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우체부 :: 점에서 선으로 확장된 페라리 국내 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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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째 자욱한 미세먼지 속에서 지내던 3월 아침서울역으로 향했다분명 KTX에 올라탔는데 도착하고 나니 국제선 여객기에서 내리지 않았나 싶었다쾌청한 하늘에 흰구름이 떠다녔다해변에 자리잡은 높다란 빌딩에도 파란하늘이 선명하게 비쳤다스모그 자욱한 지역을 벗어나고 나니 모처럼 탁 트인 시야가 펼쳐졌다당일치기 지방출장이 지중해 휴양지 출장처럼 싱그럽던 이유다

센텀시티에 들어섰을 때높다란 빌딩 숲 사이로 새빨간 페라리 488 GTB 한 대가 지나갔다쾌청한 세계에서 평범한 진리를 깨달았다. ‘하늘은 파래야페라리는 빨개야 제격이지.’ 어떤 포토그래퍼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사진 속 미모는 8할이 조명빨이라던 말비단 사진 속에만 적용되는 진리는 아닌가 보다눈부신 햇살 아래서 피 끓는 로쏘 코르사 레드는 100도쯤 더 뜨겁게 이글거렸다열정과 마천루의 도시부산은 국내 어느 지역보다 슈퍼카가 어울리는 곳이었다.

 

페라리가 국내 2호 전시장을 이곳에 연 이유다서울에서 가장 먼 도시에 거점을 마련하면 판매 및 서비스 범위가 2배로 확장된다특히나 수입차 전시장이 즐비한 곳이라면 효과는 더할 나위 없을 터해운대구 중동 거리에는 수많은 수입차 전시장이 늘어서 있었고그 한 가운데 도약하는 말 엠블럼이 자리잡고 있었다.

전체면적 562m2 전시장에는 휘황찬란한 말 두 마리가 빨간 엔진을 더 붉게 달굴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GTC4 루쏘 T와 포르토피노 전시차 뒤 편에는 세상 고급스러운 고객 라운지 공간이 보였다전시장 옆에는 워크베이 2개를 갖춘 서비스센터가 자리잡았다이탈리아 본사에서 교육·훈련을 마친 전문 테크니션들이 전용 장비를 이용해 점검 및 수리를 담당한다.

 

개관식에 참석한 페라리 극동 및 중동지역 총괄 지사장 디터 넥텔은 페라리 부산 네트워크 개관으로 이전부터 먼 거리에도 불구하고 페라리에 큰 사랑과 관심을 보내준 부산 및 영남지역 고객을 이제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페라리는 이미 지난해 7월 일주일 동안 부산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1층에서 포르토피노 팝업 전시를 진행했다. 멀리서도 큰 사랑(이라고 쓰고 구매라고 읽는다)을 보내준 부산 고객에 대한 페라리의 각별한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었다.

페라리의 부산 사랑은 여기 끝나지 않았다.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V8 미드십 페라리 스페셜 모델의 최신판이자, 챌린지 스트라달레·스쿠데리아·스페치알레 뒤를 잇는 488 피스타를 이곳에서 국내최초 공개했다. 최고출력 720마력, 0시속 100km 가속시간 2.9초에 달하는 도로용 경주차가 해운대 거리에서 매혹적인 자태를 드러냈다.

 

 

공간 속 특정 위치만 가리키는 가장 기본적인 조형 단위가 점이다. 점이 2개 이상이면 그 사이를 이어 선을 만들 수 있다. 점은 위치일 뿐 크기도 방향도 길이도 부피도 없다. 하지만 선은 위치와 방향과 길이를 갖는다. 선이 여럿 모여 얼기설기 엉키면 그물망이 된다. 

디터 넥텔 지사장은 이날, 페라리 부산 네트워크를 열게 된 사실에 무척이나 기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적어도 국내에서 페라리는 고작 점 2개를 찍었다. 경부선 KTX 철로와 비슷할 긴 선을 하나를 그물망이라고 부르기에는 아쉬운 감이 있다. 매년 큰 폭의 성장을 기록하는 국내 슈퍼카 시장을 생각하면 언젠가 근사한 판매·서비스 네트워크를 완성할 날을 기대해볼 만하다. 분명한 점은 더 많은 페라리가 달릴수록, 더 많은 전시장이 생길수록 우리네 도로는 더 아름다워진다는 사실이다.

 

 

Posted by 따뜻한 우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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