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우체부 :: 올인원 패키지, 재규어 F-페이스 D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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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재규어는 SUV 개발을 현실과 동떨어진 일처럼 여겼다. 줄곧 세단에만 집중해온

터라 SUV를 만든다는 생각은 한동안 재규어 내부에서조차 비웃음을 살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SUV에 대한 열망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가운데, SUV란 흥행 보증수표를 마냥 무시할 수는 없었다. 

콧대 높던 재규어는 이제 첫 SUV인 F-페이스에 이어 준중형 SUV E-페이스와 전기차 I-페이스까지 차례로 내놓으며 SUV 제품군의 구색을 제법 갖췄다. 스포츠카 F-타입에서 영감을 받아 빚은 F-페이스는 한 차례 부분변경을 거치면서 세련된 이미지가 한층 강해졌다. 

새롭게 설계한 보닛은 프런트 그릴 상단까지 뻗어서 보기 흉한 닫힘선을 지웠고, 곡면은 한껏 부드럽게 다듬었다. 눈매가 매서운 슬림한 헤드램프와 더불어 차가 더 커 보이는 인상을 준다. 일단 우리나라에는 디젤 모델(D200)만 들여왔다.

 

뻔한 4기통 2.0L 디젤 엔진이 아니다. 이번에 처음 더한 마일드 하이브리드 기술은 시속 17km 이하에서는 엔진 구동을 멈추고, 주행을 재개했을 때 저장한 에너지로 가속을 보조한다. 기존 내연기관 모델처럼 이질감 없이 작동하고, 2t이 넘는 무게로 복합연비 12.8km/L를 실현하게 한 든든한 숨은 조력자다. 최고출력은 204마력이고, 출력 전달은 8단 자동변속기가 담당한다.

 

비교적 낮은 회전수(1750~2500rpm)에서 터져 나오는 43.9kg·m 최대토크로 인상적인 펀치력을 뽐내는 점도 매력이다. 제로백 8.7초를 실현한 뜀박질 실력 덕분에 고속도로에 진입할 때나 앞서가는 차를 추월할 때 전혀 답답하지 않다. 서스펜션 세팅은 편안함보다는 스포츠 성향에 가깝다. SE 트림에는 20인치 휠을 적용해 더 단단하게 느껴진다. 

 

단점은 아니다. 탄탄한 하체가 듬직하기만 하다. 더군다나 운전자의 조작 정보와 엔진, 변속기, 트랙션컨트롤 반응을 종합 비교해 최적의 토크를 배분하는 똑똑한 네바퀴굴림 시스템이 차체 자세를 빠르고 안정되게 보정한다. 

 

어댑티브 서스펜션이 댐퍼를 잔뜩 조여도 웬만한 요철을 유연하게 걸러내기 때문에 거침없이 달려도 불안하지 않다. 정확한 스티어링 덕에 어지럽게 휘어진 좁은 시골길도 문제없다. 무거운 무게 치고는 고속 코너를 소화하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SUV 특유의 롤이 느껴지는 순간은 아주 빡빡한 코너를 돌 때나 갑작스럽게 방향 전환할 때뿐이다. 편안한 승차감 위주의 주행 질감을 바란다면 두툼한 19인치 타이어를 신는 S 트림이 더 낫다. 옵션 몇 개가 빠지겠지만, 600만원가량 아낄 수 있다. 

 

피부에 와닿는 변화는 I-페이스의 모던함을 모방한 실내에 많다. 일단 멋스러운 스티어링휠 하나만으로도 실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스티어링휠 뒤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은 기본적으로 속도계와 태코미터 다이얼이 화면에 떠서 익숙하다. 설정에서 다른 필요한 정보로 바꿀 수도 있다. 버튼은 대부분 디지털화했지만, 필요한 기능은 11.4인치 터치스크린 밖에 꺼내 놓아서 크게 불편하지 않다.

 

가장 큰 단점으로 꼽혔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개선한 것은 실내 변화 중 가장 환영할 일이다. 이전과 달리 연결성에서 아무런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는다. 내장 내비게이션에 우리나라 운전자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T맵을 적용했지만, 사용 빈도는 높지 않으리라 예상한다.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로 T맵을 사용할 때와 비교하면 그래픽과

해상도가 크게 뒤지기 때문이다. 트렁크 공간은 동급 최대인 650L를 자랑한다.

 

2016년 데뷔한 F-페이스는 수많은 라이벌과 맞서 싸웠다. 고급스러움은 BMW X3, 메르세데스-벤츠 GLC, 아우디 Q5가 주름잡고, 역동성은 포르쉐 마칸 차지였지만, 이 두 특성 사이를 교묘하게 파고들며 존재감을 키웠다. 럭셔리와 운전 재미는 물론 마일드 하이브리드 기술로 실용성까지 한껏 끌어올린 신형 F-페이스는 여전히 중형 SUV 중 단연 돋보인다.

 

 박지웅 사진 이영석

자동차 전문 매체 <탑기어 코리아>

Posted by 따뜻한 우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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