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우체부 :: 폭스바겐의 엘리트SUV 티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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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V 시장을 보고 있으면 청룡열차 같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유가에 천덕꾸러기 신세더니, 최근에는 진정되는 유가에 다시 숨통을 트이는 눈치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대세는 SUV'임을 외치며 너나없이 이 시장에 진입했는데 지금은 공급과잉에 처치곤란한 경우까지 생기고 있다.
시장은 진화하는 법, SUV도 시장의 변화에 적응을 하며 새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바로 콤팩트 SUV다. 일부는 CUV(크로스오버 유틸리티 비클)라고 포장하기도 한다. 크기와 무게를 줄여 연비를 높이는 대신 편의성은 높여 사용자들의 요구를 충실히 반영했다는 차들이다.

글 / 오종훈 (메가오토 편집위원)
사진 / 고병배 (메가오토 컨텐츠팀 기자)

대표적인게 혼다 CR-V다. 국내 수입차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SUV다. 인피니티 EX도 크기로 보면 콤팩트 SUV다.
랜드로버엔 프리랜더가 있다. 토요타, 닛산, 미쓰비시 등 한국 진입 초읽기에 들어간 일본 브랜드들도 콤팩트 SUV들을 준비중이다.

따지고 보면 콤팩트 SUV의 원조는 기아자동차가 90년대 초에 컨셉트카로 선보였던 구형 스포티지 쇼트 보디다. 하지만 이 차를 양산하지 못한 채 기아차는 몰락의 길을 걷게 됐고 오히려 일본에서 콤팩트 SUV의 인기가 높았다. RAV-4, 파제로 미니, CR-V 등이 대표적이다. 콤팩트 SUV는 국내에서도 바람이 거세다. 투싼, 스포티지, 윈스톰 맥스, QM5 등이 이 인기몰이 중이다.
크고 비싸고 무거운 풀 사이즈 SUV 대신 작고 귀엽고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그러면서도 SUV로서의 기능은 제대로 갖춘 게 소형 SUV의 무시할 수 없는 매력이다.

여기 콤팩트 SUV 모델이 하나 더 추가됐다. 오늘의 주인공 폭스바겐 티구안이다. 전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어 한국에 배정할 물량이 없었지만 폭스바겐코리아가 떼를 쓰다시피해서 7월 국내 출시를 성사시켰다는 후문이다. 스스로 주차까지 한다는 똑똑한 티구안을 소개한다. 국내 시판 모델 2.0 TDI와 2.0 TSI 두 차종중 시승차는 TDI다.



평범하다. 겉모습은 그랬다. 길이는 4.5m에 못미치고, 높이도 1.7m가 안된다. 선과 면이 간결하다. 소박한 모습이다.
화려함이나 치장이 없다. 독일의 검소함이 배어 있다. 사람들은 오히려 이런 모습을 신뢰한다. 화려한 언변보다 묵묵함이 주는 믿음직 함과 비슷하다. 폭스바겐의 모든 라인업을 꿰뚫는 디자인 정서다. 톡톡 튄다는 뉴비틀 조차 뜯어보면 화려함보다 검소함에 가깝다.

헤드램프의 굴곡이 그나마 기교를 부린 선이다. 휠 하우스와 차의 옆면 아랫부분을 휘감는 사이드 가니시는 컬러의 통일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나름대로 젊고 개성있는 모습을 연출한다.

엄지 손가락에 힘을 주고 범퍼를 꾹 누르면 쑥 들어간다. 앞 뒤 모두 그렇다. 손가락을 누른 사람이 놀랄 정도로 쉽게 눌리고, 탄력있게 복원된다. 이 차에 적용된 '파크 어시스트' 기능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른바 자동주차 시스템으로,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에 하나 주차중에 차가 살짝 부딪혀도 찌그러짐을 막기 위해 잘 눌리고 탄력있게 복원되는 범퍼를 적용하지 않았나 싶다.

시트는 앉기 편하다. 문을 열고 엉덩이를 갖다 대면 시트다. SUV 치고는 시트 포인트가 낮다.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다.

익스테리어의 검소함은 실내에서도 드러난다. 운전석에 앉으면 허전하다. 아무 것도 없는 그냥 핸들 때문이다. 오디오 조절 스위치도, 패들시프트도, 아무 것도 없다. 오디오 리모컨이 달린 핸들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같은 허전함을 느낄 것이다. 그래도 있을 건 있다. 에어백은 내장돼 있고, 핸들 가운데를 누르면 경적 소리도 난다.
작은 차지만 공간의 아쉬움은 없다. 넉넉하지는 않지만 뒷좌석에서도 편히 앉을 수 있을 만큼의 공간을 가졌다. 콤팩트 사이즈에 알찬 공간이다.



센터페시아도 단순하다. 내비게이션 모니터에 주요 기능 버튼들을 몰아넣었기 때문이다. 모니터 아래로는 공조스위치만 3개가 외롭게 배치됐다. 센터페시아 제일 아래에 ESP, 파크 어시스트, 주차 센서 버튼이 나란히 있다.
파크 어시스트는 양산차에 최초로 적용된 자동주차장치다. 변속기 조작과 가속페달은 운전자 몫이니 자동이라기보다는 반자동으로 표현하는 게 맞다. 차는 핸들을 스스로 조작한다. 일렬로 나란히 주차할 때 이용할 수 있는 기능이다. 차를 세우고 파크 어시스트 버튼을 누른 뒤 변속기를 후진으로 넣고 가속페달을 밟으면 차가 스스로 공간을 파악하면서 핸들을 조작하면서 주차한다.
브레이크와 가속페달을 운전자가 적절히 밟아줘야 하고 변속기도 조절해야 하지만 길게 보면 자동화 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어 보인다. 자동주차라고 방심하면 안된다. 운전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운전자다. 차가 아니라는 말이다. 보조장치로 인식하고 활용해야지, '차가 알아서 다하겠지'하고 나 몰라라 하면 안된다.

시원한 파노라파 선루프는 이 차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 골프와 비교하면 3배나 더 넓은 면적을 유리로 덮었다.

SUV 답게 핸들은 적당한 유격이 있다. 적당한 유격은 운전하는 데 편안함을 준다. 타이트한 핸들은 운전하는 맛을 주지만 드라이버를 늘 긴장하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피곤하게 한다. 짧은 거리를 갈 때에는 타이트한 핸들이 좋지만 멀리 가거나 오프로드에서는 어느 정도 유격이 있는 핸들이 편하다.

폭스바겐의 사륜구동장치는 '4모션'으로 부른다. 4모션의 핵심 장치는 할덱스 클러치. 유압으로 작동하는 할덱스의 다판 클러치는 리어 액슬 드라이브와 일체형으로 연결됐다. 반응이 빠른 게 이 시스템의 특징. 앞뒤바퀴로 전해지는 구동력을 90:10, 혹은 0:100까지로 변화시킬 수 있다. 로 모드를 별도로 선택할 수는 없다.



시속 100km로 인터체인지의 코너를 돌아도 차체는 별로 힘들어 하지 않는다. 가속페달을 더 밟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차체가 엔진 파워를 충분히 받아주기 때문이다. 티구안이 자랑하는 강한 차체 강성을 느낀다. 비틀림 강성이 좋아 오프로드에서의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잘 버텨낸다.

가속을 시도했다. 디젤 엔진 특유의 굵고 낮은 소리가 들린다. 제로백 타임이 10.7초. 디젤 엔진 차로는 나쁘다고 할 수 없는 수준이다. 팍팍 치고 달리는 맛은 덜하지만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달리는 디젤 특유의 은근과 끈기가 있다. 시승도중 어림잡은 시간으로 100km/h에서 120km/h 도달 시간 은 약 5초, 다시 120km/h에서 140km/h 까지는 약 5.5초가 걸렸다. 140-160km/h는 8초, 160-180km/h는 약 10초가 걸렸다.
시속 150km까지는 부담없는 가속이 이어진다. 150km/h를 넘기면 가속은 더디고 180km/h에서는 탄력이 현격히 줄어 가속이 쉽지 않다. 제원표상 최고속도는 시속 182km. 하지만 어렵게 시속 200km를 터치할 수 있었다.

수동모드로 하고 가속페달을 킥다운하면 5,000rpm까치 치고 오른다. 수동 모드지만 5,000rpm을 넘기면서 자동변속이 일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1단 40km/h, 2단 65km/h, 3단 100km/h, 4단 130km/h, 5단 160km/h에서 각각 변속이 일어난다.

D모드에서 가속하면 35,60, 90, 120, 165km/h에서 각각 변속이 일어난다. 수동모드일 때와 큰 차이가 없다. 각 단별로 허용하는 속도의 범위가 좁다. 변속이 자주 일어날 수 있는 구조지만 변속 쇼크는 없는 편이어서 크게 신경 쓰이지 않는다.
시속 100km일 때 D 모드에서는 2,000rpm을 유지한다. 수동으로 바꿔서 체크해보면 3단에서 5000rpm에 이르며 4단으로 시프트 업이 일어난다. 100km/h를 유지하며 변속을 하면 4단에서 3500, 5단 2500, 6단 2000rpm을 기록한다. 속도를 높여 달리면 바람 소리보다 엔진 소리가 도드라진다.
오토 홀드 모드가 있어서 급경사 길에서도 멈춰 서기가 부담이 없다. 여성이 좋아할 요소다.



32.6kg.m의 최대토크가 발생하는 시점은 1,750rpm부터 2500rpm까지. 2,000rpm에 이르기도 전에 최대토크가 나오는 것. 낮은 엔진회전수에서 강한 토크를 얻는 것은 디젤엔진의 또 다른 장점이다.

공인연비는 12.2km/l, 판매가격은 4,170만원이다. 휘발유 엔진인 2.0TSI 가격이 4,520만원으로 디젤엔진 차가 더 싸다. 국산차들이 디젤차를 더 비싸게 파는 것과 대조적이다. 연구개발비가 더 들고 수요가 많지 않아 가격을 비싸게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게 국산차 메이커들의 주장이다. 폭스바겐코리아 박동훈 사장의 말은 단순 명쾌했다. "출력이 훨씬 낮은 차를 더 비싸게 받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것. 판단의 중심이 메이커인지 소비자인지 확실하게 갈리는 대목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일부 기능을 선택하면 마치 컴퓨터를 켜고 부팅되기를 기다리는 기분이 든다. DVD를 누르면 로딩중이라는 표시가 뜨고 일정 시간이 지나야 모니터에 정보가 뜨는 식이다. 컴퓨터가 자동차에 적용되는 것은 좋은 일이다. 다만 부팅하고 로딩하느라 시간 잡아먹는 것은 제외하고 말이다. 굵은 엔진 소리도 조금 줄였으면 좋겠다.

Posted by 따뜻한 우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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