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우체부 :: 따라올 테면 따라와 봐 - SSANGYONG REXTONⅡ EURO

달력

52024  이전 다음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이제 도로에서 렉스턴 유로의 뒤를 따라 달려도 메케한 배기가스로 불쾌할 일은 없다. 배기가스 저감장치인 CDPF를 단 렉스턴 유로는 저공해자동차 3종으로 분류되어 5년간 환경개선부담금을 면제받는다. 소음과 진동이 줄었고, 배기 사운드도 듣기 좋은 음색으로 바뀌어 프리미엄 SUV로서의 면모를 높였다

‘요즘 디젤차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도로가 어디 새차만의 영역인가. 낡은 SUV 뒤꽁무니를 따라 달리는 도로에서 정차 후 출발하는 경우에는 영락 없이 검은 배기가스가 외기유입 통로를 타고 실내로 들어와 코끝을 메케하게 만든다. 하기야 시커먼 매연은 피할 수나 있지, 휘발유 승용차의 배기가스에 다량 포함된 이산화탄소는 눈에 보이지도 않으니 무의식중에 삼켜 버리고도 인식조차 못한다. 운전자의 건강과 지구환경을 생각할 때 자동차 메이커의 배기가스 저감노력은 끊임없이 계속되어야 할 과제. 국내는 물론 수출 시장의 날로 강화되는 배기가스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공해물질저감 대책이 필요한데, 디젤차의 경우 손쉽게 효과적으로 배기가스를 줄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CDPF를 다는 것이다. 지난 10월 출시된 렉스턴Ⅱ 유로(이하 렉스턴 유로) 역시 CDPF를 달아 유로4 배기 기준을 만족시키고 있다.

파워풀한 동력성능은 그대로
렉스턴 유로의 핵심이 CDPF이니 무얼 하는 물건인지 먼저 알아보는 것이 순서다. CDPF란 ‘Catalyzed Diesel Particulate Filter’의 약자로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PM)를 고온으로 연소시켜 획기적으로 줄여 주는 배기가스 저감장치다. 푸조의 디젤차들이 일찍이 이 같은 디젤미립자필터를 단 것으로 유명하고 요즘은 수입 디젤차뿐 아니라 현대 싼타페나 GM대우 윈스톰 등 국산 SUV에도 달려나온다. 대형 SUV로는 쌍용 렉스턴이 동급 최초. 렉스턴 유로는 이와 함께 배기가스 재순환을 전자식으로 제어해 NOx를 효과적으로 줄이는 E-EGR(Electronic Exhaust Gas Recirculation)을 새로 달았다. 덕분에 렉스턴 유로는 저공해자동차 3종으로 분류되어 배출가스 보증기간인 5년 동안 약 91만 원(서울 기준, 연간 18만2,000원)의 환경개선부담금을 면제받고, 혼잡통행료 50% 감면 및 주차요금 감면 등의 각종 혜택을 누리게 됐다.
엔진룸을 열어 보지만 배기가스 저감장치들이 눈에 보일 리는 없을 터. 그런데도 뭔가 달라진 것이 없나 자세히 살펴보는 사이 엔진 소음과 진동이 잦아든 기분이 든다. 오일팬의 PU 코팅이 한몫 한 것일까. 확실히 엔진 밑쪽의 떨림이 수그러들었다. 운전석에 앉으면 차가 더 조용해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중 대시패널이 엔진룸에서 유입되는 소리를 줄이고, 차체 바닥과 보닛, 도어트림부에 쓰인 각종 흡음·차음재 덕분에 렉스턴 유로는 이전보다 소음·진동이 3∼4dB 정도 개선되었다고 한다. 이 수치가 얼마를 가리키는지는 몰라도 실제로 체감할 정도의 개선이 이뤄졌다.
렉스턴 유로에서 가장 궁금했던 것은 CDPF를 달았으니 배기가스의 배기 압력 증가로 달리기 성능에 변화가 있을까 하는 점이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렉스턴 유로는 여전히 날래고 시원스럽게 고속으로 내달린다. 4,000rpm에 가까운 고회전에서는 약간 힘이 떨어지는 느낌도 있지만, 기분 탓일지도 모를 미미한 정도. 실용 영역인 1,500∼3,000rpm에서는 거의 일정하게 뿜어 나오는 플랫토크의 특성으로 인해 저속에서부터 고속에 이르기까지 활기찬 주행을 유지한다
직렬 5기통 2.7L 디젤 터보(XDi270 XVT) 엔진에서 뿜어나오는 186마력, 41.0kg·m의 성능을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으니 SUV로 운전의 재미를 즐기는 것도 가능하다. 과거 ‘출발이 굼뜨다’는 멍에도 요즘 렉스턴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이렇게 덩치 큰 SUV가 가볍게 날아다니니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시속 100km가 넘어서도 필러 근처에서 맴도는 바람소리가 별로 없고 밀폐성이 뛰어난 도어도 조용한 실내를 만드는 데 일조한다. 다른 부분의 주행소음 또한 상당히 억제되어 있어 주행 중 디젤 엔진 특유의 시끄러움에 눈살 찌푸릴 일이 없다. 여기서 인상적인 것 하나 더. 아이러니컬한 얘기인데, 무조건 조용한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외모와 동떨어지게 억제된 디젤 엔진 소리는 렉스턴을 싱거운 거인으로 만들 수도 있다. 따라서 배기 소음을 높여서라도 엔진 음에 변화를 주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왔던 터였는데, 이번에 렉스턴 유로는 유러피언 스타일로 배기 사운드를 바꿨다. 결과적으로 듣기 좋은 음색이라는 생각이다.
5단 자동기어의 변속도 매끄럽고 2톤이 넘는 거구를 부담 없이 세워 주는 브레이크 성능도 만족스럽다. 보디 온 프레임 구조에 큰 덩치를 감안하면 코너링 성능도 칭찬할 만하다. 지상고가 높고 무게중심이 높은 차는 코너에 들어설 때의 동작도 중요하지만 코너를 빠져나올 때의 복원동작이 깔끔하고 차의 뒷부분이 흔들리는 ‘피시 테일’(fish tail) 현상이 없어야 하는데 렉스턴 유로는 합격점. 차체 거동은 좋지만 이를 손끝에 전해주지 못하는 스티어링 감각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겉모습의 변화는 보디 색상과 같은 사이드 가니시를 달아 좀 더 세련되어 보인다는 점, ‘그린 디젤 CDPF’ 레터링이 RX7과 노블리스 모델에 더해지고, 트림 레터링 위치가 바뀌었다는 점 정도다. 아, 새로 들어간 18인치 휠은 중요한 세일즈 포인트가 되겠다. 실내에서는 상품성 향상을 위해 그동안 사용이 적었던 동반석 시트 언더 트레이와 네트 포켓 등이 없어졌다. 다른 것은 몰라도 플립업 글라스가 달리지 않게 된 것은 아쉽다. 간편하게 이용하기 좋았는데 말이다. 또 하나, 176마력짜리 XDi270 엔진은 커먼레일 인젝터의 정밀제어로 연비가 3% 좋아졌다고 한다.
렉스턴 유로 RX7의 값은 3,442만∼3,606만 원, 노블레스는 3,804만∼4,119만 원. 다른 개선된 부분은 제외하고라도 CDPF를 추가했는데도 인상폭이 별로 없으니 애프터마켓에서 CDPF를 다는 것보다는 경제적이고, 안정된 성능을 얻을 수 있다.
이제 도로에서 렉스턴을 봤을 때 ‘CDPF’라는 로고가 붙어 있다면 바짝 붙어 따라가도 호흡곤란(?)을 일으킬 일은 없겠다. 렉스턴 유로는 상냥하게 속삭인다. ‘따라올 테면 따라와 봐! 내 뒤는 깨끗하니까.’





Posted by 따뜻한 우체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