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우체부 :: 람보르기니 V12 수퍼카, 아벤타도르의 지난 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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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흡기 엔진에 대한 람보르기니의 애착은 남다르다. 남들이 모두 터보차저를 받아들일 때, 꿋꿋하게 V12와 V10 자연흡기 엔진을 고수했다. 특유의 엔진 사운드와 주행 감각을 지킨 비결이다. 그러나 과급기나 하이브리드 시스템 없이는 출력을 더 끌어올리기 벅차다. 배출가스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결국 지난주, 마지막 12기통 자연흡기 수퍼카 아벤타도르 LP780-4 얼티마를 공개했다.

아벤타도르는 2011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데뷔했다. 이후 다양한 고성능 또는 한정판 모델로 변신하며 람보르기니 대표 모델로 활약했다. 자연흡기 방식으로는 이미 한계라고 생각했던 엔진 성능도 꾸준히 올랐다. 그래서 오늘, 마지막 아벤타도르 출시를 맞아 지난 10년 동안 성장한 아벤타도르를 돌이켜봤다.

이 차의 정식 명칭은 아벤타도르 LP700-4. 람보르기니의 전통에 따라, 1993년 스페인 투우 경기에 참가한 투우소의 이름을 빌렸다. 화끈한 V12 자연흡기 수퍼카에게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LP700-4는 ‘세로 배치(Longitudinale) 한 뒤 엔진(Posteriore)’과 ‘700마력’, ‘4륜구동’을 뜻한다. 파워트레인 구조와 성능, 구동 방식을 나열한 솔직한 작명법이다.

 

기술적 혁신도 있었다. 차체를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로 빚은 모노코크 뼈대로 만들었다. 덕분에 비틀림 강성은 크게 올랐는데, 무게는 단 147.5㎏에 그쳤다. V12 엔진은 무려 8,250rpm부터 700마력을 시원스럽게 뽑아낸다. 여기에 7단 싱글클러치 자동변속기를 맞물렸다. 당시 듀얼클러치 변속기보다 무게가 가벼웠으며, 변속 속도도 빨랐다.

디자인 역시 남달랐다. 전작인 무르시엘라고가 간결하고 매끈한 차체를 자랑했던 반면, 아벤타도르는 온몸에 날을 잔뜩 세웠다. 한정판 모델인 레벤톤(Reventon)의 흔적도 여럿 보였다. 뾰족한 앞머리와 헤드램프, 옆구리의 대형 공기흡입구, 선명한 캐릭터라인은 10년이 흐른 지금도 질리지 않는 디자인 요소다. 하드톱 지붕을 단 로드스터는 2013년에 출시했다.

 

출력을 올린 모델은 데뷔 2년 뒤 처음 등장했다. 람보르기니 창립 50주년을 기념하는 아벤타도르 LP720-4 50th 애니버서리였다. 하지만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20마력을 올렸을 뿐, 공식적인 고성능 버전은 아니었다. 2015년, 더 공격적인 앞뒤 범퍼와 커다란 리어 윙을 단 아벤타도르 LP750-4 SV를 선보였다. SV는 이탈리아어로 ‘매우 빠른(Super Veloce)’이라는 뜻이다.

아벤타도르 LP750-4 SV는 트랙 주행에 초점을 맞췄다. 차체 곳곳에 탄소섬유를 가득 둘러 50㎏을 줄이고, 공기역학 성능을 올려 다운포스를 180% 늘렸다. 새로운 전자식 스티어링 시스템과 서스펜션도 들어갔다. 0→시속 100㎞까지 시간은 2.8초. 뉘르부르크링에서는 6분59.73초를 기록하며 마의 7분대 벽을 허물었다. 기본형 아벤타도르보다 약 25초나 빠른 기록이다.

 

2016년에는 페이스리프트 모델, 아벤타도르 S를 공개했다. 최고출력은 740마력으로 올랐다. 핵심은 람보르기니 최초로 들어간 사륜 조향 시스템. 뒷바퀴와 앞바퀴를 저속에서 반대로, 고속에서 같은 방향으로 꺾는다. 이를 통해 더 날카로운 코너링 실력과 고속 주행 안정성을 모두 챙겼다. 눈에 띄는 에어로 파츠를 달지 않았음에도, 공기역학 성능을 개선해 앞쪽 다운포스가 130% 늘었다.

 

 

 

기본형 아벤타도르가 업데이트를 치렀으니, 고성능 버전도 변신할 차례다. 이름은 아벤타도르 SVJ. ‘극소수의, 희소한’을 뜻하는 ‘요타(Jota)’의 앞 글자를 덧붙였다. 이제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는 770마력, 73.4㎏·m까지 올랐다. 공차중량은 약 50㎏ 더 가벼운 1,525㎏. 0→시속 100㎞까지 걸리는 시간과 최고속도는 2.8초, 시속 350㎞ 이상으로 기존과 같다.

하지만 공기 흐름을 다루는 실력은 큰 폭으로 성장했다. 람보르기니만의 에어로 다이내믹 기술인 ‘ALA(Aerodinamica Lamborghini Attiva) 2.0’ 시스템을 넣었다. 전기 모터로 프론트 스플리터와 리어 윙에 자리한 플랩을 0.5초 단위로 제어한다. 고속과 저속, 코너링 구간에 따라 좌우 플랩 각도를 바꿔 공기 흐름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전체 다운포스는 70% 올랐다.

덕분에 뉘르부르크링에서 다시 한번 놀라운 랩타임을 기록했다. 2018년 7월 26일, 6분44.97초로 뉘르부르크링 양산차 랭킹 정상을 차지했다. 기존 1위였던 포르쉐 911 GT2 RS를 약 3초 차이로 앞섰다. 지금은 3위로 내려왔지만, 당시 세운 기록은 메르세데스-AMG GT 블랙시리즈가 1위로 올라선 2020년 11월까지 깨지지 않았다. 자연흡기 엔진과 최적화한 공기역학 설계로 이룬 쾌거였다.

그로부터 3년 후, 마지막 자연흡기 V12 엔진을 품은 아벤타도르 LP780-4 얼티마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최고출력은 780마력으로 올랐다. 몸무게는 1,550㎏으로, 아벤타도르 S보다 25㎏ 가볍다. 0.005초 만에 반응하는 람보르기니 다이내믹 스티어링(LDS)과 ALA 시스템,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CCB)는 그대로다.

비록 트랙 전용 모델은 아니지만, 아벤타도르 SVJ와 비슷한 수준의 다운포스를 만들어냈다. 여러 칸으로 쪼갠 앞범퍼는 마주 오는 공기를 차체 하부와 냉각 라인으로 나눠 보낸다. 액티브 리어 윙은 속도와 주행 모드에 따라 세 가지로 자세를 바꾼다. 에고(EGO) 모드에서는 운전자가 직접 람보르기니 액티브 서스펜션(LMS)와 트랙션 컨트롤 세팅을 조절할 수 있다.

아벤타도르 LP780-4 얼티마를 위한 실내외 컬러도 준비했다. 기본 색상은 18가지인데, 커스터마이징 프로그램인 애드 퍼스넘(Ad Personm)에서 300개가 넘는 컬러를 만날 수 있다. 실내에는 알칸타라 소재를 가득 넣었다. 시트는 ‘Y’자 스티칭과 ‘ULTIMAE’ 레터링으로 꾸몄다. 쿠페 350대, 로드스터 250대씩 한정 생산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베네노와 센테나리오, SC18, SC20 등 수많은 가지치기 모델로 재탄생한 아벤타도르. ‘람보르기니는 직진만 잘한다’라는 편견을 깨부수며 전 세계가 인정하는 수퍼카로 거듭났다. 아쉽게도 이제는 순수한 자연흡기 엔진을 볼 수 없지만, 다행히 12기통 엔진은 계속 유지한다. 시안(Sian)처럼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얹을 전망이다. V12 하이브리드는 과연 어떤 감성을 보여줄지, 내년에 등장할 아벤타도르 후속작을 기다려 본다.

글 서동현 기자
사진 람보르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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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따뜻한 우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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