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현대 아이오닉 5.. '포니가 돌아왔다!'

따뜻한 우체부 2021. 4. 1. 23:19

현대 포니는 대한민국 자동차 역사를 열었다. 그리고 50여 년이 흐른 지금, 다시 한번 다음 시대를 향한 첫 발걸음을 뗀다

 

놀라지 마시라. 현대 아이오닉 5는 기본적으로 뒷바퀴를 굴린다. 단순히 모양만 현대 포니를 계승하지만은 않았다는 이야기다(포니는 뒷바퀴굴림 소형차였다). 1974년 우리나라 최초의 고유 모델로 등장해 큰 파란을 일으켰던 포니처럼, 아이오닉 5에는 세상을 놀라게 할 온갖 혁신이 그득하다. 진짜 포니가 돌아왔다.

자, 생각해 보자. 우리가 전기차를 사는 데 머뭇거렸던 이유를.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 부족, 혹은 너무 긴 충전 시간 때문은 아니었나? 아이오닉 5는 신속한 충전 속도로 해답을 내놨다. 18분이면 배터리의 80%를 채울 수 있고, 5분이면 WLTP 기준 100km를 달릴 수 있는 전력을 쌓는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커피 한 잔 마실 여유만 있다면 배터리 잔량 걱정은 접어도 좋다.

 

비결은 800V 고전압 시스템이다(보통 전기차는 400V다). 지금 도로에서는 포르쉐 타이칸에서나 볼 수 있는 최신 장비다. 당연히 빠르다. 일반 400V 급속충전기가 50~150kW급이지만, 아이오닉 5의800V를 위한 급속충전기는 350kW에 달한다. 아직 800V 급속충전기는 개수가 별로 없지 않냐고? 아이오닉 5는 세계 최초 400V 급속충전기까지 꽂을 수 있는 ‘멀티 급속충전 시스템’을 달았다. 충전구만 맞는다면 알아서 전압을 승압해 충전에 활용한다. ‘걱정 뚝’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분명 원조 포니는 보통 해치백이었는데, 아이오닉 5는 CUV라는 이상한 장르로 등장했다. 키가 1605mm로 웬만한 소형 SUV보다도 껑충하다. 처음엔 세계적인 SUV 광풍에 어떻게든 기대보려는 약삭빠른 술수인 줄 알았다.

 

아니었다. 현대차는 순수하게 전기차로만 누릴 수 있는 삶,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길이 4635mm, 너비 1890mm로 이미 덩치가 준중형 SUV보다 큰 데, 휠베이스(앞뒤 바퀴 축 사이 거리)는 무려 3000mm에 달한다. 팰리세이드(2900mm)를 넘어서는 휠베이스다. 앞뒤 바퀴 위치를 비교적 자유롭게 옮길 수 있는 전기차의 강점을 십분 발휘한 셈. 휠베이스는 1열·2열 승차 공간이 얼마나 넉넉할지 예상할 수 있는 지표다. 실내 송풍 장치인 ‘히터 블로워’ 위치를 옮겨 대시보드 두께까지 줄여가며 공간을 늘렸다. 실내 공간이 어마어마하다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다.

 

다 좋은데, 12인치 화면 두 개는 이제 새롭진 않다

 

배터리를 바닥에 깐 덕분에 실내 바닥 면이 편평하다. 핵심 포인트다. 현대차는 넓고 편평한 실내에서 거실처럼 아늑한 공간을 떠올렸다. 1열 시트에 고급 리무진에서나 볼 법한 다리 받침을 준비해 ‘무중력 자세’로 누울 수 있도록 꾸렸다. 좌우 1열 시트 사이 센터콘솔과 뒷좌석 시트에 앞뒤 슬라이딩 기능도 넣었다. 넓은 실내를 자유롭게 배치해 잠을 자기에도, 독서를 하기에도 편하다. 이를 위해 거실 같은 실내에 들여놓을 전용 가구(멀티 커튼, 실내 테이블, 멀티 트레이, 미니 냉장고 등)도 마련해 놨다.

 

거실 같은 매력은 실내에 국한하지 않는다. 가령, 가족 여행 출발하는 날 막둥이가 집에서 콘솔 게임 하고 싶다고 때 쓰는 상황이라면? 그럴 땐 TV와 게임기를 챙겨가면 된다. 여행지에 도착해 게임을 하면 되니까. 전원은 어떻게 켜냐고? 아이오닉 5라는 거대한 휴대용 배터리가 있지 않은가. 충전구 또는 실내 220V 콘센트를 활용해 온갖 가전을 야외에서 켤 수 있다. 일반 가정 3kW보다 높은 3.6kW 소비전력을 소화해 어떤 장비든 문제없다. 현대차가 아이오닉 5 플랫폼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를 처음 선보일 때의 소개말에 따르면 배터리 용량에 따라 17평형 에어컨과 55인치 TV를 동시에 24시간 켜둘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한다.

 

아이오닉 5는 스마트폰이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만큼이나 다재다능하다. 물론 전화 잘 되는 스마트폰처럼 자동차로서의 기본 기능도 잊지 않았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밑바탕 삼은 만큼 무게중심이 낮다. 배터리를 바닥에 깔았고, 전기모터도 납작하게 넣었다. 뒤쪽 하체엔 대형 세단에서나 볼 수 있는 5링크 멀티링크 서스펜션을 달았다. 배터리 때문에 분명 몸놀림은 무거울 테다. 그러나 무게중심과 앞뒤 무게 배분은 내연기관차보다 이상적이다.

나름대로 매콤한 성능도 기대를 모은다. 최고출력은 306마력이고, 최대토크는 61.7kg·m에 이른다. 가장 강력한 롱레인지 네바퀴굴림 모델은 단 5.2초 만에 시속 100km까지 가속한다. 롱레인지 뒷바퀴굴림 모델도 최고출력 218마력의 준수한 힘으로 7.4초 만에 시속 100km까지 가속을 끝마친다. 웬만한 내연기관 자동차는 손쉽게 추월할 성능이다.

 

배터리 용량은 롱레인지 기준 국산 전기차 중 가장 큼직한 72.6kWh.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는 국내 인증 기준으로 롱레인지 뒷바퀴굴림 모델이 429km를 달릴 수 있다. 솔직히 말하면 실망이다. 현대차 첫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바탕 삼는다기에 500km는 거뜬할 줄 알았는데, 64kWh 배터리 얹고 406km 달리는 코나 일렉트릭보다 나은 게 무엇인가. 무게와 효율, 그리고 가격을 고려해 배터리 용량을 마냥 늘릴 수 없다는 점은 이해하면서도 못내 입맛이 씁쓸하다.

 

현대 아이오닉 5.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바탕으로 빚어낸 우리나라 최초의 진짜배기 전기차다. 그간 나왔던 내연기관차에 전기모터만 올린 전기차와는 결이 다르다. 전기차로만 누릴 수 있는 가치를 착실히 찾아냈고 새로운 활용성을 과감하게 제시한다. 전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는 이유다. 과연 아이오닉 5는 그 옛날 포니처럼 우리를 새로운 시대로 이끌 수 있을까? 출발은 순조롭다. 사전계약 개시 첫날 2만3760대를 계약고를 올려 국산차 역대 최다 계약 기록을 경신했다.

 윤지수

사진 현대자동차

자동차 전문 매체 <탑기어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