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우체부 :: 10년전 좀 논다는 애들은 티뷰론을 탔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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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카'라는 말의 범위는 상당히 넓다. 단순히 '스포티한' 주행을 하는 차를 이를 수도 있고, 뚜껑이 열리는 멋진 오픈카의 외양만 가지고 있어도 스포츠카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다. 최대출력이 어느 정도는 돼야 스포츠카의 영역에 든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 스포츠카의 역사를 돌이켜볼 때 전체적으로는 스포츠쿠페의 역사로 통일하는 게 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

◆ 한국 스포츠쿠페의 효시, 스쿠프

= 일단 첫 출시한 '문 2개'짜리 국산쿠페는 앞서 언급했듯이 스쿠프다. 스쿠프도 알파엔진을 단 일반스쿠프와 터보엔진을 장착한 터보모델이 있다. 1990년 출시했으니 역사는 이미 20년이 다 되어 간다.

미쓰비시의 기술을 받아 차를 제작했던 현대차의 초기 상황을 반영하듯, 실제로 스쿠프의 디자인은 미쓰비시 자동차 특유의 스타일을 많이 닮았다. 그러나 엔진만큼은 현재 현대차 남양연구소장이자 기술총괄사장인 이현순 사장의 엔지니어링팀이 현대차 최초로 독자적으로 개발한 직렬 4기통 1.5ℓ 엔진을 장착했다. 현대차나 스쿠프 마니아들이 스쿠프에 집착할 정도로 애착을 갖는 것도 순수 국내 기술로 국내 사람들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최초의 스포츠쿠페이고, 국산 최초의 터보엔진을 장착한 차이기 때문이다.

당시 스쿠프 알파엔진 모델을 기준으로 배기량은 1496㏄, 최대출력은 129마력이었다. 129마력은 18년 전의 차라고 생각하면 상당한 수치다. 1600㏄ 배기량의 현재 아반떼가 내는 최대출력이 121마력에 불과하다. 스쿠프가 오래된 차이긴 하지만 스포츠라는 이름에 걸맞는 차라는 평가를 내리는 데 인색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게다가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시간, 즉 제로백을 국산차 최초로 10초대 이하로 떨어뜨렸던 기록도 가지고 있다. 당시 스쿠프는 대학생들의 로망이라고 할 정도로 인기 높은 차였다. 그 인기를 증명하듯 판매 한 달 만에 5000대가 넘게 계약됐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스쿠프는 나온 지 5년 만에 생산이 중단된 후 단종된 지 13년이 지났다. 지금은 동호회를 중심으로 스쿠프는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데, 아직까지 연간 차량 2~3대 분량의 부품을 부족한 대로 생산하고 있다.

◆ 티뷰론과 티뷰론터뷸런스 형제의 등장

= 스쿠프가 단종되고 1년이 지났을 무렵, 현대차는 티뷰론을 내놨다. 1996년의 일이다. 스쿠프보다 차체도 커졌고 엔진 사이즈도 1995㏄, 즉 현재의 2000㏄급으로 올라갔다. 최대출력도 150마력까지 상승했고 미국 LA디자인 스튜디오에서 한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다수의 마니아층을 양산했다. 화려한 컬러감으로 소위 '좀 사는 집 아이들'이 타는 차로 인식되기도 했다. 이후 3년 만인 1999년, 현대차는 티뷰론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티뷰론터뷸런스를 내놨다. 엔진 배기량은 같았지만 차체를 약간 더 키우고 최대출력도 3마력 정도 올렸다. 디자인만 더 세련되게 바뀌었는데, 기본적인 곡선을 많이 주면서도 가볍고 날렵해 보이는 컨셉트는 그대로 유지했다. 벌써 출시된 지 만으로 각각 12년, 9년이 된 티뷰론 형제는 아직까지도 중고차 시장에서 꽤나 물건이 보인다. 티뷰론은 국내에서 총 3만4054대가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

◆ 투스카니의 등장, 그리고 한동안의 침묵

= 이어 2001년엔 투스카니가 후속 모델로 등장했다. 국내 최초의 6단 수동변속기와 국내 최대크기의 17인치 알루미늄휠, 듀얼머플러까지 스포츠카에 들어가는 사양들을 아낌없이 넣어 화제가 되기도 한 모델이다. 기존 스포츠쿠페들과 달리 1975㏄와 2656㏄ 두 배기량 모델로 출시했고 최대출력에도 두 모델은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2000㏄급 모델은 최대출력이 138마력으로 1990년 출시한 스쿠프에 비해 큰 발전이 없었지만 2.7모델은 175마력을 내 국산 스포츠쿠페 사상 최대의 힘을 발휘했다. 그러나 길어도 5년이 넘지 않았던 종전 한국 스포츠쿠페의 수명이 투스카니로 와서는 길어졌다. 2001년 출시 후 2008년까지 한 모델로 무려 7년을 버텼다. 이 때문에 국산 스포츠카에 대한 수요를 갖고 있던 젊은 층들의 불만이 커졌고, 현대차에도 이들은 적극적으로 신차 개발을 요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 최초의 국산 후륜구동 스포츠쿠페 '제네쿱'

= 이런 상황에서 2008년 드디어 제네시스 쿠페가 출시됐다. 제네시스 쿠페는 마니아들의 갈증을 충족시키기에 넘치지는 않아도 충분했다. 대부분 수입 스포츠카가 운동성능을 강조하기 위해 채택한 후륜구동, 즉 뒷바퀴 굴림방식에 스쿠프 터보 이후 17년 만에 최초의 터보차저 엔진, '제로백' 6.5초, 최대출력 303마력(BH380 모델기준)이라는 국산차 최대의 '스펙'을 갖췄다. 현대차가 독자개발한 후륜구동형 신형 6단 수동변속기와 독일 ZF의 후륜 6단 자동변속기, 후륜에 장착된 국내 최초의 모노튜브 완충장치도 눈에 띈다.

제네시스쿠페는 개발기간만 25개월, 투자비 1825억원이 들어간 현대차의 야심작이다.
Posted by 따뜻한 우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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