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우체부 :: 우직함이 선물한 달콤함, 볼보 V90 크로스컨트리

달력

52024  이전 다음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솔직히 이유를 모르겠다. 대체 왜 한국에서는 왜건이 성공하지 못했을까? 궁합이 맞지 않아서 그런가? 현대 아반떼 투어링, 대우 누비라 스패건, 기아 파크타운. 과거 한국 태생의 왜건들이다. 결과는 참담했다. 그래서인지 안타깝게도 짧은 생을 살다 우리 곁을 떠났다. 시간이 흘러 현대자동차는 i30 CW와 i40 왜건을 내놓았다. 더는 이야기하지 않겠다.

개인적으로 왜건을 사랑한다. 몇 년 전 메르세데스-벤츠 전시장에 방문해 C-클래스 에스테이트에 관해 물은 적이 있다. 직원의 답변은 이랬다. “혹시 유럽에 살다 오셨어요? 왜건에 관해 물어보는 한국 사람이 흔치 않아서요.” 충분히 이해가 가는 말이다. 세단 아니면 SUV로 양분화된 상황에서 왜건을 찾는 사람은 드물다.

지금까지는 과거 이야기였다. 이제 한국은 왜건을 집어삼키는 늪이 아니다. 적어도 볼보에는 그렇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볼보는 왜건의 명가다. 장충동이 족발의 중심이라면 왜건의 중심은 볼보다. 당장 돈다발을 들고 볼보 전시장에 가더라도 V90 크로스컨트리 혹은 V60 크로스컨트리를 가져오기 힘들다. 이미 대기자가 길게 늘어서 있는 상황이라 기다리는 수밖에는 별도리가 없다.

새로운 V90 크로스컨트리가 나왔으니 이런 현상은 아마 더 심해질 듯하다. 불 보듯 뻔하다. 볼보는 XC60을 시작으로 상품성을 개선한 모델을 차례대로 내놓고 있다. 무엇보다 개선한 부분의 만족도가 높다. 볼보는 세계 최초로 안드로이드로 구동하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차에 심었다. 한국에서는 티맵모빌리티와 손잡고 인포테인먼트를 개발해 티맵과 AI 플랫폼, 누구, 음악 플랫폼 플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새로운 시스템을 적용하면서 애플 카플레이 기능은 삭제했다. 개인적으로는 살짝 어색하지만, 생각보다 적응이 빨라서 문제는 크지 않으리라 본다.

음성인식은 기가 막힌다. 이런 시스템을 사용하는 브랜드는 많지만, 기대와 달리 명령어를 인식하지 못할 때가 허다한데 볼보는 그렇지 않다. ‘아리아’를 외치면 바로 반응하고 말귀도 잘 알아듣는다. 날씨와 집 안 조명, 에어컨, 로봇청소기 등을 제어하는 누구 스마트홈도 이용 할 수 있다. ‘볼보 카스 앱’과 위급 상황에 이용할 수 있는 ‘볼보 온 콜’ 기능도 새롭게 추가했다.

시승차는 마일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얹은 B5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크게 불만이 없다. 2.0L 가솔린 엔진과 손잡은 첨단 운동에너지 회수 시스템의 궁합도 좋다. 출발 시에는 48V 배터리가 14마력 정도 힘을 보태 꽤 경쾌하게 가속한다. 하지만 꾸준히 속도계 바늘을 높이다 보면, 예상보다 빨리 힘의 한계가 느껴진다. 가속 페달이 더는 들어갈 자리가 없는데도 속도를 붙이지 못한다. 최고출력250마력, 최대토크 35.7kg·m라는 수치가 무색할 정도다.

사실 여느 볼보처럼 시속 180km에서 제한이 걸리기 때문에 최고속도의 의미는 없지만, 재가속 시 느껴지는 답답함은 어쩔 수 없다. 이런 점을 견디기 힘들어하는 사람에게는 400만원 더 들지만 300마력짜리 B6을 추천한다. 살짝 답답한 점을 빼면 전체 움직임은 좋다. 브레이크도 쉽게 지치지 않고, 8단 자동변속기의 움직임은 부드럽다(매뉴얼 모드의 좌우로 밀고 당기는 변속 방식은 어색하다). 서스펜션은 약간 단단하다. 너무 부드럽지 않아 휘청거리는 일도 적고, 노면의 정보를 엉덩이로 전달하는 느낌도 좋다.

볼보는 부분변경 모델을 내놓으면서 익스테리어는 크게 손대지 않았다. 이전 디자인을 유지하면서 3D 형태 엠블럼과 새롭게 디자인한 라디에이터 그릴, 전방 안개등, 스키드 플레이트, 휠, 시퀀셜 턴 시그널을 포함하는 풀-LED 테일램프를 적용한 게 변화의 전부다.

실내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크게 눈에 띄는 부분은 계기판 구성이다. 예전에는 두 개의 원형이 있었는데, 신형은 가운데 티맵 지도와 함께 양쪽 테두리를 감싸는 형태다. 개인적으로는 변화가 반갑다. 공간에 대한 불만은 없다. 시트는 편해서 장거리 주행에도 피로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2열 공간과 짐공간도 넉넉하다.

V90 크로스컨트리는 SUV의 실용성과 오프로드 주행, 세련된 디자인을 앞세워 세단, SUV, 왜건 소비자 모두를 겨냥한다. 매콤한 달리기 성능을 기대하는 사람은 눈을 돌려도 좋다.

 

 허인학

사진 이영석

자동차 전문 매체 <탑기어 코리아>

Posted by 따뜻한 우체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