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우체부 :: 로터스가 만든 30억짜리 괴물 자동차의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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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스 에비야가 하이퍼카 세계 문을 두드리고 있다

 

가속감 자체가 지금까지 경험한 자동차와 다르다. 보통은 속도를 높일수록 가속력이 잦아들기 마련인데, 로터스 에비야는 가속력을 일정하게 유지한다. 속도를 내면 낼수록 운전자 몸은 시트 깊이 파고든다. 언젠가는 물리적 한계에 부딪히게 될 텐데 대체 언제인지 알 길이 없다. 굿우드의 직선로를 시속 260km로 달리는 와중에도 에비야의 기세는 누그러지는 기색이 없었다.

 

어떤 느낌일지 상상해보라. 내연기관 자동차를 타고 시속 30km에서 기어를 3단에 놓고 가속한다고 생각해보라. 가속력이 그리 강력하지 않으리란 걸 예상할 수 있다. 터보차처를 단 모델이라면 3000rpm 정도에서 커다란 추진력이 나올 것이다. 신기하게도 에비야에 달린 전기모터 네 개는 자연흡기 엔진처럼 점진적으로 힘을 뽑아낸다. 회전수가 올라갈수록 활력이 넘치고 효율이 높아지는 기분이다. 그러나 피스톤 달린 파워트레인으로는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힘 전달이 부드럽고 일정하다. 지금까지 자동차는 속도를 높일수록 가속력이 점차 줄어들었다. 변속할 때마다 출력이 2배로 쏟아지는 주행감을 상상해보라. 3단에서 200마력, 4단에서 400마력, 5단에서 800마력…에비야를 모는 기분이 어떨지 이제 좀 감이 올 터다.

 

제아무리 힘 전달이 매끄럽고 타이어 내구성이 뛰어나더라도, 2000마력을 제대로 다루기는 쉽지 않다. 에비야는 꾸준한 가속 곡선을 그려낸다. 전기모터는 타이어가 감당할 수 있도록 힘을 적절하게 배분한다. 로터스 측 주장에 따르면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3초, 시속 200km까지는 6초가 걸린다고 한다. 페라리 SF90 스트라달레는 0→시속 200km 가속 시간이 6.7초고, 부가티 시론 퓨어 스포츠는 5.9초다. 기본형 시론은 시속 200km에서 시속 300km에 도달하기까지 추가로 6.5초가 필요한데, 에비야는 절반 이내로 끝낸다. 시속 200→300km 가속에 걸리는 시간은 3초다.

 

시속 100km에서 160km까지 가속할 때 얼마나 놀라운 박력을 발휘하는지 파악하지는 못했다. 대신 시속 190km에서 260km까지 가속을 테스트했다. 개발용 자동차라서 출력은 70%까지만 사용했다. 그래도 1400마력이다. 아쉬움을 남기는 요소가 있었지만, 양산형으로 보여줄 게 많이 남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안심했다. 상위권 하이퍼카와 경쟁하려면 우리가 테스트한 것보다는 더 빨라야 한다. 다른 로터스를 몰 듯 운전하면 될까? 조수석에 타본 것뿐이지만 분명히 알 수 있었다. 방향 전환이 매우 기민하다. 폭이 고작 265mm에 불과한 피렐리 타이어를 끼웠는데도 접지력이 상당했다. 차체 무게감도 그리 크지 않았다. 실제로도 무거운 차는 아니다. 로터스에 따르면 가장 가벼운 트림이 1680kg이라고 한다. 개발용 자동차 무게도 그정도다. 달리는 과정에서 충격을 잘 흡수한다.

 

롤링은 약간 있다. 굿우드 시케인을 꽤나 민첩하게 공략했는데, 서스펜션이나 타이어에 큰 부담이 되지는 않은 듯했다. 앞뒤 균형도 뛰어나다. 이런 경험에 비춰 볼 때, 에비야는 로터스의 특성을 충실히 따른 모델이라는 결론을 내리기 충분하다. 다만 엄청난 출력을 다스리기 위한 기술적 처방이 차체 곳곳에 뱄을 것이다.

파워트레인과 섀시만 봐도 에비야가 개발 목적에 합당한 성능을 지닌 모델이라는 생각이 든다. 최대토크를 100% 활용하더라도 움직임은 침착하다. 조향, 제동, 가속 반응성도 우수하다. 현재 개발 단계에서는 인테리어에 대한 상상의 여지가 많이 남아있다. 배터리가 운전석 바로 아래가 아니라 뒤쪽으로 몰려 있어서 시트 포지션은 매우 낮다.

출시 시기는 살짝 늦춰졌다. 애초에 로터스는 올해 말 생산 개시 예정이라고 발표했지만, 약속을 지키기 어려울 듯하다. 첫차 인도 예정일(2021년 5월) 역시 맞추기 힘들어 보인다. 우주선 활주로를 제외하고 200만파운드(대략 30억원)짜리 차를 제대로 탈 곳이 이 세상 어디에 있는지 도저히 모르겠다. 어디서 어떻게 타든 간에 구매자는 다른 차에서 얻지 못하는 감동을 경험할 수 있다. 우주 비행에 가까운 경험일 것이다.

자동차 전문 매체 <탑기어 코리아>

Posted by 따뜻한 우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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