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우체부 :: 재규어는 왜 다이얼 변속기를 없애나? 인테리어 디자인 총괄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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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 인테리어 디자인 총괄에게 직접 물었다. 변속 다이얼 대신 시프트레버를 단 이유는 무엇인지, 신형 F-타입 실내는 왜 그대로인지..

"비는 안 와서 좋은데요.” 유난히 싸늘했던 겨울날, 서울 신라호텔 라운지에서 재규어 인테리어 총괄 알리스터 웰란을 만났다. 춥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비는 오지 않으니 괜찮은 날씨”라고 답했다. 흐리고 싸늘한 런던에서 날아온 그는 따뜻한 표정으로 대화를 이어갔다.

재규어에서 일하기 전에 아우디에서 일하셨죠? 독일과 영국 브랜드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재규어는 독일차보다 어딘가 더 따뜻해요. 저는 영국에서 자동차 디자인을 전공하고 아우디에 입사했어요. 아우디 본사가 있는 잉골슈타트에서 보낸 시간은 정말 소중했어요. 자동차뿐 아니라 독일 문화, 음식, 혁신에 대한 열정이 정말 놀라웠습니다. 돌이켜보면 정말 많은 것을 배웠어요. 무엇보다 쑥쑥 성장하는 아우디를 지켜봤죠. 전 세계 많은 자동차 브랜드가 독일브랜드를 목표로 삼는 게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그들의 장인정신과 디자인 완성도와 가치는 정말로 훌륭해요. 여전히 재규어를 비롯한 많은 자동차 회사가 독일 회사에서 영감을 얻고 있습니다. 물론 재규어는 이미 아우디·BMW·벤츠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지만요.재규어에 20년 동안이나 몸담으셨네요스무 해 전에 이안 칼럼, 줄리안 톰슨과 함께 여정을 시작했죠. 그동안 정말 많이 친해졌어요. 그들은 위대한 실력을 증명해냈어요. 저에게 많은 가르침과 영감을 주기도 했죠. 제가 인테리어 디렉터 자리에 오르기까지 정말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동안 재규어 디자인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20년 전만 해도 재규어는 전통적인 디자인을 중시했죠. 요즘은 레트로 디자인을 벗어나 새로운 디자인을 추구합니다. 덕분에 전 세계에서 디자인상을 휩쓸었어요. 회사 분위기도 활기에 넘치고 있어요. 특히 마케팅과 엔지니어링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재규어 디자인 디렉터 줄리안 톰슨이 이끄는 팀이 내놓을 새 디자인이 무척 기대됩니다. 다음 20년에 대한 기대가 커요.

첨단 제품 개발 센터와 재규어 디자인 스튜디오

런던에 새 디자인 센터가 생겼죠? 축하드립니다. 업무에 도움이 되시나요?

‘예전에는 인테리어 팀, 익스테리어 팀, 컬러 및 소재팀이 각각 빌딩 세 개 동에 분리되어 있었습니다. 지금은 세 팀이 모두 10m 이내로 바짝 붙어있죠. 인테리어 디자이너는 작업을 하다가 의문이 생기면, 바로 옆에 있는 익스테리어 디자인팀에 확인할 수 있어요. “ 여기 와서 이것 좀 봐봐” “이 디자인은 어떤 것 같아?” 그러면 “좋은 디자인이네”, “여기에 이런 걸 시도하는 게 어떨까?”라는 피드백이 바로 오죠. 디자이너들이 모두 모여서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에너지를 공유하면서 일하니 능률이 크게 올랐어요. 다양한 사람과 협업하는 이유죠.

재규어 디자인 팀에는 어떤 사람들이 모였나요?

우리 팀은 아주 다양한 사람이 모여 있어요. 크리에이티브 아티스트와 디자이너가 60명이나 되죠. 기본적으로 익스테리어 디자인 팀, 인테리어 디자인 팀, 컬러 및 소재 팀, 유저 익스피리언스(UX) 팀으로 나뉩니다. 외부 디자인 스튜디오와도 밀접하게 협업하고 있어요. 디자이너, 엔지니어, 프로그램 매니저, 클레이모델러, 디지털 모델러도 함께 일하죠. 시각화 및 애니메이션(DVA) 부서와 영상 제작사도 스튜디오 안에 있어요. 열정 넘치고 창의적인 사람들이죠.

재규어 디자인 스튜디오

팀워크도 디자인의 덕목으로 꼽을 수 있나요?

디자인 팀은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드는 작업입니다. 창의성을 유지하기 위해 독단적으로 행동할 것 같지만,사실은 아닙니다. 마치 외교관처럼 다른 부서와 관계를 잘 다져야 합니다. 저만 해도 엔지니어 전문가, 마케팅 담당자, 고객 연구팀, 선행 연구팀, 파워트레인 전문가, 인적 요인 분석가 등 여러 사람과 밀접하게 소통합니다.

재규어에게 역동성은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가요?

재규어는 지난 84년간 레이싱 역사를 기반으로 진화해왔습니다. 이렇게 역사 깊은 회사에서 일하는 데 대해 재규어 임직원 모두가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재규어의 진화 과정을 살펴보면 초반에는 퍼포먼스 모델 위주로 만들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르망에서 일곱 번이나 우승했고 C-타입, D-타입 그리고 E-타입까지 출시했죠. 나중엔 세단에 도전했어요. 당연히 재규어 스포츠카의 혈통을 이어받은 스포츠 세단이었죠. 디자인 팀에서는 어떻게 퍼포먼스를 디자인으로 녹여낼지 항상 고민합니다. 아름답고도 세련된 방식으로 역동성을 표현해야 하죠.

F-타입, CX-75, I-페이스 같은 스포티한 모델의 인테리어를 총괄했네요. 인테리어에는 역동성을 어떻게 표현하나요?

운전자 중심으로 디자인합니다. 얼마 전 부분변경 F-타입을 공개했죠. 인테리어 디자인은 크게 바뀌지 않았어요. 원래 프리미엄 인테리어였기 때문입니다. 다만, 디테일에 조금 더 신경 썼습니다. 무엇보다 디지털 계기판에 집중했어요. 중앙에 태코미터를 배치하고 맵을 넣었죠. 디자인보다는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 적용과 같은 기술 업그레이드에 신경썼습니다.

고성능 전기차 I-페이스는요?

I-페이스는 F-타입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결과입니다. 운전자를 위한 자동차라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서 대시보드를 비대칭으로 디자인했죠. 블랙 소재로 마감하고 멋진 라인으로 운전자 중심 공간을 구성했습니다. F-타입의 DNA를 계승한 거죠. 다음 세대 재규어도 분명 비대칭적이고 스포티한 운전자 중심 디자인을 이어갈 것입니다.

재규어 실내를 보면 황동색이나 청록색 같은 특이한 색상을 자주 씁니다. 재규어가 좋아하는 컬러인가요?

컬러 및 소재 팀이 무슨 색상을 어떻게 고르는지 평소에 주의 깊게 봅니다. 제 생각에는 F-타입, E-페이스, I-페이스 같은 스포츠카 고객들은 전통적으로 검은색을 선호하는 듯해요. 물론 더 다양한 색을 선보이고 싶어요. 검정과 빨강, 검정과 갈색 조합이 전통적이면서도 역동적인 감성을 전하기 때문에 검은색을 자주 쓰는 듯해요. 차세대 XE에는 새로운 시도가 담길 거예요. 예를 들면, 빨간색·갈색 조합이나 검은색·크림색 계열이 쓰이는 거죠. 새로운 색상도 선보일 예정이에요. 패션에서 영감받은 베이지 계열 가죽이 추가되는데, 현대적이고 산뜻한 실내 분위기를 완성합니다. 재규어는 다음 10년 동안 스포츠카 브랜드와 럭셔리카 브랜드 사이에서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신형 F-타입

F-타입 실내를 살펴보다가 커다란 물리 버튼이 눈에 띄었습니다. 조작 편의성을 고려한 것인가요?

F-타입 실내에는 버튼, 다이얼 같은 물리적으로 조작하는 요소가 많습니다. 감성적이고 열정적인 차이기 때문에 차를 제어하는 방식이 단순해야 해요. F-타입과 비교하면 I-페이스는 모든 부분이 디지털화되어서 버튼이 많이 없습니다. 앞으로도 안전이나 정서적인 유대감을 위해서 물리 버튼을 조금 남겨 놓긴 하지만, 결국 쉽게 찾고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디지털화될 거예요.

변속기 조작부가 다이얼 방식에서 레버로 바뀐 이유인가요?

그렇습니다. 스포츠카인 F-타입은 시프트레버로 변속하는 편이 운전에 더 도움이 되죠. 스포티한 성향을계승한 XE와 E-페이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차세대 XE 개발 방향이나 디자인에 대해서 힌트를 줄 수는 없나요?개발 중인 모델에 대해서 말하기는 어려워요. 다만 줄리안 톰슨이 맡은 재규어 디자인이 정말 도전적이라는 사실을 밝히고 싶습니다. 익스테리어 디자이너 아담 하튼과 인테리어를 담당하는 저 또한 재규어를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최근 공개한 ‘재규어 비전 GT 쿠페’는 정말 대단했죠. 재규어의 미래를 보여줬습니다.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영혼이 가득 담겼죠. 부드러운 곡선과 완벽한 비율을 갖췄어요.

차체 높이는 낮추면서도 실내 거주성을 확보한 I-페이스 자외선 차단 유리 지붕을 보고 신의 한 수라 생각했어요. 다음 전기차에서는 어떤 화룡점정 기술이 들어갈지 됩니다

차세대 전기차는 중요한 이슈입니다. 다음 세대 XJ를 순수 전기차로 내놓는 이유죠. 전동화는 실내 디자인에 많은 이점을 줍니다. 새로운 디자인도 좋지만, 탑승자가 멀미를 하거나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만드는 게 아주 중요하죠. I-페이스는 운전 재미뿐만 아니라 탑승자의 안락성까지 고려했어요. 전동화 시대 재규어의 청사진을 담았죠. 20~30년 전 디자이너는 스타일리스트 혹은 아티스트였어요. 이제는 디자인 엔지니어 역할을 담당해야 해요. 다양한 공학적 과제를 풀어가야 하죠.

 

김송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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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따뜻한 우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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