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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 LS460에 AWD 버전이 추가됐다. 출력이 소폭 줄었지만 여전히 미끄러지듯 가속되고 언제나 정숙성을 잃지 않는다. 8단 AT와 넉넉한 힘 때문에 높은 속도에서 낮은 회전수로 편안하게 항속이 가능하다. LS460 AWD는 카드 키와 마크 레빈슨 오디오 등의 일부 편의 장비를 뺀 대신 가격도 낮아져 라인업에서 가장 저렴한 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글 / 한상기(프리랜서 자동차 칼럼니스트)
사진 / 원선웅(글로벌오토뉴스 기자)

20년 전 렉서스 LS가 데뷔할 때만 해도 고급 대형차 시장은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만의 것이었다. 고급차 브랜드라고 새로 런칭하기는 했지만 렉서스가 토요타의 그늘을 벗어나기는 어려워 보였다. 라인업도 단 한 가지여서 선택의 폭도 좁았다. 다양한 엔진과 롱 휠베이스까지 갖춘 유럽의 고급차와는 시작부터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조용하고 부드러운 승차감이라는 새 컨셉트와 토요타 특유의 품질이 어우러진 LS400은 보기 좋게 판매에 성공했고 이는 다음 세대까지 이어졌다. LS430 역시 기본 컨셉트는 동일했다. 전작의 성공을 의식한 듯 비교적 안전 지향의 개선이 이뤄졌고 벤츠를 닮았다는 개성 없는 스타일링은 여전히 혹평의 대상이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신형 LS는 가장 큰 변화를 맞았다 하겠다. 스타일부터 기술, 가격까지 수세였던 자세가 공세로 바뀌었다. 스타일링에서는 처음으로 엘-피네스라는 고유의 디자인이 적용되면서 렉서스만의 정체성이 뚜렷해졌다. GS와 IS와 ES, 그리고 LS까지 이제는 겉만 보아도 렉서스임을 알 수 있는 디자인 요소가 생겨났다.

그리고 LS430은 가격만큼이나 차체 사이즈도 유럽 3사의 기함들 보다 조금씩 작았다. 하지만 신형 LS460은 한 둘레가 커져 덩치 면에서도 어깨를 나란히 한다. 휠베이스가 120mm 확장된 롱 휠베이스 버전은 신형 LS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롱 휠베이스 버전은 렉서스로서는 처음이기 때문에 운전자 중심에서 탈피해 2열까지 고려한 접근이다.

기술적인 면에서도 차이가 있다. 그동안의 LS는 높은 품질을 갖추긴 했지만 기술적인 면에서는 유럽 메이커에게 반 발짝씩 뒤쳐져 따라가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신형 LS의 경우 그 안에 적용된 적극적 안전 장비가 유럽차와 때를 같이 하고 부분적으로는 앞선 것도 있다. 예를 들어 메르세데스의 프리-세이프 같은 기능이 똑같이 적용되었다. 사고가 감지될 경우 자동으로 시트를 당기고 헤드레스트를 조절하며 창문을 닫고 브레이크의 제동력을 끌어올린다. 여기서 메르세데스 보다 한 단계 더 발전한 것은 사고가 감지될 경우 자동으로 서스펜션을 스포츠 모드로 바꾸고 스티어링 기어비도 짧게 설정된다. 적극적 안정성까지 고려한 것이다.

라인업의 가지 수가 부족한 것은 여전하지만 초기에 비하면 상당히 늘어났다. 롱 휠베이스를 시작으로 유럽의 12기통 모델과 경쟁하는 LS600hL까지 선택의 범위가 넓어졌다. 그리고 이번에는 LS460에 AWD까지 더해졌다. AWD는 LS600hL에도 있었지만 주력 모델인 LS460에도 추가됐고 몇몇 장비를 빼 가격을 내린 것이 특징이다.

EXTERIOR & INTERIOR

외관에서의 차이는 트렁크에 AWD 엠블렘 정도로 다른 LS460과 거의 동일하다. 겉만 봐서는 구분이 힘들고 노멀 휠베이스에만 AWD가 적용된다. 렉서스가 밀고 있는 엘-피네스는 신형 LS에서 가장 잘 표현된 느낌이다. 렉서스로서는 상당히 멋을 부린 디테일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심플하게 정리된 프런트 엔드는 크롬으로 멋을 냈고 곳곳에 부드러운 에지가 살아 있다. 예전보다 외관에서도 자신만의 색깔을 찾은 건 틀림없어 보인다.

디테일은 오히려 뒷모습이 더 화려하고 눈에도 잘 들어온다. 지붕에서 트렁크로 떨어지는 C 필러는 푸조 406 쿠페처럼 유리 보다 튀어나와 있고 특히 테일램프의 디자인이 공들인 티가 역력하다. 범퍼에 내장된 머플러는 보기에 무척 고급스러워 보이고 구경도 상당히 크다. 대게의 일본차들이 그렇듯 전장 대비 전폭은 좁은 편이다. 그래도 전체적인 사이즈가 늘어난 것에 비해 더 날렵해 보이는 스타일링은 장점이라 하겠다. 타이어도 덩치와 출력에 비해서는 좁은 편이다. 235/50R18 사이즈는 성능 보다는 연비를 고려한 세팅이며 타이어 자체의 트레드 패턴도 고성능과는 거리가 있다.

실내의 디자인은 외관의 변화만큼에는 못 미친다. 번쩍이는 느낌이 고급차의 성격을 강조하긴 하지만 전체적인 소재가 하위 모델과 크게 차별이 되지 않는다. 어찌 보면 아발론을 베이스로 고급스럽게 꾸민 느낌이다. 그리고 센터페시아의 디자인이 GS와 동일한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단지 더 반짝이고 버튼의 개수가 많은 정도이다. 최고급 모델이 아래급과 인터페이스와 센터페시아 디자인이 닮은 것은 흠 잡힐 수도 있다. 대중차 베이스의 색깔이 아직까지도 희미하게 묻어난다.

유럽 기함들이 채용하는 다기능 컨트롤러가 없는 것도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렉서스는 LS처럼 간결한 것이 사용 편의성이 더 높다는 생각이고 이는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의견이다. 하지만 기능 자체가 부족한 것과 디스플레이의 화려함에 있어서는 기함으로서의 품격에는 모자라지 않나 싶다.

내비게이션은 LS의 가장 큰 장점이다. 수입차 전체를 통 털어도 렉서스의 내비게이션이 가장 보기 좋고 화질도 좋으며 사용하기도 편하다. 내비게이션을 비롯한 각종 버튼들은 큼직큼직해 눈에도 잘 들어온다. 시트는 잡아주는 면은 부족하지만 자세를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으며 럼버 서포트의 기능도 만족스럽다. 요즘처럼 추운 겨울날 시트가 데워지기도 전에 따듯해지는 열선 스티어링 휠은 고마운 존재이다.

롱 휠베이스 모델에 익숙해졌다면 노말의 2열은 다소 평범하다. 노말 휠베이스라도 공간이 넉넉한 것은 여전하다. 레그룸은 물론 좌우의 공간도 충분하다. LS460 AWD의 경우 2열 편의 장비의 핵심이었던 오토만 시트를 선택할 수 없고 따라서 마사지 기능도 없다. 롱 휠베이스와 달리 운전자 중심의 모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505리터의 트렁크는 정리가 잘 돼 있고 AWD는 기존에 있던 파워 클로저 기능이 빠졌다.

POWERTRAIN & IMPRESSION

LS460 AWD에 올라가는 엔진은 4.6리터 V8(1UR-FSE)로 동일하지만 출력은 380마력에서 362마력으로 소폭 줄었다. 따라서 GS460을 포함하면 1UR-FSE의 버전은 3가지로 늘어났다. LS600hL에 올라가는 5리터 엔진은 2UR-FSE이다. 이전의 시승에서도 느낀 거지만 신형 LS는 과거 보다 공회전 소음이 부각된다. 여전히 최고의 정숙성을 자랑하지만 예전과 달리 엔진이 돌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을 정도의 음량을 내고 있다는 느낌이다.

출력은 소폭 줄었지만 여전히 가속력은 강력하다. 조용하고 빠르게 속도가 붙고 중저속에서는 안락한 승차감을 승객에게 선사한다. 수치상으로는 0→100km/h 가속 시간이 조금 늦춰졌지만 이를 알아챌 사람은 별로 없을 듯하다. 대배기량의 넉넉한 토크 때문에 초기 가속은 물론 추월 상황도 손쉽게 해치운다. 거기다 회전수 상승에 비례해 엔진 소음의 증가가 적은 편이라 운전자가 받는 부담도 없다. 고회전까지 정숙성을 잃지 않고 매끄럽게 돌아간다. 속도 제한은 210km/h에서 걸리는데, 계기판 상으로는 220km/h에서 바늘이 멈춘다. 이 이상 가속할 수 있는 충분한 힘을 보유하고 있지만 적절한 속도 제한이라 생각된다.

8단 AT는 엔진만큼이나 부드럽다. D 모드에서는 좋은 연비를 위해 혼자서 바쁘게 움직이지만 변속이 워낙 부드러워 알아차리기 어렵고 특별히 수동 모드를 사용할 생각도 들지 않는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6단이면 족하다. 7, 8단은 항속형으로 기어비가 매우 낮다. 8단으로 200km/h을 달려도 회전수는 3천 rpm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높은 속도를 낮은 회전수로 달릴 수 있다. 각 단의 기어비는 일반 LS460과 동일하지만 늘어난 무게를 감안해 최종감속비만 조금 높아졌다.

보디 컨트롤이 구형 보다 월등히 좋아졌지만 주행성 면에서는 유럽차와 여전히 갭이 있다. 대단히 부드러운 하체는 올라오는 충격을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흡수해 안락한 승차감을 만들지만 코너를 돌아나갈 때 몸이 많이 쏠리는 게 사실이다. 에어 서스펜션은 가장 단단한 스포트 모드에서도 여전히 부드럽다.

물론 컴포트와 스포트 모드의 차이는 크다. 컴포트와 비교한다면 스포트는 롤의 양이 크게 줄어들고 코너에서 몸의 쏠림도 덜하다. 이는 고속 주행에서도 차이가 발생한다. 스포트에서 컴포트로 바꾸고 고속 주행할 경우 출렁거림이 심해져 불안함을 느낀다. VDIM은 대단히 개입이 빠르다. 코너에서 운전자가 약간의 불안함이라도 느낄라치면 바로 각 휠에 제동을 걸어 차의 속도를 확 줄여버린다. 이런 점은 하체의 특성만큼이나 다른 메이커와 차별화 되는 렉서스의 특징이다.

브레이크는 초기 반응에서 약간의 여유가 있다. 페달을 밟았을 때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제동력이 발휘되는 것은 고급 세단의 승차감을 고려한 세팅이 아닌가 싶다. 반면 일단 작동하기 시작하면 큰 제동력이 차가 멈출 때까지 일정하게 지속된다. 스포트 모드 세팅 시 노즈 다이브 현상도 의외로 적은 편이며 좌우 밸런스도 나무랄데 없다.

새로운 장비는 토센 센터 디퍼렌셜을 갖춘 AWD 시스템이다. 이 AWD는 평상시 40:60으로 토크를 배분하고 슬립이 감지될 경우 최대 30:70으로 변환된다. AWD가 추가됐지만 일반적인 주행 상황에서는 그 차이를 느끼기는 쉽지 않다. ESP처럼 승용차의 AWD는 만일의 경우를 위한 보험인 셈이다. 눈 올 때는 운전 안 하는 사람이 가장 운전 잘 하는 사람이라는 우스개 소리도 있지만 만일의 경우가 언제 닥칠지는 모르는 일이다. 그럴 때 AWD의 덕을 보지 않을까. 대신 AWD 추가로 인해 8.8km/L였던 공인 연비는 7.5km/L로 낮아졌다.

보통 AWD 버전은 일반 모델 보다 비싼 경우가 많지만 LS460 AWD는 그 반대다. 일반 LS460 보다 1천만 원이 싸다. 대신 마크 레빈슨 오디오와 트렁크의 파워 클로저 기능, 카드 키가 빠졌고 노말 휠베이스만 나오기 때문에 2열의 마사지 시트도 선택할 수 없다. LS460 AWD는 겨울을 맞이한 실속형 오너를 위한 모델인 셈이다.

렉서스 LS460 AWD 주요 제원

크기
전장×전폭×전고 : 5,030×1,875×1,465mm
휠베이스 : 2,970mm
트레드 앞/뒤 : 1,615/1,620mm
차량 중량 : 2,105kg
최소 회전 반경 : 5.7m

엔진
형식 : 4,608cc V8 DOHC 1UR-FSE
최고출력 : 362마력/6,400rpm
최대토크 : 47.6kg.m/4,100rpm
보어×스트로크 : 94.0×83.0mm
압축비 : 11.8:1
구동방식 : AWD

트랜스미션
형식 : 8단 자동
기어비 : 4.596/2.724/1.863/1.464/1.231/1.000/0.824
최종감속비 : 3.133

섀시
서스펜션 : 멀티링크
브레이크 : V 디스크
스티어링 : 랙 & 피니언

성능
0-100km/h : 5.9초
최고속도 : 210km/h(속도제한)
타이어 : (앞/뒤) 235/50R18
연비 : 7.5km/ℓ(5등급)
연료탱크 용량 : 84리터
CO2 배출량 : 312g/km)

차량가격 : 1억 2천만 원
(작성일자 : 2008년 12월 26일)

Posted by 따뜻한 우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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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첫 후륜구동 자동차인 제네시스는 여러모로 의미가 큰 제품이다. 내수형이라고 할 수 있는 에쿠스를 제외할 때 현대가 충분히 고급 자동차를 만들수 있다는 점을 국내외로 보여준 첫 사례라는 점, 그리고 고급 브랜드의 설립을 예고할 수 있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이번 시승 대상은 한국에는 아직 출시하지 않은 4.6리터 V8엔진의 제네시스로 최근에 세계10대 엔진으로 뽑힌 최신형 엔진의 성능도 함께 확인해 볼 수 있었으며, 시승 장소가 미국 북동부 지역이었던 관계로 폭설속에 후륜구동의 운전성능도 확인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글/박상원(자동차 칼럼니스트)

본 시승은 미국내 광고에서와 같이 제네시스가 BMW나 벤츠 등의 명차들과 비교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게 해주었다. 참고로 글로벌 오토뉴스에 제네시스 국내형 차량의 시승기가 이미 존재하고 있으므로 본 시승기는 주로 본 차량의 상품성적인 면과 엔진 성능에 대한 평가, 그리고 제네시스의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끝내고자 한다.

1. Exterior

많은 사람들이 지적했듯이 제네시스의 외관은 국내외 경쟁차종들과 비교할 때 참신하다고 보기 어려워 보인다. 경쟁 차종들의 외관에서 매력적인 요소들만을 선택하여 조합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방법은 시장에서 안전하게 성공을 거둘 수 있는 방법이다. 현대가 제네시스를 통해 타깃으로 하고 있는 토요타의 렉서스 브랜드 차종들 중 기함인 LS세단의 1세대 모델 또한 벤츠 E클래스 외관과 상당히 흡사한 것과 같은 전략이다.

하지만 제네시스 컨셉트에서 기존 경쟁차종들과 달리 독특했던 디자인 요소들을 기억한 사람들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예를 들어 전조등의 디자인이 컨셉트와 같이 날렵해 보이기 보다는 인피니티 G37과 같이 크게 만들어 놓은 점은 개인적으로 아쉽다.

내년 런칭예정인 벤츠 신형 E클래스의 경우 전조등 면적이 다소 줄어준 듯 한 모습으로 나가고 있고, 이처럼 모방을 주제로 할 경우 마켓리더보다 항상 한 박자 늦게 반응하게 되므로 향후 일류 브랜드로 인정받는데 어려움이 생길 수도 있다. 일례로 알파 로메오하면 지난 100년간 과감한 디자인으로 세계의 자동차 팬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점을 떠올려 볼 때 고급 브랜드란 무엇일까 그 정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제네시스의 외관에서 특이한 점이 있다면 전면부에 현대차라는 흔적이 없다는 점이다. 물론 후면부에 제네시스와 현대라는 로고는 있지만 그릴에 현대의 흔적이 없다는 것은 향후 고급차 브랜드 설립에 대한 숨은 의지를 보여주는 듯 하다. 전반적으로 ‘무난’한 외관 디자인의 관찰에 있어서 필자에게 제네시스의 높은 품질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하나 있었다.

바로 그것은 사이드 미러에 내장된 방향 지시등이었다. 빛의 전도율이 매우 높은 재질로 만든 제네시스의 방향 지시등은 주야간 작동시 불빛이 균일하게 퍼지는 성질의 것이다. 상품성 평가 기준들 중 하나가 바로 이러한 자동차 외관에 부착된 시그널들의 불빛이 주야간에 상관없이 균일하게 퍼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원가적인 이유로 보통 전구와 반사패널들로 이루어진 대다수 국내외 자동차들의 외관 램프들은 이러한 평가에 크게 미흡하다.

벤츠에서 시작된 사이드 미러 내장 방향 지시등은 보통 원가를 감안해서 LED 또는 전구 몇 개를 사용하여 보통 반사패널을 이용하여 불빛을 퍼뜨리는 데 반해 제네시스는 최신 재질을 사용하여 이러한 평가 기준을 최대한 만족시키고 있다. 물론 본 사항은 미세한 것이지만 외국 메이커들도 최근에 반영하고 있는 기술을 앞서 적용한 현대의 개발진과 경영진에게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사이드 미러에 있어서 또 하나 놀란 것은, 자동차 내부에서 방향 지시등을 작동 시 사이드 미러 끝 부분에 돌출되어 있는 방향 지시등의 일부분을 보고 계기판을 안보고도 작동 여부를 알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방식은 독일 폴크스바겐 차종들 중 사이드 미러에 방향 지시등을 채용한 차종들에서 실행하고 있는 것이며 개인적으로 운전자에게 방향 지시등 작동 여부를 재확인시켜 주고 있다는 점에서 선호하는 방법이다.

비록 USA Today의 칼럼니스트는 제네시스 시승기에서 이러한 기능이 너무 눈에 띈다며 불평했지만 이러한 기능조차 꼼꼼하게 벤치마킹했다는 점에서 제네시스에 들어간 노력을 짐작할 수 있었다. LED는 더 나아가 그랜져와 마찬가지로 후미등에 채용되어 첨단을 달리는 분위기와 안전을 확보해주고 있으며, 렉서스 차종와 마찬가지로 실내에도 LED를 조명등으로 다수 채용하여 눈길을 끈다. 참고로 LED는 향후 자동차 외관에 있어서 전조등의 핵심 요소로 채용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미 아우디 R8와 캐딜락의 대형 SUV인 에스컬레이드에 옵션으로 상용화되어 있다. 이러한 첨산 전조등은 지난 12월23일 최신 전조등 시스템인 AFLS를 국산화에 성공한 현대 모비스에서 차후 상용화하여 현대의 차세대 차종들에 적용하지 않을까 점쳐보게 된다.

2. Interior

사이드 미러 방향 지시등의 경우처럼 현대가 추구하고 있는 앞서나가고 있는 개발 철학은 인테리어 곳곳에도 깃들여져 있다. 우선 제네시스를 탈 때 넓직하고 시원한 IP(instrument panel) 그리고 꼼꼼한 끝마무리가 눈에 띈다. 이전 베라크루즈의 실내와 다르게 촉감이나 마무리가 한 단계 더 올라간 느낌이다. 실내의 품질을 살펴보면서 문득 생각이 든 것이 현대의 마이바흐 사건이다.

수년전 현대차 측에서 메르체데스 벤츠의 초고급차이자 국내 S 그룹 회장의 전용차이기도 한 마이바흐를 구매해서 tear down (경쟁사 자동차를 구입해서 완벽히 분해, 부품별로 분석하는 것)을 시도했는데, 구매자가 현대차인 것을 알게 된 벤츠 측에서 고민 끝에 판매했다는 것이다. 비록 수십만불어치의 자동차가 한 낮 부품들의 집합체로 변해버렸지만 제네시스를 통해서 마이바흐의 희생이 헛되지 않았음을 실감하게 된다.

기어 셀렉터 쪽을 내려다 보면 놀라는 것이 바로 DIS라고 불리우는 마우스와 같은 컨트롤러이다. BMW와 벤츠, 아우디를 비롯한 유럽 회사들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는 본 컨트롤러와 같은 종류들은 제네시스와 일본 경쟁 차종들을 확실히 구분짓게 하는 요소이다. DIS는 현대가 일본 차종들과 틀리게 IT와 자동차의 접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증거이기에 매우 흥미롭다 하겠다.

DIS와 같은 HMI(Human-Machine Interface)의 기술은 현재 유럽과 일본 자동차 업계들의 개발 철학이 명확하게 대비되는 분야이다. IT의 발전은 운전자들에게 정보를 더 받기를 원하게 만들었다. 미국의 44대 대통령을 즉위할 예정인 버락 오바마 당선자를 포함한 블랙베리 핸드폰 중독자들의 공통점으로 이메일을 시도때도 없이 확인한다는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처럼 자동차로 이동 중에도 IT기술을 사용하기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놓고 유럽과 일본의 자동차 업계간 의견이 분분하다. iDrive를 통해 자동차에서의 각종 IT관련 조작을 처음으로 선보인 BMW를 위시한 유럽 업체들은 운전자에게 운전중에도 이러한 기능들의 조작이 가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면에 닛산과 같은 일본 업체들은 운전 중에 이러한 조작이 운전자의 안전을 해친다고 생각하며 iDrive와 같은 컨트롤러의 채용에 다소 소극적인 면을 보여주고 있다.

이 결과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혼다 어코드의 복잡한 IP에서 보여지듯이 유럽차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버튼을 탑재하고 있다. 일본업체들의 이러한 트랜드는 내구성과 같은 품질적인 면에 중점을 두고 있는 일본 자동차 업계의 개발 철학이 반영된 것이 아닌가 싶다. 만약에 두 개발관의 장담점을 평가한다면 전자의 경우는 user interface가 버튼 개수의 축소로 간결해 보이지만 iDrive의 경우에서처럼 여러 단계를 거치는 등 번거롭다.

반면 후자는 버튼이 많지만 익숙해지면 한번의 동작에 기능을 사용할 수 있으므로 운전 안정성에서는 전자보다 한 단계 위이다. 다만 자동차 내부 전자 장비들이 거의 소형 PC에 가까운 기능을 발휘하고 있는 지금 – 일례로 상당수의 자동차 내비게이션들은 마이크로 소프트의 운영체제인 윈도우 CE, 유닉스 또는 리눅스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 일본 메이커들의 버튼 하나에 기능 하나의 1대1 방식은 향후 많은 버튼을 요구하게 될 것이며 일본 업체들 또한 자동차 내에서 더 많은 IT기술의 사용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iDrive와 같이 input device를 사용하는 유럽방식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

이러한 가운데 제네시스의 DIS는 현대가 자동차에 IT기술을 최대한 많이 반영하고자 하며 HMI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 한국의 자동차 업체들의 우리나라의 세계적인 IT능력을 최대한 제품에 반영하여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하므로 DIS는 매우 좋은 선례라고 생각된다. 다만 원형으로 만들어진 셀렉터 주변의 버튼들을 운전중에 촉감으로 구분할 수 있는 길이 없는 점은 단점이라 하겠다.

네비게이션 시스템의 경우 경쟁사들에 비해 한층 더 높은 해상도의 8인치 VGA스크린를 탑재하여 깔끔한 화면을 자랑한다. 반면에 미국에서 인기 있는 Garmin과 같은 PND(Personal Navigation Device: 손에 들고 다니는 이동용 네비게이션)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 UI(User Interface)와 비정확한 경로 알고리즘은 개발의 여지가 아직도 많아 실망스러웠다.

내부 공간의 크기는 선전에서와 같이 매우 넓직하여 BMW 7씨리즈에 견줄수 있겠다는 생각이며, 뒷 좌석은 리무진으로 써도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공간이 넉넉하다. 오디오는 11채널 17스피커의 528와트 시스템으로 롤스로이스에 탑재되고 있다는 렉시콘 브랜드였다. 본 오디오 시스템은 롤스로이스를 제외하고 제네시스가 처음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참고로 렉시콘은 현대 차종에 가장 많이 채용되고 있는 하만 카돈의 공급자, 하만 인터내셔널이 보유한 수많은 브랜드들 중의 하나이다. 렉서스에 탑재되고 있는 마크 레빈슨 오디오 시스템도 하만 그룹이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할 때 제네시스에 렉시콘 탑재의 ‘비밀’이 풀리게 된다. 본 오디오는 뛰어난 스펙에 걸맞게 고전음악에서부터 팝, 락에 이르기까지 무난하게 소화한다. 고음역은 고음역답게, 저음역은 저음역답게 처리하는 솜씨가 10점 만점에 8점이상을 줘도 무난할 정도이다.

특히 자동차 내의 훌륭한 정숙성 덕분에 우수한 음질이 더더욱 잘 와 닿는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17개의 스피커를 사용하고 있음에도 입체감이 생각만큼 살아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음악 시스템의 평가는 평가자에 따라 차이가 있기 때문에 쉽지 않지만, 렉시콘 오디오 시스템의 성능을 잘 표현하는 음악들을 자동차에 CD로 한 장 정도를 매뉴얼과 함께 제공한다면 마케팅 차원에서 좀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생각되었다.

실내(인테리어)에서의 약점이라면 고급차에 비한 상대적인 기능의 부재이다. 우선 아랫급인 아제라(미국 수출명으로 그랜져)에서도 제공되는 사이드 미러 전동 접기 기능이 없다는 점이다. 원가절감 차원에서 이루어 진 것으로 생각되지만 미국의 자동 세차장에 갈 때 사이드 미러를 접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때가 있고, BMW나 벤츠와 같은 유럽 경쟁차종들은 본 기능을 제공하고 있으므로 본 기능의 부재가 개인적으로 아쉬울 때가 있었다.

운전석에는 옵션으로 주어지는 냉방기능이 조수석에는 없다는 점도 미국의 제네시스 오너들에게서 많이 지적되는 사항이다. 또한 넓직한 뒷 좌석에서 엔터테인먼트 기능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단점도 있다. 하지만 가장 아쉬웠던 점은 바로 iPod/iPhone 연동기능의 미숙함이다.

미국에서 가장 많이 옵션으로 제공되는 것이 애플 iPod/iPhone과 차내 오디오 시스템간의 연동이다. 제네시스의 경우 필자의 1세대 iPhone과 초기 연결이 잘 되었다. 한국산 차답게 MP3의 한글제목 또한 구현되어있고, 블루투스를 이용하여 전화기와 자동차간의 연결을 통해 실내 마이크와 스피커들을 이용한 핸즈프리 기능은 음질 차원에서 잡음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MP3재생에 있어서 해당 UI의 속도가 매우 느리고 음악선택에 있어서 sub folder에서 main folder로 돌아가면 목록을 ABC순서로 다시 탐색을 시작해야 하는 문제점이 있는 등 iPod의 음악 재생 기능은 시장에 출시되기에는 미숙한 점이 많았다. 미국에 출시된 지 첫번째 해의 제네시스(2009년형)를 타보았기에 향후 4-5년간 다양한 옵션추가와 부분모델변경(face lift)가 있을 것이므로 이러한 불편한 점들이 많이 보완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3. Powertrain

본 모델의 파워트레인에 있어서 가장 큰 특징은 V8 타우엔진이다. 4.6리터라는 큰 용량의 본 엔진은 최근 Ward’s Top Ten Engine에 뽑혔을 정도로 그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현대의 엔진 중에서는 처음으로 상을 수상했고, 아우디와 BMW등 쟁쟁한 경쟁사들의 엔진과 경쟁한 끝에 나온 것이기에 훌륭한 업적이다. 국내에서는 기아 모하비에 옵션으로 주어지고 있다고 알고 있으며, 내년에 출시될 에쿠스 후속 (VI)에 탑재된다는 본 엔진을 본 시승차를 통해 미리 경험해 볼 수 있었다.

우선 타우엔진은 옥탄가 91이상의 휘발유를 사용할 경우 375마력, 그 이하의 휘발유를 사용할 경우 368마력을 나타낸다. 사실 옥탄가에 따라 출력이 틀리다는 것을 확인해 준 아이디어는 나름 독특한 마케팅이라고 여겨진다. 혼다의 고급 브랜드인 아큐라의 경우 매뉴얼에도 무조건 옥탄가 91이상의 휘발유만을 사용하라고 강조할 만큼 무조건적인 고급 휘발유 사용은 기타 경쟁사들의 고급 차종에서 자주 보인다. 하지만 미국에서 높은 기름값에 예민해진 소비자들은 이러한 정책에 많은 의문을 품었고 언론에서도 이런 문제를 다루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정유사 관계자들이나 학자들에 의하면 최신 엔진들의 경우 옥탄가가 낮은 휘발유를 써도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 정설이며, 이런 점을 수용한 제네시스의 이원적인 출력 표시는 높이 살 만하다. 성능적인 면에서 본 엔진은 0-100kph를 6초 미만 (제원을 따르면 5.6초)에 도달하며 스포츠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다만 초기 WOT(Wide-Open Throttle, 페달을 완전히 밟았을 때를 뜻한다)에서 첫 2초 간의 응답이 다소 느리게 느껴지며, 3초 정도 이후에 나타나는 폭발적인 가속성능과의 차이는 약간 아쉽지만 WOT에도 초기에 약간 느리게 반응하는 렉서스와 비슷하다. 또 하나 렉서스와 비슷한 성향을 보이는 것은 핸들링이다. 뷰익이나 그랜져에서 보여지는 느슨한 핸들링과 비교 시 확실히 느껴질 정도의 개선이 있으며 시속130kph (미국 80mph)에서 급속한 차선 변경에도 아무런 불편함이 없을 정도이다.

본 타우엔진에서 가장 놀란 점 두가지가 있다면 1) 3.8리터 V6형과 대비하여 상대적으로 높은 연비 그리고 2) 정숙성이다. 우선 미국에서 시판중인 제네시스의 기본형은 3.8리터 V6엔진을 탑재하고 있으며 연비는 시외 27mpg 시내 18mpg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4.6리터 V8엔진의 경우 시외 25mpg 시내 17mpg의 연비로 V6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지 않은 수치는 놀랍다. 정숙성 또한 우수하여 시속 130kph로 달리고 있는 와중에도 엔진소리나 도로 소리를 비롯한 소음이 잘 안들린다.

엔진을 아이들링한 상태에서 조차 실내외에서 엔진음이 매우 조용하여 가장 조용하다. 한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면 고연비를 추구하는 환경에서 V8엔진의 시장 매력이 한풀 겪이지 않았나 싶고, 본 엔진을 탑재한 제품들을 어떻게 포지셔닝을 해야할지 고민이 될 수도 있다.

트랜스미션은 독일 ZF사의 6단 자동 변속기이다. 시승할 때 눈이 많이 왔기에 변속기 점검을 할 수 없었지만 가속시 변속 능력이 탁월했다. 즉, 옛 현대 자동차들에게 많이 느끼던 변속 충격이 거의 없다 시피했다. 하지만 중저속 상황에서 가속페달에서 발을 띄일 때 기어가 갑작이 다운되면서 감속충격이 느껴지는 상황이 발생하여 개선이 필요하겠다.

서스펜션의 경우 3.8리터나 4.6리터 모두 동일하게 독립 서스펜션과 독일 Sachs사의 ASD(Amplitude Selective Damping) 가스 쇽 압소버를 쓰고 있으며, 고성능 엔진을 고려해서 인지 서스펜션 튜닝은 그랜져보다는 더 딱딱하지만 독일차들만큼 딱딱하지는 않게 하여 일반적인 도로 상황에서는 무난한 운전을 즐길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종합적으로 당장 아우토반에 나가서 달려 봐도 BMW 7 시리즈등과 같은 경쟁차들의 기함들과 절대 밀리지 않을까 싶을 정도의 자신감이 저절로 드는 성능이였다.

4. 눈속에서의 후륜구동

서울에서 택시 기사에게 들은 이야기로, 겨울철 눈이 오는 날이면 코엑스 근처의 서울 경기고등학교 앞에 위치한 오르막길에서 BMW 7 시리즈들이 엉금엉금 올라가다가 멈춘다는 전설같은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을 두려워하는 후륜구동 자동차 오너들은 생각보다 많다. 지인들 중에서도 한국의 겨울철 눈길을 두려워하는 바람에 4륜구동 세단만을 찾아 결국 폴크스바겐 페이튼을 구매하게 된 경우도 있다.

이처럼 후륜구동인 고급차들의 겨울철 운전에 관한 운전자들의 고민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이 때문일까? BMW의 경우 내년에 출시 예정인 신형 7씨리즈에서 4륜구동 시스템을 7씨리즈에서는 처음으로 옵션으로 제공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면 정말 후륜구동은 눈속에서 취약한 것일까?

필자가 살고 있는 중부 뉴욕주(cetral New York state)는 인근에 위치한 오대호로 인하여 겨울에 폭설이 잦다. 1주일 전에는 하루에 무려 25센티미터가 넘게 쌓였는데, 이는 미 동북부에서는 자주 있는 일이다. 이 지역에서 만나는 BMW나 벤츠 로고의 세단들은 웬만해서 X나 4Matic이라는 4륜구동 탑재 뱃지를 달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후륜구동인 제네시스를 폭설이 내리고 있는 12월에 만나게 된 것은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결론을 우선 얘기하자면 외진 동네만 아니면 후륜구동은 미국의 경우, 겨울에서도 충분히 운전 가능하다는 점이다. 필자가 사는 인구 3-4만명의 도시에서도 눈이 올 경우 제설작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므로 눈이 계속 쌓여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뉴욕이나 보스턴 같은 대도시들은 두말할 나위없이 제설작업이 더 훌륭하므로 후륜구동 자동차들에게는 큰 문제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눈이 쌓인 주차장, 또는 폭설이 내리고 있는 환경에서 후륜구동 자동차들은 그 취약점을 여김없이 드러내며, 제네시스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주차장에 있던 제네시스가 약 10cm 쌓인 눈을 견디지 못하고 뒷바퀴들이 헛돌자 도와주러 달려온 사람도 있었고, 아무도 없는 밤에 차가 주차장의 눈에 빠져 고생을 한 적도 있다.

물론 spider와 같은 후륜 부착 장비로 겨울철을 보낼 수도 있겠지만 4륜 구동 시스템이 아우디, BMW와 벤츠를 넘어 렉서스에도 장착되고 있음을 볼 때 (렉서스는 IS와 LS에 4륜구동을 채용한 상태이며 흥미롭게도 렉서스 차종들 중 최고의 판매량을 올리는 RX 크로스오버차량은 4륜 구동이다) 현대도 제네시스와 에쿠스 차세대 모델 등 BH플랫폼에 기반을 둔 후륜구동 차종들에 사륜구동 채용을 한번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5. Overall Impression

제네시스가 처음 출시되었을 때 국내에서는 여러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시승을 마치면서 제네시스는 개발진의 고민과 노력을 잘 반영한 제품으로 철학인 면에서는 단순히 경쟁차종을 베끼는 수준을 넘어 현대측만의 고유한 의견을 반영하고자 한 흔적이 역력했다. 결과적으로 제네시스는 현대 자동차의 연구 개발사를 한 단계 더 향상시킨 작품이라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마치 서구의 역사를 예수의 탄생 이전과 전후 (Before Christ의 약어인 BC와 Anno Domini인 AD)로 나누듯, 현대자동차의 차종들은 앞으로 B.G. (Before Genesis)와 A.G. (After Genesis)로 분류되어도 좋을 정도라는 생각이다. 문제는 정작 지금이 아닌 미래이다. 노사간의 문제와 같은 경영론적인 화두는 제외하더라도 제네시스를 시작으로 출시될 BH플랫폼 기반의 신차종들은 어떻게 포지셔닝 할 것이며 과연 이들을 새로운 고급 브랜드에 포함시켜 출시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서서히 부상할 것이다.

현대의 이러한 고민은 제네시스가 분명 렉서스와 벤츠 같은 고급 브랜드들의 차종들을 타깃으로 하고 있지만 정작 현대 딜러에서 팔리고 있는 모순적인 상황에서도 드러난다. 미국내 제네시스 구입자들의 불만 중 하나이기도 한 기존 현대 딜러들의 제네시스 취급은 마치 고급 쿠바산 시가를 24시간 편의점에서 파는 것과 비슷하며, 향후 독립적인 브랜드 또는 딜러의 등장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토요타의 렉서스를 제외한 혼다의 아큐라 브랜드와 닛산의 인피니티 브랜드 인지도가 겪는 어려움은 현대가 참고해야만 한다. 성공도, 실패도 아닌채 회색 지역(gray area)에서 떠돌고 있는 이들 브랜드들은 참고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생각보다 손쉬운 공략 대상일 수도 있다.

즉, 현대가 고급 브랜드를 만든다면 어딘가 독특함(uniqueness)를 제공해줘야만 한다. 렉서스만큼의 품질, 벤츠만큼의 성능 하지만 현대만의 첨단 기술(예를 들어 IT기술의 적용도)과 같이 다른 경쟁차들은 아직 제공하지 못하는 그 무엇인가를 더해야만 한다. 토요타는 품질이 악화되어 가고 있던 독일차들을 대신할 수 있는 우월한 품질과 낮은 초기 가격으로 렉서스를 정착시켰듯이 현대가 고급 브랜드를 런칭할 경우 자신만의 무엇인가가 있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과연 그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 무엇인가를 찾았을 경우 시장에 이를 성공적으로 포장해서 선사해야 하며, 그것은 마케팅으로 카버해야만 한다. 좋은 차종을 내놓고 있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의 인식에는 독일 경쟁사들에게 미흡하게 비춰지는 아큐라와 인피니티의 경우를 보면 마케팅 능력이 그리 뛰어나지 않음을 보게 된다.

그러면 짧은 시간내에 현대의 뛰어난 제품개발 능력과 제품들을 알리는 마케팅은 어떨 것을 쓰면 될까?

필자는 이에 대한 해답을 국내에서, 그것도 삼성전자에게서 보라고 권하고 싶다. 몇 년 전, 어느 독일인이 한국을 방문한다는 자신의 친구에게 삼성 카메라의 구입을 대신 부탁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독일에서 소니를 능가하는 브랜드로 자리잡은 삼성 브랜드의 위력을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였다. 필자가 지난 여름 인턴쉽을 한 세계적인 IT회사에서 만난 한 독일인 디자이너는 회사에서 제공하는 Dell의 LCD 모니터를 사용하지 않고 삼성의 LCD 모니터를 사서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것을 보고 브랜드 파워가 얼마나 막강한지를 깨달았다. 하지만 우리는 삼성이 불과 20여년전 국내 소비자들이 어떤 인식을 갖고 있었는지를 매우 잘 기억한다.

이제는 세계적인 브랜드가 되어 미국 내 최대 전자 판매점인 Best Buy를 비롯 미국 가정에 들어가 있는 삼성 제품들을 보면 상전벽해에 비유될 수 있는 변화가 아니었나 싶다. 이러한 전례가 있는 만큼 현대도 과감한 마케팅을 추구할 필요가 있으며, 제네시스가 그 시초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러한 숙제들은 머지 않은 시점에 풀어져야겠지만 제네시스 세단이라는 자동차는 필자가 한국인으로, 그리고 한국 자동차 업계의 전(前) 종사자로서 세계인들 앞에 뿌듯해진 첫 한국산 자동차라고 말하고 싶다.



Posted by 따뜻한 우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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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V 시장을 보고 있으면 청룡열차 같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유가에 천덕꾸러기 신세더니, 최근에는 진정되는 유가에 다시 숨통을 트이는 눈치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대세는 SUV'임을 외치며 너나없이 이 시장에 진입했는데 지금은 공급과잉에 처치곤란한 경우까지 생기고 있다.
시장은 진화하는 법, SUV도 시장의 변화에 적응을 하며 새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바로 콤팩트 SUV다. 일부는 CUV(크로스오버 유틸리티 비클)라고 포장하기도 한다. 크기와 무게를 줄여 연비를 높이는 대신 편의성은 높여 사용자들의 요구를 충실히 반영했다는 차들이다.

글 / 오종훈 (메가오토 편집위원)
사진 / 고병배 (메가오토 컨텐츠팀 기자)

대표적인게 혼다 CR-V다. 국내 수입차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SUV다. 인피니티 EX도 크기로 보면 콤팩트 SUV다.
랜드로버엔 프리랜더가 있다. 토요타, 닛산, 미쓰비시 등 한국 진입 초읽기에 들어간 일본 브랜드들도 콤팩트 SUV들을 준비중이다.

따지고 보면 콤팩트 SUV의 원조는 기아자동차가 90년대 초에 컨셉트카로 선보였던 구형 스포티지 쇼트 보디다. 하지만 이 차를 양산하지 못한 채 기아차는 몰락의 길을 걷게 됐고 오히려 일본에서 콤팩트 SUV의 인기가 높았다. RAV-4, 파제로 미니, CR-V 등이 대표적이다. 콤팩트 SUV는 국내에서도 바람이 거세다. 투싼, 스포티지, 윈스톰 맥스, QM5 등이 이 인기몰이 중이다.
크고 비싸고 무거운 풀 사이즈 SUV 대신 작고 귀엽고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그러면서도 SUV로서의 기능은 제대로 갖춘 게 소형 SUV의 무시할 수 없는 매력이다.

여기 콤팩트 SUV 모델이 하나 더 추가됐다. 오늘의 주인공 폭스바겐 티구안이다. 전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어 한국에 배정할 물량이 없었지만 폭스바겐코리아가 떼를 쓰다시피해서 7월 국내 출시를 성사시켰다는 후문이다. 스스로 주차까지 한다는 똑똑한 티구안을 소개한다. 국내 시판 모델 2.0 TDI와 2.0 TSI 두 차종중 시승차는 TDI다.



평범하다. 겉모습은 그랬다. 길이는 4.5m에 못미치고, 높이도 1.7m가 안된다. 선과 면이 간결하다. 소박한 모습이다.
화려함이나 치장이 없다. 독일의 검소함이 배어 있다. 사람들은 오히려 이런 모습을 신뢰한다. 화려한 언변보다 묵묵함이 주는 믿음직 함과 비슷하다. 폭스바겐의 모든 라인업을 꿰뚫는 디자인 정서다. 톡톡 튄다는 뉴비틀 조차 뜯어보면 화려함보다 검소함에 가깝다.

헤드램프의 굴곡이 그나마 기교를 부린 선이다. 휠 하우스와 차의 옆면 아랫부분을 휘감는 사이드 가니시는 컬러의 통일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나름대로 젊고 개성있는 모습을 연출한다.

엄지 손가락에 힘을 주고 범퍼를 꾹 누르면 쑥 들어간다. 앞 뒤 모두 그렇다. 손가락을 누른 사람이 놀랄 정도로 쉽게 눌리고, 탄력있게 복원된다. 이 차에 적용된 '파크 어시스트' 기능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른바 자동주차 시스템으로,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에 하나 주차중에 차가 살짝 부딪혀도 찌그러짐을 막기 위해 잘 눌리고 탄력있게 복원되는 범퍼를 적용하지 않았나 싶다.

시트는 앉기 편하다. 문을 열고 엉덩이를 갖다 대면 시트다. SUV 치고는 시트 포인트가 낮다.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다.

익스테리어의 검소함은 실내에서도 드러난다. 운전석에 앉으면 허전하다. 아무 것도 없는 그냥 핸들 때문이다. 오디오 조절 스위치도, 패들시프트도, 아무 것도 없다. 오디오 리모컨이 달린 핸들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같은 허전함을 느낄 것이다. 그래도 있을 건 있다. 에어백은 내장돼 있고, 핸들 가운데를 누르면 경적 소리도 난다.
작은 차지만 공간의 아쉬움은 없다. 넉넉하지는 않지만 뒷좌석에서도 편히 앉을 수 있을 만큼의 공간을 가졌다. 콤팩트 사이즈에 알찬 공간이다.



센터페시아도 단순하다. 내비게이션 모니터에 주요 기능 버튼들을 몰아넣었기 때문이다. 모니터 아래로는 공조스위치만 3개가 외롭게 배치됐다. 센터페시아 제일 아래에 ESP, 파크 어시스트, 주차 센서 버튼이 나란히 있다.
파크 어시스트는 양산차에 최초로 적용된 자동주차장치다. 변속기 조작과 가속페달은 운전자 몫이니 자동이라기보다는 반자동으로 표현하는 게 맞다. 차는 핸들을 스스로 조작한다. 일렬로 나란히 주차할 때 이용할 수 있는 기능이다. 차를 세우고 파크 어시스트 버튼을 누른 뒤 변속기를 후진으로 넣고 가속페달을 밟으면 차가 스스로 공간을 파악하면서 핸들을 조작하면서 주차한다.
브레이크와 가속페달을 운전자가 적절히 밟아줘야 하고 변속기도 조절해야 하지만 길게 보면 자동화 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어 보인다. 자동주차라고 방심하면 안된다. 운전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운전자다. 차가 아니라는 말이다. 보조장치로 인식하고 활용해야지, '차가 알아서 다하겠지'하고 나 몰라라 하면 안된다.

시원한 파노라파 선루프는 이 차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 골프와 비교하면 3배나 더 넓은 면적을 유리로 덮었다.

SUV 답게 핸들은 적당한 유격이 있다. 적당한 유격은 운전하는 데 편안함을 준다. 타이트한 핸들은 운전하는 맛을 주지만 드라이버를 늘 긴장하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피곤하게 한다. 짧은 거리를 갈 때에는 타이트한 핸들이 좋지만 멀리 가거나 오프로드에서는 어느 정도 유격이 있는 핸들이 편하다.

폭스바겐의 사륜구동장치는 '4모션'으로 부른다. 4모션의 핵심 장치는 할덱스 클러치. 유압으로 작동하는 할덱스의 다판 클러치는 리어 액슬 드라이브와 일체형으로 연결됐다. 반응이 빠른 게 이 시스템의 특징. 앞뒤바퀴로 전해지는 구동력을 90:10, 혹은 0:100까지로 변화시킬 수 있다. 로 모드를 별도로 선택할 수는 없다.



시속 100km로 인터체인지의 코너를 돌아도 차체는 별로 힘들어 하지 않는다. 가속페달을 더 밟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차체가 엔진 파워를 충분히 받아주기 때문이다. 티구안이 자랑하는 강한 차체 강성을 느낀다. 비틀림 강성이 좋아 오프로드에서의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잘 버텨낸다.

가속을 시도했다. 디젤 엔진 특유의 굵고 낮은 소리가 들린다. 제로백 타임이 10.7초. 디젤 엔진 차로는 나쁘다고 할 수 없는 수준이다. 팍팍 치고 달리는 맛은 덜하지만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달리는 디젤 특유의 은근과 끈기가 있다. 시승도중 어림잡은 시간으로 100km/h에서 120km/h 도달 시간 은 약 5초, 다시 120km/h에서 140km/h 까지는 약 5.5초가 걸렸다. 140-160km/h는 8초, 160-180km/h는 약 10초가 걸렸다.
시속 150km까지는 부담없는 가속이 이어진다. 150km/h를 넘기면 가속은 더디고 180km/h에서는 탄력이 현격히 줄어 가속이 쉽지 않다. 제원표상 최고속도는 시속 182km. 하지만 어렵게 시속 200km를 터치할 수 있었다.

수동모드로 하고 가속페달을 킥다운하면 5,000rpm까치 치고 오른다. 수동 모드지만 5,000rpm을 넘기면서 자동변속이 일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1단 40km/h, 2단 65km/h, 3단 100km/h, 4단 130km/h, 5단 160km/h에서 각각 변속이 일어난다.

D모드에서 가속하면 35,60, 90, 120, 165km/h에서 각각 변속이 일어난다. 수동모드일 때와 큰 차이가 없다. 각 단별로 허용하는 속도의 범위가 좁다. 변속이 자주 일어날 수 있는 구조지만 변속 쇼크는 없는 편이어서 크게 신경 쓰이지 않는다.
시속 100km일 때 D 모드에서는 2,000rpm을 유지한다. 수동으로 바꿔서 체크해보면 3단에서 5000rpm에 이르며 4단으로 시프트 업이 일어난다. 100km/h를 유지하며 변속을 하면 4단에서 3500, 5단 2500, 6단 2000rpm을 기록한다. 속도를 높여 달리면 바람 소리보다 엔진 소리가 도드라진다.
오토 홀드 모드가 있어서 급경사 길에서도 멈춰 서기가 부담이 없다. 여성이 좋아할 요소다.



32.6kg.m의 최대토크가 발생하는 시점은 1,750rpm부터 2500rpm까지. 2,000rpm에 이르기도 전에 최대토크가 나오는 것. 낮은 엔진회전수에서 강한 토크를 얻는 것은 디젤엔진의 또 다른 장점이다.

공인연비는 12.2km/l, 판매가격은 4,170만원이다. 휘발유 엔진인 2.0TSI 가격이 4,520만원으로 디젤엔진 차가 더 싸다. 국산차들이 디젤차를 더 비싸게 파는 것과 대조적이다. 연구개발비가 더 들고 수요가 많지 않아 가격을 비싸게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게 국산차 메이커들의 주장이다. 폭스바겐코리아 박동훈 사장의 말은 단순 명쾌했다. "출력이 훨씬 낮은 차를 더 비싸게 받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것. 판단의 중심이 메이커인지 소비자인지 확실하게 갈리는 대목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일부 기능을 선택하면 마치 컴퓨터를 켜고 부팅되기를 기다리는 기분이 든다. DVD를 누르면 로딩중이라는 표시가 뜨고 일정 시간이 지나야 모니터에 정보가 뜨는 식이다. 컴퓨터가 자동차에 적용되는 것은 좋은 일이다. 다만 부팅하고 로딩하느라 시간 잡아먹는 것은 제외하고 말이다. 굵은 엔진 소리도 조금 줄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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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티 EX35는 분명한 색깔이 있는 컴팩트 크로스오버 모델이다. 거기다 이름처럼 비범(extraordinary)하다. 크로스오버의 유용성에선 약간 손해를 봤지만 인피니티가 지향하는 고급스럽고 스포티한 주행성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애쓴 결과 잘 달리는 멋진 스타일리스트로 탄생했다. 세계 최초로 선보인 어라운드 뷰 모니터는 들여다 볼수록 재미있고 뒷좌석을 전동으로 눕히고 펼 수 있는 화물공간은 호사스럽다.

글 / 박기돈 (메가오토 컨텐츠 팀장)
사진 / 고병배(메가오토 컨텐츠팀 기자)


인피니티는 그 동안 세대 교체가 다소 더딘 편이었다. 하지만 지난 세대의 탈을 가장 먼저 벗어 던진 M은 최근 페이스 리프트까지 마무리하면서 뛰어난 상품성을 국내에서도 재 인식시켜가고 있으며, M의 뒤를 이어 등장한 신형 G 세단은 한국 닛산으로서는 행운의 모델로, 다소 부진했던 국내 상황을 반전시킨 주역이 되었다. 여세를 몰아 G37까지 인기를 끌고 있지만 막상 가장 맏형인 Q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모델 체인지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다.


이처럼 시급해 보이는 기함의 모델 체인지에 앞서 인피니티는 SUV 라인업 확대를 먼저 단행했다. 국내에는 소개되지 않은 기함 SUV QX56과, 멋진 스타일과 스포티한 주행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FX 아래, 최근 여러 메이커들이 앞다투어 뛰어들고 있는 컴팩트 SUV로 눈길을 돌려 매력적인 컴팩트 크로스오버 EX를 먼저 선 보인 것이다. 그리고 최근 빨라진 행보에 가속이 붙은 듯 인피니티의 원조 크로스오버 FX도 지난 제네바 모터쇼를 통해서 완전히 새롭게 변신한 모습을 선보였다.

EX의 등장은 최근 각광받고 있는 컴팩트 SUV 시장에 대응한 것으로, 이 분야는 시장을 선점하고 있던 일본과 한국의 컴팩트 SUV와 프리미엄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상륙한 BMW X3에 이어 여러 브랜드가 앞 다투어 참여하고 있는 세그먼트다. 인피니티 EX를 비롯해서 볼보 XC60, 폭스바겐 티구안 등이 이미 그 모습을 드러냈고, 메르세데스-벤츠 GLK와 아우디 Q5 등도 개발이 한창 진행 중이다.

어쨌든 가장 최근에 등장한 인피니티 EX는 경쟁모델들과는 차별화 됨을 발견할 수 있다. 컴팩트 SUV 개발은 기본적으로 경제성을 고려한 측면이 강한데, EX는 체구가 작은 만큼 더 경제적일 수는 있겠지만 경제성을 우선으로 고려하기 보다는 고성능을 함께 염두에 둔 모델임을 라인업을 통해서 인지할 수 있다. 낮은 배기량의 가솔린 엔진이나 디젤 엔진이 고려되고 있지 않음이 이를 말해 준다.

익스테리어

가장 늦게 라인업에 참여한 EX는 지난 해 뉴욕 모터쇼에서 컨셉트카로 첫 선을 보인 후 지난 여름 페블비치 콩쿠르 델레강스를 통해 공식 데뷔했다. 국내 도입에는 다소 시간이 걸려 그 동안은 자료 사진을 통해서만 만날 수 있었는데 스타일에서 다소 균형이 맞지 않는 듯한 어색한 느낌이 강했었다. 그런데 신차발표회장에서 처음 만났을 때의 느낌은 전혀 달랐다. 마치 늘씬한 해치백인양 스타일이 마음에 들었다. 특히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낫다는 점이 두드러졌다.

EX는 크로스오버를 지향하는 기존의 중형 SUV, FX의 DNA와 최신 플랫폼인 G35의 FR-L 플랫폼의 만남으로 이루어졌다. 크기 면에서 G35 세단을 위로 늘여 놓은 듯한 느낌이 들면서 지붕을 우아하게 떨어뜨려 SUV라기 보다는 해치백의 느낌이 강하게 든다. 이런 점이 또한 FX와 일맥상통하기도 한다. 크기를 가늠할 수 있는 상대적인 배경이 없는 장소에 서 있다면 해치백으로 보기에 전혀 무리가 없어 보인다.

특히 EX 디자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롱노즈 숏테크(?) 스타일이다. 물론 해치 도어를 갖고 있는 만큼 숏테크로 보기는 어렵지만 전체 길이에 비해 노즈가 긴 특성이 두드러진다는 말이다. 이런 롱노즈 숏테크 스타일은 강력한 퍼포먼스와 핸들링을 자랑하는 정통 로드스터나 스포츠 쿠페에서 흔히 만나 볼 수 있는 타입인 만큼 EX가 지향하는 바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리고 이는 FX에서도 마찬가지여서 결국 인피니티가 지향하는 고급스러우면서도 스포티함을 추구하는 방향과 맞아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그리 크지 않은 차체를 가진 컴팩트 SUV에서 롱노즈 스타일로 인해 외관상 스포티함이 돋보이는 장점이 있다면 단점은 줄어드는 실내와 화물공간이다. 넉넉한 공간 때문에 SUV를 선호하는 사회적인 요구를 감안하면 분명 감점요인이 된다. 그런 만큼 EX는 그 추구하는 철학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접근할 때 그 가치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전체적인 스타일에서 스포티한 크로스오버로 인기를 얻고 있는 FX의 DNA가 묻어 있다면 세부적인 면에서는 같은 플랫폼을 공유하고 있는 G35 세단의 터치가 강하다. 펜더 위로 파고 드는 날렵한 헤드램프, 더블 아치 라디에이터 그릴, 그리고 물 흐르듯 흐르는 곡선처리 등에서 G35를 읽을 수 있다. 물론 약간의 변화를 거친 터치다. 전면이 강조된 사진에서는 길고 넓은 보닛 상단이 다소 심심해 보였었는데 실물을 보면 역동적인 곡면 처리가 돋보인다.

옆모습에서는 굴곡이 큰 캐릭터 라인이 두드러지고 뒤로 가면서 쿠페처럼 떨어지는 지붕선이 역동성을 잘 살리고 있다. 사진으로 봤을 때 다소 심심하거나 혹은 어색해 보였던 뒷모습도 측면에서 비스듬히 바라보면 시선을 잡아 끄는 터치들이 많이 보인다. D필러 위쪽에서 내려오는 지붕선의 주름이라든가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에 숨어 있는 예리한 모서리 등이 그것이다. 리어 윈도우 위를 덮고 있는 스포일러는 마치 선바이저 같은 느낌이다.

FX의 거대한 20인치 휠에 비하면 다소 작은 18인치 알로이 휠도 컴팩트한 차체의 EX에서는 그 위용이 20인치 못지 않다. 8개의 스포크 디자인은 인피티니 모델들에서 자주 보아왔던 터치와 크게 다르지 않아 친숙하면서도 스포티한 느낌이 좋다.

인테리어

EX에는 웰컴 라이팅 시스템이 있어 캄캄한 밤에 차에 접근하면 사이드 미러 아래로 등을 켜서 주인을 반갑게 맞아준다. 도어를 열고 실내를 들여다 보면 실내 또한 G35 세단을 세로 방향으로 늘여 놓은 듯한 느낌 그대로다. 스티어링 휠도 센터 페시아도 기어 레버도 모두 익숙하다. 하지만 도어 트림에서부터 센터 페시아 상단을 아우른 후 다시 반대편 도어 트림으로 내려가는 라인을 따라 2분할되는 인테리어 전면은 세단에 비해 훨씬 더 아늑하고 감싸인 듯한 느낌을 제공한다. 일반적으로 세단이 아늑하고 SUV는 여유로움으로 다가오기 마련인데, EX에서는 세단 못지 않은 아늑함이 돋보인다. 이 역시 FX에서부터 이어져온 스포티하고 아늑한 실내의 전통으로 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SUV의 거북스런 몸 놀림 대신 날렵한 세단의 달리기 실력을 기대하게 만든다.

상하 투톤으로 처리된 실내에서 밝은 베이지 색 내장은 화사하고 고급스럽지만 관리 면에서는 다소 부담이 되겠다. 실내를 둘러 보면 독특한 터치도 여기 저기 보인다. 도어 패널의 알루미늄 트림도 그렇고 길쭉한 타원형의 공기 배출구도 그렇다. 무엇보다 글로브 박스 윗부분에 새겨진 세 가닥 세로 주름은 낯설어 자꾸만 손가락으로 따라 그려 보게 된다. 진짜 가죽으로 덮은 후 가죽이 주름진 골이라면 무척이나 고급스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의 실내로 들어설 때 주목할 만한 부분은 시트 포지션이다. 흔히 SUV에서는 높은 시트 포지션으로 인해 올라타는 느낌이 강한데, EX는 거의 걸터앉는 느낌이다. 최저 지상고가 낮을 뿐 더러 시트 포지션도 최대한 낮춘 결과다. 험한 오프로드에 들어갈 요량이 아니면 일상적인 용도에서 아주 편리한 부분일 수 있겠다. 물론 여성 운전자들에게는 큰 호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시트 이야기가 나왔으니 전동으로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2열 시트도 주목해 보자. 우선 해치를 열면 트렁크 좌우 벽면에 각각 폴딩 스위치가 있다. 이 스위치로 2열 시트를 눕힐 수도, 또 세울 수도 있다. 시트를 세울 때는 완전히 세워질 때까지 스위치를 누르고 있어야 한다. 운전석의 기어 레버 아래에도 시트 폴딩 버튼이 한 쌍 더 마련되어 있다. 여기서는 누운 시트를 세울 수만 있다. 2열 시트는 버튼을 이용해 전동으로만 작동시키는 것이 아니라 전통적인 방식대로 락을 풀고 수동으로 눕히거나 세울 수도 있어 상황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작동시킬 수 있다.


스티어링 휠과 계기판, 센터 페시아 등은 G35 세단과 G37 쿠페에서 보아 온 것과 거의 똑 같다. G 모델들에 적용되어 좋은 반응을 얻었던 한지 느낌의 센터페시아 트림은 우드 그레인으로 대체되었다. 오디오는 역시 보스 시스템이 적용되어 음악 감상에 즐거움을 더한다. G37 쿠페에서는 도어에 장착된 10인치 우퍼가 주목을 받았는데, EX에서는 10인치 우퍼는 적용되지 않은 반면 트렁크 아래 스페어 타이어 수납공간에 서브 우퍼를 장착해 풍부한 저음을 제공한다.

이제 인티니티 EX에서 가장 주목 받는 기능을 살펴보자. 후방카메라, 전방 카메라에 이어 마침내 사방을 동시에 보여주는 어라운드 뷰 모니터가 등장했다. 기자도 실제 그런 상상을 한적이 있다. 하늘 위에서 사방을 다 보여주면 편할 수 있겠다고. EX에서 선보인 어라운드 뷰 모니터는 기자가 상상한 것에는 못 미치지만 주차 시 자동차 사면에 숨어 있는 장애물을 모니터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아주 재미있는 기능이다.

어라운드 뷰 모니터를 위해서는 화각이 아주 넓은 초 광각 카메라가 앞, 뒤 그리고 좌우 사이드 미러 아래쪽에 장착되어 있으면서 영상을 모니터로 보내주면, 차량의 전후 좌우 영상을 적절히 조합해 모니터에서는 공중에서 내려다 본 듯한 이미지를 만들어준다. 우선 모니터 아래 있는 [CAMERA] 버튼을 누르면 기어 포지션에 따라 전방 혹은 후방의 영상과 함께 우측 분할 화면에는 차량 우측면 바닥 영상이 나타난다.

그 상태에서 [CAMERA] 버튼을 한 번 더 누르거나 모니터 상에 있는 Change View를 누르게 되면 우측 화면이 어라운드 뷰 모드로 전환된다. 이 때는 가운데 EX를 내려다 보는 이미지가 중앙에 나타나고 분할된 네 개의 화면이 마치 한 화면인양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전후 좌우를 한꺼번에 보여준다. 사진에서처럼 주차 라인을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좁은 골목길이나 주차되어 있는 차량 사이를 지날 때 눈으로 직접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몇 번을 시험해 보았는데 보면 볼수록 재미있는 기능이다. 하지만 어두운 공간에서나 화면상으로 식별이 어려운 장애물도 있을 수 있어 모니터만 의지한 채 방심하면 장애물에 부딪힐 수도 있을 것 같다. 자주 사용하면서 모니터 상에 나타난 영상을 보다 잘 이해하게 되면 아주 유용할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겠다. 이제 EX로 자동차 면허 시험을 본다면 시간 초과는 모를까, 라인을 밟아서 떨어질 일은 없을 것 같다.

트렁크 공간은 역시나 충분히 넓은 수준은 아니다. 대형 TV나 큰 액자 등 특별히 큰 물건을 옮겨야 하는 상황이라면 트럭이나 중 대형 SUV 뒤를 따라 에스코트 하는 일 밖엔 할 수 없겠지만, 일상에서 쇼핑을 하거나 장거리 여행 등에 필요한 공간으로는 뭐 무난한 편이다. 그러면서 2열 시트 등받이를 버튼만으로 눕히고 펼 수 있으니 약간은 사치스럽기까지 하다.

비범한 달리기 실력 갖춘 크로스오버

EX35에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3.5리터 엔진이 얹힌다. 그 유명한 VQ35HR V6 3.5리터 엔진은 최고출력 302마력/6,800rpm, 최대토크 34.8kg.m/4,800rpm을 발휘한다. G35 세단을 통해서 먼저 선보인바 있는 VQ35HR은 이전 VQ35DE를 개선해 더욱 강력한 성능을 뿜어내게 되었다. G35 세단에서는 최고출력 315마력에 최대토크 36.5kg.m를 발휘했지만 EX35를 위해서는 출력과 토크를 살짝 낮췄다.

변속기는 G35 세단과 같은 자동 5단이다. 최근 인피니티는 신형 FX에 자동 7단을 조합해서 선보였으며, 유럽 버전으로 공개된 EX37에도 역시 자동 7단을 탑재하는 등 이제 변속기 부분에서도 빠른 행보를 선보이고 있지만 이번에 국내에 소개된 EX35는 아직 그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아쉬운 데로 다운시프트 회전수 매칭 기능이 있어서 수동모드에서 매력적인 달리기를 즐길 수 있다.

EX35의 주행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다이나믹한 주행 감각이다. 많은 SUV들이 승용감각, 유러피안 주행 성능을 이야기하지만 EX35는 그 정점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프로드에서는 불리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겠지만 최저 지상고가 낮고, 롤센터 역시 낮으며 서스펜션 세팅 또한 승용차 감각에 최대한 근접한 세팅을 선보이고 있다. 약간 키 큰 해치백을 타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G35 세단이나 G37 쿠페와 비교하면 부드러울 수 밖에 없지만, 일상적인 주행에서 노면의 작은 요철에 대한 정보가 비교적 잘 전달될 정도면 거의 승용차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G35에 비해 약 200kg 정도 더 무거운데다 엔진 출력도 살짝 디튠한 크로스오버 EX35의 달리기 실력은 어떨까? 최고속도, 0~100km/h 가속시간 등의 제원이 발표되지 않아 수치로 비교하긴 힘들지만 300마력이 넘는 3.5리터 VQ 엔진의 위상에 걸맞은 날랜 주행이 두드러진다. 가속이 시원시원하고 응답성이 빠르지만 차체의 스쿼드나 롤링 등은 아주 적극적으로 억제되었다.


정지상태에서 풀 가속을 해 보면 75, 125, 190km/h에서 각각 변속이 이루어진다. 5단 변속기를 얹은 만큼 보폭이 넓다. 하지만 강력한 파워 덕분에 변속 과정 중에 힘이 떨어지는 느낌은 찾을 수 없다. 변속이 이루어지는 회전수는 무려 7,500rpm이나 된다. 4단으로 변속한 후 5,000rpm 정도에서 200km/h를 넘어선 후 가속은 숨 고르기 없이 꾸준하게 이어져서 6,000rpm에서 238km/h를 기록하고 더 이상 가속되지 않는다. 고속에서의 주행 안정성 또한 세단과 크게 다르지 않을 만큼 안정적이다.

기어 레버를 왼쪽으로 당겨 수동모드로 주행하면 7,800rpm에서 연료가 차단되고 자동으로 시프트 업이 되진 않는다. 기자는 수동모드라 하더라도 시프트 업은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편이 좋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G 세단과 쿠페를 비롯해 EX를 탈 때는 시프트 업 포인트를 놓치지 않기 위해 긴장해야만 한다.

EX는 SUV라기 보다는 크로스오버 스포츠에 가까운 만큼 코너링 실력도 만만치 않다. 일반적으로 SUV로 와인딩 코스를 달리는 건 완전히 다른 각도에서 접근할 수 밖에 없는데, EX는 승용차, 혹은 스포츠 모델에 준하는 달리기를 시도해도 크게 무리가 없을 정도다. 코너에서 다음 코너까지 이어지는 구간에서의 가속이 시원하고 안정적인 감속과 함께 코너를 돌아나갈 때도 상당한 횡 G를 즐길 수 있다. 패들 시프트가 없어서 코너링에서 재미가 약간 줄어 들긴 했지만 기어 레버로 조작하는 다운 시프트도 나쁘지 않다. 감속하면서 기어를 내릴 때 회전수를 맞춰주느라 발생하는 ‘붕~’하는 엔진 사운드는 이후에 이어질 경쾌한 가속에 대한 기대가 담겨있어 언제 들어도 즐겁다.

EX가 거의 승용차에 가까운 주행성을 갖고 있다 해도 승용차에 비해 절대적으로 높은 지상고와 약간은 더 부드러운 세팅은 코너링에서 불리할 수 밖에 없지만 EX에는 스카이라인 GT-R을 통해 명성을 얻은 지능형 4륜 구동 시스템 ATTESA E-TS AWD가 있으니 그런 불리함을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 평상시에는 구동력 전체가 후륜에 집중되어 있지만 상황에 따라 구동력 배분을 50:50까지 변환할 수 있다. 실제 와인딩에서도 거의 뉴트럴에 가까운 특성으로 인해 코너링 속도를 조금씩 더 높여 갈 수 있다. 한계를 넘어서면 VDC가 개입해 자세를 바로 잡아주는데 비교적 빠르게 개입하는 편이다.

EX는 차체 크기 때문에 SUV를 꺼려하는 사람들에게도 호감을 줄 수 있을 만큼 컴팩트하면서 승용차 느낌의 주행성과 강력한 엔진이 어울려 소형 크로스오버의 퍼포먼스 스타일을 완성하고 있다. 따라서 일반적인 컴팩트 SUV와는 그 고객층이 나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가 여성에게 더 어필할 것이라는 관측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고성능 세단으로 남성에게 인기가 높은 G35 세단이, 작고 예쁜 세단으로 여성에게도 인기가 있으니 말이다.


EX35를 바라보면서 기존의 컴팩트 SUV의 관점에서 아쉬움을 이야기하자면 멋진 스타일과 뛰어난 패키징을 좀 더 많은 이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경제적인 2리터 정도의 디젤 엔진 버전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인피니티가, 그리고 EX가 지향하는 방향과 많이 다르므로 실현 가능성이 극히 낮다. 그렇다면 고성능을 발휘하는 3리터급 디젤엔진은 어떨까? 고성능과 경제성을 어느 정도 공유할 수 있을텐데… 좀 더 현실적인 바람을 이야기한다면 컴팩트한 멋진 차체와 강력한 엔진 성능에 어울리는 수동 6단 변속기를 국내에서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이 역시 국내 여건 상 가능성은 희박하다.

기자는 한 때 스포츠 성이 짙은 소형 크로스오버를 동경한 적이 있다. 소형차를 베이스로 전천후 4륜 구동 시스템에 멋진 해치백 스타일, 그리고 스포츠카 뺨치는 강력한 달리기 실력을 갖춘 그런 컨셉이다. 여러 모터쇼에서 그런 형태의 컨셉트카는 많이 등장했지만 현재 시점에서 실제 양산에 이른 모델로는 EX가 가장 근접한 모델처럼 보인다.


인피니티 EX35 주요제원

크기
전장×전폭×전고 : 4,640×1,800×1,600mm
휠베이스 : 2,800mm
트레드 (앞/뒤) : 1,540 / 1,545
차량중량 : 1,820kg

엔진
형식 : V6 DOHC VQ35HR
배기량 :
최고출력 : 302마력 / 6,800 rpm
최대토크 : 34.8kg.m/4,800 rpm
구동방식: ATTESA E-TS AWD

변속기
자동 5단
기어비 : 3.841:2.352:1.529:1.000:0.839:2.764
최종감속비 :

섀시
서스펜션 (앞/뒤) : 더블 위시본 / 멀티링크
브레이크 : 4륜 V. 디스크
스티어링 : 랙 & 피니언(파워)
타이어 : 225/55R18

성능
0-100km/h : -
최고속도 : -
연료탱크 용량 : 76리터
연비 : 8.3km/L

가격
5,470만원
Posted by 따뜻한 우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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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슈퍼 미니급 새 소형차 ‘i20’의 최초 시승기가 국내에 소개됐다. 영국의 자동차전문지 ‘오토카’에 실린 시승기를 ‘오토카 코리아’가 12월호에 게재한 것이다. 오토카 코리아의 최주식 편집장이 그 내용을 보내왔다.<편집자>

여전히 저렴하면서도 실력을 갖춘 새 소형차가 유럽제 라이벌들을 노리고 있다. 가격대비 가치와 운동성능이 뛰어나지만 단단한 승차감이 불만이다.

다음 세대 차들은 유럽 소비자들을 위해 디자인하고 생산할 것이라고 현대가 말해온 지 2년이 지났다. 서구화된 한국산 모델들을 가져다가 싸게 파는 대신 유럽인들의 취향에 맞는 차를 만들어 팔겠다는 얘기였다. 독일에 대형 기술센터를 짓고 인도와 체코에 현대식 생산시설을 갖춘 현대는 유럽 회사들과 경쟁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왔다.

현대는 이미 패밀리 해치백 i30과 시티카 i10을 통해 그 변화를 보여줬다. 하지만 i20의 의미는 그 이상이다. 이 차는 영국에서 가장 큰 시장인 슈퍼 미니급에 해당하며 현대의 베스트셀러인 겟츠(클릭)를 대신한다.

그러나 그 중요성에 비춰본다면 보수적인 생김새가 다소 실망스럽다. 신형 포드 피에스타의 대담함이나 마쓰다2의 활력 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다. 멋쟁이 상품이 아닌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지붕선 덕에 실용적이며 형상은 충분히 멋지다.

실내는 그동안 보아온 현대차들보다 훨씬 세련됐다. 시승차는 최고급인 ‘스타일’ 모델이었지만 모든 i20은 상당한 사양을 갖추고 있다. 활달한 투톤시트 커버는 실내 분위기를 살리고, 고르지 못한 일부 단차나 몇몇 스크래치는 눈감아 줄 수 있는 정도다. 모터쇼에 전시됐던 탓이다. 헤드룸과 뒷좌석 무릎공간은 충분하며 트렁크 공간도 적당하다.

우리는 가장 힘 좋은 1.4L 디젤 버전만 몰아볼 수 있었는데, 영국에서는 이 버전의 판매비중이 높지 않을 것이다. 연비는 가혹한 시승조건에서도 17.7km/L 이상이었으니 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조악한 소리를 내는 디젤 엔진은 민첩한 소형차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i10에 먼저 쓰인 77마력 1.2L 휘발유 엔진도 얹히는데, 현대는 i20 고객의 30%가 이 신형 엔진을 택하리라 믿고 있다. i20보다 작고 75kg 가벼운 i10을 통해 경험해본 바로는 이 엔진이 i20에도 상당한 도움을 줄 것이다.

도로주행성능은 잘 조율되었고 다이내믹하게 완성됐다. 특히 겟츠와 비교하면 그렇다. 차체 롤도 훨씬 줄었고 까다로운 젖은 노면 위에서도 조향이 날렵하다.

한계를 벗어나도 안정적으로 움직이며 52만원짜리 옵션인 ESP가 안전그물 역할을 한다.

굳이 비교하자면 주행특성은 독일차에 가깝다. 독일에서 많은 고속주행 및 핸들링 테스트가 이루어졌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i20의 가장 큰 흠이 승차감인 것도 거기에서 비롯된다. 독일의 부드러운 노면을 달리는데도 저속과 고속에서의 진동유입이 지나쳤다.

그렇다고 i20이 모든 것과 충돌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커다란 턱 같은 것은 아주 능숙하게 넘는다. 하지만 단단한 서스펜션에서 비롯되는 끊임없는 안절부절은 요철이 심한 영국 도로에서 더욱 부각될 것이다. 그보다 작은 15인치 휠을 끼운 차는 승차감이 조금 나았다. 시승차의 금호타이어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영국 사양에는 한국타이어가 달릴 예정이다.

종합적으로 보자면 i20은 현대의 시장공략에 도움을 줄 것이다. 조건이 좋고 유럽 브랜드의 경쟁모델들과 대적할 만한 실력을 갖췄다. 다만 슈퍼미니급에 신선함을 불어넣지는 못한다.

i20의 가격은 경쟁모델들보다 여전히 저렴하며, 5년 보증 역시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것이다. 하지만 경제가 어려울수록 소비자들은 더 자극적인 상품을 찾는 경향이 있다.

◆NEW TECH 다음번에는: 99g/km

현대는 CO₂배출이 99g/km에 불과할 정도로 절약형인 i20을 개발하고 있다. 이번에 테스트한 1.4L 디젤을 베이스로 ‘블루(Blue)'라는 이름을 추가하는 이 버전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연료절약 기술을 적용함으로써 가격인상을 최소화했다.

신호대기 중의 엔진 공회전을 막기 위해 보쉬의 스톱-스타트 시스템을 채용할 것이다. 전용 6단 변속기와 좀 더 공기역학적으로 변형된 그릴 및 범퍼의 채용도 예상된다. 타이어와 엔진 오일 또한 저마찰 사양이 사용될 것이다. 이 세금 절약형 모델은 1년 내에 출시된다.
Posted by 따뜻한 우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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