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정통 SUV인 갤로퍼를 부활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기존에는 단순한 루머 수준이었지만 최근 현대차가 갤로퍼라는 이름을 상표출원까지 했기 때문에 실제 갤로퍼가 부활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현대차는 지난 8월 18일 ‘GALLOPER’라는 이름의 상표를 출원했다. 출원인 항목은 현대자동차주식회사라고 명시되어 있어 확실히 현대차가 등록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991년 출시된 갤로퍼는 당시 현대차와 협력관계에 있던 미쓰비시 파제로를 들여와 현대정공 자동차 사업부에서 생산한 모델이다. 뛰어난 내구도와 완성도, 여기에 프레임 보디 특유의 견고한 차체와 오프로드 주행성능까지 겸비해 국내 시장에 4륜 구동 SUV 인기를 만들었었다.
이후 1997년 갤로퍼 II로 출시돼 2세대 모델로 변경됐으며, 3세대 모델까지 준비했지만 결국 2003년 단종됐다.
현재 갤로퍼는 리스토어 열풍 덕분에 인기를 끌고 있다. 특유의 각진 디자인과 올드카 감성을 갖고 있으며, 차박과 캠핑 인기에 힘입어 개인의 개성을 연출한 리스토어 갤로퍼 모델이 증가하는 추세다.
현대차가 실제로 갤로퍼를 부활시킬지 여부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최근 갤로퍼의 디자인 요소가 다수 적용된 연구용 차량 모습이 포착되면서 실제 갤로퍼 부활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과거 모델처럼 프레임 보디에 4륜 구동 시스템을 중심으로 할지 이름과 디자인으로 과거 모델의 향수를 불러일으킬지는 미지수다. 만약 내년 중으로 갤로퍼가 출시된다면 20년 만의 부활에 해당한다.
이번 설문조사는 현대차 포니, GM 허머 등 과거 기념비적인 모델들이 전기차로 부활하면서 많은 화제를 받고 있는 가운데, 대중들이 기억하고 있는 명차 중 다시 만나보길 희망하는 모델을 알아보기 위해 기획됐다. 지난 4월 21일부터 27일까지 총 1,175명이 참여한 이번 설문조사는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명차 중 단종된 국산차와 수입차 각각 7종을 대상 후보로 진행됐다.
설문조사 결과 국산차는 현대 최초의 SUV 모델 현대 갤로퍼가 23%의 선택을 받아 1위를 차지했다. 갤로퍼를 선택한 응답자들은 '견고해 보이면서도 멋스러운 각진 디자인', '정통 오프로드 감성의 SUV'을 이유로 꼽았다. 이어 '남자의 로망', '강력한 파워와 내구성'이라는 이유로 22%의 선택을 받은 쌍용 무쏘가 2위를 기록했으며, 국내 최초의 고유 모델로 국내 자동차 시장의 첫걸음을 내디뎠다고 평가 받는 현대 포니가 20%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3위를 차지했다. 그 외 쌍용 체어맨(12%), 기아 오피러스(9%), 기아 프라이드(7%), 대우 프린스(6%)가 각각 4위부터 7위에 올랐다.
수입차의 경우 '딱정벌레차'로 80년간 전세계적으로 사랑 받은 폭스바겐 비틀이 33%로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비틀을 택한 이유로는 '귀엽고 예쁜 디자인'이라는 대답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2위는 19%의 선택을 받은 007 제임스 본드카로 유명한 BMW Z8, 이어 아메리칸 머슬카 닷지 바이퍼가 17%로 3위를 차지했다. BMW Z8의 경우 '007 명화 속 명차', '제임스 본드가 타는 멋있는 차'라는 이유로, 닷지 바이퍼는 '가장 미국스러운 머슬카', '자연흡기엔진의 강력한 머슬카'라는 선택 이유가 다수였다. 이 외에 4위부터 7위는 2인승 스포츠카 아우디 TT(13%), 캐딜락 엘도라도(9%), 링컨 타운카(5%), 포드 썬더버드(4%)다.
엔카닷컴 관계자는 "과거 한 시대를 풍미했던 모델들이 최근 부활하면서 올드카에 대한 관심도 또한 높아지고 있다"며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지난 날 추억을 공유했던 자동차 중 국산차는 성능과 안전성, 수입차는 디자인 감성이 특출했던 모델들을 중심으로 소비자들의 니즈가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모든 자동차가 세상의 빛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다양한 이유로 프로젝트가 중지되고,그러한 자동차들을 일반 소비자들은 잘 모른다.그 중에서 그나마 어느 정도 알려진 모델들과 약간의 이야기를 모았다.
글|유일한
포니 쿠페–죄송합니다.역량이 부족해서……
포니 프로젝트는 야심적으로 시작되었던 현대차의 고유모델 프로젝트였다. 1970년대 초 당시 한국의 위상은 지금처럼 높지 않았고,아시아 지역으로만 한정해도 대만 또는 태국이 한국보다 앞서가던 시절이었다.게다가 당시 자동차 제조사들은 독자 모델 개발보다는 상대적으로 간단한 라이선스 생산에 더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현대차 역시 포드 모델들을 라이선스 생산했었으니 말이다.한국이 특수한 것이 아니고 대부분의 후발 제조사들이 그렇게 시작했다.
그 와중에 설립된 지 얼마 안 된 현대차가 독자 모델을 만들겠다고 했으니 그야말로‘파격적인 결정’이었다.비교적 최근인1950년에 설립된 스페인의‘세아트(SEAT)’가 독자 모델을 처음으로 만든 게1982년이고 그나마도 피아트 모델 기반임을 고려하면 현대 포니는‘파격과 혁신’의 상징이라 할 만 하다.디자인은 이탈리아 출신‘조르제토 쥬지아로’가 맡았고 엔진과 설계는 일본 미쯔비시가,양산과 테스트는 영국 출신의‘조지 턴불(George Turnbull)’이 맡았다.
지금으로써는 그다지 놀라운 광경도 아니지만,그 때 당시로써는4개 국가의 사람들이 모여서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있었으니 꽤 놀라운 프로젝트였던 셈이다.그리고 여기서 또 놀라운 일이 있었다.양산형인 포니와 함께 포니 쿠페 콘셉트가 거의 동시에 등장한 것이다.독자 모델도 제작하기 버거웠을 즈음인데,그것을 넘어 당시로써는 꽤 멋있는 형태(지금 봐도 멋있는 모델이다)의 쿠페 모델이 추가되었던 것이다.
콘셉트 모델이라고는 하지만,현대차는 애초에 이 모델을 콘셉트로만 남길 생각이 없었다.양산형을 만들기 위해 막대한 돈을 들였고,테스트까지 진행했다.당시 꽤 많은 돈을 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아쉽게도 프로젝트가 중단되었다.매끈한 형태의 쿠페를 역동적으로 주행하도록 만들기에는 엔진 기술이 부족하기도 했지만,국내 경제 사정이 생각보다 크게 나아지지 않아서 팔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더 지배적이었다.
그 대신이라고 하기에는 그렇지만, 1980년에 포니의3도어 해치백 버전이 등장했다.일반 모델과는 달리1열에만 긴 도어 두 개를 갖고 있었으며, 1열 시트 등받이를 젖혀 뒷좌석에 탑승하는 모델이었다.철판 부분만 열리던 일반 포니와 달리 뒤 유리 부분까지 크게 열리는 방식으로 화물을 수월하게 적재할 수 있었다.만약 포니 쿠페가 그대로 등장했다면,자동차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궁금하다.
갤로퍼 미니–한국 최초의 경형SUV가 탄생할 뻔……
정확히 이야기하면 갤로퍼는‘현대자동차’가 아니라‘현대정공’에서 만든 자동차다.당시 정몽구 사장이 이끌었던 현대정공은 부품을 주로 제작하다가 완성차 업체로 거듭나기를 원했는데, 4륜구동 모델에 주목했고‘M-CAR’라는 이름으로 테스트 모델을 제작했다.현재 이 모델의 사진은 남아있지 않은데,쏘나타의 전면과SUV의 후면을 가진 마치‘키메라’같은 모델이었다고.당시의 쏘나타가‘아우디 올로드 콰트로’와 비슷한 형태로 변모했을 것 같다.
그러나 이 차는 테스트 과정에서 많은 문제를 일으켰고,결국 뉴 모델 개발보다는 기존 모델의 라이선스 생산을 고려하게 되었다.이 과정에서 미쓰비시의SUV ‘파제로’가 풀 체인지를 단행한다는 사실을 알아내고,체인지 전 모델을 라이선스 생산하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당시 국내에서 소득이 조금씩 증가하면서4륜구동SUV모델의 수요가 조금씩 증가하고 있었고,갤로퍼는 절묘한 시기에 등장하며 베스트셀러로 거듭났다.
당시 갤로퍼의 판매 가격은 꽤 비쌌지만,의외로 젊은 고객들이 많이 구매했다.그 때만 해도 직장 내에서 위치가 높은 사람보다 더 비싼 자동차를 구매하면 따가운 눈총을 받던 시절이었는데,갤로퍼는SUV라는 특성을 내세워 이를 피할 수 있었다.이러한 형태의SUV는 사실 쌍용자동차의‘코란도 패밀리’가 먼저였지만,갤로퍼는 압도적인 완성도를 앞세워 어느 새 국내SUV시장을 잠식해 버렸다.
갤로퍼가 출시되고 꽤 시간이 지난 후,상품성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이 가해졌다.갤로퍼를 기반으로 한 픽업트럭 모델 출시 계획은 잘 알려져 있지만,의외로 국내에서 경형SUV가 나올 수도 있었다.당시 미쓰비시에서 만들던‘파제로 미니’를 본 엔지니어들이 가능성을 확인한 뒤‘갤로퍼 미니’라는 이름으로 테스트 모델까지 만들었었다.이 차는 당시 현대차의 경차였던‘아토스’의 엔진을 탑재했었고,반응도 괜찮았었다.
만약 이 때 갤로퍼 미니가 무사히 출시되었다면,국내에서 경차의 역사가 뒤집혔을지도 모르는 일이다.그리고 현재 스즈키에서 판매하고 있는 경형SUV ‘짐니’를 부러워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어쩌면 현재 몰아치고 있는‘차박’열풍의 한 축으로 당당하게 활약하고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