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우체부 :: 파가니 와이라 R, 알을 깨고 나온 자유

달력

52024  이전 다음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와이라의 최종 진화형, 와이라 R이 세상에 나왔다.
자연흡기 V12 엔진으로 850마력을 뱉어내고, 차제 무게는 1t에 불과하다

 

“와이라 R은 트랙에서만 주행할 수 있는 역사상 가장 극단적인 파가니 하이퍼카입니다.” 호라치오 파가니가 말했다. 파가니는 2008년, 와이라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2003년부터 시작된 긴 개발 과정 속에서 자유에 대한 갈증을 느꼈던 호라치오 파가니는 브랜드 최초 모델 존다의 최종 버전, 존다 R을 내놨다. 모든 규제와 제약을 풀어헤친 트랙용 하이퍼카였다.

“오늘날 경주용 자동차는 공기역학에만 전념합니다. 열정의 결정체라기보다는 풍동 실험의 산물이죠.” 호라치오가 말했다. “반면, 1960~1970년대에는 자동차가 정말 빨랐고, 위험할 수도 있지만 정말 놀라운 요소로 가득했죠. 페라리 P4, 포르쉐 917, 포드 GT40, 그리고 르망 경주차는 모두 가장 매혹적인 디자인을 가지고 있었죠. 그것은 우리에게 큰 영감을 주었습니다.

존다 R의 경험으로부터, 예전 경주차로부터, 그리고 자유를 향한 새로운 갈망으로부터, 와이라 R의 아이디어가 탄생했습니다.” 호라치오 파가니는 이 차가 완전한 자유를 표현한다고 말한다. 극한의 자동차 엔지니어링과 공기역학 노하우에 전례 없을 만큼 유니크한 미학적 감수성을 접목한 결실이라고 강조했다. 개발 단계에서 세운 목표 중하나는 시속 320km로 주행시 1000kg의 다운포스를 생성하는 것이었다. 결국 그들은 목표를 달성했다. 평평한 차체 바닥 면, 거대한 리어 디퓨저, 유니크한 리어윙이 강력한 다운포스를 생성한 덕분이다.

 

“마법과도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호라치오 파가니가 말했다. “스타일 연구 과정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미적 가치가 선명히 드러날수록 에어로다이내믹 성능이 향상되는 놀라운 효과를 얻었죠.”와이라 R 프로젝트는 어떤 양산 모델에도 기초하지 않았기 때문에 각각의 부품에 대한 개발 목표를 크게 높일 수있었다. 이 차의 개발은 그 자체로 거대한 도전이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중대한 도전 과제는 엔진이었다. 파가니 역사상 가장 강력한 자연흡기 엔진 개발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와이라 R을 박동하는 심장은 기본형에 들어가는 V12 트윈터보 엔진이 아니다. 완전히 새로운 V12 자연흡기 엔진이다. 이름하여 V12 R. 호라치오 파가니가 말했다. “이 새로운 엔진에 오늘날 최첨단 기술을 담는 동시에 1980년대 F1 엔진과 같은 매력, 낭만, 사운드, 단순성을 담아냈습니다.” V12 R은 8250rpm에서 최고출력 850마력을 토해낸다. 5500~8300rpm에서 발생하는 최대토크는 76.5kg·m. 이 엔진의 목적성은 분명하다. 트랙에서 회전한계 9000rpm까지 끌어내며 최고 성능을 이끌어내고자 하는 모든 이에게 최고의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V12 R이 엔진은 AMG의 독일 투어링카 챔피언십과 포뮬러 3 엔진을 개발하는 HWA의 기술을 한껏 머금고 있다. HWA는 AMG의 창시자 중 하나인 한스 베르너 아우프레흐트가 창립한 경주차 제작 업체이자 레이싱 팀이다. HWA와 파가니 엔지니어의 주된 관심사는 출력만이 아니었다. 힘만큼이나 무게 감량이 중요했다. 엔진 무게는 198kg. 아팔터바흐의 HWA 연구진은 2년간의 설계 및 개발 과정 끝에 체중계 바늘을 200 이전에 멈추게 하는 V12 6.0L 엔진 개발에 성공했다. 오직 30대만 제작하는 파가니 R만을 위한 심장이기 때문에 V12 R 역시 세상에 30유닛만 탄생한다.

 

배기시스템은 엄청나게 가벼운 인코넬 625/718 합금으로 제작했다. 표면을 세라믹으로 코팅해서 엔진 베이를 보호하고 열 방출이 뛰어난 점이 특징이다. 무엇보다 엄청난 소리를 낸다(정말이다. 유튜브를 검색해 V12 R 배기음을 꼭 들어보길 바란다). 12개 실린더로부터 동일한 길이로 뻗어나온 다기관이 레이싱 DNA를 가득 담은 사운드트랙을 뱉어낸다. 배기음이나 어찌나 큰지 순정 그대로는 FIA 공인 레이스 트랙을 달릴 수도 없다. 파가니는 그런 경우를 대비해 필요에 따라 장착할 수 있는 머플러를 제공한다.

차체는 탄소섬유 사이에 특제 티타늄 실을 섞어 직조한 카보티타늄과 카보트라이액스 등 파가니가 개발한 첨단 복합 소재를 사용했다. 파워트레인 유닛과 결합한 리어 프레임은 모노코크와 통합된 구조를 형성한다. 덕분에 도로용 와이라와 비교해 휨 강성이 51%, 비틀림 강성이 16% 증가했다. 최고출력 850마력을 내뿜는 이 차의 건조중량은 1050kg에 불과하다. 30대의 와이라 R이 세계 곳곳의 트랙을 달리며 포효하는 상상을 해보라. 과급기를 달지 않은 V12 엔진이 배기 매니폴드를 붉게 달구며 9000rpm으로 치닫는 모습을 그려보라. 비로소 호라치오 파가니가 꿈꾸던 완전한 자유가 알을 깨고 세상에 나온 것이다.

 

Q&A

파가니 오토모빌 커머셜 디렉터 하네스 자논(Hannes Zannon)과 컴포지트 및 메커니컬 디자이너 판시스코 페리니(Fancesco Perini)에게 물었다

TopGear 와이라 R의 자연흡기 V12 엔진은 와이라의 V12 6.0L 트윈터보 엔진과 실린더 개수와 배기량이 같다. 그런데도 최고출력이 크게 상승한 비결이 뭔가?

Hannes Zannon 비결은 엔진회전수다. 신형 자연흡기 엔진은 9000rpm까지 치솟는다. 엔진 내부 모든 부품에 엄청난 속도를 견딜 수 있는 소재를 사용했다. 높은 엔진회전수를 견딜 수 있는 티타늄과 알루미늄 합금을 사용했다. 물론 부품 가격은 아주 높다.

TG 트레일러 영상을 통해 V12 R을 레드존까지 몰았을 때의 사운드를 들었다. 1990년대 F1 경주차 소리처럼 엄청나게 사나웠다. 별도로 머플러를 장착해야만 FIA의 트랙 소음 제한치인 110dB 이내로 줄일 수 있다고 하는데, 머플러 장착하지 않으면 소음 수치가 얼마나 되나?

Fancesco Perini FIA 서킷에서 요구하는 소음 한계가 110dB다. 머플러를 장착하면그 기준을 맞출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배기음이 130~140dB까지 올라간다.

TG 시속 320km로 주행할 때 다운포스가 1000kg에 달한다고 들었다. 건조중량 (1050kg)과 거의 동등한 수준의 다운포스가 발생하는 셈이다. 이론상 시속 320km 이상으로 달리면 뒤집어진 채 터널 천장을 달릴 수도 있는 건가?

FP 그렇다. 실제로 가능하다. 다운포스가 차체 무게보다 높기 때문에 천장에 붙어서 주행이 가능하다. 누군가에게 맡겨보고 싶긴 하지만 아마 테스트 드라이버가 엄청난 돈을 요구할 것이다.

TG 곧 출시할 와이라 후속 모델에 대한 힌트를 줄 수 있나? 메르세데스-AMG가 제공하는V12 트윈터보 엔진을 계속 유지하는지도 궁금하다.

HZ 존다의 개발명은 C8이다. 와이라는 C9. 그다음 모델은C10이 된다. C10의 공식 모델명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2년 내에 출시 예정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내년 하반기에 공개된다. C10 역시 AMG의 V12 트윈터보 유닛을 사용한다.

TG 스포츠카 세계에도 전동화 바람이 거세게 불어 닥쳤다. 포르쉐는 전기차 타이칸을 내놨고, 페라리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SF90 스트라달레를, 람보르기니는슈퍼커패시터를 결합한 시안 FKP 37을, 코닉세그는 전기모터를 추가한 제메라를 출시했는데, 파가니도 전동화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있나?

HZ 물론이다. 사실 파가니 전기차만을 위한 팀을 구성했다. 개발 자체는 큰 문제가 없다. 문제는 무게다. 전기차는 배터리를 사용하는데, 배터리 무게가 만만치 않다. 그게 전기 파가니 개발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여러 가지 기술이 더욱 발전해서 가벼운 무게의 전기차를 생산 가능한 시기가 오면 기꺼이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다. 지난해 벨기에에서 열렸던 레이싱에서 와이라 하이브리드 버전이 최고속도를 기록하면서 1위를 거머쥐었다.

TG 와이라 R 30대 생산물량 가운데 한국에서 살 수 있는 물량이 있나?

HZ 약속한다. 틀림없이 한 대 있다.

 김성래 사진 파가니

자동차 전문 매체 <탑기어 코리아>

Posted by 따뜻한 우체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