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우체부 :: 예술이 뭐 별건가요? 르노삼성 SM7 뉴아트 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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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의 ‘다이내믹 대형세단’ SM7이 데뷔 3년 만에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출시되었다. 앞뒤 모습의 성형수술을 통해 거부감을 줄였고, 주행성능과 승차감을 개선해 이제 보다 많은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더욱 치열해진 경쟁 속에 만만치 않은 가격인상폭을 어떻게 납득시킬 것인지가 관건이다.

글 / 민병권 (메가오토 컨텐츠팀 기자)
사진 / 고병배 (메가오토 컨텐츠팀 기자)

기자는 예술과 친하지 않다. 남들이 찬탄해마지 않는 걸작을 보고 들어도 그저 시큰둥, 꺄우뚱, 뭐가 그리 훌륭하다는 것인지 모르겠더라는 말이다. 그러니 르노삼성이 ‘뉴 아트’라는 수식어를 붙여 내놓은 SM7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시승하게 되었을 때, ‘난해하면 어쩌지’ 하고 긴장한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신차발표회 때 누군가 반어법으로 ‘정말 예술이네~’ 하더라는 얘기를 전해듣기는 했지만 일단은 겉모습- 특히 앞모습이 바뀌어서 참 다행이다. SM7의 삐죽하게 앞으로 잡아 뽑아진 앞 범퍼와 라디에이터 그릴의 부조화는 3년이 지난 지금도 눈에 편치 않다. 더 커 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단차와 각을 줄였더라면 A8의 싱글프레임을 흉내 냈다는 트집은 잡혔을지언정 상도덕 운운하는 비난은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어색함을 싹 발라낸 SM7 뉴아트의 앞모습에서는 한숨 돌리고 난 후의 여유가 느껴진다. 차체길이는 거의 그대로이지만, 말 그대로 ‘오버’였던 오버행이 예전만큼 부담스럽지 않다. 따로 놀던 라디에이터 그릴과 범퍼는 이제 한 몸이 되어 부드럽게 이어지고(헤드램프 밑단을 경계로 열리던 보닛은 이제 그릴 위쪽으로만 열린다.) 복잡하다 못해 구시대적인 인상을 주었던 몰딩들이 단순화되어 한결 세련된 분위기다. 어색하게 도드라졌던 부리모양의 라디에이터 그릴 상단부도 ‘SM5 뉴임프레션’처럼 보닛의 캐릭터라인으로부터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형상으로 바뀌었다. 시승차인 LE급부터는 제논 헤드램프가 기본. 범퍼 하단의 안개등 옆으로는 코너링램프가 붙어있다. 전체적으로 두리뭉실해지면서 긴장감이 풀린 탓에 보기에 따라서는 귀엽기까지 한 얼굴이 되었지만, 이전보다는 확실히 무난해졌다.

뒷모습 역시 일취월장한 기교를 선보인다. 측면의 어깨부분에서부터 이어진 면은 리어램프를 타고 범퍼까지 자연스레 연결되고, 미등을 켜면 ‘ㄷ’ 자, 브레이크를 밟으면 ‘E’자가 되는 LED 테일램프라던가, 후진등을 삽입한 리어가니쉬, (기술적으로는 별 것 아니지만) 국내최초인 범퍼일체형 배기구도 특색있다. 90년대 일본 세단(닛산이었을까?)의 뒷모습을 요즘식으로 잘 풀어낸 듯한 인상을 주는 뒷모습은 작고 단단한 느낌이 구형보다 마음에 든다. 하지만 기자의 개인적 취향과는 별개로, 국내시장에서의 지위(?)상 작아 보이는 것은 도움이 안 된다는 점이 문제다.


그랜져와 나란히 달리는 모습을 뒤에서 보고 있자면 둘이 경쟁모델이라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태생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구형의 경우에는 어느 정도 눈속임이 통했는데 말이다. (길이가 5mm 늘어난 것 외에 뉴아트의 차체크기는 구형과 동일하다.) 문제랄 것은 아니지만 앞뒤 모양의 부조화도 아쉽다. 지금의 뒷모습은 얼큰이 스타일인 앞모습에 어울리는 모양새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의 상품가치를 깎아먹고 있던 디자인을 한결 무난하게 다듬었으니 전체적으로는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논란이 되었던 구형의 익스테리어와는 달리 남다른 개성으로 높은 만족감을 주었던실내는 그만큼 변화폭이 크지 않다. 사실 은근히 손댄 부분은 많지만 쉽게 눈치챌 수 있을 만큼 두드러지지는 않아서 차를 구경하던 이들로부터 ‘실내는 그대로네?’라는 얘기를 자주 들을 수 있었다. 평편했던 대시보드 상단부분이 계기판 위쪽만 불거진 형태로 바뀌었고, 계기 역시 배열을 바꾸면서 흰색 조명을 쓰게 되었다. 여전히 심심한 느낌이긴 하지만 구형에 비하면 이것만으로도 고급스러워졌다는 평가를 듣는다. 공조장치와 오디오의 정보를 보여주는 센터페시아의 5.8인치 LCD 역시 흰색 조명으로 바뀌었는데 화질은 예전처럼 80년대 게임기를 연상케 하는 복고풍이다. 시승차에는 내비게이션과 후방카메라등의 옵션이 빠져있었는데, 이를 선택하면 같은 자리에 7인치 TFT-LCD모니터가 장착된다. 물론 옵션 없이 출고한 뒤 사제품을 개조해서 설치하는 방법도 구형 때부터 선호되고 있지만 말이다.


새롭게 적용된 우드그레인은 시승자들이 입을 모아 칭찬한 부분이었다.3.5에는 마블 타입, 2.3에는 웨이브 타입이 적용되는데, 구형의 자연스러운 질감 대신 고광택의 코팅 쪽을 택해 그 번쩍임이 예사롭지 않다. 대신 손자국이나 흠집에는 약한 모습이었다. SM7의 도어트림은 첫 출시 당시 SM5와 동일한 형태였다가 연식이 바뀌면서 전용의 디자인을 쓰게 되었는데, 이번에 또다시 형상이 바뀌었다. 이전에는 ‘ㄱ’자 우드그레인이 탑승자 쪽으로 둥그렇게 휘어있었지만 이번에는 ‘ㄷ’자로 바뀌면서 입체감이 없이 평편해졌다. 여유가 적은 실내폭을 만회하려는 시도가 아닌가 싶은데, 덕분에 보는 재미는 반감되었다. 불편한 위치에 있었던 윈도우 스위치는 도어트림을 뜯어고치면서 이제야 제자리를 찾아갔다. 다만 뒷좌석에서는 여전히 손목을 꺾어야 유리창을 여닫을 수 있다.

데뷔 당시, 모던가구를 연상시키는 닛산 티아나의 인테리어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언제쯤이나 이처럼 차별화된 실내 디자인의 차를 타볼 수 있을까 했었는데 뉴SM5와 SM7의 베이스모델이 티아나로 결정되는 바람에 생각보다 빨리 그때가 와버려서(?) 기분이 묘했던 기억이다. 막상 한국화된 실물을 접하고 보니 기대만큼 감동적이지는 않았고, 의외로 비인체공학적인 면들도 발견할 수 있었지만 말이다. 스티어링 컬럼 왼편에 배치된 미러 폴딩 스위치라던가 앞으로 튀어나온 센터페시아(그 자체는 쓰기가 편하지만)에 가려진 하단의 공간 등은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시트 열선 스위치는 조작감이 저렴할 뿐 아니라 야간에는 강/약 중 어느 쪽이 켜졌는지를 알려주지 않고, 실내 온도조절버튼은 야간에 저온 쪽이 녹색계열로 보여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스티어링 컬럼의 텔레스코픽(거리조절) 기능도 이번에야 추가되었다. 시트 조절은 1열 모두 전동식. 동반석은 높이조절이 되지 않고 요추받침 역시 운전석에서만 수동으로 조절할 수 있다. 운전석은 사이드미러와 연동되는 메모리 기능이 있고 이지액세스도 지원된다. 등에 닿는 부분부터 헤드레스트가 꽂힌 부분까지가 하나의 완만한 곡선으로 이루어진 시트 디자인은 티아나 시절부터 몹시 특징적인 것이었는데, 시트형상이 바뀌면서 그런 맛은 덜해진 것 같다. 그래도 뒤에 앉아 1열 등받이를 보면 여전히 활처럼 휘어져 있고 뒷좌석 승객의 무릎공간을 위해 움푹 파놓은 듯 보인다. 뒷좌석용 송풍구 부근도 그렇고, 실용적이기는 하지만 고급스럽고 넉넉한 분위기는 아닌 듯 하다. 물론 뒷좌석용 모니터가 추가되는 RE35라면 얘기가 또 달라질 것이다. 시승차의 경우 뒷좌석 컨비니언스 패키지가 적용되어 전동식 햋빛가리개, 뒷좌석 열선은 물론 헤드레스트의 거리조절까지 가능했는데, 뻑뻑하게 조절되는 앞좌석 보다는 딸깍딸깍하고 걸리다가 원위치되는 뒷좌석의 것이 훨씬 좋았다.사실 이들은 구형의 프레져 에디션(LE)에서 모두 기본으로 적용되던 사양들이다. 뉴아트는 1열 암레스트 안쪽에 USB포트/메모리 카드 슬롯, 커버부분에 티슈홀더, 동반석 측에 핸드백고리가 더해져 여성들에게 점수 딸 기회가 늘어났다.

시승차(LE)의 엔진은 VQ23. VQ35의 아우라로 인해 상대적으로 허약한 이미지를 풍기기는 하지만 실제 SM7 판매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이 VQ23쪽이다. VQ35만한 재미(?)를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실제 실력은 어떤지 밟아…아니, 알아보기로 했다. 시동키는 두터운 카드 형태의 스마트키로, 버튼식 시동스위치 대신 재래식 키구멍 위치의 손잡이를 돌려야 시동을 걸 수 있는 방식이다. 폼은 덜 나지만 일부 버튼방식처럼 시동을 끄면 전원까지 모두 나가버리지는 않아서 좋다고도 할 수 있다.


시동을 걸고 워밍업을 하면서 살짝 놀란 것은 기대이상의 정숙함 때문이었다. 승차감과 관련된 소음, 진동 면에서 구형보다 더 좋아졌다. 도로 이음매나 노면 표지를 밟고 지나갈 때의 충격음을 제외하면 나무랄 때가 없는 수준이다. 하체 역시 승차감 향상을 위해 기존보다 부드러운 세팅으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무른 편은 아니다. 요철 통과시의 충격은 경쟁모델보다 크게 느껴지고, 특히 뒷좌석에서는 바닥을 타고 들어오는 진동과 함께 이것이 두드러진다. 뉴아트는 VDC의 성능향상과 함께 제동장치도 일부 개량되었는데, 일상주행에서 그 차이를 특별히 느낄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 ABS 작동 시 페달의 진동이 큰 편이긴 하지만 고속으로 달리다가 급정거를 시도해도 불안함 없이 잘 멈춰주었다. 시승차의 타이어는 솔루스 KH16으로, LE급부터는 215/55 R17 사이즈, 하위 그레이드인 SE/SE+에서는 206/65R16을 쓴다.

차의 성격을 생각하면 코너링 실력도 좋다. 이따금 긴 오버행이 신경 쓰일 뿐, 롤링은 예측이 가능한 수준이고 파워트레인과의 균형도 잘 잡혀있어 안정감과 자신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LE이상에는 차속감응형 파워스티어링이 달려있는데, 고속에서도 조작감이 가벼운 편이라 운전자에 따라서는 불안함을 느낄 수도 있겠다. 조향반응은 가볍게 움직이는 스티어링 휠을 따라 경쾌하게 나타난다. 록투록은 2.7회전으로 짧은 편이고, 주차장에서의 선회시나 유턴 등에서는 회전반경과 함께 이를 의식하게 된다.

페달류 역시 아주 가볍고 부드럽게 밟히며, 반응 또한 그에 상응한다. 엔진 본체는 달라진 바가 없지만 응답성과 중저속 가속성능이 향상되었는데, 그 차이가 몸으로 느껴질 정도다. 주행 중 가속페달 ON/OFF 조작에 대한 반응이 차체에 민감하게 나타나 ‘잘 나간다’라고 느끼게 되는데, 반대로 피칭을 느끼고 싶지 않다면 그만큼 발끝을 정교하게 놀려야 하니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자칫 피곤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시속 80km정도에서라면 가속페달 입력에 대한 엔진 소음과 진동의 변화가 상쾌하며, 승객이 많지 않다면 제법 펀치력 있게 치고 나갈 수 있다. 특히, 가볍고 스포티한, 고회전에서도 부드러운 엔진소리가 만족감을 높여준다. 한마디로 기대이상의 달리기. 그 동안 VQ35만을 바라보느라 VQ23을 너무 저평가 해왔나 보다. 가속페달만 깊이, 끝까지 밟지 않는다면 배기량의 한계 따위는 느낄 일 없이 착각의 늪 속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풀 가속시의 변속포인트는 60, 90, 135km/h부근. 수동모드에서도 일정회전수(6,250rpm)에 가까워지면 자동으로 시프트업이 진행되는 타입이다. 4단부터의 가속은 현저히 더뎌지지만 계속 밟을 수 있다면 꾸준히 속도를 더해 200km/h에 턱걸이 한다. 시승차는 운전자 혼자일 때 200km/h를 쉽게 돌파한 반면, 둘이 탔을 때는 200km/h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5단으로 시프트업 되면서 제한장치라도 작동한 것 마냥 벽을 넘지 못했다. 길들이기가 안된 차에, 실용영역도 아니고, 그 속도까지 이르는 과정이 평탄했으므로 문제 삼을 부분은 아니다.

100km/h 정속 주행시의 엔진 회전수는 5단 2,200rpm, 4단 3,000rpm, 3단 4,500rpm 정도. 80km/h에서라면 1,800rpm, 2,300rpm, 3,400으로 떨어진다. 데뷔 때 4단이었다가 중간에 5단으로 업그레이드되면서 불화설이 돌기도 했던 SM7 VQ23의 자동변속기는 여전히 작은 울컥임과 뜸들임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모습이다. 덩달아 시프트 레버의 조작감까지 부드럽지 못해, 스티어링 휠이나 페달 등 다른 조작부분들과 이질감이 느껴진다. 784km를 달린 시승기간 동안의 평균연비는 8.1km/리터가 나왔다. 공인연비는 9.8 km/리터이다.


데뷔 이후 VQ23은 나름의 블루오션을 누리고 있었다. 같은 배기량이면 더 고급차, 같은 차면 더 낮은 배기량을 선호하는 국내 시장 상황에서, VQ23은 중형과 준대형의 기로에 선 소비자들을 비교적 손쉽게 끌어갈 수 있었다. 시장을 독식하다시피 하고 있는 메이저 업체에 질린 이들을 위한 좋은 대안이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가 그 동안 비워놨던 자리에 그랜져 2.4를 출시함으로써 VQ23, 더 나아가 SM7은 직격탄을 맞았다. 게다가 중저가 수입차들과의 경쟁도 만만치 않아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출시된 뉴아트는 가격 인상과 함께 그에 대한 근거처럼 개발비 1,000억 원을 제시, 여전히 블루오션을 향유하고자 하는 것처럼 보인다. 뉴아트 직전에 팔던 플레져 에디션에서는 보스 오디오를 제외한 시승차의 사양들을 2,930만원에 살 수 있었지만, 이제는 240만원을 더 지불해야 한다.

뉴아트로 넘어오면서 SM7은 분명히 좀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보편 타당한 매력을 갖추게 되었다. 현시점에서 그 매력이 얼마나 유효하게 작용할지는 시간을 갖고 지켜보면 알게 될 것이다. 누구나 인정하는 예술이란 역시 힘든 것인가 보다.

 



르노삼성 SM7 뉴 아트 LE 주요제원

크기
전장×전폭×전고 전고 : 4,950 ×1,785×1,475mm,
휠 베이스 : 2,775mm
트레드 (앞/뒤) : 1,530/1,535 mm
공차중량 :1,565kg, (옵션포함시 1,620kg)
차량총중량 : 1,890kg, (옵션포함시 1,945kg)
구동방식 : FF

엔진
형식 : V6
배기량 : 2,349cc
최고출력 : 170마력/6,000rpm
최대토크 : 23kgm/4,400rpm
보어×스트로크 : -×- mm
압축비: -

트랜스미션
형식 : 자동 5단
기어비 : -/ - R
최종감속비 : -

섀시
서스펜션 (앞/뒤) : 맥퍼슨 스트럿 / 멀티링크
브레이크 (앞/뒤) : V. 디스크 / 디스크
스티어링: 랙 앤 피니언
타이어 (앞/뒤) : 215/55 R17

성능
0~100km/h 가속 : - 초
최고속도 : - km/h
최소회전반경 : 5.7 m

연료탱크 용량 : 70리터
트렁크 용량 : 450 리터
연비: 9.8 km/리터 (공인연비)

차량 가격 : 32,650,000원 (VAT포함)
= LE A/T (31,000,000원) + Bose 사운드시스템(950,000원) + 뒷좌석 컨비니언스 패키지(700,000원)
Posted by 따뜻한 우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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