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우체부 :: 擺撥馬(파발마)가 된 새끼 야옹이, 재규어 I-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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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 주행이 가능하다는 재규어의 전기차, I-페이스와 함께 서울에서 부산까지 긴 여행을 떠났다정말 많은 일들을 겪었다.  
 | 유일한  사진 | 최재혁

새벽 4시에는 떠나야 해요.”
전기차 주행거리 실증 시험을 위해 먼 길을 떠나는 날을 하루 앞두고 사진을 담당하고 있는 기자가 덤덤하게 말했다사실 필자는 떠나기 전까지만 해도 그 말에 반신반의했다이제 휴게소 곳곳에 전기차 고속 충전기가 세워져 있는데다가시승을 위해 빌린 재규어 I-페이스의 1회 충전 주행 거리는 300km를 넘으니까 말이다겨울이라서 주행거리가 떨어진다는 변수가 있지만그 때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나중에 변수들이 문제를 일으킬 줄은 모르고 말이다.

 

 

설정한 조건은 간단했다남아있는 배터리 용량을 기준으로 충전 시기를 결정하며부산으로 내려갈 때는25% 이하가 남았을 때 충전을다시 서울로 올라올 때는 50% 이하가 남았을 때 충전하는 것이다충전 시간과 효율을 체크하기 위한 것인데본래대로라면 이를 통해 ‘장거리 주행에서도 전기차를 사용하는 데 부담이 없다를 증명할 예정이었다그렇다면 그 예언대로 전기차의 장거리 주행은 성공할 수 있을까?

처음부터 난관이라니
사실 처음부터 문제가 있었다출발 전날 발생한 업무로 인해 배터리 용량 25%를 사용했고주차 공간에는 충전기도 없었다. 100% 충전까지는 바라지도 않았지만이렇게 되면 장거리 주행이 어려울 수도 있다일단 ‘전기차가 있는 집이라면 마주칠 수 있는 상황이라고 가정한 뒤 그대로 출발했다새벽이라 도로에 자동차가 몇 대 없다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라고 해야겠다이제 부산까지 400km가 넘는 거리를 주행하는 것이다.

 

내려가는 동안 잠시 재규어 I-페이스의 주행 감각에 대해 이야기하자면운전대를 잡는 순간부터 ‘고급스러운 전기차라는 느낌이 한 번에 온다그리고 다른 전기차와 차이가 강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바로 소음이다전기차는 엔진이 없어 조용하다고 착각하기 쉽지만막상 주행해 보면 바람소리와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음 등이 생생하게 전달되어 더 시끄러운 상황이 오기도 한다. I-페이스는 그 소음을 조금 감소시키고 있어서 약간의 조용함을 느낄 수 있다.

주행 거리가 200km가 안 될 즈음에 첫 번째 충전지인 충주휴게소에 도착했다고속도로 휴게소에 설치되어 있는 것은 대부분 환경부에서 설치한 급속 충전기다급속 충전을 선택한 후 완전 충전을 기대했는데환경부의 충전기는 40분 동안만 급속 충전을 한 뒤 강제로 종료해 버린다처음에는 이를 몰랐기에 ‘배터리가 50% 충전되면 강제 종료되는가 보다라고 생각했다한바탕 소동을 겪은 후옆 자리가 비어있고 다른 전기차가 없는 것을 확인한 후 2차 급속 충전을 시작했다.

 

 

전기차의 충전 시간은 제법 길다그 시간 동안 잠시 피로를 달래니 다음 휴게소까지는 충분히 갈 수 있는85%의 전기가 확보되었다더 큰 문제는 다음 휴게소에서 터졌다분명히 코드를 물리고 충전이 시작되는 것을 확인한 후 간단하게 요기를 하려고 자리를 비웠는데충전 종료 시간에 맞추어 도착하니 단 1%도 충전이 되지 않은 것이다초기에는 충전되는 듯 반응하던 충전기가 몇 십 초가 지난 후 에러를 일으키며 작동을 거부하는 것이었다.

남아있는 전기로는 다음 휴게소까지 이동할 수도 없어 어쩔 수 없이 옆에 비어있는 다른 충전기를 이용하기로 했다다행이 이 충전기는 정상적으로 작동했는데충전 시작 후 10 분 정도 지나자 현대 코나 전기차가 충전을 위해 접근한 후 고장난 충전기를 붙잡고 씨름을 시작했다자리를 비워주고 싶어도 충전이 덜 된 상태로는 다음 휴게소까지도 갈 수 없었고결국 코나가 충전기를 포기하고 다음 휴게소로 출발했다그 차가 무사히 충전할 수 있었기를 바랄 뿐이다.

 

 

최종 목적지는 부산 해운대비록 여름은 아니지만 해운대 해수욕장과 광안대교의 풍경그리고 동백섬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곳이다여유가 좀 더 있다면영화 ‘블랙 팬서에서 검은 고양이가 헤집고 다녔던 광안리 주변을 돌아봐도 좋다여러 사건을 겪었지만 두 번의 충전을 통해 해운대에 무사히 도착했으니 이제는 쉬고 싶지만일단 충전부터 시작해야 마음 편히 부산을 둘러볼 수 있을 것 같다어느새 여행이라는 본래 목적보다 충전기를 찾는 모험이 되어버렸다.

충전기를 찾아도 문제가 된다. I-페이스는 DC 콤보 방식을 사용하는데부산에서 충전기 자체를 찾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가는 곳마다 다른 전기차가 충전을 하고 있었다게다가 모두 쉐보레 볼트 EV였다결국 기다리다가 지친 사진기자의 절규가 들려오고그것을 뒤로 한 채 얼마 남지 않은 배터리를 아껴가며 ‘벡스코까지 도달했다그리고 그 지하에 있는 한전의 고속 충전기에 물리는 순간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녀석을 보면서 기쁨의 “만세!”를 불렀다.

 

 

운전자의 밥보다 자동차의 전기가 더 중요하게 생각되는 시대에 절규도 해 보지만전기차이기에 어쩔 수 없다이제 자동차 문제는 일시적으로 해결했으니식사 시간을 한참 지나는 바람에 신경이 예민해진 두 명의 배도 채워야 한다멀리 가기도 힘들어서 벡스코 근처에서 적당히 검색한 보리밥 식당을 선택했는데뜻밖의 정답이었던 것 같다신선한 반찬을 먹으면서 행복해하는 사진기자의 모습을 보며 안도의 시간을 가졌다.

졸음운전은 없다
앞에서 이야기했지만서울로 올라올 때는 충전 전략을 바꿨다그 결과 나름대로의 여유가 생겼는데만약 전기차로 장거리 주행을 한다면 이렇게 가는 것이 현명할 것 같다. 1 40분 고속 충전으로 약 80%까지 충전할 수 있도록 거리를 계산하고종종 쉬는 시간을 가지면서 충전하는 것이다충전기의 작동 상태와 이용 차량의 숫자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하며 가능한 한 스트레스 없는 여행을 하기 위한 결론이다.

그 결과 I-페이스에서는 50% 이하로 배터리가 떨어졌을 때 충전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것 같다설령 충전기가 모두 불량으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에도 다음 휴게소까지 갈 수 있는 전기는 남아있기에 나름대로 여유를 부릴 수 있기 때문이다첫 번째로 들어간 휴게소의 충전기가 모두 불량이었기에 재빨리 그곳을 나와 다음 휴게소인 경산휴게소에서 충전을 진행한다는 선택도 빠르게 할 수 있었다그만큼 시간 낭비도 적고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문경휴게소에서 고속 충전을 진행한 후 최종 목적지인 서울까지 무사히 올라올 수 있었다강행군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충전하는 동안 잠을 청하는 등 충분히 휴식을 취해서 그런지 그렇게까지 피로를 느끼지는 못했다전기차라는 특성으로 인해 장거리 주행 중 강제로 여유가 생기는 것이 장점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물론 시간이 금인 사람들에게는 치명적인 단점이 될 것이다.

재규어 I-페이스는 정말 잘 만든 전기차다외형과 실내에서 느껴지는 고급스러움과 전기차라고 볼 수 없는 높은 완성도필요할 때 즉각적으로 힘을 끌어내는 전기모터와 고속 주행 중에도 안정적인 차체오프로드 주행이 가능하고 얕은 개울도 건널 수 있는 능력은 다른 전기차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것들이다강행군만 하지 않는다면 나름대로 장거리 주행도 가능하다그것을 적극적으로 권하고 싶지는 않지만 말이다.

 

 

SPECIFICATION
재규어 I-페이스
길이×너비×높이 4700×1895×1560mm
휠베이스 2990mm
엔진형식 전기모터
최고출력 400ps
최대토크 71.0kg·m
구동방식 AWD
가격 12800만원

Posted by 따뜻한 우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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