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우체부 :: 2009년, 희망의 해가 될 수 있을까

달력

12025  이전 다음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2009년이 밝았다. 신년초임에도 지난해말 미국발 금융위기로 우울했던 한 해를 마감한 뒤여서 희망보다는 걱정이 많다. 내려갔던 유류가격은 다시 오르고, 위축된 자동차시장은 여전히 안개 속을 걷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올해 4월 열리는 2009 서울국제모터쇼는 반쪽짜리 행사가 될 위기를 맞았다. 자동차업계 전반에 그늘이 짙어지는 셈이다. 결국 정부는 자동차업계를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그러나 지원이 만사해결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근본적인 치유없이 막힌 혈관만 임시방편으로 뚫었다고 곧바로 회복할 것으로 믿으면 오산이다.

올해 가장 시급한 건 친환경차의 경쟁력 강화다. 가뜩이나 이산화탄소가 세계적인 화두로 등장한 터여서 친환경차에 대한 경쟁력 확보는 필수과제가 됐다. 정부가 친환경차에 부과하는 환경보조금의 적용시기를 국산 친환경차 등장할 때로 연기한 상황이지만 아직 우리나라의 친환경차 경쟁력은 선진업체에 비해 많이 뒤진다. 1980년대부터 친환경차를 개발해 온 곳과 2000년대에야 허겁지겁 서두른 우리 업체의 차이는 '하늘과 땅'이다. 그럼에도 친환경차 개발에 매진하지 않을 수 없는 건 대세가 친환경차로 흐르기 때문이다.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분야가 바로 친환경차다.

친환경차 중에서도 하이브리드카의 경쟁력은 서둘러 갖춰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배터리 개발이 핵심이다. 이 분야에 앞서 있는 일본은 급속충전이 가능한 배터리까지 개발하는 등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도시바는 이른바 급속 충전배터리(SCiB) 생산에 들어갔다. 5분에 배터리의 90%를 충전하고, 3,000회를 충·방전해도 성능저하는 10%에 불과하다. 최대 6,000회를 충·방전해야 수명이 끝난다. 매일 충전해도 10년은 쓸 수 있는 셈이다. SCiB는 올 4월부터 일본차들에 적용된다.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배터리는 커녕 당장 친환경차에 필요한 핵심 부품 대부분을 수입해야 할 판이다. 그렇다보니 판매의 핵심 조건인 '가격경쟁력'에서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가격을 최고의 경쟁력으로 앞세웠던 한국 자동차산업이 위기를 맞게 됐다. 급기야 국산차업계가 친환경차의 핵심 부품 국산화에 매진하겠다며 정부에 R&D 자금으로 매년 2,000억원의 지원을 요청했으나 아직 답을 듣지 못했다.

정부가 지난 연말 인하한 개별소비세는 오로지 내수진작을 위해서다. 수출과는 무관한 조치다. 그러나 국내 자동차시장은 이제 연간 120만대를 넘지 못하는, 이른바 포화상태다. 내수판매 증대로 숨통을 터준다 해도 80% 이상의 수출이 영향을 받는다면 효과가 떨어진다. 이런 이유로 친환경차 개발자금 지원은 반드시 필요하다. 장기적인 시각에서 접근해야 하는 과제인 셈이다.

쌍용자동차 사태도 마찬가지다. 2005년 상하이자동차에 주식을 매각할 때 많은 사람들이 쌍용차의 생존 여부에 대해 우려했다. 조흥은행 채권단은 비싼 가격에만 눈이 멀어 쌍용차 주식을 상하이차로 넘겼다. 덕분에 실적에 급급했던 은행 경영진은 콧노래를 불렀지만 쌍용차의 앞날은 불투명해졌다. 당시 업계에선 하나같이 채권단이 일부 손실을 보더라도 훗날을 위해 GM에 쌍용차를 매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만일 그랬다면 쌍용차는 GM의 디젤 SUV 전진기지로 성장했을 것이란 얘기다.

지난 일을 아쉬워해봐야 소용이 없다. 중요한 건 지금부터다. 쌍용차와 상하이차가 힘을 모아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느냐의 열쇠는 대주주, 회사, 노조 모두가 쥐고 있다. 이는 결국 서로 조금씩 양보해야 뜻이다. 자동차산업이 호황이라면 누군가가 쌍용차 주식을 인수해 새로운 대주주가 되겠지만 지금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시나리오다. 생산축소에 따라 인력을 줄이자는 회사측 입장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이에 대해 노조는 어떻게든 고용을 보장받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해를 넘긴 쌍용차 사태는 올 상반기 자동차산업을 흔들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해결방안 도출이 중요하다.

이런 와중에 서울모터쇼를 국제모터쇼로서의 위상을 한 단계 높이려 했던 한국자동차공업협회의 꿈이 허물어지고 있다. 이미 볼보, GM, 미쓰비시, BMW, 포드, 스바루 등이 모터쇼 불참을 선언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참가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서다. 게다가 모터쇼에 나간다고 판매가 늘어난다는 보장도 없는 상황에서 참석을 강행할 이유가 없다. 마땅히 내놓을 신차가 없는 업체도 있다.

사실 서울모터쇼의 위상이 쇠락해진 데에는 주최측의 잘못이 크다. 참가업체들의 어려움을 감안했어야 함에도 주최측은 자신들만의 원칙을 고집했다. 국산차와 수입차업계가 양분된 상황에서 국산차업계 중심으로 이뤄지는 모터쇼에 수입차업체들의 관심이 클 리 없다. 어떻게든 비용절감 방안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얘기가 그래서 나온다.

올 상반기만 해도 이 같은 굵직굵직한 사안이 우리 자동차산업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를 풀기에 다소 늦은 감도 있으나 이해 당사자들이 마음을 열고 머리를 맞댄다면 해결책이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밤이 깊을수록 새벽은 점점 더 다가오기 때문이다.
Posted by 따뜻한 우체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