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우체부 :: 퍼스널 모빌리티에 뛰어드는 자동차 제조사들

달력

42025  이전 다음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이전에는 레저의 영역에 가까웠던 퍼스널 모빌리티에 자동차 제조사들이 직접 뛰어들고 있는 중이다. 도대체 왜?

 

여러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앞으로 2050년이 되면 전 세계 인구의 70%가 도심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되면 이동 수단에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이상 도심의 도로는 언제나 혼잡하고, 배출가스는 하늘을 뒤덮을 것이며, 주차 문제도 심각해질 것이다.

사실 이렇게 멀리 갈 것 없이 당장 서울과 수도권의 도로 상황만 봐도 된다. 오밤중을 제외하고는 거의 막히다시피 하는 도로와 심각한 주차난이 오늘도 운전자들을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기차, 공유 자동차, 자율주행 등 다양한 수단들이 등장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는 일전에 잘 볼 수 없었던 이동수단, 퍼스널 모빌리티도 있다.

주로 전동킥보드의 형태로 구현되는 퍼스널 모빌리티는 전기모터와 적은 용량의 배터리를 사용해 도심 내 1~2km 정도의 단거리 이동을 지원하는 수단이다. 그렇다면 이 작은 이동수단이 왜 그렇게 급격히 각광을 받고 있을까? 그리고 자동차 제조사들은 왜 여기에 주목하고 있을까?

 

걷기에는 의외로 먼 거리

사람들이 도심에서 사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짧은 거리 내에서 생활 속 편의를 모두 누리고 싶다는 것이 제일 클 것이다. 동네에서 몇 걸음 걷는 것만으로 생활에 필요한 물품들을 구입할 수 있고 영화 등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다. 그리고 직장까지 먼 거리를 출퇴근하지 않아도 된다. 생활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인프라들이 잘 갖춰지는 곳도 대부분 도심이니, 모든 것이 도심을 중심으로 맞춰질 수 밖에 없다.

그런데 편의를 누리려는 생활에 이동의 장애가 있다면? 집에서 시장까지, 또는 버스 정류장까지 약 1km 정도 떨어져 있다면? 고작 1km 정도를 걷는 것이 힘드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사람의 평균적인 보행 속력인 시속 4km를 대입해 보면 버스 정류장까지 약 15분은 걸어야 한다.

단기간이라면 운동을 겸해서 다닐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장기간 지속되면 이러한 이동 시간, 그리고 체력조차 아까워지는 순간이 분명히 온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만약 출근 후 직장이 있는 빌딩, 또는 근처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최근에 지어진 건물이 아닌 이상 이상적인 주차장은 꿈에 가깝다. 그렇다고 다른 주차장을 유료로 이용하기에는 월 주차비가 너무 비싸고, 저렴한 주차장은 직장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먼 거리에 있는 주차장을 이용하더라도 직장까지 걸어오는 순간 지쳐버린다. 굳이 직장으로 한정하지 않아도 비슷한 상황은 의외로 많이 겪게 된다.

자율주행에 기반한 공유 자동차를 사용해도 이 문제는 해결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원하는 시간에 집 앞까지 도착하는 공유 자동차는 이용료가 비쌀 수 있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돈을 좀 더 아끼기 위해 스테이션 운행을 중심으로 다수가 탑승하는 공유 자동차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의 버스에서 운전사만 없는 형태라고 보면 된다. 차체 크기와 왕복하는 영역을 줄이고 다른 공유 자동차로의 환승 편의를 높일 수는 있겠지만, 인간의 이동을 완전히 지원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퍼스널 모빌리티가 있다면 이 거리를 극단적으로 당길 수 있다. 걷지 않고 간단하게 이동할 수 있으며, 이동 시간도 많이 단축된다. 만약 자동차를 이용한다면, 이동 중 충전이 가능하고 목적지에서 다소 먼 곳에 주차장이 있어도 거리낌이 없다.

크기가 작고 접어서 이동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 공공장소에서도 크게 걸리적거리지 않으며, 전기모터를 사용하므로 이동 중 배출가스 걱정도 없다. ‘라스트 원 마일(Last One Mile)’이라는 개념에 충실한 것이다.

 

모빌리티의 연결고리 완성

그 동안 나인봇 등 별도의 회사들이 자체적으로 제작하던 퍼스널 모빌리티 시장에 이제는 자동차 제조사들도 뛰어들고 있다. 게다가 단순히 기존 물품에 엠블럼 라이선스 등을 부여하던 기존 형태를 넘어 자동차 기획 단계부터 콘셉트와 디자인을 공유하는 경우가 많아졌으며, 직접 제작에 뛰어드는 경우도 있다.

자사의 물품을 내놓지 않더라도 전동킥보드 공유서비스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시장에 뛰어드는 제조사도 있다.

제조사들이 내세우는 것은 ‘배출가스 없는 편리한 이동성’이다. 퍼스널 모빌리티는 전기차, 또는 자율주행차와 짝을 이루는 경우가 많고,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를 이용한다 해도 ‘도심 내 오염을 조금이라도 줄인다’는 명제 하에 이용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조금만 더 들어가 보면,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모빌리티를 통해 제조사 내에서 ‘모빌리티의 연결고리’를 완성시키는 경우가 많다. 이동 과정 모두에서 한 제조사의 수단만이 사용되는 것이다.

현대기아차가 만드는 전동킥보드를 보면, 자동차에 간단하게 수납할 수 있는 ‘빌트 인’ 타입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소한의 크기로 접어서 별도로 들고 다니는 것도 가능하지만, 기본적으로는 현대기아차의 자동차와 연동하여 모든 이동을 자사의 제품으로 해결한다.

그러니까 집을 나서면서부터 자동차에 탑승하고 목적지 근처 주차장으로 이동한 후 최종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 모든 과정이 단 하나의 제조사가 갖춘 네트워크와 수단 내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다른 제조사라고 해서 사정은 다르지 않다. 목적에 따라 협업, 또는 합병이 일상화된 회사들이라고 해도 기본적으로 원하는 것은 독점이다. 아우디와 폭스바겐은 모두 ‘폭스바겐 그룹’이라는 큰 연합체 내에 속해 있지만, 출시를 앞두고 있는 퍼스널 모빌리티는 모두 다른 형태이다. 퍼스널 모빌리티의 형태 중 압도적인 것은 전동킥보드이지만, GM은 소형 전기자전거를 제작하는 등 나라와 문화에 따라서도 다르다.

 

앞으로의 퍼스널 모빌리티

모빌리티 세계에서의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으므로, 앞으로의 퍼스널 모빌리티도 크게 발전할 것이다. 대부분은 전동킥보드 형태를 갖고 있지만, 어쩌면 새로운 개념의 퍼스널 모빌리티가 등장할 지도 모르는 일이다.

포드의 경우 자동차 뒷바퀴를 분리해 퍼스널 모빌리티처럼 사용하는 개념을 특허 출원한 적이 있으며, 나인봇은 스스로 이동하여 충전할 수 있는 3륜 전동킥보드를 공개했다. 대중교통과 결합 가능한 퍼스널 모빌리티도 조금씩 등장하고 있다.

그 때가 오면 확실히 도심에서 자동차와 마주칠 일은 크게 줄어들 것 같다. 그런데 만약 퍼스널 모빌리티가 많아진다면, 별도의 도로를 마련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퍼스널 모빌리티 전용 신호등도 등장하게 될까? 어쩌면 자전거 도로가 지금보다 혼잡스러울 지도 모르겠다.

출퇴근 시간에 주차장이나 버스 정류장에서 잇달아 전동킥보드를 펼치고 무리를 지어 이동하는 광경이 떠오른다. 그 전에 하늘로 이동 수요가 분산될 수도 있지만 말이다.

글 | 유일한

관련 태그

자동차 전문 잡지 <모터매거진>

 

Posted by 따뜻한 우체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