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우체부 :: ‘튜닝’과 ‘튠업’의 차이를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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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자동차 자가정비교실 가보니

자가정비, 수리보단 예방

아는만큼 안전하고 효율


“자동차를 정말 아는지는 이 질문만 하면 알아요. 튠업과 튜닝의 차이를 아십니까?”

지난달 29일 서울 남영동의 한국오토모티브컬리지 교실에서 만난 김영진 교수의 첫 질문에 대답이 턱 막혔다. 하긴 운전경력 16년에 스스로 본닛을 열어본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터였다. “튠업이 고장요소를 정상화하는 거라면 튜닝은 법적으로 허용된 범위 안에서 차를 업그레이드하는 걸 말하는 거죠. 여기서 앞으로 4회에 걸쳐, 어떻게 차를 관리할까와 어떻게 꾸밀까 두가지를 배우게 됩니다. ”

‘대한민국 차량 소유자 중 70%가 스스로 타이어를 갈아끼울 줄 모른다’는 말에 위안을 삼으며, 난생 처음 자동차 자가정비교실에 참가했다. 에스케이에너지와 엔크린닷컴, 엔몰(en-mall.com)이 함께 주최하고 한국오토모티브컬리지와 GTM이 주관하는 ‘2009 엔몰 디아이와이(DIY) 스쿨’ 1기생들의 첫 수업시간이다. 교실에서 만난 이용재씨는 “6개월 전 처음으로 중고차지만 내 차를 갖게 돼 이것저것 바꾸고 싶었다”며 “이런저런 동호회 행사에도 참여해봤지만 보다 체계적인 전문가 수업인데다 내 차를 직접 튜닝해볼 수 있다고 해서 참가를 신청했다”고 말했다.

이날은 첫 수업인지라 자동차의 역사나 기본구조, 엔진의 원리에 대한 설명과 함께 엔진오일과 냉각수, 벨트 등 기초적인 일상점검 요령을 배웠다. 이후엔 배터리·휴즈·필터관리 및 비상응급조치까지 배우게 된다. 그동안 생각나면 엔진오일은 정비소에 차를 맡기기만 했지, 어디에 붙어있는지도 관심이 별로 없었다. 하물며 벨트야 ‘끽끽’ 소리가 나기 전까진 아무런 감각 없이 다니기 일쑤였다.

엔진오일과 냉각수·벨트 등은 별다른 장비없이도 점검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엔진오일은 한달에 한번 정도, 예열해서 시동을 끈 뒤 약 5분 뒤에 본닛 속 노란 스틱을 잡아당겨 헝겊에 닦아보고 다시 넣어 게이지를 측정해보는 것만으로 된다. 여기에 헝겊에 묻은 엔진오일 색깔과 엔진오일을 손가락에 묻혀 엄지와 검지 사이 1cm 정도가 벌려질 정도로 점도가 있으면 정상이다. “가혹조건이 아니면 1만㎞ 주기로 교환하면 충분합니다”라고 김 교수는 말했다.


동변속기 오일은 시동을 걸어놓은 채 변속레버를 한번씩 다 옮긴 뒤 빨간 손잡이를 꺼내 게이지의 위치를 점검한다. 냉각수는 엔진 냉각 상태에서 보조 물탱크의 수위가 MAX와 MIN 사이면 정상이다. 워셔액 탱크와 파워 스티어링 오일탱크, 냉각수 보조 탱크 등 새삼 보니 본닛 속에 통도 많다. “투명한 통이 왜 투명하겠어요. 눈으로 확인하라고 있는 거거든요.” 이런 걸 지금까지 덮어만 두고 몰아왔다.

사실 일반운전자들을 위한 자동차 정비교실은 기술을 배운다기보다, 자신의 차를 아끼는 마음을 배우는 곳이다. 예열해야 한다는 얘기를 수십번 들어도 가슴에 안 와닿았지만, “C와 H가 표시되어 있는 온도게이지에서 C에 있을 땐 정상온도에 비해 엔진이 30배가 마모된다는 뜻”이라는 말을 듣고 나니 혹사당하는 내 차에 진심으로 미안해졌다. ‘액셀러레이터를 자주 밟지 않고, 액셀을 75% 이상 깊이 밟지 말 것’, 이것만 지켜도 연비는 상당히 향상된다고 한다. “세차장 가면 본닛을 열고 에어로 먼지만 털어줘도 훨씬 낫습니다.” “운전대는 움직일 때 가장 안전하도록 굵기를 만든 건데, 왜 새 차 사자마자 양털을 씌웁니까?” 차는 운전자가 아는 만큼 더 안전해지고, 효율성이 올라가는 법, 이런 실천들은 당장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저녁 7시반에 시작하는 엔몰 디아이와이 교실엔 직장을 마치고 온 회사원들이 적잖게 눈에 띄었다. 3차례에 거쳐 3시간씩 이론과 실습시간을 진행한 뒤, 마지막 수업 땐 6시간 동안 그동안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직접 정비를 하고 자기 차를 튜닝하는 기회도 갖는다. 1기생에 이어 올해 3차례 더 수강생을 모집할 예정이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사진 엔몰 제공
Posted by 따뜻한 우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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