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석 左右위치따라 전조등 불빛각도 달라

우리나라에서 운행 중인 차들은 모두 왼쪽에 운전석이 있다. 전문용어로 LHD(left hand drive) 시스템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가나，이탈리아，아르헨티나 등이 LHD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반대로 영국，뉴질랜드，일본 등에서는 핸들이 오른쪽에 달린 RHD(right hand drive) 시스템이 적용된 차량들이 운행되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는지,아니면 왼쪽에 있는지에 따라 차량 전조등의 불빛 모양이 다르다는 사실이다.

보통 차량 양쪽의 헤드라이트 불빛이 모두 일직선으로 쭉쭉 뻗은 모양일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왼쪽과 오른쪽 불빛의 각도가 운전석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나라와 미국처럼 왼쪽에 핸들이 달린 차량이 전조등을 켜면，왼쪽 헤드라이트 각도가 오른쪽에 비해 더 낮다. 그래서 전조등 불빛이 '찌그러진 하트' 모양이 된다. 반대편 차선에서 달려오는 차량의 운전자에게 눈부심을 덜어주기 위해 이렇게 왼쪽 헤드라이트 각도를 낮추는 것이다. 또 왼쪽 전조등 각도를 낮추면 앞차의 왼쪽 사이드 미러에 비치는 빛의 양도 줄여준다. 이를 통해 앞차 운전자의 시야도 확보해 준다. '찌그러진 하트' 모양의 전조등 불빛은 이렇게 반대편과 앞차의 운전자 눈부심을 줄여줌으로써 '안전한 주행'을 유도하기 위해 배려한 장치인 셈이다.

물론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는 차량의 경우에는 위의 경우와 반대로 오른쪽 헤드라이트 각도가 왼쪽에 비해 낮게 조절돼 있는 것이 당연하다.

유럽연합(EU)의 자동차 분과위원회에서는 예전부터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고 전조등의 밝기，각도，거리등을 고려한 세부적인 법규를 제정해 완성차에 장착되는 전조등 생산에 적용해 오고 있다. 국내서도 유사한 법규를 도입해 글로벌 표준에 부합되도록 힘쓰고 있다.

2006년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통계에 따르면 차량주행 중 사고로 발생한 사망 건수는 주간의 경우 전체 사고 비중의 약 2~3%인 데 비해 야간에는 40%대까지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행 여건이 열악한 국도나,야간 운행 때 시야확보가 어려운 큰 곡선도로에서 사고가 발생하는 비중은 더욱 높아진다. 이 때문에 야간에 주로 사용하는 전조등에 대한 중요성,특히 전조등 좌·우측면의 언밸런스한 대칭설계는 본인의 안전뿐 아니라 상대방 운전자의 안전을 위해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부분이다.

우리가 무심코 스위치로만 똑딱거리며 작동시키던 전조등에도 안전을 추구하는 신기한 과학의 원리가 숨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