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우체부 :: 명품의 품격, 벤틀리 플라잉스퍼 V8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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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틀리가 플라잉 스퍼 V8 출시에 앞서 프라이빗 프리뷰를 진행했다. 플라잉 스퍼 V8의 구매 가망 고객들을 위한 ‘미리보기’ 행사였다. 기자가 아니었다면 초청받을 일 없었을 ‘고-오급’스럽고, 은밀한 자리였다.

 

플라잉스퍼는 벤틀리의 기함이다. 엔진은 두 종류. W12가 작년에 먼저 등장했고, 이번에 V8이 추가됐다. 처음 한국 땅을 밟은 플라잉스퍼는 V8이다.

프리미엄 브랜드 위, 럭셔리 브랜드의 꼭짓점에 위치한 모델, 그것도 3세대로 진화한 신차니 첨단 장비와 화려함은 말해 무엇하랴. 차에 대해 전혀 관심 없는 이라도 ‘우와~ 저 차는 무슨 차냐’고 옆 사람에게 물어볼만하다. 차에 대한 관심 많은 나는 눈을 떼지 못했고.

먼저, 당당한 체구가 보는 이를 압도한다. 5.3미터가 넘는 길이, 2미터에 육박하는 너비를 늘씬한 후륜구동 대형 세단 비율로 빚었다. 네 모서리에 장착한 22인치 폴리쉬드 휠(뮬리너 드라이빙 스펙 사양, 국내 기본 적용) 도 주변 왠만한 큰 차들을 압도하는 크기다. 이 밖에 눈여겨볼 부분들을 사진과 함께 살펴보자.

새로운 디자인의 '플라잉 B'

블랙 '플라잉 B'

보닛 끝에서 반짝이는 ‘플라잉 B(Flying B)’ 마스코트. 1930년, ‘8리터’(차 이름이 8리터 맞다)를 통해 처음 등장한 벤틀리의 상징으로, 2019년부터 새로운 디자인의 ‘플라잉 B’가 3세대 플라잉스퍼에 얹히고 있다. 국내 사양 플라잉스퍼 V8에는 블랙라인 스펙 ‘스포츠’ 트림이 적용돼 검은색 ‘플라잉 B’로 적용된다.

헤드램프는 크리스털 공예품을 연상시킨다. LED 매트릭스 기술을 품어, 하이빔을 켠 채로 앞서 달리거나 마주 오는 차의 눈부심을 막아준다. 하긴, 이 정도 급에선 기술보다 예술이 중요하지. 빛이 영롱하다.

분명 정면에서는 검정 차였는데, 빛을 받은 옆면은 녹색으로 보인다. 벤틀리에서 기본 제공하는 색깔이 아니더라도 ‘뮬리너’ 프로그램을 통해 고객이 원하는 어떤 색깔도 적용 가능하다. 특이한 컬러도 본사에서 배합비율을 기록해 두기 때문에 복원이 가능하다고.

손 베일 듯 예리한 철판(실제로는 알루미늄) 가공 기술은 벤틀리가 속한 폭스바겐 그룹의 ‘종특’이다.

엠블럼에 새겨진 벤틀리 설립연도 ‘1919’가 1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V8을 상징하는 프런트 펜더의 배지와 듀얼 트윈팁 머플러. W12은 트윈팁이다. 플라잉스퍼 V8은 4리터 트윈터보 V8 가솔린 엔진을 얹고 550마력(PS), 71.4kgm를 발휘한다. 4.1초 만에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에 도달하며, 최고속도는 시속 318km에 달한다.

 

W12 대비 100kg 줄어, 무게 배분과 연비에서도 이점을 챙겼다. 항속 중(23.9kgm 이하의 토크, 3,000rpm 이하의 회전수) 0.02초 만에 실린더 8개 중 4개를 비활성화 시키는 ‘잔재주’도 부린다. 덕분에 플라잉스퍼 V8은 한번 주유로 최대 643km 주행이 가능해 그랜드 투어러로서의 자질을 보강했다. 역시 요즘 12기통은 성능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최고’를 위한 상징의 의미가 짙다.

직접 운전대 잡는 오너 드라이버(owner driver)를 배려한 운전석. 스포티한 외모가 벌써, 기사가 운전해 주는 차의 뒷자리에서 내리는 것보다 직접 운전하길 즐기는 오너의 취향을 반영한 듯하다. 브레이크 페달 연결부도 카본이다.

기본으로 탑재한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 브레이크 토크 백터링, 드라이브 다이내믹 컨트롤을 비롯해 선택사양으로 제공되는 48V 전자식 액티브 롤링 제어, 벤틀리 다이내믹 라이드, 전자식 올 휠 스티어링 기능이 플라잉스퍼 V8의 역동적이면서 우아한 달리기를 돕는다. 기술 이름에 ‘다이내믹’을 많이 쓴 것만 봐도 성격이 보인다.

대시보드 중앙, ‘3-way 로테이팅 디스플레이’는 삼면이 12.3인치 터치스크린과 아날로그 다이얼, 베니어로 이루어졌다. ‘스크린(SCREEN)’ 버튼을 누를 때마다 스르륵 돌며 서로 다른 기능과 분위기를 제공한다. 이런 게 바로 전통과 첨단의 조화가 아닐까?

실내 마감재는 두말해 무엇하랴. 시선이 미치는 곳, 손길이 닿는 곳 모두 온통 최상급 가죽과 나무, 금속이다. 플라잉스퍼 V8를 타고 동승자에게 ‘이런 귀한 곳에 누추한 분이......’를 농담으로 던지면, 진담처럼 들릴 수 있으니 조심해야겠다. 플라스틱도 보이긴 한다. 아주아주 가끔.

플라잉스퍼에 적용되는 사운드 시스템 중 최고는 역시 ‘나임(Naim)’이다. 18개의 스피커, 21채널 앰프를 갖췄으며, 무려 2,200W의 출력을 쏟아낸다. ‘오디오 알못’이 잠깐 들어도 황홀한 소리를 들려줬다.

오너 드라이버를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쇼퍼 드리븐(chauffer-driven) 성격을 잃은 건 아니다. 공간은 광활하고, 고급 소재는 앞뒤가 동일하니 뒷자리에 앉아계실 VIP의 심기를 거스를 일은 없다.

약 150일 동안 진행된 프라이빗 프리뷰 행사를 통해, 이미 180명 이상의 고객들이 플라잉스퍼 V8을 사전 계약하고 돌아갔다. 부럽다. 플라잉스퍼 V8은 올해 12월부터 고객 인도가 시작될 예정. 영국 크루 본사 공장을 출발해 배 타고 바다 건너 국내 고객들에게는 전달되는 시기는 내년 초로 예상된다.

올 한 해, 9월 30일 기준으로 213대의 벤틀리가 주인을 찾아갔다. 올해 정식 수입된 벤틀리는 벤테이가 V8과 컨티넨탈 GT V8 정도가 전부다. 모든 라인업이 갖춰지지 않았던 점, 코로나19 때문에 공급 물량이 충분하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훌륭한 성적이다. 플라잉스퍼 V8을 생산 시작과 거의 동시에 국내 들여올 수 있었던 이유다.

 

이광환 carguy@carlab.co.kr

재미있는 자동차 미디어 카랩

Posted by 따뜻한 우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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