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우체부 :: 무쏘 스포츠 터보 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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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의식이 없이 무조건 빨리 달리기 위해서 하는 튜닝은 진정한 튜닝이 아니다. 튜닝은 차의 컨디션과 오너의 필요에 따라서, 목적을 갖고 해야만 만족스런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일반도로에서 신나게 달리고, 레이스도 할 수 있는 무쏘 스포츠를 모범답안으로 소개한다

자동차 안전검사와 구조변경 기준이 강화되면서 자동차 튜닝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예전처럼 뜨겁지가 않다. 하지만 튜닝에 대한 이해의 폭을 약간만 넓힌다면 지금 타고 있는 차의 성능과 편의성을 훨씬 더 끌어올릴 수 있다.
자동차 튜닝이라는 것은 필요성과 목적에 맞추어 해야 하는 것이다. 튜닝은 욕심과 멋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남의 시선을 의식해, 으스대고 싶어서 튜닝한 차를 사람들은 ‘양카’라고 부르며 경멸한다. 하지만 튜닝카와 양카의 경계선이 모호한 것도 사실이다. 어디까지가 튜닝카이고 어디까지가 양카일까? 여기, 뚜렷한 목적의식을 갖고 개조한 무쏘 스포츠가 튜닝카의 모범답안을 알려줄 수 있을 것이다.

12단 조절식 쇼크 업소버
AJ레이싱에서 튜닝한 무쏘 스포츠를 처음 만난 것은 7월 13~17일 펼쳐진 서울 오토살롱에서였다. 전문 튜너의 손길을 거쳐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난 무쏘 스포츠는 많은 사람의 눈길을 끌었다. 여타의 SUV들이 키를 훌쩍 키워 오프로딩에 중점을 둔 것에 비해, AJ레이싱에서 출품한 무쏘 스포츠는 순정차보다 키를 낮추고 에어댐을 대는 등 온로드 스포츠성에 중점을 두었다. 실내도 버켓시트와 레이싱 스티어링 휠을 다는 등 일반 무쏘 스포츠와는 많이 달랐다. 차를 살피다 보니 보닛 밑에 숨겨진 엔진이 무척이나 궁금해졌고, 그래서 9월 중순 구로동의 AJ레이싱을 찾아가 무쏘 스포츠를 다시 만났다.
AJ레이싱의 김민규 이사가 심혈을 기울여 튜닝한 2004년 8월식 무쏘 스포츠는 서킷과 공도를 모두 달릴 수 있도록 튜닝된 것이 특징. 평상시에는 출퇴근과 여행용으로 사용하고, 경기가 있을 때는 간단한 작업으로 서킷에서 달릴 수 있는 레이스카로 변신한다. 서킷용 머신을 평상시에도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비결은 AJ레이싱에서 자체제작한 12단 조절 쇼크 업소버 덕분이다.
쇼크 업소버의 선두주자 네오테크와 공동으로 개발·제작한 쇼크 업소버는 12단계로 강도를 조절할 수 있다. 서킷에서는 고속 코너링이 가능하도록 서스펜션을 돌과 같이 단단하게 만들고, 평상시에는 부드러운 달리기를 위해 강도를 낮춘다.

FRP 사용해 차무게 줄여
깔끔한 크롬 실버 색상의 튜닝카는 앞모습부터 무쏘가 아니다. 터프함을 강조하기 위해 붙이는 캥거루 범퍼 대신 공기흐름을 살리기 위해 립 타입 에어댐과 사이드 스커트를 달았다. 프론트 아래 스포일러는 마주치는 공기가 사이드 스커트를 따라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유도하고, 일부 돌출부위는 고속에서 다운포스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에어댐과 사이드 스커트는 모두 FRP(Fiber glass Reinforced Plastic, 유리강화플라스틱)로 만들어 무게를 최소화했다. 엔진 열을 빨리 빼내기 위해 구멍을 뚫어 놓은 보닛도 FRP 재질이다.
공기마찰이 가장 심한 짐칸은 유진튜니자인에서 디자인한 FRP 하프톱을 씌우고, 코리아스포일러에서 만든 레이싱용 리어 스포일러도 붙였다. 오즈레이싱 17인치 휠과 금호 STX 255/50 17인치 타이어는 레이싱용 타이어로는 약간 작은 것이 사실이다. 이는 연비를 고려한 것으로, 차체와의 간섭도 피할 수 있다.
차체를 1.5인치 낮춘 덕분에 탑승이 쉽다. ‘꼼짝마라’식의 버킷시트가 기자에게는 불편하다. 실내에서 우선적으로 눈에 들어오는 것은 데피(Defi)의 BF시리즈 게이지. 왼쪽부터 터보계/오일 온도계/냉각수 온도계/오일 압력계/배기 온도계까지 5개의 게이지가 붙어 있다.

저속에서는 터보 래그 탓에 펀치력 약해
자 이제 보닛 밑에서 숨죽이고 있는 300마력을 깨울 시간이다
이 차의 엔진에는 일본 그레디(Greddy)사에서 만든 TD04H 터보가 붙어 있다. 빠른 리스폰스로 터보 래그를 줄인 것이 특징. 스풀업(spool up, 터빈에 배기가스가 차는 시점)은 2천500~3천rpm으로 세팅되어 있다.
터보차답게 우렁찬 시동음과 함께 300마력 엔진이 깨어난다. 아이들링에서 엔진음이 실내로 유입되는 것은 차무게를 덜기 위해 방음을 하지 않은 탓이다. 빠른 액셀링을 위해 유격이 거의 없는 액셀을 다루기가 시승 내내 힘들었지만, 스타트 때 차가 울컥하면서 튀어나가지는 않는다. 터보차의 단점인 터보 래그 탓으로, 배기가스가 충분하지 못해 터빈이 힘차게 돌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스풀업 구간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약간 굼뜬 몸놀림을 보인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트윈터보를 달거나 수퍼차저로 넘어가는 경우도 있지만 이 차는 공도주행도 고려해 튜닝한 만큼 기름을 많이 먹는 트윈터보나 수퍼차저는 넣지 않았다. 물론 수동일 경우 운전자의 스킬에 따라 어느 정도는 터보 래그를 줄일 수 있다.
터보 래그를 줄였다고는 하나 시속 80km까지는 액셀링에 대한 반응이 늦은 편이다. 하지만 고속도로에서의 상황은 다르다. 시속 80km가 넘어서면 터보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 액셀워크에 따라 차가 움찔움찔 하는 것이 당장이라도 저 멀리 보이는 스포츠카를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다.

터보의 진정한 맛은 시속 80km부터
터보 게이지가 1.0 이상을 유지한 고속상에서의 풀액셀링에는 터빈과 오픈형 에어필터에 공기가 드나드는 쉭쉭 소리와 함께 여느 외제차 못지 않은 순간 가속력을 뽐낸다. 쉭쉭거리는 소리는 배기가스로 터빈을 돌리고 터빈으로 압축한 공기를 강제로 밀어넣어 연소시키면서 출력을 높을 때 나는 소리다.
시속 80km에서 180km까지는 망설임 없이 고속을 뽑아내는 폼이 무쏘 스포츠라고 믿기 어렵다. 도로여건과 눈앞을 가로막는 비 때문에 더 이상의 속도를 높일 수 없었지만 김민수 이사의 말에 의하면 최고시속 220km까지 어렵지 않게 올라설 수 있다고 한다. 고속에서의 펀치력도 놀랍지만 코너링과 브레이킹 성능에도 꽤나 신경 썼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12단계로 조절되는 쇼크 업소버는 6단 세팅 상태에서 시속 150km로 코너를 안정되게 돌아 나간다. 앞바퀴의 동력전달장치를 제거해 뒷바퀴만 굴리게 만들었으나 시승 동안 오버스티어 현상을 느낄 수 없었다.
브레이크는 앞뒤에 AJ레이싱에서 제작한 2피스톤의 대용량 튜닝 디스크를 달고 있다. 순정보다 훨씬 제동력이 뛰어나지만 잦은 급정거로 디스크가 열을 받은 상태에서는 제동거리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성능이 떨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AJ레이싱의 김민수 이사는 레이스에도 참가하고 실생활에서도 편하게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게끔 두 가지 목적을 갖고 튜닝했다. 시내주행 구간인 시속 80km까지는 터빈의 압력을 낮게 유지히고, 기어비도 바꿔 연료소모를 줄였다. 고속구간에서는 터보가 빠르게 작동하면서 차를 레이싱용으로 180도 변신시켜 놓는다.
이렇게 목적의식을 갖고 차를 튜닝하면 언제 어디서든지 즐거운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다. ‘남이 하니까’, ‘이렇게 하면 멋있으니까’ 하는 식의 튜닝은 단순한 치장일 뿐이다. 튜닝에 대한 시야를 넓히고, 자신의 필요성과 목적에 부합되어야만 진정한 튜닝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4WD&RV, 2006년 10월호 >

Posted by 따뜻한 우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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