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테스트는 약 한 달 전 BMW M340i 투어링 시승기를 올렸다. 당시 운전대를 잡았던 강준기 기자는 이 차를 가리켜 ‘종합 선물세트’라며 극찬했다. 멋진 디자인과 높은 실용성, 387마력의 화끈한 성능까지, 어느 하나 빠지는 구석 없이 완벽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글/사진 신동빈 기자
‘다 갖춘 차’는 늘 가격이 문제다. M340i 투어링은 딱 8천만 원. 기자처럼 막 아장아장 걷는 자녀를 둔 평범한 직장인에게 그런 가격은 ‘단돈’이 아니다. 비싼 고성능 왜건은 마치 여자 아이돌과의 연애를 꿈꾸는 상상만큼이나 비현실적이다.
이번에 만난 320d 투어링 M 스포츠 패키지는 어쩌면 좀 더 손에 잡힐 듯한, 현실적인 종합 선물세트일지도 모른다. 가격은 5,590만 원. ‘더 나이 들기 전에 무리해서 한 번 사볼까?’ 하는 작은 용기가 꿈틀댄다.
3시리즈 세단보다 멋진 건 나만 그런가
왜건의 매력에 빠지고 나면 우리나라에서 ‘짐차’ 취급받던 이런 차도 모든 게 예뻐 보인다. 오히려 3 시리즈 세단이 왠지 허전해 보일 정도다. 제 아무리 날아다닌다는 M340i이라 할지라도 세단 버전이라면 꽁무니가 싹둑 잘려나간 느낌마저 든다. 이렇게 보나, 저렇게 보나 엉덩이를 빵빵하게 채운 3 시리즈 투어링이 시각적으로 든든하다.
3 시리즈 투어링은 세단보다 옆모습이 길어 보이지만 사실 길이(4,709mm)와 폭(1,827mm), 휠베이스(2,851mm)는 세단과 같다. 지붕을 5mm 높여 1,440mm로 만들고 측면 유리창을 속도감 있게 새로 그렸다. 뒷유리창을 옛날 왜건처럼 수직으로 세우지 않고 앞으로 비스듬히 눕힌 덕분에 옆모습이 날렵해졌다.
특제 트렁크 게이트
BMW는 왜건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트렁크에 많은 공을 들였다. 당연한 요소들에 대한 문제제기와 더 높은 실용성을 위한 고민이 곳곳에서 보인다.
우선 트렁크 게이트의 뒷유리만 따로 열 수 있도록 해 접근성을 크게 높였다. 굳이 게이트 전체를 열지 않아도 짐을 손쉽게 실을 수 있으며, 특히 좁은 주차장에서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다.
진짜 킬링 포인트는 잘 보이지 않는 곳, ‘힌지’에 있다. RV 자동차의 전동식 트렁크는 굵은 소시지처럼 생긴 전동식 가스 리프터가 트렁크 양쪽에서 문짝을 밀어 올린다. 이 자리 때문에 트렁크 내부 최대폭보다 트렁크 입구가 살짝 좁아진다.
BMW는 이번 3 시리즈 투어링을 개발하면서 가스 리프터를 없애고 전동식 힌지를 집어넣었는데, 이게 신의 한 수였다. 불필요한 공간이 사라진 덕분에 트렁크 입구가 양쪽 기둥 끝까지 활짝 열렸고, 그래서 자전거 같이 큰 물건을 집어넣기도 한결 수월해졌다.
다만, 지붕 끝에 달린 힌지가 다소 두툼해지면서 천정이 살짝 밑으로 내려왔다. 하지만 짐을 이 높이까지 가득 실을 일이 드물고, 트렁크는 높이보다 좌우 폭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전동식 힌지는 정말 탁월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보람을 느끼게 하는 트렁크 내부
트렁크 내부 역시 잘 만들었다. 공간 활용이 짜임새 있을 뿐 아니라 다른 차에 없는 기능도 빼곡해 큰돈 지불한 보람이 있을 것 같다. 용량은 기본 500L, 여기에 4:2:4 폴딩 기능이 있는 뒷좌석을 접으면 1,510L로 늘어난다. 2열 등받이는 트렁크에서 전동식으로 접을 수 있어 폴딩이 번거롭지 않다.
트렁크 내부는 좌우 최대폭이 넉넉해 골프백을 가로로 2~3개가량 여유롭게 넣을 수 있다. 트렁크 바닥 아래 추가 공간을 확보했고, 물건을 고정할 수 있는 밴드와 그물망, 쇼핑백이나 가방을 걸어둘 수 있는 고리 역시 빠짐없이 챙겼다. 트렁크 공간을 가려주는 러기지 스크린은 쓰지 않을 때 별도 공간에 넣어두면 된다.
주행 중 화물이 뒤로 쏠리지 않게 해주는 기능이 특히 눈에 띈다. 트렁크 바닥에 금속과 고무 재질로 만든 일자형 마감재가 있는데, 경사로에서 적재물이 뒤로 쏠릴 경우 바닥에서 올라와 뒤로 밀리는 것을 막아준다.
조금 아쉬운 뒷좌석
트렁크에 너무 감탄했던 탓일까? 2열 좌석은 조금 아쉬웠다. 자녀와 배우자를 태우고 이 차로 어딘가 멀리 떠나기에는 등받이가 너무 서있다. 몸 닿는 부분을 알칸타라로 마감한 시트의 쿠션감, 착좌감은 좋지만, 앉은 자세가 좀 더 여유로워야 가족들의 불만이 덜할 것 같다.
앞좌석 아래 발 공간은 발을 깊게 넣을 수 있고, 머리 공간은 기자 체형으로 부족함 없었다.
다리 공간은 상당히 넓다. 키 176cm인 기자 몸에 1열 시트를 맞추면 비슷한 덩치의 사람이 2열에 앉았을 때, 무릎부터 1열 등받이까지 한 뼘 이상 남는다. 물론 넓은 게 좋긴 했지만 엉덩이 포인트를 조금만 앞으로 당기고, X3처럼 각도 조절까지 됐더라면 하는 생각은 떨쳐내기 힘들었다.
이 외에 개방감 좋은 파노라마 선루프, 뒷좌석 에어컨 온도조절 기능과 열선, 옆유리창 햇빛 가리개와 USB-C 포트 2개를 갖췄다. 모든 BMW가 그렇듯 2열 암레스트 컵홀더에는 폭이 좁은 컵을 잡아주는 고무 돌기와 덮개를 집어넣었다. 여러모로 알찬 구성이다.
M340i가 부담스러워? 320d로 충분해
M340i는 8천만 원의 가격만큼 출력도 화끈하다. 3.0L 엔진이 뿜어내는 최고출력 387마력, 최대토크 51kg.m은 매력적인 숫자다. 멋진 외모와 실용성에 성능까지 갖췄으니 군침을 흘릴만하다.
하지만, 뒤에 타는 가족들에게 이런 성능은 큰 의미가 없다. 그들의 눈에는 다 똑같은 BMW일 뿐, ‘그런 고성능 차를 사서 뭐하게?’라는 핀잔을 안 들으면 다행이다. 또, ‘387마력’은 스포츠 주행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라면 ‘출력 과잉’ 일지도 모른다. 320d 투어링으로도 충분히 실용성과 운전 재미를 모두 거머쥘 수 있다.
320d 투어링은 4기통 2.0L 디젤 엔진이 4,000rpm에서 최고출력 190마력을 내고, 최대토크 40.8kg.m를 1,750rpm에서 낸다. 190마력이 다소 빈약해 보일 수도 있으나 실주행 시 가속의 답답함은 없다. BMW가 으레 그렇듯, 언제나 시원하게 속도를 붙이고 8단 변속기가 똑똑하게 기어단수를 바꿔준다. 덕분에 엔진의 힘을 허투루 낭비하지 않고 꼼꼼하게 전달하며 맛있는 주행 감각을 선사한다.
여기에는 부쩍 끌어올린 감성 품질도 한몫한다. 비록 4기통 디젤 엔진이지만 전 세대 3 시리즈 투어링보다 더 세련된 감성이 인상적이다. 엔진 회전 질감이 한결 부드럽고 풍부한 음색을 발산해, 디젤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단번에 날려 보낸다.
조향 감각은 여전히 날카롭다. 엉덩이가 부쩍 커졌으나 일상 주행에서의 웬만한 움직임은 3 시리즈 세단과 큰 차이 없이 소화한다. 코너 안쪽으로 머리를 집어넣는 동작은 늘 감탄스럽다.
ADAS(운전자 보조 시스템)는 종류별로 다 집어넣었다. 긴급제동보조 기능은 부드럽게 작동하고, 차선유지보조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믿음직스럽다.
320d 투어링의 복합 연비는 14.1km/L(도심 12.4 / 고속 17.0)이다. 드라이브 모드를 ECO PRO(에코프로)에 두면 수시로 기어를 중립에 두고 연료를 아낀다. 계기판으로 주행 거리를 늘려나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단, 시내 주행에서는 브레이크를 미리 잡아야 하므로 도심에서는 컴포트 모드가 좀 더 편하다.
가격과 총평
이번에 시승한 320d 투어링 M 스포트 패키지의 가격은 5,870만 원이다. 가격이 조금 더 저렴한 320i 투어링 럭셔리는 5,590만 원, M340i x드라이브 투어링은 8,000만 원이다.
새로 나온 차를 시승할 때마다 반납하는 순간의 감정이 늘 같지는 않다. 어떤 차는 무덤덤한 반면 어떤 차는 정말 보내기 싫다. 320d 투어링의 경우 완벽하게 후자에 해당한다.
차를 살 때, 가족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가장인지라 멋과 실용성, 운전 재미를 다 갖춘 3 시리즈 투어링 같은 차에 끌릴 수 밖에 없다. 온갖 편의장비로 가득한 국산차에 비하면 여전히 비싸지만, 그 가격에 3시리즈 투어링만큼의 가치를 담은 차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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