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현대, 폭스바겐이 고급차를 만들고 싶은 이유?

따뜻한 우체부 2021. 1. 5. 07:26

자동차는 한순간 뚝딱 만들어지지 않는다. 길게는 5년, 심지어 10년 넘는 개발 과정을 거치고 끊임없는 테스트를 통과해야 비로소 소비자들이 구입할 수 있는 상품이 된다. 지금 개발을 시작하면 적어도 5년은 지나야 신차를 볼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자동차 제조사는 미래를 바라보며 신차를 개발한다. 

 

자동차 제조사들이 저마다 ‘럭셔리’를 외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항상 럭셔리함을 강조했으며, BMW도 얼마 전부터 7시리즈, X7, M8을 포함한 8시리즈를 ‘럭셔리 클래스’로 묶어 별도의 차별화 서비스를 마련하고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뿐만이 아니다. 대중 브랜드 폭스바겐은 투아렉을 시작으로 아테온 등 별도로 프리미엄 라인업이라고 ‘강조’하는 모델들을 판매한다. 현대차는 ‘글로벌 명차’를 목표로 제네시스 브랜드를 내놓았고 모델 라인업 확장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이처럼 자동차 제조사들이 저마다 고급, 프리미엄, 럭셔리 등을 외치고 있는 이유는 소비의 양극화가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예지만 JATO에 따르면 전 세계 억만장자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대당 수억 원에 이르는 고급차 판매량도 함께 늘고 있다. 자산 증가에 따른 고급차 수요 증가가 비례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단번에 수억 원짜리 슈퍼카를 구입할 수 있는 극소수를 제외한다면 대부분의 소비자는 저렴한 자동차에서 점차 고급, 고가차로 교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가장 접근하기 쉬운 자동차는 저가 브랜드다. 다치아, 닷선, 스코다, 현재는 사라진 사이언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순수 이동 수단에 초점을 맞춘다. 저렴한 가격에 합리적인 활용성을 갖추는데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안전 규제에 허술하게 대응하는 경우가 많으며, 편의 장비가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 

 

폭스바겐, 토요타, 포드, 현대자동차와 같은 많은 브랜드는 대중 브랜드에 속한다. 일반인에게 많은 자동차를 판매하는 것이 목표다. 전 세계 소비자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가장 보편적인 성능, 보편적인 기능성, 보편적인 가격대 내에서 무난한 자동차를 잘 만드는 것이 이들의 특기다. 가장 많은 브랜드가 속해 있는 그룹이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하다. 때문에 크기와 공간은 확대되고, 성능을 올라가며, 각종 편의 및 안전장비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갈수록 좋아지는 대중 브랜드 차를 경험했다면 자연스럽게 프리미엄 브랜드 모델로 관심을 쏟게 된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로 대표되는 독일 브랜드와 렉서스, 볼보, 재규어, 캐딜락 등 다양한 국가의 브랜드도 존재한다. 제네시스 브랜드도 여기에 속하고자 탄생한 브랜드다.

이들은 높은 값을 받는 만큼 그에 해당하는 만족감을 전달하는데 초점이 맞춰진다. 각종 고급 소재로 마감되는가 하면 뛰어난 성능으로 운전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다. 대중 브랜드에서는 경험해보지 못할 첨단 기능을 먼저 경험하며 누릴 수도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부터는 자동차에 많은 금액을 사용했다는 것이 겉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때문에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소비자들이 선택하기도 한다.

 

프리미엄 브랜드와 차별화된 특별한 자동차를 원하는 소비자들은 럭셔리 브랜드, 혹은 스포츠카 브랜드를 선택한다. 럭셔리 브랜드에는 롤스로이스, 벤틀리, 마이바흐, 마세라티 등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스포츠카 브랜드는 페라리, 람보르기니, 포르쉐 등 흔히 ‘슈퍼카’라고 지칭하는 고성능 모델을 주력으로 생산한다.

럭셔리 브랜드는 자동차를 만드는 시작점부터 다르다. 원목 장식을 만들기 위해 나무를 심거나 가죽을 만들기 위해 목장에서 어린 소나 양을 키우는 행위부터 시작한다.

 

자동차를 움직이게 만드는 엔진이나 변속기 등도 강력함을 외친다. 서킷에서 빠르게 달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여유로운 힘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다. 때로는 12기통 엔진에 터보차저까지 추가하는 경우도 있다. 모든 힘을 사용하려는 것이 아닌 상징성의 의미가 크다. 낭비라고 할 정도로 자동차를 구성하는 모든 부분이 과하지만 그것이 바로 사치, 다시 말해 럭셔리함을 대표하는 요소가 된다.

자동차의 세계에도 일종의 ‘보이지 않는 계급’이 존재한다. 자동차를 통해 본인의 지위를 드러내고 싶어 하는 문화가 있어 고급차에 대한 수요는 커질 수밖에 없다. 과거와 달리 요즘은 대부분의 정보를 손쉽게 접할 수 있어 프리미엄 브랜드와 럭셔리 브랜드가 대중들에게 더 많이 노출되며 이들을 꿈꾸는 소비자도 많아졌다. 

문제는 소비자들은 갈수록 더 위를 향해 가고 있는데 자동차 브랜드는 그럴 수 없다는 것. 대중 브랜드와 프리미엄 브랜드 모두 오랜 시간 동안 쌓은 자사의 이미지에 스스로 갇힌다는 것이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일부 대중 브랜드는 프리미엄 전략을 내세운다. 토요타가 렉서스, 현대차가 제네시스 브랜드를 런칭한 것이 같은 흐름이다, 폭스바겐이 프리미엄 라인업을 구축한 것도 이에 속한다.

프리미엄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더 많은 금액을 지출할 수 있는 소비자들을 붙잡기 위해 메르세데스-벤츠는 서브 브랜드로 AMG와 마이바흐, BMW는 럭셔리 클래스와 M 라인업을 운영한다. 자사 그룹이 보유한 럭셔리 브랜드와 중첩되지 않도록 고급 대형차를 내놓기보다 고성능 특화 모델로 차별화를 두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프리미엄 브랜드는 럭셔리 브랜드로 향하는 소비자를 잡으면서 대중 브랜드에서 고민하는 소비자들에게 유혹의 손짓도 보내는데, 차급을 내리는 대신 가격을 낮춰 대중 브랜드와의 가격 차이를 최소화시킨다.  ‘이 차를 살 돈이면 벤츠나 BMW로 넘어갈 수 있는데…’와 같은 심리를 자극하는 것이다. 때문에 현재 대부분의 프리미엄 브랜드는 소형 해치백이나 소형 SUV 라인업을 운영 중이다.

 

이처럼 소비 시장의 양극화와 자동차 기술의 상향 평준화가 고급차 시장을 확대시키고 있다. 여기에 머무를 수 없는 대중 브랜드는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다방면에서  노력한다. 그동안 쌓아온 브랜드 이미지를 깨트리지 않으면서 고급화에서 성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토뷰 | 김선웅 기자 (startmotor@autovie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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