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너무 추우면 근육이 굳어 몸이 움츠러들고, 너무 더우면 열기에 지쳐서 제대로 움직일 수 없듯 자동차 엔진 역시 적당한 온도가 유지되어야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엔진의 온도가 너무 높으면 냉각장치를 통해 엔진 블록과 내부의 열은 물론 이를 순환하는 냉각수와 오일의 온도를 낮춰주어야 하고, 요즘처럼 날씨가 추워 온도가 낮을 땐 출발 전 적당한 공회전을 통해 어느 정도 열을 올려주어야 부드럽게 움직인다.
 <엔진이 작동할 때 발생하는 열은 냉각수와 각종 오일로 전달된다. 이것들을 식혀주는 것이 바로 냉각 시스템이다. 사진은 시보레 코발트 SS용 엔진>
엔진의 적정 온도는 80~90℃ 보통, 연료를 폭발시켜 그 힘으로 피스톤을 움직이는 엔진은 연소실 온도가 갓 연료가 폭발한 후 2,000℃ 이상 올라가게 된다. 이 열은 실린더와 피스톤 등 금속부품을 통해 엔진 구석구석으로 전해지는 방열 현상에 의해 낮아진다. 이때 온도가 너무 높으면 방열 현상을 통해 미처 빠지나가지 못한 열 때문에 연소실이 과열돼 점화플러그에서 불꽃이 일어나기도 전에 연료가 고온으로 폭발해 버리는 ‘노킹’이 발생한다. 이 같은 노킹 현상이 반복되면 엔진의 출력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피스톤과 연소실 등 엔진 주요 부품에 치명적인 손상을 일으킬 수도 있다. 이와는 반대로 기온이 너무 낮거나 냉각장치 성능이 발열량을 웃돌아 엔진 온도가 적정수준보다 낮으면 열효율을 떨어뜨려 출력이 낮아지고 연료소비가 늘어난다. 특히 미세한 입자로 안개처럼 분사돼 연소실의 열기에 의해 기체로 완전히 바뀌어야 할 연료가 낮은 연소실 온도 때문에 기화력이 떨어지면 불완전 연소로 이어진다. 연소가 덜 된 가스는 엔진 오일과 섞이면서 오일의 점도를 떨어뜨리고 이것은 다시 윤활력을 악화시켜 피스톤과 실린더의 마모를 앞당긴다. 이처럼 자동차 엔진에 쓰이는 냉각장치는 엔진에서 발생한 열을 무조건 식히는 것이 아니라 엔진이 움직이는데 가장 이상적인 온도인 80~90℃를 유지시켜주는 기능을 한다.
 <혼다 인테그라용 서모스탯 밸브. 냉각수가 일정 온도에 이르면 바이메탈이 모터를 작동시켜 밸브를 개방한다.>
냉각방식에는 차가운 외부 공기로 엔진을 식히는 ‘공랭식’과 냉각수를 엔진 내에 순환시켜 냉각시키는 ‘수랭식’이 있으며, 최근의 자동차는 대부분 수랭식을 쓴다. 수랭식에는 다시 냉각수를 대류에 의해 순환시키는 ‘자연순환식’과 워터펌프로 순환키는 ‘강제순환식’으로 나뉘는데, 자연순환식은 최근의 고성능 엔진에는 맞지 않아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강제순환식 냉각장치는 라디에이터, 워터펌프, 워터재킷, 서모스탯과 같은 여러 가지 부품으로 구성된다. 이들 주요 구성부품의 역할을 살펴보면 우선 워터재킷은 실린더 블록과 실린더 헤드에 설치된 냉각수 통로를 말한다. 이 통로로 냉각수가 흐르며 열을 빼앗아 주위를 냉각시켜 준다. 라디에이터는 워터재킷을 빠져 나온 고온의 냉각수가 유입되는 곳으로 방열기라고도 한다. 많은 양의 냉각수를 저장할 수 있는 일종의 물탱크로 상부와 하부 탱크, 그리고 이를 연결하는 튜브와 냉각핀(혹은 방열핀)으로 이뤄져 있다. 튜브 주위에 붙어있는 냉각핀은 방열면적을 최대한 크게 하기 위해 구불구불하게 겹쳐져 있다. 차 바깥에서 유입된 공기와 냉각팬이 만들어내는 바람이 핀을 통과하면서 튜브와 그 속의 냉각수를 식혀주는 것이다. 엔진 힘으로 움직이는 워터펌프는 워터재킷과 라디에이터 사이에서 냉각수를 강제로 순환시키는 역할을 한다. 서모스탯은 냉각수 온도가 낮을 때 워터재킷에서 라디에이터로 통하는 통로를 닫아 엔진 내부로 냉각수가 순환되게 하고, 냉각수 온도가 적정수준을 넘어서면 다시 라디에이터와의 통로를 열어 냉각수를 유입시켜 수온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서모스탯이 오래 되어 제 기능을 못하면 여름철 오버히트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냉각성능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방열판을 열전도율이 높은 알루미늄 등으로 바꾸는 것이다. 사진은 미국 ARC사의 대용량 알루미늄 라디에이터>
고성능 튜닝일수록 냉각장치 성능 높여야 자동차 메이커는 순정상태에 맞춰 냉각 시스템을 설계한다. 하지만 튜닝을 통해 출력을 높이면 이 같은 냉각 시스템이 맞지 않게 된다. 엔진회전수가 높아지고 압축비가 커지면 당연히 엔진 발열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럴때는 냉각장치의 성능을 높여주는 것이 필수다. 우선 엔진 튜닝으로 인해 순정상태보다 높아진 냉각수 온도를 낮추기 위해 라디에이터를 순정제품보다 용량이 큰 것으로 바꿔 주면 좋다. 대용량 라디에이터를 달면 그만큼 방열면적이 늘어나 냉각수를 효과적으로 식힐 수 있다. 트랜스미션 오일 쿨러나 엔진 오일 쿨러를 달면 높은 엔진회전수에서도 고온으로 오일의 점도가 떨어지는 현상을 막아 엔진 작동과 내구성에 도움을 주며, 오일의 수명도 연장해 준다. 특히 엔진 오일은 아무리 좋은 제품도 온도가 110∼120℃ 이상 되면 성능이 급격히 낮아져 윤활성능이 떨어져, 결과적으로 출력저하의 원인이 된다. 단 쿨러를 달 때는 잦은 움직임에 호스가 상할 수 있으므로 호스들이 차체와 닿지 않도록 배치해야 한다. 이때 오일펌프도 용량이 큰 제품으로 교환하는 것이 좋다. 특히 오일쿨러를 달고 나서 오일압력이 낮아진 때에 용량이 큰 오일펌프를 달아주면 유압을 올려 적정 오일압과 유량, 온도를 유지할 수 있다. 터보차저를 쓰는 차는 인터쿨러를 달아야 한다. 인터쿨러는 엔진으로 유입되는 공기를 빠른 속도로 냉각시켜 공기의 밀도를 높여서 엔진 효율을 높여주는 장치로, 같은 용적의 공기면 차가운쪽 공기량이 더 크다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순정 인터쿨러를 달고 있는 차도 엔진 튜닝을 했거나 새롭게 터보를 얹었다면 여유 있는 사이즈의 인터쿨러를 새로 다는 것이 좋다. 이런 튜닝과 더불어 매니폴드를 단열테이프로 감싸고, 라디에이터 호스를 방열성이 높은 스테인리스로 바꾸는 등의 작업을 해주면 냉각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다. 그밖에 단열박스와 오픈형 에어클리너를 달고, 브레이크 로터를 V디스크로 바꾸는 것도 자동차의 냉각효율을 높이는 튜닝의 범주에 든다. 냉각장치 튜닝은 출력을 끌어올린다기보다는 출력이 낮아질 수 있는 악조건을 개선해 엔진을 보호하는 성격이 더 강하고, 한 가지 부품만 좋은 것으로 써서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순환계통을 두루 손봐야 하기 때문에 오너 입장에서 쉽게 선택하기 어려운 튜닝이다. 하지만 냉각장치를 철저하게 손봐 출력저하를 막는 것이, 튜닝으로 출력을 올리는 것만큼의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그 필요성과 가치는 충분하다.
 <워터펌프. 벨트에 물려 돌아가면서 냉각수를 강제로 순환시키는 역할을 한다>
노킹(Knocking) 휘발유 엔진의 이상연소 및 이에 동반해 발생하는 소리. 휘발유 엔진의 폭발행정은 플러그의 스파크에 의해 화염의 핵(열심)이 발생하고, 이 핵을 중심으로 화염이 주위로 퍼져나간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과열된 연소실 온도 때문에 플러그로부터 떨어진 부분의 혼합기가 자연발화하면서, 점화플러그가 일으킨 화염과 부딪쳐 폭발력을 떨어뜨리고 피스톤과 밸브 등에 강한 충격을 주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때 발생하는 금속성 소음이 마치 문을 두들기는 ‘노크’ 소리처럼 들려 노킹이라고 부른다. 노킹은 옥탄가가 낮은 불량연료를 쓰거나 지나친 고회전 등에 의한 엔진과열 또는 냉각장치 고장 등이 주원인이고 노킹이 반복되면 충격과 열에 의해 피스톤이 실린더 벽에 녹아 붙거나, 밸브 파손 등으로 엔진에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근래 출시되는 고급 휘발유는 고회전형 엔진을 쓰는 고성능 자동차에서 이 같은 노킹을 막아주는 역할이 주된 목적 중 하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