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우체부 :: 애스턴마틴 DB11 AMR, 환상적인 GT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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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짝 두 개, 12기통 엔진그리고 후륜구동이다이 조합이라면 들어 보지도 못한 브랜드가 만들어도 좋다허나 이 차는 애스턴마틴이다.
 | 안진욱   사진 | 최재혁

요즘 다운사이징이다 뭐다 해서 대형 파워 유닛을 보기 힘들어졌다작은 배기량으로도 출력을 매콤할 정도로 올릴 수 있기에 큰 엔진의 실용성이 떨어졌다고 할 수 있다그렇기에 고배기량 엔진은 거의 멸종 위기에 처했다허나 큰 엔진이 주는 감성은 효율이라는 단어로 감출 수 없다오랜만에 12기통 스포츠카를 타고 있다스티어링 휠에는 근사한 날개 배지가 박혀있다바로 애스턴마틴이다모델은 DB11, 그것도 AMR(ASTON MARTIN RACING)이다. AMR은 애스턴마틴의 고성능 버전이다모터스포츠에서 한가락 하는 애스턴마틴의 튜닝 실력의 진가를 볼 수 있는 모델이다노멀 DB11을 타보지 않아 얼마만큼 더 스포티하게 조율했는지 알 수 없지만 일단 밟아보기로 한다.

 

 

애스턴마틴 DB11 AMR의 기다란 후드 안에는 무려 12개의 실린더가 일하고 있다. V12 5.2ℓ 엔진에 터빈 두 발을 달아 최고출력 630마력최대토크 71.4kg·m의 파워를 생산해 8단 자동변속기를 통해 뒷바퀴를 굴린다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3.7초다노멀 버전보다 0.2초 빠른 수치이며 최고시속은 334km에 달한다브로셔에는 이렇게 적혀 있고 실제로 어떤지 달려보자.

 

 

정말 빠르다세상의 모든 것을 추월한다가속페달을 살짝 건드려도 튀어 나간다워낙 배기량이 크다 보니 저회전에서부터 막강한 토크가 터져 나온다스피드미터 바늘이 비현실적으로 올라간다이 정도 스펙을 가진 슈퍼카를 탈 때와는 조금 다른 주행감 혹은 가속감이다잘 달릴 것 같은 녀석이 잘 달리는 것과 설마 했던 녀석이 잘 달리는 것은 다르니까곱상하게 생긴 외모 속에 괴력을 숨겨뒀다여기에 12기통 만이 낼 수 있는 사운드가 더해지니 천국이 따로 없다터보 엔진이지만 음색이 전혀 답답하지 않다저속에서는 저음으로 존재감을 알리고 고속에서는 톤을 높여 울부짖는다가끔 터지는 백프레셔도 운전자를 흥분시키는 데 일조한다.

 

 

변속기는 엔진과 쿵짝이 잘 맞는다토크 컨버터 타입이지만 조미료 살짝 치자면 듀얼 클러치 유닛 수준의 변속 속도를 보여준다저속에서 울컥거리지 않아 고급스러운 자세를 흐트러트리지 않으며 다운시프트에도 적극적이어서 운전자의 흥을 깨지 않는다감탄할 정도는 아니지만 엄청난 힘을 무난하게 처리하는 실력을 갖추고 있다.

630마력을 공도에서 전부 사용할 수 없다그래도 고속도로를 달려보자출력이 출력인 만큼 고속도로에서도 힘은 남아돈다오랜만에 이런 슈퍼 GT카를 타니 재미있다끝을 알 수 없는 힘을 필두로 마음껏 달려본다이럴 수 있는 것은 고속안정감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속도가 올라갈수록 무게중심이 낮아지는 게 느껴진다일상 주행에서 괜찮은 승차감을 보여줬던 서스펜션이 고속에서는 야무진 면모를 보인다참고로 앞뒤 액슬은 각각 더블 위시본과 멀티링크로 차체와 묶었다.

 

 

서스펜션 세팅이 마음에 들어 와인딩을 탈 수밖에 없었다. 1.7t이 살짝 넘는 중량으로 코너에서 어떠한 모습을 보일지 걱정 반기대 반으로 굽이진 길에 진입한다초고성능에 후륜구동이라 부담스럽지만 탄탄한 서스펜션을 믿고 들이댄다코너에 들어가면서 제동을 걸면 중량이 앞쪽으로 쏠리는 것은 잘 억제했다그 때문에 진입속도가 높으며 자연스럽게 라인을 그리기 시작한다코너 성향은 언더스티어다가속 페달을 밟으면 곧바로 파워슬라이드를 일으키며 오버스티어를 보여줄 것 같지만그런 드라마틱한 상황은 연출되지 않는다운전자를 불안하지 않게 하면서 조신하게 코너를 탈출한다.  

복합코너에서는 섀시가 엉키지 않고 가뿐히 정복한다스티어링 휠의 피드백과 리턴이 빠르고 한쪽으로 쏠렸던 중량을 반대 방향으로 던지는 과정이 매끈하다코너 방향이 계속해서 바뀌어도 이 녀석은 전혀 당황하지 않아 운전자가 더 과감해진다.

 

 

브레이크 시스템은 단연 최고다무시무시한 출력을 다루기에 충분하다운전자가 원할 때 원하는 만큼 차를 세울 수 있다강한 제동이 걸리더라도 노즈다이브나 브레이크스티어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강한 제동이 연거푸 들어가더라도 페이드 현상 없이 지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코너에서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도 차가 안쪽으로 말리지 않는다브레이크 페달은 가벼워 발에 피로를 주지는 않지만 미세한 브레이킹은 힘들다.  

훌륭한 퍼포먼스다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달리는 재미가 있다잘생긴 외모만 가진 줄 알았는데 다른 매력까지 품고 있었다외관은 정말 예쁘다하이엔드 슈퍼 GT카의 디자인은 이렇게 해야 한다고 애스턴마틴이 제시하고 있다롱노즈 숏데크 타입 실루엣에 어느 한 곳 모난 구석이 없다유려하고 우아하다디자인 완성도가 높은데 기능적인 요소도 잘 녹였다. DB11 AMR에는 거창한 에어로파츠가 달리지 않았다그런데도 고속도로에서 뛰어난 공력 성능을 자랑했다그 이유는 프런트 펜더와 C필러에 공기를 잘 흘려보낼 수 있는 유도 라인을 마련했기 때문이다또한 AMR 버전이라 해서 티 내지도 않았다. AMR의 흔적은 엔진 위에 붙어 있는 배지와 헤드레스트에 수놓은 스티치 정도다.

 

 

도어를 연 김에 실내도 둘러본다정신 없이 운전하느라 인테리어를 자세히 보지 못했는데 역시 고급스럽다이렇게 부드러운 가죽을 아낌없이 사용했다심지어 천정도 가죽으로 감쌌다센터페시아는 대칭형 레이아웃이고 버튼은 사용하기 편한 위치에 잘 배치했다스티어링 휠은 사이즈가 적당하고 그립감이 좋다패들 시프트는 컬럼에 고정되어 있는데 크기가 상당히 크고 조작감은 최고다철컹철컹 하는 이 느낌 때문에 계속 변속하게 된다시트는 컴포트와 스포티한 성격을 적절한 비율로 잘 섞었다.

이제 DB11 AMR과 작별할 시간이다주어진 하루라는 시간만으로도 이 녀석의 매력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이 장르에 고집스러워 보일 만큼 충실하다. GT카는 장거리를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차를 말한다단순히 ‘빠르게가 아니라 ‘안락하게 빠르게. DB11 AMR은 고성능 트림이지만 거친 성격은 죽이고 운전자를 친절하게 대한다그렇다고 심심한 것도 아니다매력적인 배기 사운드와 12기통이 주는 회전질감만으로 충분히 즐겁다앞으로 이런 차는 점점 더 사라질 것이다삶이 여유롭다면 늦기 전에 빨리 타봐야 한다.

 

 

SPECIFICATION ASTON MARTIN DB11 AMR
길이×너비×높이  4750×1950×1290mm
휠베이스  2705mm  |  엔진형식  ​​​​​​V12 터보가솔린
배기량 ​​​5204cc  |  최고출력  ​​630ps
최대토크  71.4kg·m  |  변속기  ​​​8단 자동
구동방식 ​​RWD  |  복합연비  8.7km/ℓ   |  가격  ​​​​​​​​​-

자동차 전문 잡지 <모터매거진

Posted by 따뜻한 우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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