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우체부 :: 내실 다진 국산 픽업트럭, 쌍용 렉스턴 스포츠 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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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가 렉스턴 스포츠와 렉스턴 스포츠 칸을 출시하고 시승행사를 열었다. 부분 변경을 치른 지 불과 9달 만에 나온 신형이다. 당시 외모를 파격적으로 바꾸며 신선한 분위기를 냈는데, 탑승자를 배려하는 최신 편의장비는 2% 부족했다. 쌍용차는 이러한 불만에 귀 기울여, 신형 렉스턴 스포츠 칸의 약점 보완에 집중했다.

글 서동현 기자
사진 쌍용자동차, 서동현

‘20년’ 쌍용차가 픽업트럭을 만들어온 햇수다. 2002년 무쏘 스포츠를 시작으로 액티언 스포츠(2006년), 코란도 스포츠(2012년), 렉스턴 스포츠(2018년)가 계보를 이었다. 새 모델을 내놓을수록 판매량도 쭉쭉 올랐다. 가지치기 모델 ‘칸(KHAN)’의 첫 등장은 2019년 1월. 렉스턴 스포츠의 앞뒤 길이와 휠베이스를 쭉 잡아당기고, 적재함 용량을 키워 실용성을 극대화했다.

국내에선 ‘가성비’ 픽업트럭으로 통하지만, 성능까지 만만히 볼 수는 없다. 픽업트럭으로써의 능력은 유럽에서도 인정받았으니까. 1년 전에는 영국 ‘왓 카 어워즈’가 뽑은 ‘최고의 픽업’에 올랐다. 또한, 2020년에는 영국 사륜구동 자동차 전문지 ‘포바이포(4×4)’가 ‘최고 가치 상’에 렉스턴 스포츠를, ‘최고의 개성 있는 자동차’에 렉스턴 스포츠 칸을 선정했다.

① 익스테리어

 

 

 

 

 

지난해 4월, 렉스턴 스포츠가 과감한 성형수술을 진행했다. 새 디자인 언어의 이름은 ‘고 터프(Go Tough)’. 라디에이터 그릴 범위를 번호판 위치까지 늘리고, 범퍼 양쪽에 수직형 안개등을 심어 과격한 이미지를 더했다. 심심했던 트렁크에는 블랙 컬러 패널을 덧대고 ‘SPORTS’ 또는 ‘KHAN’ 레터링을 새겼다.

시승차는 ‘익스페디션(Expedition)’ 트림. 이번 부분변경과 함께 나온 최상위 모델이다. 눈에 띄는 차이는 외모. 블랙 컬러 라디에이터 그릴과 앞 범퍼에 덧붙인 넛지 바, 보닛 위 패션 가니시로 디자인을 차별화했다. C 필러에는 익스페디션 전용 배지도 얹었다. 뒤 범퍼 왼쪽에 발을 딛고 트렁크로 접근할 리어 스텝을 달았다. 적재함 위에는 루프탑 텐트도 설치할 수 있는 ‘벙커 롤 바’가 자리했다(커스터마이징 품목).

② 인테리어

 

 

 

문을 열자 화사한 실내가 드러난다. ‘브라운 나파가죽 인테리어 패키지’로, 칙칙한 블랙 컬러 인테리어보다 훨씬 보기 좋다. 익스페디션 트림은 대시보드 위 플로팅 무드 스피커와 센터콘솔 속 빌트인 공기청정기가 기본이다. 계기판은 12.3인치 디지털 디스플레이로 바꿨다. 운전대 9시 방향 버튼을 눌러 테마를 바꾸거나, 내비게이션 지도를 꽉 채울 수도 있다.

 

중앙 9인치 모니터 속에는 쌍용차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인포콘(INFOCONN)’을 심었다. 지니 뮤직·팟캐스트 등 엔터테인먼트 서비스와 음성 인식 기능, 무선 안드로이드 오토, 유선 애플 카플레이 등을 쓸 수 있다. 그중 가장 쓰임새 좋은 기능은 ‘모바일 원격 제어’일 듯하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원격으로 시동을 걸고, 히터도 미리 켜둘 수 있다. 요즘처럼 추운 날 특히 유용하다.

 

길이 5.4m가 넘는 거대한 트럭이지만, 2열은 탑승객 거주성보다 실용성에 집중한 모양새다. 쿠션 착좌감은 좋으나 무릎 공간이 국산 중형 SUV보다 조금 좁다. 등받이 각도도 조절할 수 없다. 대신 시트를 접으면 넉넉한 적재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쿠션 아래 언더 트레이는 흙먼지 잔뜩 묻은 신발이나 캠핑 장비 등을 깔끔하게 정리하기 좋다.

 

렉스턴 스포츠 칸은 렉스턴 스포츠의 길이와 휠베이스를 각각 310, 110㎜ 잡아당겨 만들었다. 늘어난 수치는 오롯이 트렁크에 스몄다. 용량이 기본형보다 151L 더 넉넉한 1,262L인데, 수입 픽업트럭 판매량 1위인 쉐보레 콜로라도(1,170L)보다도 넓다. 최대 적재 무게는 500㎏. 리어 서스펜션을 ‘파워 리프 서스펜션’으로 바꾸면 700㎏까지 견딘다. 콜로라도(400㎏)와 지프 글래디에이터(300㎏), 포드 레인저 와일드트랙(600㎏) 등 다른 픽업트럭을 여유롭게 따돌린다.

③ 파워트레인 및 섀시

파워트레인은 직렬 4기통 2.2L 디젤 터보 엔진과 아이신 6단 자동변속기 그대로다. 대신 성능을 살짝 올렸다. 최고출력을 187→202마력으로, 최대토크를 42.8→45.0㎏·m로 높여 올 뉴 렉스턴과 똑같은 힘을 낸다. 사륜구동 옵션을 고르면 따라오는 ‘ISG(Idle Stop & Go)’ 시스템은 시내 주행 중 틈틈이 시동을 꺼 엔진 효율을 올린다.

온몸을 비틀며 오프로드에 뛰어들 땐 차체 강성도 중요하다. 렉스턴 스포츠 칸의 프레임은 1.5㎬급 초고장력 기가 스틸을 4중으로 겹쳐 완성했다. 더불어 고장력 강판을 차체 79.2%에 적용해 비틀림 강성을 끌어올렸다. 안전을 위해 충돌 시 운전대 칼럼이 충격을 흡수하도록 설계했고, 에어백은 1열 정면과 사이드, 1/2열 커튼까지 총 6개가 들어갔다. 단, 사이드 및 커튼 에어백은 기본 사양이 아닌 옵션이다.

④ 주행성능

지난해 렉스턴 스포츠 칸을 잠깐 시승했을 때, 엔진 출력에 분명한 아쉬움이 있었다. 시내 주행에서는 답답함이 없다. 최대토크를 실용 구간인 1,600~2,600rpm에서 뿜어 2.2t(톤)에 가까운 덩치를 가뿐히 이끈다. 그러나 고속도로 제한속도에 다다를수록 점차 기운을 잃는다.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아도 엔진만 악을 쓸 뿐 실제 가속은 느긋하다.

출력을 높인 효과는 있었을까? 개인적으론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시원시원한 크루징 능력을 보여주기에 202마력은 역부족이다. 변속기 반응속도 역시 한 박자 늦어 여유로운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다행히 엔진 진동은 잘 억제했다. 정차했을 때 스티어링 휠과 시트로 올라오는 진동이 매우 적다. 과장 살짝 보태면, 투박한 일부 독일산 4기통 디젤 엔진보다 낫다.

구형 렉스턴 스포츠는 유압식 파워 스티어링 시스템을 썼다. 그래서 소위 말하는 반자율주행은 물론,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의 도움도 받을 수 없었다. 신형에는 드디어 ‘전자식 파워 스티어링(R-EPS)’을 넣었다. 이와 함께 ‘차선유지보조(LKA)’와 ‘중앙차선유지보조(CLKA)’를 더해, 고속도로 운전 피로도를 크게 줄였다. 차로 중앙 인식 능력과 스스로 조향할 때의 운전대 무게감 모두 만족스럽다. 앞차와의 거리 유지 기능은 넣지 않았다. 올 뉴 렉스턴에 이미 들어간 기능인만큼, 다음 업데이트를 기대해 볼 수 있다.

다만, 고속에서 운전대가 더 묵직했으면 좋겠다. 전자식 파워스티어링 시스템은 스티어링 휠 답력을 저속에서 가볍게, 고속에서 무겁게 바꿔 운전 편의와 안전을 모두 챙긴다. 그런데 렉스턴 스포츠 칸 운전대는 시속 100㎞에서도 답력이 가볍다. 안 그래도 록-투-록 2.9회전으로 느슨한 편이라, 방향을 조금씩 바꿀 때마다 양손이 바쁘다.

늘어난 안전장비를 보면 다른 단점을 잊을지도 모른다. 가짓수를 무려 9→16개로 확대했기 때문. 안전하차경고(SEW)와 안전거리경고(SDW), 부주의운전경고(DAW)를 새로 마련하고, 익스페디션 트림에 후측방 접근충돌방지보조(RCTA)와 후측방 충돌보조(BSA)를 기본 적용했다. 사방을 감시하는 센서 덕분에 집채만한 몸집도 부담스럽지 않다.

⑤ 총평

신형 렉스턴 스포츠 칸의 가격은 와일드 2,990만 원, 프레스티지 3,305만 원, 노블레스 3,725만 원, 익스페디션 3,985만 원이다. 트림별로 약 80~140만 원 오른 셈. 하지만 디지털 계기판과 전자식 파워스티어링, 새로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풍성한 안전장비 등을 고려하면 이 정도 가격 인상은 납득할 만하다.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의 폭이 크다.

셀 수 없이 다양한 커스터마이징 상품도 매력이다. 8가지 적재함 덮개와 4가지 롤 바, 고정 및 전동식 사이드 스텝, 루프박스 등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옵션 조합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국산 픽업트럭의 자존심인 렉스턴 스포츠 칸. 개선한 상품성을 앞세워, 앞으로 쌍용차의 위기를 이겨낼 ‘구원 투수’로 거듭나길 바란다.

*장점
1) 드디어 들어간 차선 유지 보조장치
2) 수입 픽업트럭을 뛰어넘는 적재능력

*단점
1) 고속에서도 가벼운 운전대 답력
2) 반응속도가 더딘 6단 자동변속기

<제원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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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따뜻한 우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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