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한 내수 판매량을 기록함에도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시장이 있다. 한국의 1톤트럭 시장이 그렇다. 합리적인 가격과 경이로운 적재 능력, 짐을 가득 실어도 끄떡없는 튼튼한 섀시 등이 널리 알려진 대한민국 1톤트럭의 장점이다. 생계형으로 많이 사용되기 때문에 차량 가격과 적재량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무척 민감하다는 것도 어느 정도 알려진 사실. 여기에 마땅한 대체재까지 없어 1톤트럭의 인기는 좀처럼 식을 줄 모른다.
기아 봉고3는 현대 포터2와 더불어 한국 1톤트럭 시장의 쌍두마차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둘은 같은 그룹에서 나오는 형제차이자 기본적인 형태(캡+적재함)가 같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전혀 다른 이란성 쌍둥이처럼 느껴진다. 생김새는 물론이고 마감 처리와 서스펜션 세팅에 따른 적재 능력 등에서도 차이가 난다.
여러 종류의 화물을 취급하는 상용차의 특성상 길에서 마주치는 1톤트럭의 모습은 다양하다. 특히 요즘에는 택배 시장이 커지면서 탑차 형태가 무척 많아졌다. 그러나 공통점이 있다면, 대부분 짐을 가득 실어 구동축인 뒷바퀴가 축 눌려 있는 모습이다.
도로에서 정말 많이 마주치는 차량이지만 실제로 일반인이 타 볼 일은 별로 없기에 궁금증이 커진다. 봉고3 같은 1톤트럭의 실내는 어떨까? 성능이나 주행질감은 또 어떨까? 포털사이트를 살펴봐도 1톤트럭에 대한 상세한 소개나 시승기는 많지 않아 궁금증은 더욱 커진다.
그래서 화물이나 커다란 탑을 싣지 않은 기본형 1톤트럭을 시승했다. 주인공은 기아차의 최신 모델인 2020년형 봉고3. 정확히 1톤 킹캡 초장축 2WD 디젤 AT 모델이다. 모처럼 얻은 기회라 일반적인 트럭이라면 마주할 일이 별로 없는 와인딩 로드나 스포츠 드라이빙, 오프로드 주행과 캠핑카로서의 가능성까지 시험해봤다. 그런 후 최신 1톤트럭의 반전 매력을 발견했다.
첫 번째, 예상을 뛰어넘는 고급감
1톤트럭을 몇 번 몰아 본 적이 있기에 여느 때처럼 문을 열고 한 발을 디디며 실내에 올라탔다. 그런데 정말 생각지도 못한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꼼꼼하게 가죽으로 마감한 스티어링 휠과 럭셔리 세단에서나 접할 법한 투톤 실내, 직관적인 조작을 가능케 하는 버튼들이 실내를 빼곡히 채우고 있다. 일전에 타봤던 1톤트럭의 실내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트럭의 실내를 이야기하며 머릿속에 ‘고급감’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것이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가끔 구형 1톤트럭을 운전해봤기에 그 충격의 강도는 더욱 강하고 묵직했다. 겉모습은 익숙한 봉고3 1톤트럭의 모습과 큰 차이가 없는데, 2020년형 봉고3의 실내는 상당히 섬세하고 고급스러운 마감 처리가 돋보였다.
가죽으로 마감된 스티어링 휠은 손에 잡히는 맛이 좋고, 버튼 역시 사용하기 좋게 배치됐다. 스티어링 휠만 놓고 보면 이게 트럭인 봉고3의 것인지 다른 기아자동차 승용차의 것인지 분간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다. 트립 컴퓨터의 크기가 커진 계기판은 시인성이 개선됐을 뿐 아니라 세부 기능 설정도 업그레이드됐다.
사실 압권은 브라운 투톤 실내였다. 최상위 트림인 GLS(1,945만원)에 선택 사양으로 제공되는 투톤 실내는 일반적인 1톤트럭 실내에서 느낄 수 없는 화사함과 고급감이 묻어났다. 다만 투톤 실내는 2020년형 봉고3에 처음으로 적용된 게 아니다. 해당 사양은 2017년형부터 적용되어 왔다.
센터페시아에 비어 있는 곳을 찾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다양한 편의사양이 자리하고 있다. 센터페시아 위쪽(송풍구 아래)에 자리한 버튼들은 승용차에서는 당연하게 느껴질지 몰라도 소형 상용차에서는 새롭게 느껴질 만한 것들이다. 사이드 미러 접이 스위치를 비롯해 열선 스티어링 휠, 열선 시트, 통풍 시트 등 운전자를 위한 다양한 편의장비가 장착된 것. 참고로 열선 시트와 통풍 시트는 단계 설정은 할 수 없는 온오프로만 구성되어 있다. 그럼에도 이 정도로라도 달린 게 어딘가 싶을 정도로 놀랍다.
센터페시아와 계기판 주변을 비롯해 도어트림 파워 윈도 버튼 주변에는 카본파이버 패턴의 장식까지 더했다. 1톤트럭과 카본 패턴이라... 1톤트럭 출시 이래 이렇게까지 스포티함을 내세운 것은 2020년형 봉고3가 처음이지 않을까 싶다. 눈으로 보기에도 좋지만, 손에 닿았을 때 느껴지는 촉감 역시 좋다.
두 번째, 안전을 챙겨주는 장비들
‘1톤트럭에 이런 것까지 달렸어?’ 하는 사양 역시 적지 않다. 2020년형 봉고3에 신규 적용된 크루즈 컨트롤도 그중 하나다. 속도 설정에 따른 가속이 매끄럽게 이뤄지며, 무엇보다 제한 속도에 맞춰 놓으면 가속과 감속을 신경 쓸 필요가 없어 장거리 주행 시 피로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작동 방법은 다른 승용차의 그것과 동일하다.
크루즈 컨트롤의 또 다른 이점은 연료 효율성 증대다. 테스트를 해 보니 크루즈 컨트롤 작동 시 운전자가 액셀 페달을 섬세하게 다루는 것보다 실연비가 조금 더 좋았다. 시승하며 확인한 평균연비의 차이는 트립 컴퓨터 기준으로 0.2km/L. 수치상으로는 크지 않아 보이지만 장거리를 달릴 때에는 꽤 많은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2020년형 봉고3는 드라이브 와이즈(Drive Wise) 옵션이 새롭게 추가됐다. 앞 유리 아래에 자리한 전방 카메라를 바탕으로 전방 충돌방지 보조(FCA)와 차선 이탈 경고(LDW) 기능을 지원한다. 전방 충돌방지 보조는 차간거리, 적재 용량 차이 등 작동 조건이 세분화되어 있지는 않지만, 일반적인 세단의 보닛 크기가 들어갈 정도에 다다르면 일정하게 작동되어 안전을 책임진다. 보닛이 없어 상대적으로 정면충돌 안전성이 취약할 수 있는 1톤트럭의 약점을 크게 보완해줄 고마운 장비다.
차선 이탈 경고(LDW)는 요즘 판매되는 차에 걸맞게 차선을 걸치거나 넘나들었을 때 곧바로 경고음을 발생시켜 운전자의 주의를 환기시킨다. 1톤트럭이란 명칭만 봐서는 크기가 작을 것 같지만 몰아보면 막상 그렇지만도 않다. 가끔씩 길에서 차선을 물고 다니는 1톤트럭을 보게 되는데, 차선 이탈 경고의 도움을 받으면 이런 일은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시승한 봉고3 초장축 모델의 길이는 5,125mm로, 기아차의 플래그십 세단인 K9보다 5mm 더 길다.
세 번째, 허를 찌르는 주행 성능
이제부터가 반전 매력의 하이라이트다. 봉고3는 직렬 4기통 2.5L 디젤 터보 엔진이 탑재된다. 엔진명은 D4CB. 최고출력 133마력/3,600rpm, 최대토크 26.5kg·m/1,250~3,500rpm로, 제원상의 수치로 보면 지극히 무난한 성능을 낸다. 그러나 수치 이상으로 잘 달릴 수 있으리라는 예상은 쉽게 할 수 있다. 이미 도로에서 쌩쌩 달리는 1톤트럭의 모습을 자주 봐왔기 때문이다.
때문에 1톤트럭으로는 다소 무모할 정도로 나름 스포츠 드라이빙을 시도해 보았다. 예상했던 대로 적재함이 비어 있는 홀가분한 신형 봉고3의 스포츠 드라이빙 실력은 기대 이상이었다. 일반인의 탈을 쓴 슈퍼 히어로의 반전 같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보닛이 없어 시야가 시원시원한 봉고3로 달리는 와인딩 로드, 스포츠 드라이빙, 오프로드 주행은 승용차를 몰 때와는 또 다른 짜릿함을 선사했다.
봉고3 디젤 모델은 6단 수동변속기가 기본이며, 5단 자동이 113만원의 선택 사양이다. 변속기에 따른 공차중량 차이는 25kg. 시승차는 5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됐다. 레이싱 슈트와 헬멧까지 준비했는데, 처음에는 5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된 것을 보고 적잖이 실망했었다. 스포츠 드라이빙에는 아무래도 자동보다는 직결감이 뛰어나고 변속 타이밍을 드라이버가 조절할 수 있는 수동이 낫기 때문이다. 그러나 굳이 6단 수동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이내 알게 되었다. 봉고3는 시종일관 지치는 기색 없이 맹렬하게 내달렸다. 꾸준하게 발휘되는 최대토크에 힘입어 출발 직후를 제외하곤 답답함을 느낄 일이 없었다.
충분한 힘만큼이나 코너에서의 거동도 생각보다 불안하지 않았다. 선회 시 한계 성능이 우려했던 것보다는 높았다. 1톤트럭은 엔진이 좌석 아래에 위치해 있어 무게 중심이 상당히 높은 것은 사실이다. 때문에 급회전 시 전복 위험이 있어 1톤트럭을 이용한 과격한 코너링은 늘 지양되어 왔다. 마치 ‘판도라의 상자’처럼 말이다.
물론 일반 승용차에 비해 절대적인 코너 진입 및 탈출 속도는 낮지만, 적어도 느리다는 소리는 들을 일은 없어 보였다. 후륜구동의 특성을 이용해 드리프트까지는 아니더라도 가능한 범위 내에서 파워 슬라이드까지는 시도해 볼 생각이었지만 생각지 못한 변수가 하나 있었다. 바로 후륜이 각각 2개의 바퀴로 이루어진 복륜이라는 것. 타이어가 크지 않고 접지력이 뛰어난 고성능 타이어가 아님에도 어지간해서는 스키드음조차 들을 수 없었다.
결론적으로 절대적인 한계치는 높지 않지만 힘은 꾸준하고 코너링 성능은 기대 이상이었다. 높은 곳에서 도로 상황을 내려다볼 수 있고 앞쪽 보닛까지 없어 드라이버가 느끼는 긴장감은 실제 속도를 웃돌았다. 비약하자면 상당한 양의 짐을 실을 수 있는 또 하나의 퓨어 스포츠카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이렇게 비약할 수 있는 일등공신은 바로 브레이크다. 자동차는 잘 달리는 만큼 잘 서야 한다. 특히 스포츠 드라이빙을 할 때는 엔진의 성능보다 제동 성능이 우선시돼야 한다. 이런 기준으로 볼 때 봉고3는 의외로 합격점이다. 일반 승용차에 비해 브레이크 성능의 한계 및 내구성이 현저히 높았다.
처음에는 엔진의 성능보다 월등한 브레이크 성능을 좀처럼 이해할 수 없었다. 대부분의 승용차들이 순정 상태에서는 엔진의 힘을 브레이크가 못 따라가기 때문이다. 때문에 서킷 등에서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기기 위해서는 제동 성능의 보강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유는 의외로 간단했다. 1톤트럭은 적재함이 비어 있을 때보다 상당한 무게의 짐을 싣고 다닐 때가 많은 차다. 그러니 브레이크의 성능 및 내구성이 일반 자동차 수준을 훨씬 상회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흔히들 보닛이 없는 한국의 1톤트럭은 안전에 취약하다고 얘기한다. 사실 맞는 말이다. 이런 취약함을 보강하기 위해 한때 1톤트럭 시장에는 세미 보닛이 있는 1.5박스 스타일의 소형 상용차도 나왔지만 발을 붙이지 못했다. 늘어난 보닛의 길이만큼 적재함이 줄어들었고, 올라간 차량 가격도 실 구매자들이 부담스러워했기 때문이다. 결국 시장의 요구에 의해 지금 형태의 1톤트럭이 자리를 잡은 면도 있는 게 사실이다.
안전성을 높이려면 충돌 후의 소극적인 안전보다는 충돌이 아예 일어나지 않는 적극적인 안전성 향상이 더 긍정적이다. 봉고3를 비롯해 한국의 1톤트럭들은 차량 형태(보닛이 없는 캡오버 스타일)는 오래됐지만 꾸준히 안전성을 높여왔다. 덕분에 이젠 봉고3는 1,500만원대에서 시작하는 LPI 혹은 1,600만원대에서 시작하는 디젤 모델의 기본형부터 차제자세제어장치와 에어백, 경사로 밀림방지 장치, 급제동 경보 시스템, 전륜 디스크 브레이크, 후방 주차보조 시스템 등이 기본으로 달린다. 그리고 옵션이지만 2020년형에서는 전방 충돌방지 보조, 차로 이탈 경고 등을 묶은 드라이브 와이즈까지 선택할 수 있다. 충돌 자체의 가능성을 낮출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한 셈이다.
그리고 차량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운전자와 승객을 위해 인조가죽시트는 기본이고 등급이나 옵션에 따라 전동 접이식 사이드 미러, 풀오토 에어컨, 가죽 & 열선 스티어링 휠, 오토라이트 컨트롤 헤드램프, 크루즈 컨트롤, 운전석 열선 및 통풍시트, 내비게이션 등 다양한 편의장비가 마련됐다. 사양 면에서는 비슷한 가격대의 승용차와 비교해 전혀 부족함이 없을 정도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날이 강화되는 디젤차의 환경규제에 대응해 2020년형 봉고3는 요소수 방식을 이용해 강화된 유로6 배출가스 기준을 맞췄다. 디젤차로 강화된 환경규제를 맞추기 위해서는 상당한 장비 보강이 이뤄져야 하고, 이는 차량 가격의 상승을 의미한다. 디젤 모델의 시작 가격이 기존의 1,500만원대에서 1,600만원대로 올라간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다만 가격이 부담될 경우 여전히 1,500만원대에서 구매할 수 있는 LPI 모델을 선택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특히 노후 디젤 트럭을 없애고 LPG 트럭으로 구매 시 정부지원금 400만원(국비 200만원, 지방비 200만원)과 조기폐차지원금 최대 165만원 등 최대 565만원의 추가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초기 차량 구입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다.
봉고3를 비롯한 국내 1톤트럭은 향후 전기 파워트레인 등 새로운 친환경 구동계까지 개발 중에 있다. 디젤과 LPG 엔진에 이어 전기 구동계까지 더해진다면 1톤트럭의 선택지는 지금보다 더 늘어날 것이다. 현재로서도 디젤 외에 LPG를 선택할 수 있는 1톤트럭은 봉고3가 유일하다. 큰 틀에서의 생김새는 변함없지만 시대의 트렌드에 따라 꾸준히 업그레이드되고 있는 1톤트럭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우리 도로를 함께 달릴 것이다.
글, 사진 K-PLAZA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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