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우체부 :: 모터스포츠에 ‘진심’인 현대차, 데뷔부터 정상에 오르기까지

달력

52024  이전 다음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i20 N WRC

‘2022 WTCR 더블 챔피언 달성’. 현대차 모터스포츠 이야기다. 2014년, i20로 WRC에 뛰어든 현대차는 2019년과 2020년, 2년 연속 WRC 제조사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2017년부턴 i30 N으로 뉘르부르크링 24시 내구레이스와 TCR 레이스에 뛰어들어 지난해 WTCR 드라이버 & 제조사 부문 ‘더블 챔피언’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대회 설명

1)TCR : 투어링카 레이스로, 2017년 WTCC(월드 투어링카 챔피언십)의 후속 대회로 등장. 다양한 지역 TCR 대회가 있으며, 그중 최상위 클래스에 해당하는 게 WTCR(월드 투어링카 레이스)이다.

2)WRC : 월드 랠리 챔피언십으로, 1973년 시작한 모터스포츠다. 계절과 국가별로 주행하는 도로 환경이 다르며, ‘극한의 내구성’을 시험하는 대회다.

3)뉘르부르크링 24시 내구레이스 : 독일 뉘르부르크링 서킷을 24시간 동안 달리는 레이스로, 1970년 출범했다. 3~4명의 드라이버가 교대해 24시간 동안 쉬지 않고 달리는 마라톤 경주다.

글 강준기 기자(joonkik89@gmail.com)
사진 현대자동차, 강준기

지난 1일, 현대자동차 양재 사옥에 반가운 멤버들이 자리했다. 현대차 모터스포츠 사업부장 틸 바텐베르크 상무와 ‘레전드’ 드라이버 가브리엘 타퀴니, WTCR 챔피언 미켈 아즈코나 등이 한국 기자들과 만났다. 지난해 WTCR 드라이버 & 제조사 통합 챔피언을 달성한 이야기부터, 현대차 N브랜드의 시작과 현재,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든든한 기둥, 레전드 드라이버 가브리엘 타퀴니의 존재

가브리엘 타퀴니

우선 WTCR 월드 챔피언이자, 현재는 현대차 모터스포츠 사업부의 기술고문으로 있는 가브리엘 타퀴니가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레이스카에서 양산차의 기술 비중은 약 70~80%로, 우승하는 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베이스’가 좋아야한다. 그런 면에서 i30 N과 엘란트라 N은 굉장히 빠르다. 밑바탕이 훌륭한 양산차로부터 레이스카를 개발했고, 한국으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참고로 가브리엘 타퀴니는 1962년생으로, 이탈리아 출신 베테랑 드라이버다. 1987년부터 포뮬러 원에 참가했고, 이후 투어링카 챔피언십에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보냈다. 1994년 BTCC, 2003년 ETCC, 2009년 WTCC, 2018년 WTCR에서 우승했다. FIA가 주관하는 레이스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세계 챔피언’이라는 독특한 기록을 갖고 있다. 60대까지 현역 선수로 활약한 대단한 인물이다.

i30 N TCR과 함께 활약한 가브리엘 타퀴니

6살 때부터 레이스에 입문한 그는 인생이 모터스포츠 그 자체였다. 그는 “2021년부터 이제 그만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했다. 어렸을 때부터 레이싱 드라이버가 되는 게 꿈이었다. 60대까지 이렇게 할 수 있어 정말 기쁘다”라고 전했다.

선수 은퇴 후 현재 타퀴니는 현대차 모터스포츠 사업부 드라이버 어드바이버 기술 고문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팀 매니저로서는 아직 어리기 때문에 앞으로 3~4년은 더 할 수 있다. 앞으로도 현대 팀과 일하는 게 목표고, 모터스포츠 꿈을 저버리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라고 전했다. 이 같은 베테랑 드라이버의 존재는 현대 모터스포츠 팀의 등대 같은 역할을 한다.

유럽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드라이버, 조만간 만날 수 있다

WRC와 WTCR, 내구레이스 등에서 기록적인 성과를 낸 현대차. 그러나 한국 모터스포츠 팬 입장에선, 세계적인 무대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드라이버는 언제 등장할지 궁금할 듯하다. 옆 동네 일본만 해도, 포뮬러 원에서 활약하는 선수가 있으니까.

다행히 현대차도 이를 준비하고 있다. 주니어 드라이버 육성에 대한 계획을 꼼꼼히 세웠다. N브랜드 매니지먼트 모터스포츠 사업부 장지하 팀장은 “한국인 주니어 드라이버를 선발해서, 올해부터 유럽 무대에 진출시키는 준비를 하고 있다. 원메이크 레이스인 N 페스티벌 시리즈에서 우승한, 상위권에서 우승한 선수들이며 만 17세의 젊은 선수도 있다. 조만간 유럽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선수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타퀴니 선수와 함께 ‘영 드라이버’를 육성하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유독 현대차에게 가혹했던 BoP(Balance of Performance)

i30 N은 TCR에서 독보적인 실력을 뽐냈다. 그러나 TCR엔 가혹한 규제가 있다. 빠른 차의 독주를 막고 느린 차에게도 우승의 기회를 주기 위해 ‘BoP(Balance of Performance)’란 성능 규제를 적용한다. 주최 측은 2019년 시즌부터 i30 N TCR과 벨로스터 N TCR에 가혹한 BoP를 적용했다. 가령, 엔진 최고출력은 97.5%로 제한하고 차체 무게는 20㎏ 늘렸다. 심지어 지상고는 90㎜ 높였다. 노골적인 중국 팀 ‘밀어주기’였다.

그러나 가혹한 성능 규제는 역설적으로 현대 팀을 단단하게 만들었다. 장지하 팀장은 “BoP는 사실상 피할 수 없는 경기 규칙의 한 부분이다. 최대한 BoP 영향을 덜 받기 위해, 새로운 영역을 탐구하고 레이스카의 ‘밸런스’를 계속 맞췄다. 특히 i30 N이 많은 BoP를 받았는데, 차의 성능이 굉장히 뛰어났음에도 우리 팀의 노력들이 수포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타이어, 제동 등 여러 가지 부문에서 테스트하며 밸런스를 강화시켰다”라고 말했다.

모터스포츠, 그리고 N브랜드의 의미

뉘르부르크링 24시 내구레이스에서 클래스 우승을 거둔 엘란트라 N

현대차의 모터스포츠 활약은 실제 N브랜드 양산차를 구입하는 소비자에게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N브랜드 매니지먼트 모터스포츠 사업부 박준우 상무는 “우리가 N브랜드를 시작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저는 어렸을 때부터 자동차를 좋아했다. 한국 사람인 우리가, 한국에서 가장 큰 브랜드인 현대차가 ‘사랑하는 차를 만들지 않으면 누가 만들겠어?’라는 생각이 (N브랜드 시작의) 가장 큰 이유였다. 우린 N브랜드를 2012년부터 스터디했고, 2013년에 브랜드 런칭을 준비했다. ‘한국 브랜드로 즐길 수 있는 즐거움을 전달하자’라는 목표로 시작했다”라고 설명했다.

N 비전 74 / RN22e

그는 “N 비전 74와 RN22e처럼 새로운 시도를 지속적으로 내보낼 수 있는 ‘롤링랩’이란 개념을 만들었다”며 “신기술 연구를 통해 우리가 원하는 차를 만들 수 있는 ‘연구원들의 놀이터’다. 이렇게 만든 차들이 세상을 놀라게 하고, 한국 사람들로 하여금 더 자신감을 갖게 하는 게 현대가 해야 하는 일이 아는가 하는 생각으로 시작했다”라고 덧붙였다.

즉, N브랜드를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철학은 ‘열정’이다. 이성보단 감성의 영역이 지배한다. 모터스포츠 도전을 통해 값진 데이터를 쌓고, 이를 양산차 설계에 녹이면서 ‘운전의 즐거움’을 갖춘 차를 일반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게 N브랜드의 목표다. 동시에 롤링랩 시리즈를 통해 모터스포츠의 지속가능성 또한 모색하고 있다.

전동화 모터스포츠에 대한 준비

벨로스터 N ETCR

현재 모터스포츠에서 활약하는 현대차 레이스카는 직렬 4기통 2.0L 가솔린 터보 엔진을 쓴다. 그러나 앞으로 내연기관 레이스카의 비중은 점점 줄어들 전망이다. 그렇다면 ETCR 등 전동화 모터스포츠에 대한 준비와 앞으로의 방향성도 궁금하다.

현대차 모터스포츠 사업부장 틸 바텐베르크 상무는 “(지난해 공개한)롤링랩 모델이 앞으로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하나는 하이브리드(N 비전 74), 하나는 배터리 구동(RN22e)이다”라며 “지금의 전기차는 ‘기계와 인간의 교류가 부족’하단 문제를 갖는다. 그래서 우리 엔지니어들은 드라이버와 레이스카가 상호작용할 수 있는 브레이킹의 구현과 전기차 사운드에 대한 부분들을 연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주행의 감정’을 전기차에도 구현하고자 한다”라고 설명했다.

2022 WTCR 월드 챔피언, 미켈 아즈코나

그렇다면 현역 선수 입장에선 전기 레이스카를 어떻게 생각할까? 지난해 WTCR 챔피언에 등극한 미켈 아즈코나 선수는 “드라이버 관점에서 봤을 때 기존 TCR 레이스카와 ETCR 머신의 차이는 ‘파워’다. 내연기관차는 360마력의 전륜구동 방식이고, 전기차는 380마력 후륜구동 방식이다. 그래서 브레이킹과 코너링 특성이 다르다. 드라이버의 주행 스타일 자체가 달라져야 하는데, 굉장히 어렵다. 그렇지만 이런 도전도 즐겁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현대차의 모터스포츠 도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WRC 제조사 부문 2년 연속 우승, WTCR 드라이버 & 제조사 통합 챔피언, 뉘르부르크링 24시 내구레이스 클래스 우승 등 금자탑을 쌓았지만, 여기서 안주할 생각은 없다. 틸 바텐베르크 상무는 “앞으로 레이스에 참여할 때마다 승리의 기운을 이어가고자 한다. 남양연구소‧본사와 협력해, 우리가 지속적으로 실수를 줄이고 좀 더 나은 결과를 성취하고자 한다”며 “가장 중요한 건 데이터 수집이다. 레이스에서 쌓은 데이터를 유관 부서에 전달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WRC에서 드라이버 부문까지 챔피언십 타이틀을 획득하는 게 목표다. 앞으로 몇 년 동안 우승의 기운을 이어가고자 한다”라고 전했다.

깊이 있는 자동차 뉴스, 로드테스트

Posted by 따뜻한 우체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