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설계속도'에 이유 있다,
잘 안 지켜지는 지정차로제도 원인
도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제한 속도 표지판과 포르쉐 911모델. 제로백이 3,2초다. /포르쉐 코리아
1886년 독일에서 첫 사륜차가 등장한 이후, 자동차는 1세기 넘는 시간 동안 발전을 거듭해왔습니다. 요즘 신차의 제로백(자동차가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이르는 시간)은 단 몇 초면 충분합니다. 반면 우리나라 고속도로 제한 속도는 여전히 100㎞/h ~ 110㎞/h에 머물러 있는데요. 자동차 성능이 개선된 만큼, 고속도로나 국도의 제한 속도 역시 높일 수는 없을까요?
◇제한 속도, 이것부터 알고 보자
교량의 제한 속도가 낮은 것도 설계 속도 때문이다. 거가대교의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자동차가 낼 수 있는 최대 속력은 두말할 필요 없이 빠르고 강력해졌습니다. 90년대까지만 해도 계기판에 표시된 최고속도는 대부분 180㎞/h에 불과했죠. 요즘엔 220㎞/h는 기본이고, 300㎞/h 넘게 달릴 수 있는 고성능 ‘하이퍼카’도 있습니다.
단순히 자동차 기술력의 발전만으로 제한 속도를 올리지 못하는 데에는 따로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설계속도’ 때문입니다. 설계속도란, 도로가 ‘최상의 상태’일 때 평범한 운전자가 안정적으로 낼 수 있는 속도를 뜻합니다. 여기서 최상의 상태는 양호한 날씨나 적은 차량 수 등 이상적인 도로의 조건이 갖춰진 것을 의미하죠.
모든 운전자가 매번 이상적인 도로를 달릴 수는 없습니다. 도로 위에서 정체가 발생할 수도 있고, 폭우로 도로가 미끄러울 수도 있죠. 이런 이유로 모든 나라의 제한 속도는 설계속도보다 20㎞/h 가량 낮게 정해집니다. 즉, 자동차의 기술력보다는 이미 시공된 도로의 상태에 따라 제한 속도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제한 속도 유독 낮은 이유
우리나라 도로는 직선 구간이 많지 않다. /게티이미지뱅크
해외와 비교해도 우리나라의 제한 속도가 낮은 편인 것은 맞습니다. 유럽의 대부분 국가는 130㎞/h로 정해져 있거든요. 우리나라의 제한 속도가 유독 낮은 이유에는 우리나라 특유의 ‘산악 지형’을 꼽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산림 비율은 63%로 OECD 국가 중 네 번째로 높습니다. 이런 지형에서는 고속도로를 시공하는 것이 까다롭습니다. 직선 구간을 만들기 어렵고, 회전 구간에서 완만한 곡률을 만들기 어렵기 때문이죠. 이러한 산악 지형이 설계속도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과거 ‘경부 고속도로’를 시공했을 당시 설계속도는 110㎞/h에 불과했습니다. 제한 속도는 이를 넘길 수 없는 거죠.
◇독일의 아우토반은 제한 속도 없다던데
우리나라에 비해 독일의 아우토반은 직선 구간이 길다. /게티이미지뱅크
독일의 고속도로 ‘아우토반’은 속도제한이 없는 ‘무제한 고속도로’로 알려져 있는데요. 전 구간이 그런 건 아닙니다. 실제로 아우토반에서 속도 제한 없이 달릴 수 있는 구간은 전체의 20%에 불과합니다. 이 구간도 130㎞/h까지 달리는 것을 권장하죠. 교통량과 노면의 상태가 제한 속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독일은 지정차로제를 잘 지키는 국가입니다. ‘화물차 3차선, 승용차 2차선, 추월 차선 1차선’ 법칙을 엄격히 준수하죠. 법적으로 속도 제한이 해제된 구간도 모든 차량이 전 차선에서 높은 속력으로 달리는 것이 아닙니다. 추월 차선인 1차선에서만 잠깐 속력을 올리는 것이죠.
우리나라도 신설 고속도로는 제한 속도를 올리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2025년 개통 예정인 서울-세종 고속도로는 설계속도를 140㎞/h까지 높이는 방안도 검토됐죠. 하지만 안전 운전을 위해 지정차로제를 지키는 시민의식 고양을 먼저 모색해야겠습니다.
/김영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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