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우체부 :: 견고한 시간 마주하는 마음, 마세라티 MC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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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즈넉한 공간에 대담한 열정이 들어찼다.
반만년 세월을 고스란히 머금은 한국의 얼과
한 세기 이상 활활 타오른 이탈리아 열정의 만남.
서로 다른 세계가 하나의 장면 속에 가만히 스며들었다

 

 

 

 

花無十日紅(화무십일홍)

열흘 붉을 꽃은 없다. 한번 성하면 반드시 쇠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그러나 우주의 섭리에도 예외가 있다. 1914년 12월 1일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탄생한 이래, 110년 가까운 시간을 맹렬하게 달려온 마세라티가 열정 가득한 최신작을 내놨다. 유구한 레이싱 역사와 명성을 쌓아 올린 마세라티의 신비로운 역사의 페이지를 앞으로 넘기면 밤을 새워도 모자를 에피소드로 가득하다. 이제 마세라티가 다시 한번 모델 라인업에 슈퍼카를 추가했다. MC12의 위대한 계보를 이어갈 MC20(Maserati Corse 2020) 이다. 들끓는 본능과 숭고한 기품, 불꽃 같은 열정과 날카로운 이성, 무거운 압박과 숨죽인 기대가 길이4.6m 차체 안에 살포시 포개졌다.

 

 

 

 

미학과 공학, 헤리티지와 첨단 기술, 예술혼과 장인정신

MC20에는 다양한 요소가 깃들었다. 미래를 앞당긴 첨단 기술을 녹였고, 스파이더와 전기차 버전을 염두에 둔설계를 마쳤다. 강인한 뼈대와 강력한 심장, 모든 것을 감싼 유려한 선을 헤아리면 영락없는 미드십 슈퍼카다. 시선을 사로잡는 리어 스포일러는 없다. 날것 그대로의 무자비한 공격성 따윈 느껴지지 않는다. 디자이너는 과시적으로 차를 복잡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유혹에 흔들리지 않았다. 트라이던트 엠블럼을 단 슈퍼카를 만드는 이상 그럴 필요조차 없었다.

 

 

 

마세라티가 20년 만에 자체 개발한 엔진을 MC20에 담았다.

에어로 다이내믹의 진가는 섀시 중앙 매우 낮은 곳에 둥지를 튼 V6 3.0L 트윈터보 유닛이 용트림할 때 드러난다. 포세이돈(넵튠)에 경의를 표하는 의미로 엔진에는 ‘네튜노’라는 이름을 붙였다. MTC로 불리는 특허 기술과 F1 레이싱 기술을 녹인 엔진은 그야말로 엄청난 힘을 내뿜는다. 7500rpm에서 최고출력 630마력을 토해내고, 최고 8000rpm까지 회전할 수 있다. 터빈 두 발이 돌기 시작하면 토크는 최대 74.4kg·m까지 올라간다. L당 200마력이 넘는 힘을 내뿜는 이 괴물 V6 엔진은 긴 시간 슈퍼카 세계를 지배해온 V8 엔진에 대한 도전과도 같다.

 

 

 

MC20은 마세라티의 슈퍼카 무대 입성을 의미하는 모델이 아니다.

어느 때보다 세련된 슈퍼카 세계가 열릴 것이라는 암시다. 베일 듯이 뾰족한 실루엣 따위는 없다. 한구석도 허투루 멋을 내지 않았다. 그저 장식으로 뚫어놓은 공기 구멍은 한 개도 없다. 공기를 찢기보다는 부드럽게 가르기 위해 곳곳에 정교한 공기역학 요소를 심었다. 풍동 실험실 바람으로 2000시간 이상 조각해 완성한 디자인이다. 바람이 매끈한 표면 위로 흐르면 시속240km에서 100kg에 달하는 다운포스를 만들어낸다. 바닥은 경주차처럼 완전히 평평하게 밀폐했다. 앞바퀴 뒤에는 브레이크 열을 빼는 구멍을 냈다. 제법 큰 리어 디퓨저와 보일 듯 말 듯 한 리어 스포일러도 유기적으로 공력 성능을 높인다. 디자인 요소 하나하나에 담긴 섬세한 목적의식이 역사상 가장 기품 넘치는 슈퍼카 세계의 문을 열었다.

 김성래

사진 이영석

자동차 전문 매체 <탑기어 코리아>

Posted by 따뜻한 우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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