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우체부 :: 가성비와 가심비, 메르세데스-벤츠 S 400 d 4매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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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그십 세단 S-클래스에 ‘가성비’라는 말을 논할 수 있을까? 가격표에 쓰인 숫자가 몇 개인지 세고 있으면 가성비 따위는 딴 세상 이야기처럼 들린다. 비싼 차다. 그럼 이야기를 조금 바꿔서 해보자. S-클래스 라인업 중에서만 비교하면 가성비에 대한 이야기가 가능하다. V8과 호화스러운 옵션, 뱀처럼 꼬이는 뒷바퀴조향 기능을 갖춘 S 580 4매틱은 2억원이 넘어가고, 그보다 위에는 2억6000만원짜리 마이바흐도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꼭 최고 사양을 선택해야 S-클래스의 진정한 가치를 느낄 수 있을까? 사람마다 추구하는 바가 다르겠지만, 오너드리븐 카 혹은 패밀리카 용도로 쓴다고 가정하면 엔트리 트림도 충분히 좋지 않을까? 가치 판단을 위해 준비한 모델은 S 400 d 4매틱이다. S-클래스 라인업 중에서는 두 번째로 저렴한 모델이다(S 350 d 4매틱이 가장 싸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S 400 d도 S-클래스다. 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외모만 놓고 보면 AMG 라인 패키지를 적용한 S 400 d가 제일 마음에 든다. A윙 디자인 AMG 프런트 에이프런, 크롬과 핀이 조화를 이루는 AMG 리어 디퓨저가 고상한 S-클래스에 스포티한 이미지를 더한다. 그런데 AMG 패키지에 들어간 휠은 왜 저렇게 디자인했을까? 크기도 작아 보이고 예쁘지도 않다. 옥에 티가 확실하다. 종교가 없지만 모든 신에게 빌고 싶을 정도다. “부디 부분변경 모델에는 휠 디자인이 바뀌게 해주세요.” AMG 패키지 구성을 빼면 나머지는 다른 S-클래스와 같다. 디지털 라이트와 AR 내비게이션 카메라, 플러시 도어핸들 등 다른 점을 찾기 힘들다.

실내 역시 같다. 신형 S 400 d는 이전 모델 대비 휠베이스가 81mm 늘어 공간에 대한 불만이 나올 여지가 없다. 구성만 놓고 보면 경쟁자를 찾기 힘들다. 12.8인치 OLED 센트럴 디스플레이와 12.3인치 3D 계기판 역시 상위 트림과 동일하다. 스티어링휠 디자인과 디스플레이가 빠진 2열 구성만 조금 다를 뿐이다. 스티어링휠은 AMG 라인 전용 디자인인데, 세상에서 가장 예뻐 보인다. 다만, 조작할 때 들리는 플라스틱 갈리는 소리는 플래그십 세단의 품격과 거리가 멀다.

피스톤이 한 줄로 늘어선 6기통3.0L 터보 디젤 엔진은 활기가 넘친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덜덜거리는 소리가 실내를 파고들지 않는다. 거짓말을 조금 보태면 가솔린 엔진을 품은 듯하다. 진동은 말끔히 지우지 못해서 엉덩이가 살짝 간지럽다. 최고출력 330마력, 최대토크 71.4kg·m 힘은 전혀 부족하지 않다. 남부럽지 않은 힘으로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5.4초면 충분하다. 제원표에 적힌 효율성은 11.4km/L인데, 실제로 고속도로에서 고상하게 달리면 1L에 12km 정도 달릴 수 있다고 나온다. 진동을 주고 효율성을 얻었다. 에어매틱 서스펜션 덕분에 어떤 상황에서도 차분함을 잃지 않는다.

성능, 편안함, 고급스러움, 최신 기능을 모두 갖춘 S 400 d 4매틱은 가성비 좋은 S-클래스다. 물론 1억6060만원을 내기는 쉽지 않지만, 수입 플래그십 세단 구매를 고려라는 이에게는 매력적인 선택지다. 한두 가지 단점을 웃어넘길 수 있다면 말이다.

 

 허인학

사진 이영석

자동차 전문 매체 <탑기어 코리아>

Posted by 따뜻한 우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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