비롯해 디스플레이를 다섯 개나 담아 최신 모델다운 실내 분위기를 완성했다. 가솔린 엔진은 여전히 V8 감성으로 가득하다. 최고출력 360마력 5.3L 엔진 또는 최고출력 426마력 6.2L 엔진을 얹는다. 그리고 또 하나. 놀랍게도 이번엔 V6 디젤 엔진까지 들어간다.

 

SPECS

크기  

길이×너비×높이 5352×2057×1928mm, 무게 2651kg

엔진 

V6 3.0L 디젤 터보, 281마력, 63.6kg·m, 10단 자동

V8 5.3L 360마력, 53.0kg·m, 10단 자동

V8 6.2L 426마력, 63.6kg·m, 10단 자동

가격 

미국 기준  4만9000달러(5500만원)부터


 

4. 링컨 내비게이터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를 따라 만든 아류작 아니냐고? 완전히 틀렸다. 링컨 내비게이터가 원조다. 1997년 최초의 럭셔리 풀사이즈 SUV로 등장했다. 이를 따라 캐딜락이 1998년 부랴부랴 에스컬레이드를 내놓으며 경쟁 구도를 세웠다. 급조한 제품이 흥할 리 만무했다. 1세대 에스컬레이드는 내비게이터 앞에서 완패한다. 1998년 내비게이터 판매에 힘입어 링컨이 캐딜락 판매량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후 에스컬레이드는 독보적인 스타일로 차별화를 이룬다. 내비게이터 역시 ‘도로 위의 왕’이라 불리며 인정받았으나, 미국 밖에서는 달랐다. 뚜렷한 존재감이 없었다. 지난 3세대까지만 하더라도 국내 직수입 수요조차 전혀 없을 만큼 아무도 원하지 않는 차로 취급받았다. 소재나 편의장비 문제가 아니다. 남다른 개성이 부족했다.

 

미국 클래식카 감성을 고스란히 품은 내비게이터

변화의 시발점은 2015년 등장한 링컨 컨티넨탈 콘셉트. 그간 들쭉날쭉했던 링컨의 새 얼굴을 비로소 정립했다. 이를 바탕으로 2017년 4세대 내비게이터가 탄생했다. 링컨만의 스타일은 밑바탕을 공유하는 익스페디션 그림자를 확실히 걷어냈고, 아낌없이 두른 크롬 장식은 미국차답게 화려하다. 30방향으로 움직이는 시트, 20개 스피커를 울리는 레벨 울티마 오디오 시스템, 그리고 최고출력 457마력 3.5L 트윈터보 엔진까지 내공도 탄탄하다. 3월 25일 우리나라에 공식 등장했다. 가격은 1억1840만원.

 

SPECS

크기 

기본형  길이×너비×높이 5335×2075×1940mm, 무게 2820kg

L  길이×너비×높이 5636×2075×1933mm

엔진   

V6 3.5L 트윈터보, 457마력, 71.0kg·m, 10단 자동

가격  

1억1840만원

 


 

더 큰 SUV가 이미 있다고요? 결이 달라요

 

길이 5341mm로 미국산 풀사이즈 SUV와 비슷한 덩치를 자랑하는 롤스로이스 컬리넌

사실 미국산 풀사이즈 SUV와 어깨를 견줄만한 덩치들이 없지는 않았다. 롤스로이스 컬리넌은 길이가 5341mm에 달하고, 메르세데스-벤츠 GLS도 길이 5220mm 거대한 덩치를 자랑한다. 크기는 비슷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마주하면 느낌이 완전히 딴판이다. 유럽산 대형 SUV가 세필로 그린 섬세한 서양화라면, 미국산 풀사이즈 SUV는 굵은 붓으로 힘차게 그린 동양화 같달까.

굵직굵직한 크롬 장식, 압도적인 대형 그릴, 네모반듯한 강인한 윤곽까지. 미국산 풀사이즈 SUV는 마치 대형 트럭을 보듯 든든하다. 실제로 그렇다. 미국산 풀사이즈 SUV는 실제 풀사이즈 픽업트럭 프레임을 바탕으로 빚었다. 반면 유럽산 대형 SUV는 세단처럼 유니보디 골격을 밑바탕 삼는다. 골격부터 결이 다르다. 그저 ‘큰 차’ 지향하는 미국 대형차와 ‘고급차’ 지향하는 유럽 대형차의 방향도 완전히 어긋나 서로 비교 대상으로 삼지도 않는다.

 

 윤지수

사진 각 제조사

자동차 전문 매체 <탑기어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