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유명 자동차 전문지 ‘카앤드라이버(CAR AND DRIVER)’가 미국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한 7~8인승 SUV의 대표 모델 5대를 비교 평가했다. 현대자동차 팰리세이드와 기아자동차 텔루라이드가 출시되며 7~8인승 SUV 시장에 지각 변동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물론 전통적인 강자인 포드 익스플로러가 최근 세대 교체를 거쳤다는 사실도 빼놓을 수 없다. 나머지 2대는 시장에서 입지를 탄탄하게 다진 마쯔다 CX-9과 뷰익 엔클레이브다. SUV의 본고장 미국에서 신인이나 다름없는 팰리세이드와 텔루라이드는 과연 어떤 평가를 받았을까?
참고로 이번 비교 평가는 철저히 사용자 입장에서 이루어졌다. 카앤드라이버를 비롯한 미국 자동차 전문 매체는 가격 대비 가치와 실용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짧은 자동차 교체 주기, 가족 중심의 사회, 넓은 도로 등의 시장 특성을 반영한 것이다. 물론 카앤드라이버는 64년 전통의 자동차 전문지답게 다양한 테스트에 대한 성적표를 공개하고, 날 선 비평과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7~8인승 SUV는 전형적인 미국 시장 중심의 차종으로, 기존의 미니밴 고객을 겨냥한다. 그동안 미니밴은 어린 자녀를 둔 미국 중산층의 패밀리카로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하지만 점차 SUV로 갈아타는 가정이 늘었다. 이러한 트렌드에 주목한 자동차 회사는 미니밴의 장점과 SUV의 장점을 결합한 7~8인승 SUV를 내놓기 시작했다. 7~8인승 SUV는 긴 차체에서 비롯된 넉넉한 공간과 3열 시트를 갖춘 것이 특징이다. 즉, 전통적인 SUV보다는 승차감과 공간을 강조한 크로스오버에 가까운 차종이라 할 수 있다. 카앤드라이버가 이번 비교 평가에서 2열과 3열의 편의성과 공간 활용성을 비중 있게 다룬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카앤드라이버는 펠리세이드의 넓은 실내와 공간활용성을 높게 평가했다
카앤드라이버는 정확한 결과 도출을 위해 평가 범위를 차체(패키지), 파워트레인, 주행 성능, 운전의 재미 등 크게 네 가지로 나눴다. 실내 소음, 가속 성능, 제동 거리, 연료 효율 등은 실제로 계측한 뒤, 총 25가지 항목에 점수를 매겨 모델별 순위를 가렸다. 비교 차량은 모두 사륜구동 시스템을 탑재했으며, 뷰익 엔클레이브를 제외한 나머지 4대는 모두 가격을 4만7,000달러 내외로 맞췄다. 비슷한 가격으로 얼마나 더 많은 가치를 누릴 수 있는지 쉽게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우선 가격과 편의 장비 구성을 살폈다. 포드 익스플로러는 가장 기본형인 XLT 트림에 20인치 휠과 ADAS 장비 등을 추가한 4만6,810달러짜리 모델이다. 시승차 가격으로는 가장 저렴하지만, 모델 평균 가격대는 가장 높은 편이다. 최상위 플래티넘 트림의 경우 5만8,000달러까지 치솟는다.
포드 익스플로러는 이전 세대와 크게 다르지 않은 실내가 약점으로 언급됐다
마쯔다 CX-9은 올해부터 안드로이드오토와 애플카플레이를 기본으로 제공한다. 시승차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스마트키 등을 포함한 4만7,385달러짜리 모델이었다. 뷰익 엔클레이브는 쉐보레 트래버스의 형제차로, 비교 대상 가운데 가장 비쌌지만(4만9,055달러, 시승차) 부족한 편의장비가 약점으로 거론됐다.
카앤드라이버 7~8인승 비교 평가에 오른 마쯔다 CX-9(좌)과 뷰익 엔클레이브(우)
팰리세이드와 텔루라이드는 편의장비 부문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팰리세이드 시승차는 최상위 리미티드 트림으로 듀얼 선루프, 2열 열선·통풍 시트, HUD,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차로 유지 보조 시스템 등을 기본으로 갖췄으며, 값은 4만7,655달러였다. 텔루라이드 시승차는 가장 높은 SX 트림에 2,000달러 상당의 SX 프레스티지 패키지를 더한 모델이었다. 인조 스웨이드 내장재와 나파 가죽 시트로 구성된 옵션 패키지가 포함된 가격은 4만6,910달러다. 편의장비 구성은 패밀리카 고객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다.
직선이 강조된 기아차 텔루라이드의 인테리어 디자인
이번 평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차체(패키지) 항목이었다. 총점 115점 만점으로 운전자 편의성, 인체공학 설계, 2열 공간 및 편의성, 3열 공간 및 편의성, 실내 품질 등을 평가했다. 공간 활용성과 편의성을 잘 살린 자동차가 높은 점수를 받는 항목으로 크로스오버와 SUV 제작 경험이 많은 자동차 회사에게 유리하다.
여기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차는 텔루라이드다. 인체공학적인 설계와 편안하고 넓은 2열 및 3열 공간이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특히 편의장비 구성 부문에서 9점을 획득해 각각 4점과 2점을 받은 마쯔다 CX-9, 뷰익 엔클레이브와 큰 격차를 벌렸다. 카앤드라이버는 포드 익스플로러와 뷰익 엔클레이브의 실내 설계가 만족스럽지 못하며, 인테리어 마감 품질도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 항목의 총점은 기아차 텔루라이드 102점, 현대차 팰리세이드 98점, 마쯔다 CX-9 87점, 포드 익스플로러 82점, 뷰익 엔클레이브 77점이었다.
팰리세이드(좌)와 텔루라이드의 2열과 3열은 가장 넓고 안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참고로 팰리세이드와 텔루라이드의 미묘한 점수 차이는 오로지 안팎 디자인(스타일링) 부문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항목에서 텔루라이드는 외관 9점, 실내 10점을 받았으며, 팰리세이드는 외관 6점, 실내 8점을 획득했다(기능 부분에서는 팰리세이드가 1점 앞섰다). 디자인은 평가자의 주관이 가장 강하게 작용하는 항목이기 때문에 상품성의 차이가 있다고는 볼 수 없다.
파워트레인 계측 비교에서는 포드 익스플로러가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항목 총점은 현대차 팰리세이드가 가장 높았다. 익스플로러는 300마력에 달하는 최고출력을 바탕으로 가속 테스트(0→97km/h 가속 6.2초, 0→400m 가속 14.9초) 부문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NVH와 변속기 부문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총 44점을 기록했다(55점 만점). 팰리세이드는 가속 성능은 물론 연료 효율, NVH, 변속기 부문에서 모두 좋은 점수를 받아 1위(총점 49점)에 올랐고, 텔루라이드는 0→400m 가속과 연료 효율 부문에서 팰리세이드보다 각각 1점 낮은 점수를 받아 2위(총점 47점)에 올랐다.
팰리세이드와 텔루라이드는 미국 7~8인승 SUV 시장에 지각 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주행 성능이 가장 뛰어난 차로는 마쯔다 CX-9이 꼽혔다. 주행 성능은 조향 질감, 브레이크 작동감, 핸들링, 승차감 등을 평가하는 항목이다. 60점 만점인 이 항목에서 마쯔다 CX-9는 53점, 기아차 텔루라이드, 현대차 팰리세이드, 뷰익 엔클레이브는 동일하게 50점, 포드 익스플로러는 48점을 받았다. 카앤드라이버는 “마쯔다 CX-9의 핸들링이 가장 뛰어나지만, 현대차 팰리세이드와 기아차 텔루라이드도 이에 근접했다”고 말했다.
총 25개에 달하는 요소에 점수를 매긴 종합 성적 결과는 어땠을까? 1위는 총 255점 중 215점을 받은 기아차 텔루라이드이며, 2위는 213점인 현대차 팰리세이드다. 두 차는 차체(패키지)와 파워트레인 항목에서 1위와 2위를 번갈아 차지했으며, 주행 성능에서도 비교적 좋은 점수를 받았다.
카앤드라이버의 이번 비교 평가는 미국 7~8인승 SUV 시장에 처음 진입한 팰리세이드와 텔루라이드가 SUV의 본고장 미국에서 우수한 성능과 상품성을 증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카앤드라이버는 총평에서 “팰리세이드는 고객이 원하는 모든 것을 담았다”고 말하며, 이에 대한 근거로 다양한 편의장비, 넉넉한 공간, 고급스러운 실내, 우수한 품질, 준수한 주행 성능 등을 제시했다. 그리고 텔루라이드에 대해서는 “팰리세이드의 장점에 근사한 디자인을 더했다”며, “이런 장점 덕분에 많은 판매가 예상된다”는 평가를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