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제 픽업트럭’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거대한 체격과 8기통 엔진. 무거운 짐을 싣고 시원스레 달리기 위해선 대배기량 엔진이 필수다. 특히 미국에선 포드 F-150과 쉐보레 실버라도, 램 픽업 등 트럭 3종의 판매량이 우리나라 연간 자동차 판매대수와 맞먹는다. 그런데 최근, 픽업트럭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바로 전동화 파워트레인 탑재다.
<표1. 2020년 미국 라지 사이즈 픽업트럭 판매 순위>
<표2. 2020년 미국 미드 사이즈 픽업트럭 판매 순위>
지난해 미국 픽업트럭 판매량을 살펴보면 라지 사이즈 시장은 포드, 미드 사이즈 시장은 토요타가 꽉 잡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2019년보다 판매가 줄었지만, 상위 3개 차종 합산 대수가 195만 대에 달한다. 일본 브랜드 픽업 판매량도 만만치 않다. 중형 트럭 시장에선 토요타 타코마가 미국 빅3를 제치고 판매 1위다.
시장 1위, 포드 F-150은 지난해 14세대로 거듭나며 역사상 최초로 하이브리드 구동계를 품었다. V6 3.5L 가솔린 터보 엔진에 전기 모터와 리튬-이온 배터리를 맞물렸다. 최고출력 430마력, 최대토크 78.8㎏‧m를 뿜는다. V8 5.0L 엔진 얹은 F-150보다 30마력 높고 22.1㎏‧m 더 강력하다. 이젠 하이브리드가 연료효율뿐 아니라 성능까지 우월하다.
또한, 100% 순수 전기 모델도 등장할 예정이다. 전기 구동계는 강력한 견인능력이 필요한 트럭과 잘 맞다. 회전수가 무르익을수록 출력을 뽑아내는 엔진과 달리, 전기 모터는 즉각 최대토크를 뿜어내기 때문이다. 이제 하이브리드가 주력 모델로 나서고 EV 버전이 8기통 가솔린 모델을 대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미국 내 산업 전문가에 따르면, 미국의 전기차 판매량이 2025년부터 2030년 사이 약 300만 대로 2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인기 있는 픽업트럭과 전기 파워트레인을 맞물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최근 GM이 공개한 허머 EV가 좋은 예다. 3개의 전기 모터로 최고출력 1,000마력을 뿜는다. 800V(볼트) 고속 충전을 지원하며, 1회 충전으로 최대 350마일(약 563㎞)까지 달릴 수 있다.
‘라이벌’ 업체도 전기화를 서두르고 있다. 2위 쉐보레는 실버라도에 EV 모델을 더한다. GM의 전기차 전용 골격인 얼티엄 배터리 플랫폼을 바탕으로, 1회 충전 주행가능 거리 목표를 400마일(약 643㎞)로 잡을 계획이다. 참고로 GM은 22억 달러(약 2조6,000억 원)을 투자해 디트로이트 햄트랙 공장을 전기차 생산 공장으로 바꿀 계획이다. 이곳에서 실버라도 EV와 GMC 허머 EV, 시에라 EV를 만들 예정이다.
반면, 토요타는 다소 뒤쳐진 느낌이다. 현행 2세대 툰드라가 2007년에 나왔다. 모델 체인지 주기가 한참 지났다. 파워트레인은 V8 5.7L 가솔린만 단출하게 갖췄다. 경쟁 모델과 비교하면 쉐보레 실버라도는 2007년 2세대→2014년 3세대→2019년 4세대로 착실하게 진화했다. 하이브리드 버전은 없지만, 4기통 2.7L 가솔린 터보 ‘다운사이징’ 엔진까지 품었다. 토요타가 낡은 툰드라를 연간 10만~11만 대씩 꾸준히 파는 게 새삼 대단해 보인다.
올해 토요타는 약 14년 만에 3세대 툰드라를 선보일 예정이다. 뼈대부터 완전히 바꾼다. TNGA-F 플랫폼 위에 V6 가솔린 트윈터보 엔진을 얹는다. 하이브리드 버전도 갖출 계획이다. 자세한 파워트레인 정보는 드러나지 않았으나, 현재 렉서스 라인업이 두루 쓰는 V6 3.5L 가솔린 하이브리드가 좋은 후보다.
대배기량 엔진을 버리고 전기화를 서두르고 있는 픽업트럭 시장. 과연 미래 주도권은 누가 움켜쥘지, 앞으로의 행보에 관심을 모은다.
지난해 노조리스크로 홍역을 치른 한국GM이 올해는 전기차부터 SUV까지 다양한 신차를 내놓으며 경영정상화에 한 발 더 다가선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은 올해 국내 시장에서 풀사이즈 SUV '타호', 전기차 CUV '볼트 EUV' 등 쉐보래 브랜드 5종 이상의 신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가장 큰 주목을 받는 차량은 타호다. 2019년 서울 모터쇼에서 국내 처음 공개된 타호는 국내에선 존재하지 않던 세그먼트 차량이다. 차체 길이가 5m가 넘고, 전폭도 2미터가 훌쩍 넘는다. 도로에 나서면 한 차선을 꽉 채우는 크기다.
타호는 V8 6.2L 가솔린 엔진과 10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해 최고출력 355~420마력, 최대 토크 53.0~63.6kgㆍm을 발휘한다. 전자식 6단 자동변속기와 에어서스펜션 등 최신 기술도 적용됐다. 트레일러 스웨이 컨트롤과 브레이크 어시스트 등을 활용해 캠핑카, 요트 등을 견인할 수 있다.
한국GM은 대표 전기차인 '볼트EV'의 CUV 버전인 '볼트 EUV'도 올해 국내 시장에 선보인다. 볼트 EUV는 최근 전기차 시장도 SUV 중심으로 변화하는 것에 맞춰서 탄생했다. 기존 볼트EV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주행거리나 동력성능 측면에서는 큰 변화는 없다. 하지만 미래 기술이 대거 적용되면서 기존 볼트EV의 단점들이 만회될 전망이다.
볼트 EUV는 GM의 반자율주행 기술인 '슈퍼크루즈'가 쉐보레 브랜드 중 처음으로 적용될 전망이다. 캐딜락 CT6 등 고급차에 우선 적용된 슈퍼크루즈는 테슬라의 '오토파일럿'과 맞먹는 높은 수준의 반자율주행을 제공한다.
대형 SUV인 '트래버스'의 페이스리프트 모델도 올해 국내 출시를 준비 중이다. 신형 트래버스는 새로운 디자인의 상하분리형 헤드램프 디자인을 갖췄다. 또 방향지시등을 겸한 주간주행등도 장착했다. 휠 디자인도 새로워졌다.
신형 트래버스는 주행 보조 시스템도 대폭 개선된다. 앞차와의 거리를 계산해서 일정 거리와 속도를 유지해주는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ACC)'이 추가된다. 또 긴급자동제동시스템, 차선이탈경고 및 차선이탈방지보조 시스템, 오토하이빔, 전방거리표시경고 기능 등이 전 트림 기본사양으로 들어간다.
한국GM은 이 밖에도 대형 픽업트럭 '실버라도', 중형 SUV '이쿼녹스' 페이스리프트, 준대형 SUV '블레이저' 등의 국내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오토캐스트=이다정 기자] 글로벌 모터쇼에 가면 그 국가나 지역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중요한) 차가 있기 마련이다. 특히 자국 시장의 주력 판매 차종은 해당 국가 모터쇼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미국 모터쇼에서는 단연 픽업트럭이 주인공이다.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는 픽업트럭을 포함한 SUV의 비중이 무려 70% 이상이다. 픽업 트럭을 포함해 LA오토쇼에 등장한 미국을 위한 자동차 5종을 꼽았다.
1. 포드 F-150
1700만대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차는 늘 ‘픽업트럭’이다. 그 중에서도 포드 F-150은 42년 연속 미국 판매 1위에 오를 만큼 북미 픽업트럭계 인기 모델이다. 쉐보레 실버라도, 토요타 툰드라, RAM 1500 등과 경쟁하지만 여전히 풀사이즈 픽업트럭계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의 포터 같은 존재다. 포드 F-시리즈는 지난해 무려 90만대가 팔렸다.
이번 LA오토쇼에 전시된 F-150은 지난 2015년 출시돼 변경을 거치며 판매되고 있는 13세대다. 이날 전시에서 F-150은 포드 부스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며 오프로드 특화 모델인 랩터를 비롯해 고급형 모델인 플래티넘과 리미티드 등 다양한 트림을 전시했다. 포드는 현재 차세대 순수전기차와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얹은 F150을 개발 중이다.
2. 쉐보레 실버라도
국내 시장에서 가장 큰 픽업트럭 모델은 올해 9월 출시한 쉐보레 콜로라도다. 국내 도로에서는 매우 크지만 미국에서는 아담해 보일 정도다. 미국에서는 이보다 한 체급 위의 픽업트럭이 주로 팔리기 때문. 실버라도는 콜로라도보다 한 체급 위의 모델로 포드 F-150과 함께 늘 미국 자동차 판매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오토쇼에 등장한 실버라도는 조금 특별한 옷을 입었다. 미국 디트로이트 출신 의류 브랜드 칼하트와 손을 잡고 ‘실버라도 HD 칼하트 스페셜 에디션’을 선보였다. 검정 차체 색상을 바탕으로 노란색 라인과 차량 곳곳에 노란색 칼하트 로고를 붙였다. 실내의 경우 시트의 갈색 포인트 컬러와 함께 헤드레스트에 칼하트 자수를 새겼다. 해당 차량은 내년 미국에서 판매한다.
3. 기아 텔루라이드
텔루라이드는 기아자동차가 미국을 위해 만든 차다. 올해 1월 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된 후 지난 2월부터 기아차 미국 조지아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 특히 출시 8개월 만인 지난달 누적 판매가 4만5,284대에 달했다. 최근에는 글로벌 SUV 시장의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미국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포르쉐 카이엔, BMW X5 등 쟁쟁한 경쟁자를 제치고 자동차 전문 잡지 모터트렌드의 올해의 SUV로 선정된 것.
텔루라이드는 대담한 박스 형태를 기반으로 힘 있는 직선을 강조한 외관에 고급스러운 실내 공간을 갖췄다. 미국을 겨냥한 SUV인만큼 전장 5,000mm, 전폭 1,990mm, 전고 1,750mm에 달하는 거대한 차체 크기도 갖췄다. 가솔린 3.8 엔진을 장착하고 8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해 그에 걸맞은 최고출력 295마력(ps), 최대토크 36.2kgf·m의 힘을 발휘한다.
4. 기아 쏘울
쏘울은 우리나라에서 생산, 판매 모두 이뤄지지만 전체 판매량 중 대부분이 북미 수출분이다. 지난 2008년 기아차가 처음 선보인 박스카이지만, 국내에선 현대차 코나의 인기에 밀리고 같은 회사의 레이, 스토닉 최근엔 셀토스와의 간섭 등으로 판매가 저조한 모델이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기본적으로 월1만대가 팔리는 기아차의 수출 효자 차종이다. 특히 첫 차 운전자나 학생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저렴한 가격과 귀여운 디자인의 박스카라는 요인도 있지만, 기아차 미국법인의 톡톡튀는 햄스터 광고 마케팅 공도 컸다. 2010년에 햄스터를 등장시킨 광고가 인기를 끌자 팝송과 스토리를 접목시켜 활용하기 시작했다.
기아차는 가장 최신 모델의 3세대 쏘울을 지난해 미국 LA오토쇼에서 처음 공개하고 2.0L 가솔린 엔진 모델과 EV 라인업을 판매 중이다. 이번 LA오토쇼에도 전시장 한 켠을 차지하고 현지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5.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트레일블레이저는 이번 LA오토쇼에서 최초로 공개된 모델이지만, 한국에서 주도적으로 개발했으며 생산할 계획이다. 한국지엠이 한국 정부 및 산업은행과 함께 작년에 발표한 미래계획의 일환으로 국내 생산을 약속한 모델이기 때문이다. 내수 판매뿐만 아니라 수출을 위한 모델 역시 한국지엠 부평공장에서 생산된다. 이날 오토쇼에 등장한 트레일블레이저 역시 한국에서 생산됐다. 미국 수출이 많은 것을 고려해 미국에서 먼저 소개한 것. 국내에도 내년 1분기 판매를 시작한다.
트레일블레이저는 쉐보레 트랙스와 이쿼녹스 사이를 메울 모델이다. 차체 크기는 전장 4411mm, 전폭 1808mm, 전고 1664mm, 축거 2640mm로 국산 SUV와 비교하자면 기아 셀토스보다 소폭 큰 크기다. 외관은 쉐보레의 중형 SUV ‘블레이저’와 닮았다. 이날 공개된 트림은 스포티한 디자인의 RS트림과 오프로드 디자인 패키지를 적용한 액티브 트림 등 2종이다. 두 모델은 범퍼, 스티어링휠 등의 디자인이 소폭 다르다. 북미에서는 시작 가격을 2만 달러(한화 약 2360만원) 이하로 책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