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카 하영선 기자] 자동차 보유자 중 튜닝을 해본 사람은 10명 중 1명에 머물렀으며, 또 자동차 보유자들은 자동차 튜닝이 필요하지도 않고 관심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컨슈머인사이트(대표 김진국)은 10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례 자동차 조사’에서 자동차 보유자 2237명에게 현재 보유 차량에 대한 튜닝 경험과 향후 의향을 물은 결과,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으로 분석됐다고 24일 밝혔다.
먼저, 조사 대상자 중 튜닝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272명으로 12%였다. 이들이 튜닝에 들인 평균 비용은 296만원이었다. 평균 수준인 300만원 이상을 쓴 비율이 22%였으며, 50만원 미만 지출자도 20%에 달했다.
OXK, 랭글러 JL 튜닝 프로그램 (2018 오토위크)
컨슈머인사이트는 또 향후 튜닝을 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 미경험자의 56%가 부정적이었던 반면 긍정적 반응은 6%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부정 응답의 이유는 △굳이 튜닝이 필요하지 않아서(53%) △튜닝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어서(29%)로 나타났다.
튜닝 시장은 전문가보다는 소수 개인이, 차량의 미관과 실용성을 보완할 목적으로, 동호회 활동이나 유튜브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스스로 부품을 구입해 장착하는 형태로 유지되고 있다. 아직 소수 마니아 위주로 형성돼 있고, 당분간 이런 추세가 유지될 것으로 예측된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컨슈머인사이트의 김진국 대표는 “정부가 튜닝 시장 활성화와 건전한 문화 조성을 위해 규제를 완화하고 있으나 기대 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며 “시장의 변화와 요구를 반영하는 더 적극적인 뒷받침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SEMA에 등장한 자동차는 상상을 초월한다. 전 세계 자동차 튜닝 쇼에서 놀라운 차들만 꼽아 모으면 이런 전시회가 될까. 우리가 익숙하게 알던 자동차들도 나왔지만 평생 우리나라 도로에서는 볼 수 없는 자동차도 가득하다. 그들은 왜 이런 튜닝을 할까. SEMA 현장에서 직접 물어봤다.
# “내가 원하는 차가 없어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나한테 딱 맞는 혹은 내가 원하는 차가 없기 때문에 튜닝을 시작했다는 말이다. 한 부스에서 만난 남성은 “차를 구입하고 성능이나 디자인에서 부족함을 느껴 하나씩 튜닝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남성 역시 “오프로드를 달리기 위해서 튜닝을 시작했는데 캠핑이나 아웃도어 활동을 위해 차를 튜닝하다 보니 나에게 맞는 차를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SEMA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은 본인의 필요에 의해 튜닝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열에 일곱은 그런 식이다. 미국은 우리나라에 비해 매우 튜닝에 대해서 관대하다. 우리나라에서는 도로를 절대 달릴 수 없는 차가 다니는 곳이다. 실제로 이런 차들이 이곳에 전시됐다. 사람 키만큼 큰 타이어를 장착한 픽업트럭이나 너무 낮아서 바닥을 쓸고 다닐 듯 한 튜닝을 한 차도 쉽게 볼 수 있다.
# 추억을 되살리는 자동차
우리나라에도 이런 튜닝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른바 ‘추억’ 때문이다. 오래된 티코를 구입해서 원래의 모습으로 복원한다거나 포니나 스텔라 같은 차를 구입해 어릴 적 아버지와 함께 타던 기억을 되살리며 간직하는 부류다. 원래의 모습을 중요시하며 튜닝한다는 점에서 필요에 의한 튜닝과는 조금 다르지만 미국에서도 같은 목적으로 자동차를 튜닝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한 부스에서 차를 관람하던 노년의 남성은 “나도 자동차를 튜닝하는데 개조를 위해 튜닝하는 것이 아니라 옛날 기억을 떠올리며 복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유를 물어보니 놀랍게도 “당시에 만났던 여자 친구가 떠오른다”고 웃으며 말했다. 아주 단순하지만 명확한 이유다. 또 다른 부스에서 만난 관객도 “아버지와 함께 타던 차를 원래대로 복원하기 위해 튜닝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주로 ‘원상 복구’가 목적인 경우가 많다. 앞서 만났던 노년의 남성은 “옛날 깔끔한 신차를 타고 다니던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서 차를 복원한다”며 “깨끗한 도장을 얹어서 타면 그때의 느낌이 살아난다. 즐거운 기억인 만큼 차를 통해 되살리고 있다”고 말했다.
SEMA는 미국차가 주로 등장하는 만큼 복원하는 차도 다양하다. 1960년대에서 1970년대까지 엄청나게 다양한 종류의 차가 등장했다. 전후 시절이기 때문이다. 또, 유럽의 자동차가 미국으로 진출하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이후에는 일본의 자동차가 미국 시장으로 들어간 시기다.
# “그냥 재밌잖아”
SEMA에서 만난 사람들 가운데 가장 명쾌한 대답이다. 페라리 348을 수리하던 남성이 들려준 이야기다. 쇼 시작 전날. 페라리를 뚝딱뚝딱 수리하던 남성은 사진을 찍는 우리를 보고 가까이 와서 보라며 불렀다. 그리고 페라리에 붙은 메르세데스-벤츠 스티어링휠을 보여줬다. 다소 놀라웠다. 튜닝 혹은 복원이라면 무엇인가 더 그럴듯한 것이 붙어있어야 하는데 페라리에 벤츠다. 왜 벤츠를 붙였냐고 물어보니 “그냥 재밌잖아”가 대답이다. 반박불가다. 합리적 답변도 아니다. 그런데 이해는 된다.
아무리 봐도 실용적이지 않은 차들이 보통 이런 부류에 속했다. 거대한 몬스터 트럭 위에 스쿠비 두(캐릭터)를 얹었다. 일반 도로에서는 타고 다니기 힘들 모양이다. 자동차를 부분마다 모두 다른 색을 칠했다. 붉은색, 녹색, 노란색으로 각각 칠한 이 차는 엔진룸까지 컬러를 입혔다. 튜닝의 일종이라지만 ‘재미’를 빼면 설명하기 힘든 이야기다.
재미를 위한 튜닝이라지만 완성도는 높다. 이곳에 출품한 이들은 보통 자신의 창고 혹은 작업장에서 수작업으로 튜닝을 하는 소규모 혹은 개인이다. 하지만 부품의 표면처리, 도장상태는 어떤 완제품보다 높다. 번쩍이게 광을 낸 차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표면이 거울처럼 비친다. 바디킷을 장착한 부분들도 어색하거나 헐렁하지 않다. 실제 달릴 수 있는 차를 진지하게 만든 증거다. 오래된 차들도 엔진룸을 열어보면 깔끔 그 자체다. 차의 디자인이나 발표 연도가 오래됐을 뿐 속에 들어있는 부품은 거의 새로 넣은 것이다. 재미를 위해 했다기엔 너무나 진지한 작품들이다.
SEMA는 해마다 놀라움을 안겨준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출품하는 차종의 변화가 있기는 하지만 튜닝의 열정은 꾸준하다. 올해 아쉬운 점은 우리나라 브랜드를 기본으로 한 튜닝카가 줄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현대자동차의 제네시스 쿠페가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는데 올해는 그렇지 않다. 미국 시장에서 재미를 위해, 향수를 위해 혹은 필요에 의해 만든 차에 우리의 브랜드도 이름을 올리길 바라면서 놀라운 자동차 구경, SEMA 관람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