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경험해봐! BMW M440i
어쩔 수 없이 이 극단적인 그릴부터 이야기해야겠다. 신형 4시리즈(G22)가 공개되자마자 커다란 그릴을 두고 정말이지 말이 많았다. 나 역시 당시 파격적인 그릴 디자인에 쉽게 호응하지 못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상대를 비난하거나 해서는 안 된다는 점. 당신은 정녕 BMW가 그때 그 시절 전통적인 디자인에만 머물러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그렇지 않다. 혁신 없는 디자인은 결국 정체되거나 도태된다.
새로운 키드니 그릴이 잘 어울리는지 아닌지 굳이 지금 결정짓고 싶진 않다. 결국은 시간이(라고 쓰고 ‘판매성적이’라고 읽는다) 말해줄 터다. 엄밀히 말해 4시리즈는 더 이상 3시리즈의 쿠페 버전이 아니다. 비슷해 보일 뿐, 각자가 가진 아이덴티티는 완전히 다르다. 21mm 낮은 차체만 봐도 자세가 다르지 않은가. 신형 4시리즈는 극단적인 그릴만큼 차체를 이루는 거의 모든 요소를 파격적으로 손봤다.
일단 차체는 이전 세대보다 128mm 길고, 27mm 넓다. 휠베이스는 41mm 길어졌다. 덕분에 마치 웅크리고 있는 듯한 자세다. 전체적으로 스포티한 실루엣이 한층 뚜렷해졌다. 국내에 들어오는 4시리즈 쿠페에는 기본적으로 M 스포츠 패키지가 적용된다. 아마도 이전부터 쿠페 모델 판매가 M 스포츠 패키지 중심으로 이루어져서일 것이다(추가 예정인 4시리즈 그란쿠페는 다를 수 있다).
시승한 M440i x드라이브는 신형 4시리즈 최상위 트림이다. 직렬 6기통 3.0L 터보 엔진, 8단 자동변속기, 네바퀴굴림 시스템을 적용했다. M340i x드라이브와 완전히 같은 구성이다. 뒷문이 없고 뒷좌석에 사람을 태우기 불편한 차가 더 비싼 이유를 아는 사람이 아니라면, 700만원 더 비싼 가격표도 납득할 만한 수준이다.
신형 4시리즈 외모에 대한 논쟁은 꽤 오랫동안 시끄럽겠지만, 운동 성능에 대해선 의심의 여지가 없다. 처음엔 쿠페용으로 설계한 짧은 서스펜션과 강한 댐퍼를 물린 터라 승차감이 딱딱할 줄로 알았다. 하지만 너무나도 부드러웠다. 디자인 면에서는 3시리즈와 분명한 선을 그었지만, 승차감 면에선 세단 모델의 장점을 고스란히 이어받았다.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바꾸고 거칠게 몰아도 안락한 승차감을 해치지 않는다. 웬만큼 거친 노면은 유연하게 소화하는 훌륭한 댐퍼 덕분이다. 풍절음도 잘 잡았다. 엔진회전수를 미친 듯이 올리지 않는 이상 배기음이 뒤에서 조용히 윙윙거릴 뿐이다.
최고출력 387마력, 최대토크 51kg·m 힘은 M 배지가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강력하다. 0→시속 100km 가속 기록은 4.5초인데, 신형 M4 컴페티션보다 겨우 0.6초 느린 수치다. 네바퀴굴림 시스템은 스포츠 쿠페에 썩 어울리는 요소는 아니지만, 토크벡터링 기술과 뒤차축에 물린 M 스포츠 디퍼렌셜 기어를 덕에 특유의 운전 재미를 해치지는 않는다.
트랙션 컨트롤을 느슨하게 설정하되 완전히 끄지만 않으면, 멋진 드리프트는 아니어도 우아한 슬립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다. 엔진에서 각 바퀴로 토크가 분배되는 과정이 어느 정도 느껴질 정도로 정밀하고 섬세하다.
차체 형태는 쿠페지만, 그렇다고 여느 스포츠카처럼 난폭하지는 않다. 승차감은 기대 이상으로 훌륭하다. 실용성과 안락함 사이에서 적절한 타협점을 찾은 듯하다. 2열 레그룸도 아주 만족스럽다. 가끔씩 뒷좌석에 사람을 태우더라도 공간에 대한 불평을 들을 일은 거의 없을 듯하다. 물론 타고 내릴 때 느릿느릿한 앞좌석 전동 슬라이드 작동이 끝나기를 끈기 있게 기다려야 하겠지만.
글 박지웅 사진 BMW
자동차 전문 매체 <탑기어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