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우체부 :: 언니 못지않게 잘나가는 그녀의 S라인, 포르쉐 박스터S

달력

52024  이전 다음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포르쉐의 입문용 모델로서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박스터S는 기본형 박스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서열이 확실한 포르쉐 가문에서 박스터가 911을 추월하는 일은 앞으로도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숨긴다고 숨겨지지 않는 박스터S의 잠재력은 상위 모델을 위협하기에 충분하며, 자신만의 개성 또한 뚜렷해 ‘꿩 대신 닭’이기를 거부한다.

글 / 민병권 (메가오토 컨텐츠팀 기자)
사진 / 고병배 (메가오토 컨텐츠팀 기자)


시조모델인 356의 적자(嫡子)로서 후미엔진-후륜구동의 전통을 이어온 911의 상징성으로 인해 그 외의 엔진배치를 가진 포르쉐들은 번번이 판매부진의 쓴 잔을 마셔 야 했다. 박스터 이전의 엔트리 급 포르쉐로서 앞엔진-후륜구동 방식을 채택했던 924/944/968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1993년 컨셉카로 첫 선을 보인 뒤 96년부터 양산된 코드네임 ‘986’ 박스터는 엔진을 운전석 뒤에 탑재한 미드십(midship) 모델이면서도 판매 면에서 큰 성공을 거두어 당시 재정위기에 처해있었던 포르쉐를 기사회생시켜냈다.


박스터는 포르쉐의 첫 본격 경주용차였던 ‘550 스파이더’의 이미지를 차용했다. 550은 1950년대의 성공적인 레이스카로, 1.5리터 수평대향 4기통 엔진을 운전석 뒤에 탑재한 극단적으로 낮은 차체의 ‘경량’ 로드스터였다. (얼마나 경량이었는고 하면, 550이라는 모델명이 몸무게 550kg을 의미하는 것이었을 정도다.) 제임스 딘이 교통사고로 사망할 당시 타고 있었던 차로도 유명한 550의 인기와 가치는 복제차의 단골 메뉴라는 점에서도 확인된다.

포르쉐의 공식 사진 속 박스터가 ‘550’이라는 숫자의 번호판을 달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550을 계승한 박스터는 애초부터 로드스터로 구상되고 설계된 보기 드문 포르쉐였다. 모델명은 ‘수평대향 엔진’을 뜻하는 ‘박서(boxer)’와 ‘로드스터(roadster, 비고정식 지붕을 가진 가벼운 2인승차)’의 합성어. 데뷔 당시에는 911(996)과 같은 수냉식 수평대향엔진을 쓰되 배기량을 낮춰, 2.5리터 6기통 엔진을 운전석과 뒤차축 사이에 배치했었다.


무게중심이 낮은 엔진을 앞뒤 차축 사이 공간에 배치함으로써 박스터는 스포츠카의 이상적인 무게배분을 갖고 태어났다. 이는 태생적 매력만큼이나 그 구조적 한계를 갖고 있는 911과도 비교되는 부분이었다. 대신 엔트리 모델의 역할에 충실하도록 한껏 낮춰진 엔진 힘은 위협적인 경쟁모델들의 등장 속에 점차 약점으로 부각되었다.

다행히 턴어라운드의 일등공신으로 인정받은 박스터는 회사의 지원 속에 무럭무럭 자라날 수 있었다. 2000년형 모델부터는 3.2리터 엔진을 탑재한 고성능 버전 ‘박스터S’가 추가되었고, 기본형 박스터 역시 2.7로 배기량을 늘렸다. 3년 후에는 같은 배기량으로 출력을 더욱 상승시켰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박스터는 2004년 파리 모터쇼에서 데뷔한 2세대 모델 ‘987’로, 오리지널 박스터를 기본으로 하되 80%의 부품을 새로 만들었다. 오리지널에는 없었던 쿠페형 모델이 카이맨/카이맨S (987.110/987.120)라는 독립 모델로 추가된 것도 특징. 카이맨S가 첫 선을 보였을 당시에는 박스터S가 3.2리터 280마력, 카이맨S가 3.4리터 295마력으로 차이를 갖고 있어 카이맨이 박스터의 상위 모델로 자리하는 듯 했으나 박스터 역시 2007년형부터는 동일한 엔진을 이식 받음으로써 대등한 관계가 되었다.

잠잠하다 싶으면 이뤄지는 출력증강 덕분에 박스터는 어느새 911을 위협할만한 수준까지 올라섰지만 포르쉐는 교묘하게 911을 보호하고 있다. 박스터 계열과 911계열은 기본적으로는 같은 수평대향 6기통 엔진을 탑재하고 있지만, 그 배기량은 박스터와 카이맨이 2.7리터(245마력), 박스터S와 카이맨S가 3.4리터(295마력), 911 카레라가 3.6리터(325마력), 911 카레라S가 3.8리터(355마력)로 그 선을 분명히 긋고 있다.


911 카레라와 카레라S가 그렇듯이 박스터와 박스터S도 배기량과 출력 외에 일부 사양을 달리 하고 있다. 박스터는 수동이 5단이지만 박스터S는 6단이라던지, ‘포르쉐 세라믹 콤포지트 브레이크(PCCB)’는 박스터S에서만 선택할 수 있다든지 하는 것처럼 말이다. 외관상으로도 약간의 차이가 존재하는데, 박스터S의 앞 범퍼에는 번호판 밑으로 흡기구가 하나 더 뚫려있고, 측면 흡기구는 티타늄색으로 도색 되어있다. 기본 휠도 1인치가 더 큰 18인치이고 더 큰 브레이크 디스크에 캘리퍼도 빨간색으로 달았다. 후면에서는 뒷범퍼 가운데로 나온 배기구의 구멍이 두 개로 나뉜 점이 다르다.

뒤쪽 트렁크의 용량은 130리터로, 뒤로 갈수록 높이는 낮아지고 폭은 넓어지는 형상을 갖고 있다. 좁은 것은 사실이지만 엔진 언저리에 놓인 공간치고는 제법이고, 지붕수납공간과 독립되어 있기 때문에 지붕개폐여부에 따른 용량 변화도 없는 것도 특징이다. 다만 그 안의 화물은 엔진과 배기시스템의 열에 의해 뜨뜻하게 데워지며, 사용자 역시 무언가를 싣거나 내리기 위해 차 뒤에 서 있다 보면 배기구로부터의 압력과 열 때문에 하체에 묘한 자극을 느끼게 된다.


작년 포르쉐의 우리나라 판매대수를 보면 911이 132대, 박스터와 카이맨이 합쳐서 71대로, 대중적인 엔트리 모델인 박스터 계열이 오히려 911에 밀리고 있는 형국이다. 혹자는 그 이유로 골프백의 수납가능여부를 든다. 일반 911의 경우에는 두 사람이 타고도 뒷좌석 공간에 골프백을 집어 넣을 수 있지만 2인승인 박스터와 카이맨에게는 그럴만한 여유가 없어서 실수요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실은, -골프백 나름이긴 하겠지만- 박스터/카이맨의 트렁크에도 골프백 하나 정도는 들어간다. 특히 ‘포르쉐 디자인’의 골프백이라면 두 개까지도 넣을 수 있다고 포르쉐는 주장하고 있으니, 정말 그런 이유로 구입을 망설이고 있는 실수요자가 있다면 확인해 볼 일이다. 어쨌든, 결코 적지 않은 3.4리터 배기량의 엔진 뒤(위)로 골프백이 들어갈 정도의 트렁크와 지붕이 접혀 들어가는 공간을 마련하고도 납작한 자태를 유지하고 있는 박스터의 알찬 패키지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박스터의 리모컨에는 트렁크 잠금 해제 버튼이 두 개. 앞 바퀴 사이에도 트렁크가 있는 것이다.

용량으로만 따지자면 130리터:150리터로 뒤쪽보다 앞쪽의 트렁크가 더 크다. 이쪽은 좁고 깊은 형상인지라, 예전의 김장독 냉장고나 통돌이 세탁기 따위를 연상시킨다. 사람이 하나 웅크리고 들어가 앉아도 될 것 같은 부피인데, 기자가 들어가면 왠지 바닥이 꺼질 것 같은 상상 때문에 시도해보지는 않았다. 이곳에도 ‘포르쉐 디자인’의 알루미늄 여행가방을 넣으면 딱이다.


앞쪽 트렁크에는 안전삼각대가 비치되어 있고 DVD체인저 설치용의 공간도 마련되어있다. 그 옆쪽으로는 브레이크 오일 보충구멍, 뒤쪽으로는 와이퍼 박스와의 사이 가운데 부분에 배터리가 자리하고 있는데, 물론 모두 깔끔한 커버로 덮어 감춰놓았다. 엔진오일과 냉각수 보충용의 구멍은 뒤쪽 트렁크의 엔진 방향에 따로 두고 있다. 엔진 윤활은 드라이섬프 방식이고 엔진오일 주입구가 오일팬까지 직접 연결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오일량은 딥스틱 대신 센서가 측정해 계기판에 표시해준다.

지나치달 정도로 가볍게 작동하는 손잡이를 잡아당겨 운전석 도어를 여니 머리부분에 포르쉐 마크가 양각된 가죽시트와 빨간색 안전벨트, 카본룩의 도어 스커프 등이 눈에 들어온다. 밝은 색 스티칭이 들어간 가죽시트는 등받이각도조절만 전동식이고 높낮이와 거리는 수동으로 조절한다. 실내질감은 전반적으로 고급스럽지만 일전에 가죽 팩키지 옵션이 적용된 박스터를 먼저 봐버린 탓에 기본형의 그것은 다소 심심하게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옵션을 선택하지 않을 경우 박스터S에 기본으로 적용되는 가죽마감은 도어트림 일부와 센터콘솔 뒷부분 등에 국한된다. 그나마 옵션인 빨간색 벨트가 무채색의 실내에 산뜻한 액센트가 되어주고 있었다. 일반 양산차와 달리 광범위한 옵션의 선택이 가능해 자신만의 차를 꾸미기가 용이한 것도 포르쉐의 장점 중 하나다.


시동키를 꽂는 구멍은 스티어링컬럼 왼편의 대시보드에 자리하고 있는데, 방향도 바깥쪽으로 약간 틀어져 있어서 차에 타지 않고도 쉽게 꽂거나 돌릴 수 있다. 오래 전 자동차경주에서는 드라이버가 차까지 뛰어가 시동을 걸고 출발하는 과정까지도 경주의 일부였다던가. 헐레벌떡 차까지 뛰어와 도어를 여는 것과 동시에 엉덩이를 시트에 던져 넣고, 왼손으로는 시동을 걸면서 오른손으로는 1단 기어를 넣었을 전설의 고향 속 드라이버들을 상상해 본다. 순정 리모컨으로 원격시동을 걸거나 키를 꺼낼 필요도 없이 시동버튼만 누르면 끝인 요즘 세상에서는 특히나 고풍스럽게 느껴지는 전통이라 하겠다. 익숙해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시동을 끌 때 어느 쪽으로 돌려야 꺼지는지 잠시 망설여지기도 한다. 처음 키를 꽂아 돌리면 오일량을 체크하고 있다는 내용이 몇 초간 계기판의 액정에 표시되고, 잠시 후 OK 사인이 떨어진다. 시동을 걸려면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야 한다.

세 개의 실린더를 겹쳐놓고 지붕을 씌운 뒤 뒷면을 철망으로 막은듯한 형상의 계기판은 검정색 바탕인 박스터와 달리 은색을 써 차별화했다. 세 개의 계기모두 하단에 액정화면을 마련해 주행거리와 시간, 온도 등을 항상 표시해주니 편하고, 변속모드를 자동(D)에 두더라도 현재의 단수가 표시되는 것도 마음에 든다. 속도계는 왼쪽에 치우쳐 있고 반원만을 사용해 300km/h까지 표기하고 있기 때문에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읽기가 불편하지만, 가운데 계기 하단에 큼지막하게 디지털로 속도를 표시해주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정가운데에 위치한 엔진 회전수 게이지가 차의 성격을 대변한다.


200마력을 갓 넘겼던 초기의 2.5리터 박스터가 심어놓은 인식 때문인지, 기본형조차 245마력을 내게 된 현재에 와서도 박스터를 ‘생각보다 빠르지 않은 차’라며 아쉬워 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시승차는 3.4리터의 배기량으로 300마력에 살짝 못 미치는 최고출력을 내는 박스터S. 변속기는 포르쉐 ‘팁트로닉S’로, 5단 자동에 스티어링휠의 버튼을 이용한 수동변속기능을 가미하고 있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메가오토에서 장기 시승차로 늘상 타고 있는 인피니티 G37(3.7리터, 333마력, 5단 AT)보다 그리 나을 것이 없어 보인다. 물론 두 모델은 지향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맞비교 대상이 아니지만, 박스터는 G37의 한국 런칭 때 비교 상대로 불려나간 적도 있다. 일단 박스터S는 공차중량에서 300kg이 더 가볍다. 또, 럭셔리 GT 성격이 강해 평상시 소음을 잘 틀어막는 G37과 달리 엔진이 운전석 뒤에 놓인 박스터S는 미묘한 가속페달의 움직임도 놓치지 않고 민감한 신음소리로 반응해 끊임없이 운전자를 자극한다. 숨을 쭉 빨아들였다가 콱콱 내뱉는 듯한 그 거친 호흡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운전자는 단번에 쾌락의 세계로 내동댕이쳐진다. G37에서는 어쩌다 한번 가볼까 말까 한 세상이다.


그런가 하면, 모델명의 ‘S’에 기죽어 처음부터 거친 세팅을 예상했던 기자는 어이없을 정도로 부드러운 박스터S의 승차감이 당혹스러웠다. 단단하지만 몹시 유연하게, 그리고 무게감 있고 진지하게 움직이는 박스터S의 하체는 그 동안 스포티하다고 느꼈던 앞바퀴 굴림 모 쿠페의 그것을 단번에 경박스러운 싸구려로 인식하게끔 했다. 이것이 정녕 경량 로드스터의 그것이란 말인가? 박스터의 서스펜션은 앞뒤 모두 맥퍼슨 스트럿 방식이고, 시승차는 승차감이 더 나빠져야 마땅한 옵션의 19인치 휠/타이어를 끼우고 있었다. 타이어 편평비는 35시리즈에 불과하다. 선입견과 편견, 상식이 모두 뭉개졌다.

사실 이러한 하체의 무게감은 묵직한 가속페달과 어우러져 차 자체가 잘 안 나가는 것처럼 느껴지게 만들기도 한다. 각 순간에서 실제 속도를 확인해보면 결코 느리다고 할 수 없는 차인데도 말이다. 이점은 순수 스포츠카로서는 마이너스 요인이랄수도 있지만, 포르쉐의 엔트리 모델로서 로드스터의 형태를 취한 박스터의 제품성격은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다. 일상주행에서의 편안함과 뛰어난 주행성을 함께 제공하는 박스터S의 하체는 그래서 더욱 빛이 난다.

서스펜션 댐퍼의 전자식 감쇄력 조절장치인 ‘포르쉐 액티브 서스펜션 매니지먼트(PASM)’와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는 박스터에서도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는데, 시승차에는 후자만 적용되어 있었다.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에는 이름처럼 대시보드 중앙의 원형 타이머만 들어있는 것이 아니라 스포츠 버튼이 함께 딸려온다. 센터페시아 하단의 이 버튼을 누르면 가속 페달 입력에 대한 엔진반응이 더 빨라지고 팁트로닉S의 변속패턴이 바뀌며, 주행안정장치인 PSM의 간섭이 최소화된다.


넘치는 엔진 힘은 하체와 타이어의 한계를 쉽게 시험에 들게 하는데, 차의 뒷부분이 ‘슬슬슬’, 혹은 ‘쭉쭉쭉’ 미끄러지는 상황에서도 불안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PSM은 비교적 신속하게 개입하는 편으로, 과도한 간섭으로 운전자의 사기를 꺾는 대신 만회할 시간을 벌어주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특성들은 박스터의 운전을 더욱 쉽다고 느끼게 하니, 입문용 모델의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내고 있는 셈이다.

제동반응은 일반 승용차에서 하듯이 살짝 밟아서는 다소 밀리는 듯한 감을 받게 되지만, 확실한 명령을 내릴수록 그에 상응하는 감속을 이뤄낸다. 적당히 푹신한 브레이크페달의 감각도 마음에 들지만, 급제동시의 타이어 비명은 애처롭다. 타이어는 앞 235/35ZR19, 뒤 265/35ZR19 사이즈로, G37, 아우디 TT와 같은 브리지스톤 포텐자 RE050A를 끼웠다.

매혹적인 포르쉐 노트를 발끝으로 잘 제어해 낼 수 있게 되면 실내는 의외로 조용한 상태가 유지된다. 그러다가도 깊숙한 발 놀림 한번이면 깜짝 놀랄만한 공명음이 귓전과 가슴을 동시에 후려치며 정신 없는 가속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100km/h 정속 주행시의 엔진회전수는 2,400rpm으로 박스터보다 조금 낮다. 이 상태에서 킥다운을 하면 기어가 3단에 들어가는데, 즉각적이고 부드러운 반응이 만족스럽다. 변속에 걸리는 시간은 0.2초라지만 체감 속도는 그보다 떨어진다. 예전에야 최고의 찬사를 받던 팁트로닉이지만 이제는 뭔가 새로운 것을 보여주어야 할 시점인 것도 사실이다. 수동모드에서는 킥다운이 이루어지지 않으며, 스포츠모드를 켜두면 엔진회전수가 한계에 달해도 자동 시프트업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D에서도 수동조작은 가능한데, 8초간 추가조작이 없으면 다시 자동모드로 복귀한다.


변속기는 정차 시 2단을 유지하며, 스포츠모드에 놓더라도 잠시 1단에 머물렀다가 2단으로 바뀌는 것이 계기판을 통해 확인된다. 이 상태에서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기어가 1단으로 내려가고 PSM의 도움으로 트랙션을 유지해가며 급가속이 시작된다.

자동변속의 스포츠모드를 기준으로 1단에서는 6,800rpm, 이후로는 7,000rpm을 살짝 넘기는 시점에서 변속이 이루어지는데, 1단에서 50km/h, 2단에서는 100km/h를 넘어선다. 0-100km/h 가속은 6.1초. 팁트로닉S의 일반 박스터는 7.0초가 걸리고, 6단 수동의 박스터S라면 5.4초가 걸린다. 3단까지의 쉴 틈 없는 가속에 비하면 4단부터의 가속은 여유가 있는 편. 이때는 이미 150km/h를 훌쩍 넘긴 시점이다. 0-160km/h 가속시간은 13.6초. 215km/h에서 5단으로 변속되고 나면 그리 어렵지 않게 250km/h도 넘어선다. 제원상 최고속도는 264km/h로, 수동 6단의 경우라면 272km/h까지 낼 수 있다.

일정속도를 넘어서면 감춰져 있던 리어 스포일러가 자동으로 솟아올라 고속안정성을 확보해주는데, 작동 자체는 센터페시아 하단의 버튼을 이용해 운전자 임의로도 선택할 수 있다. 공기저항계수는 박스터 수동이 0.29, 박스터S 팁트로닉S가 0.31로 비교적 낮은 편이다.


100km/h가 넘어서면서부터는 지붕 뒤쪽의 풍절음이 두드러지지만, 최고속에 가까워지더라도 지붕의 안정성이 신경 쓰이는 일은 없다. 지붕은 영어로 ‘압박(press)’이라고 쓰인 커다란 버튼을 눌러 잠금 장치를 튀어나오게 하고, 이를 뒤로 젖혀준 뒤에야 센터콘솔의 버튼으로 작동시킬 수 있다. 작동에 필요한 시간은 10초 남짓으로, 지붕의 체적이 작은 만큼 신속하게 개폐된다. 공식적으로는 50km/h 이하로 주행 중일 때 여닫을 수 있는 것으로 되어있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10km/h이상 높은 속도에서도 작동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양쪽 좌석 뒤로 솟아오른 롤바 사이에는 투명 플라스틱 판으로 만들어진 디플렉터를 결합시켜 실내에 들이치는 바람을 줄일 수 있도록 되어있는데, 그 상태 그대로도 지붕을 닫을 수 있어 보기에도 좋고 쓰기에도 편하다.

시승 기간 동안 500km가 조금 넘게 주행한 시승차의 평균연비는 6.5km/리터였다.


10여 년 전, 박스터의 데뷔와 함께 전열을 가다듬은 포르쉐는 박스터와 많은 부품을 공유한 수냉식 엔진의 새 911(996)을 안착시킬 수 있었고, 그 여세를 몰아 그야말로 이단이었던 SUV 카이엔까지 성공시킴으로써 다른 회사들이 부러워 미칠 만큼의 수익을 내는 회사로 거듭나게 되었다. 급기야 최근에는 아우디, 람보르기니, 벤틀리, 세아트, 스코다 등을 거느린 유럽 최대의 자동차그룹 폭스바겐의 지분 과반수 이상을 확보하는 괴력을 발휘, 세상을 놀라게 했다. 연산 10만대가 안 되는 소규모 메이커가 6백 만대 규모의 자동차그룹을 호령하게 된 것이다.

막내인 박스터는 이처럼 회사를 살려낸 효자일 뿐 아니라 언니 못지 않게 매혹적인 모델이기도 하다. 이번에 시승한 박스터S는 스포츠카의 가치가 단순히 수치만으로 비교될 수 없는 것임을 재확인시켜 주었다.


관련기사 보기

포르쉐 911, 직분사와 듀얼 클러치로 더욱 강해진다!

브리지스톤, 포르쉐로부터 ‘올해의 공급자상’ 수상

Valmet, 러시아에서 포르쉐를 생산?

화려했던 명성을 이어받은 한정판! 포르쉐 박스터 RS 60 스파이더

오픈카 특집 - 바람맞기 좋은 날에는 뚜껑을 열자! Pt.2


포르쉐 박스터S (팁트로닉 S) 주요제원

크기
전장×전폭×전고 : 4,329 ×1,801×1,292mm
휠 베이스 : 2,415mm
트레드 (앞/뒤) : 1,486/ 1,508mm
공차 중량(DIN) : 1,395kg

엔진
형식 : 수평대향 6기통
배기량 : 3,387cc
보어×스트로크 : 96.0 x 78.0 mm
압축비 : 11.1:1
최고출력 : 295마력 / 6,250 rpm
최대토크 : 34.7kgm / 4,400~6,000 rpm
구동방식 : 미드십 후륜구동

변속기
형식 : 자동 5단
기어비 (1/2/3/4/5/R): 3.66/2.00/1.41/1.00/0.74/후진 3.91
최종감속비 : -

섀시
서스펜션 (앞/뒤) : 맥퍼슨 스트럿 / 맥퍼슨 스트럿
브레이크 (앞/뒤) : V디스크 / V.디스크
스티어링 : 랙 앤 피니언

성능
0-100km/h 가속 : 6.1 초
최고속도 : 264 km/h
최소회전반경 : 5.55m

타이어 : 앞 235/40ZR18, 뒤 265/40ZR18 (시승차: 앞 235/35ZR19, 뒤 265/35ZR19)
연료탱크 용량 : 64리터
트렁크 용량 : 앞 150리터, 뒤 130리터
연비 : 8.4 km/ℓ

차량가격
7,594 만원(기본형/수동, VAT포함)
Posted by 따뜻한 우체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