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우체부 :: 여전히 맛있는 프렌치 SUV, 푸조 3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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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만~4,000만 원대 SUV. 고를 수 있는 차가 정말 많다. 전기 모터 단 쏘렌토도 있고, 여덟 명 앉는 팰리세이드도 있다. 우락부락한 렉스턴도 타고 다니면 왠지 폼 날 듯하다. 하지만 꼭 국산차를 고집해야 할 이유가 없다면, 살짝 눈을 돌려도 좋다. 비슷한 가격으로 훨씬 개성 있는 선택을 할 수 있으니까. ‘가성비’ 좋고 스타일 멋진 푸조 3008도 좋은 예다.

글 강준기 기자
사진 로드테스트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이전, 제주도를 찾아 조용히 휴식을 즐기고 왔다. 렌터카를 골라야 하는데, 흔한 국산차는 왠지 끌리지 않았다. 대신 5일 동안 추가 주유 없이 다닐, 효율 좋고 넓은 SUV를 찾았다. 내가 고른 차는 3008. 푸조제주렌터카에서 일정 맞춰 빌렸다. 대형 캐리어 1~2개쯤 넉넉히 품을 수 있는 적재공간, 1L당 14.0㎞의 복합연비까지 입맛에 딱 맞았다.

어느덧 데뷔 3년차 맞은 3008. 여전히 신선한 스타일을 뽐낸다. ‘범생이’처럼 반듯한 비율을 지닌 라이벌, 폭스바겐 티구안과 결이 다르다. 사자의 발톱처럼 날카롭게 깎은 헤드램프, 눈매 따라 범퍼까지 이은 과감한 캐릭터 라인, 플로팅 루프 디자인 등 볼거리가 가득하다. 차체 길이와 너비, 높이는 각각 4,450×1,840×1,625㎜. 티구안보다 35㎜ 짧고 40㎜ 낮다.

 

 

 

 

외모보다 더 마음에 드는 건 실내. 다소 칙칙하고 무거운 폭스바겐 인테리어와 비교하면 무척 감각적이다. 소재가 고급스러운 건 아닌데, 비슷한 가격으로 이렇게 ‘예쁜’ 실내를 구현한 게 푸조의 매력이다. 운전석 쪽으로 감싸는 센터페시아, 작고 그립감 좋은 스티어링 휠, 피아노 건반처럼 누르기 쉬운 조작버튼, 독특한 모양의 기어레버가 간결하면서도 직관적이다.

 

 

 

계기판은 12.3인치 모니터를 꿀떡 삼켰다. 대부분의 차는 운전대 사이로 계기판이 보인다. 그러나 푸조는 위쪽으로 보여 낯설다. 그러나 일단 적응만 하면 헤드업 디스플레이처럼 보기 편하다. 앞좌석은 옆구리와 허벅지 부위를 두툼하게 빚어, 탑승자를 포근하게 감싼다. 또한, 엉덩이와 등받이 부위엔 직물, 가장자리엔 가죽을 씌웠고 이음새는 브론즈 색 실로 메웠다.

 

 

 

대형 캐리어 2개도 거뜬하게 품는다.

 

2열도 생각보다 여유롭다. 시트를 1:1:1로 나눈 5008과 달리, 4:6으로 나눠 덩치 큰 성인이 앉기에도 부담 없다. 트렁크 기본 용량은 VDA 기준 590L. 615L의 티구안보단 소폭 작지만, 510L의 쏘나타 등 중형 세단보다 한층 넉넉하다. 무엇보다 무거운 캐리어를 허리 숙이지 않고, ‘쓱’ 하고 편하게 넣을 수 있어 좋다. 전동 개폐 버튼 역시 빠짐없이 챙겼다.

“딱 적당한 파워, 핵심은 연비”

 

 

3년 전 시승한 3008은 직렬 4기통 1.6L 디젤 터보 엔진을 썼다. 신형은 1.5L로 ‘다운사이징’ 했다. 대신 8단 자동변속기를 물리고 출력은 120→131마력으로 키웠다. 가속 성능은 딱 예상한 대로다. 힘차게 밀어붙이기보다, 1,750rpm부터 뿜는 최대토크를 이용해 묵직하게 속도를 붙인다. 초기 반응이 경쾌한 국산차에 익숙하다면, 조금은 답답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일단 탄력이 붙으면 그다지 아쉽지 않다. 또한 ‘꽉꽉’ 막히는 도심 정체구간에서도 리터당 15㎞ 이상 기록하는 연비를 보고 있으면, 출력에 대한 갈증은 가볍게 무시할 수 있다.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이후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등 자동차 업체가 배출가스로 휘청거릴 때, 푸조는 깐깐한 규제를 모두 통과한 제조사다. 엔진에 ‘블루 HDi’ 배지 붙일 만하다.

 

 

한라산 등반을 위해 이른 새벽, 1100고지로 향했다. 이곳은 자동차 마니아에게 꽤 유명한 코스다. 한라산 절경이 펼쳐진 꼬부랑길인데, 위아래로 요동치는 노면 덕분에 ‘기본기’를 테스트하기 안성맞춤이다. 이런 지형은 푸조가 가장 좋아하는 곳이기도 하다. 1981년부터 푸조 205 터보를 앞세워 각종 랠리 무대를 주름 잡은 제조사니까. 3008에도 노하우가 스몄다.

서스펜션 구조는 앞 맥퍼슨 스트럿, 뒤 토션빔. 쓰는 재료는 여느 제조사와 큰 차이 없는데, 감칠맛은 전혀 다르다. 댐퍼의 상하 움직임이 크고 부드럽지만, 그렇다고 자세가 무너지진 않는다. 끈끈하게 노면을 감싸는 느낌이 일품이다. 역시 운전재미는 가속 성능이 전부가 아니다. 평범한 출력을 지녔지만 운전대 돌릴 때마다 제법 신이 난다. 제동 감각도 깔끔하다.

 

밤에 더 아름다운 3008 인테리어.

 

안전 및 편의장비도 알차게 담았다. 앞 차와 마주오는 차를 인식해 조사각을 주무르는 ‘하이빔 어시스트’, 차 스스로 운전대 꺾는 ‘차선이탈 방지 시스템’, 보행자를 인식하는 ‘액티브 세이프티 브레이크’ 등이 대표적이다. 개방감 좋은 파노라마 선루프도 GT 라인부터 심었다. 단, 주행속도와 차간거리를 조절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없는 점은 옥의 티다.

매력적인 스타일과 농익은 기본기 갖춘 3008의 가격은 4,070만 원부터. 합리적이지만, 막상 선택하려고 하면 보증기간은 어떨지, 서비스는 불편하지 않을지 여러모로 생각할 게 많다. 우선 푸조의 보증기간은 차체 및 일반부품 3년/10만㎞(선도래 기준)로, 여느 수입차 브랜드와 비교해 거리가 꽤 넉넉하다. 또한, 보증연장 프로그램을 통해 6년/16만㎞까지 늘릴 수 있다.

 

 

즉, 연간 주행거리가 많다면 좋은 선택이다. 아울러 현재 국내 푸조 공식 서비스센터는 총 18개다. 각 시‧도별로 1개 이상씩 갖췄다. 푸조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집이나 직장 근처에 서비스센터가 있는지 확인하면 좋다. 흔한 국산 SUV가 싫다면, 비슷한 가격으로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다양하다. 최종 판단은 소비자 몫이다.

<제원표>

 

깊이 있는 자동차 뉴스, 로드테스트

Posted by 따뜻한 우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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