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우체부 :: 날개 단 중갑기병, 포드 익스플로러 PHE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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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만 보고 판단하면 안된다.
묵직해 보이는데 이렇게 날렵할 줄 누가 알았을까?

 

수입 SUV 군단이 대한민국 대형SUV 시장을 공략하려고 너도나도 신형 모델을 한국에 선보이고 있다. 시장이 시끌시끌한 가운데 포드 익스플로러는 조용히 상황을 지켜볼 따름이다. 6세대로 진화를 마친 후에도 야단 떨지 않았다. 티 내지 않으니 오히려 강자의 여유로 느껴진다. 틀린 말은 아니다. 익스플로러는 오랜 시간 수입 대형 SUV 왕좌를 지켜왔다. 국산 대형 SUV와 비교하면 판매량이 부족하지만 수입차 시장에서는 항상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포드는 익스플로러에 전기모터를 추가한 PHEV 모델을 선보였다. 102마력을 보태는 전기모터를 추가한 것은 크고 묵직한 익스플로러에 날개를 달아준 격이다. 심지어 기본 엔진도 직렬 4기통2.3L 엔진이 아니라 V6 3.0L 가솔린 엔진이 들어간다. 가솔린 엔진 성능만 놓고 보더라도 최고출력 405마력, 최대토크 57.3kg·m다. 전기모터와 배터리까지 더해 차체 무게가 2.5t이 넘지만 이 정도 성능이면 달리기 능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다.

 

중식도로 깍둑썰기한 투박한 외모가 출신지를 확신하게 만든다. 누가 봐도 미국 태생이다. 전면·측면· 후면 모두 네모반듯하다. 실내에 들어가기 앞서 운전석 B필러에 깜빡이는 번호판이 눈에 들어온다 시큐리코드 키리스 엔트리 키패드는 스마트키가 일반화된 요즘에도 익스플로러의 상징인양 남아있다. 과연 몇명이나 이 기능을 사용할지 모르지만, 나름의 섬세한 배려인 듯 보인다. 문을 열고 실내로 들어갔다. 북유럽 못지않은 미국식 미니멀리즘으로 가득하다. 필요한 버튼만 배치했고 버튼 주변은 플라스틱으로 둘렀다. 말뚝 같은 레버 대신 다이얼 방식 시프트레버가 자리해서 한층 간결해졌다. 한 가지 불만 사항은 미국에서 한국으로 들여오면서 디스플레이를 싹둑 잘라버렸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판매하는 모델의 센터 디스플레이는 아이패드 버금가는 크기를 자랑한다. 한국 판매 모델에는 8인치 디스플레이가 탑재된다. 나쁘지 않은 터치감과 다양한 기능을 포함하지만 크기가 아쉽다.

 

아쉬운 마음은 뒤로하고 익스플로러 PHEV를 얼른 깨웠다. PHEV 모델답게 섣불리 엔진을 켜지 않아서 실내는 고요하기만 하다. 가속 페달을 가볍게 밟으면 조용하고 부드럽게 몸을 움직인다. 이 정도 크기와 무게의 SUV라면 엔진 힘을 쥐어짜고 끌고 가는 느낌이들 법도 한데 몸놀림이 정말 가볍다. 익스플로러 PHEV는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가 30km에 달한다. EV 주행모드만 4가지(EV Auto, EV Now, EV Charge, EV Later)를 지원한다. 상황에 맞게 사용하면 상당한 주행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 전기모터에서 V6 엔진으로 넘어가는 순간에 멋진 하모니를 만든다. 쇼트트랙 계주에서 다음 선수가 출발하기 좋게 엉덩이를 밀어주는 것처럼 주춤거리는 모습 없이 부드럽게 엔진으로 넘어가며 400마력이 넘는 출력을 뽐낸다. 명쾌한 반응을 보이니 달리는 맛이 난다. 다만 배터리 잔량이 부족하면 이런 맛을 느끼기 어렵다. 익스플로러 PHEV 오너라면 자주 충전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커다란 차를 좋아하지 않지만, 익스플로러 PHEV는 의외의 모습으로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외모만 보고서 무겁고 느리고 바보 같은 차라는 선입견을 가졌는데, 막상 상자를 열어보니 의외로 날쌔고 똑똑한 반전 매력을 지녔다.

 김완일

사진 이영석

자동차 전문 매체 <탑기어 코리아>

Posted by 따뜻한 우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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