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우체부 :: 변속기의 세계, AT와 CVT, 그리고 듀얼 클러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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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에서 변속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커지고 있다. 2000년대 들어서는 형식에 상관없이 투 페달 변속기가 완벽한 주류로 자리 잡고 있으며 그 범위도 경제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경차까지 확대되고 있다. 우리가 흔히 ‘오토’로 부르는 투 페달 변속기는 크게 AT와 CVT, 듀얼 클러치 3가지로 구분되고 각 방식은 특유의 장단점을 갖고 있다.

글 / 한상기(프리랜서 자동차 칼럼니스트)

자동차에서 변속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AT(Automatic Transmission)가 본격적으로 보급되면서부터 점차 커지기 시작했다. AT는 구조가 복잡하고 제작비가 비싸기 때문에 MT(Manual Transmission)에 비해 차급에 따른 성능 차이가 컸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초창기부터 한동안(또는 지금까지도) AT는 MT 보다 반응도 느리고 기름도 많이 먹는 것으로 받아들여졌고 실제로도 그랬다.

AT는 가격이 비싸다는 결정적인 단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편의성을 중시하는 현대인들의 기호에 맞아떨어져 적용의 예가 급격하게 늘어났다. 초창기 2단으로 시작했던 단수도 현재는 8단까지 늘어난 상태이며 그 효율도 몰라보게 좋아지고 있다.

변속기를 크게 본다면 페달이 3개 있는 수동과 2개인 자동으로 나뉜다. 우리가 흔히 부르는 ‘오토’는 토크 컨버터를 내장한 변속기를 지칭하지만 큰 범주로 본다면 CVT와 근래에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듀얼 클러치도 포함되는 개념이다. 즉 완전히 변속기의 대세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는 투 페달 변속기는 크게 AT와 CVT, 듀얼 클러치로 분류할 수 있고 각 방식은 고유의 장점을 내세우며 쓰임새가 늘어나고 있다.

AT(Automatic Transmission)

자동변속기가 가장 일반화된 국가는 역시 미국이다. 미국은 1950년대부터 자동변속기가 일반화 됐고 아시아는 1990년대가 돼서야 보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시작했다. 유럽은 여전히 소형차에서는 수동변속기가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자동의 비율도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한국을 비롯해 영국과 벨기에 독일, 네덜란드, 스웨덴, 오스트리아 등의 다수의 국가가 자동변속기용 운전면허증을 따로 발급하고 있다.

정확하게 본다면 자동변속기의 진화 속도는 늦은 편에 속한다. 첫 자동변속기는 1930년대 후반의 올즈모빌에 처음 쓰였다. 최초의 자동변속기는 다수의 유성 기어와 클러치를 내장하고 있어 수동 보다 상당히 무거웠고 가격도 비쌌다. AT가 최초로 개발된 때는 1904년으로 미국의 스터트번트 형제가 기본 개념을 제시했다. 이 AT는 고회전과 저회전에 맞는 전진 2단 기어를 갖췄지만 잦은 고장으로 인해 상용화 되지는 못했다. AT가 상용화 된 때는 1930년대 GM이 반자동 변속기를 개발하면서부터이다. GM은 수동 보다 조작이 쉬웠던 이 변속기를 AST(Automatic Safety Transmission)로 불렀다. GM이 1939년 올즈모빌에 선보인 하이드라매틱은 세계 최초의 AT로 기록되고 있다. 이 하이드라매틱은 GM 뿐만 아니라 벤틀리와 롤스로이스 같은 다른 메이커들에게도 판매됐고 군용차에도 쓰였었다

AT에 토크 컨버터가 처음 쓰인 것은 1948년 나온 뷰익의 다이나플로우부터였다, 최초의 토크 컨버터는 2단이었지만 보그워너가 3단을 처음 개발했고 AMC와 포드, 스튜드베이커 같은 메이커들이 다투어 채용했다. 60년대 말까지만 해도 AT의 기어 단수는 3단에 그쳤고 80년대로 넘어와서야 4단이 쓰이기 시작했다.

자동변속기가 가장 진화했던 때는 전자 장비의 채용이다. TCU(Transmission Control Unit)의 개념이 도입되면서 각기 다른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변속 프로그램이 내장되기 시작했고 한때 이코노미와 윈터 모드가 유행했었다. 스포트 모드는 요즘 나오는 변속기에 많이 채용이 되고 있다. TCU는 임펠러와 터빈의 회전, 스로틀 보디의 개도율 같은 정보를 바탕으로 기어를 내리거나 올린다. 거기다 학습 기능을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어 운전자가 자주 사용하는 가속 페달의 열림 정도 등을 저장해 변속 패턴을 결정하기도 한다.

자동변속기의 큰 혁명 중 하나는 수동 모드이다. 선구자는 포르쉐의 팁트로닉으로 1990년 911에 첫 선을 보였다. 포르쉐와 ZF, 보쉬가 공동 개발한 팁트로닉 디자인은 라이센스로 아우디와 미쓰비시도 생산을 했었고 곧이어 다른 메이커에게까지 불길처럼 번져나갔다. 근래에 수동 모드가 없는 자동변속기는 손으로 꼽을 정도이다. 팁트로닉은 1995년 스티어링 휠에서 변속 가능한 팁트로닉 S로 발전했지만 이제는 새로 개발된 7단 DCT 때문에 단종될 예정이다.

AT의 핵심은 토크 컨버터이다. 토크 컨버터는 유체 커플링이 엔진의 동력을 변속기로 이어주며 기계적인 클러치를 대신한다. ATF(Automatic Transmission Fluid)로 불리는 변속기 오일은 각 부품의 윤활은 물론 부식을 막는 역할을 한다. 수동변속기와 달리 자동변속기에서의 오일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며 제 때 갈아줘야 고장 없이 오래 사용할 수 있다.

AT는 다수의 액체 유압을 거치기 때문에 수동 보다 효율이 떨어질 수 밖에 없고 반응도 느리다. 장점 중 하나는 토크 컨버터에 의해 인위적으로 힘을 증폭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토크 컨버터는 입력되는 엔진의 힘을 최대 2배까지 증폭할 수 있어 배기량이 낮은 자동차도 초기 반응을 향상시킬 수 있다. 토크 컨버터의 원리를 설명할 때 흔히 거론되는 것이 선풍기이다. 엔진 쪽에 위치한 임펠러와 변속기에 연결된 터빈은 마주 보고 있는 선풍기와 같다. 만약 엔진이 회전하면서 발생하는 임펠러의 움직임에 따라 터빈이 회전하게 되고 그 사이에 있는 오일이 매개체 역할을 한다.

자동변속기의 대세는 다단화로 흘러가고 있다. ZF가 6단을 출시한 이후 다른 메이커들도 다단화된 변속기의 개발에 힘을 썼고 현재는 8단까지 나온 상태이다. 8단은 토요타가 렉서스 LS460에 처음 얹었고 앞으로 벤츠와 BMW에도 ZF가 개발한 8단 변속기가 올라갈 예정이다.

CVT(Continuously Variable Transmission)

일찍이 높은 가능성이 예견됐지만 여전히 쓰임새가 많지 않은 변속기가 바로 CVT이다. 일명 무단 변속기로 불리는 CVT는 이론상으로는 가장 이상적으로 불린다. CVT는 엔진의 부하와 차량 속도에 따라 최적의 기어비로 계속 변환되기 때문에 연비가 뛰어나고 승차감 또한 좋다. 거기다 코스트도 자동과 수동의 중간 사이에 위치한다.

CVT는 한 쌍의 벨트 또는 체인과 연결된 풀리가 지속적으로 기어비를 변환한다. 한 쪽은 엔진의 출력 쪽에, 한 쪽은 구동 바퀴 쪽에 연결되어 있고 풀리 사에는 금속 벨트가 위치한다. 벨트와 연결되는 한 쌍의 풀리는 상황에 따라 간격의 차이가 발생하고 이에 따라 기어비의 차이도 생긴다. 즉, 출발 또는 추월 같은 상황처럼 큰 구동력이 필요한 경우에는 엔진 측 풀리의 간격을 벌려 체인의 반경을 크게 해 기어비를 낮추고, 고속 주행 또는 연비 운전 시에는 그 반대의 경우가 된다. CVT는 엔진과 차의 속도에 따라 풀리가 계속적으로 가변해 항상 최적의 기어비를 제공한다.

이론상으로는 가능하지만 실차의 적용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70년대 초에 SCCA의 포뮬러 500에 잠시 쓰인 적은 있지만 양산차는 80년대부터이다. 벨트 또는 체인이 큰 토크를 견디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지금도 CVT의 적용은 300마력 이하이다. 그 이상의 엔진에서는 CVT 적용의 예가 없다. 따라서 엔진 토크를 견딜 정도의 벨트가 개발된 후인 80년대에야 상용화가 시작됐다. 초기 CVT는 1.3리터가 한계였고 혼다는 1.6리터, 닛산은 3리터 이상의 엔진에 처음으로 적용한바 있다.

아우디는 멀티트로닉이라는 이름으로 CVT를 선보이고 있다. 멀티트로닉과 이전의 CVT과 다른 점은 벨트 대신 체인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CVT는 네덜란드 DAF(Doorne Automobiel Fabriek)가 개발된 스틸 벨트를 사용했고 토크의 한계도 20kg.m 내외였다. 하지만 아우디는 스틸 재질의 체인을 개발해 토크의 용량을 30kg.m까지 대폭 올렸다. 또 기어비를 6.05:1까지 벌려 수동에 비해 연비에서도 유리하다. 다른 CVT와는 달리 구조가 훨씬 복잡한 다판 클러치를 사용해 토크의 전달도 한결 부드럽다.

닛산은 CVT의 선구자답게 진보적인 시스템을 선보이고 있다. X트로이드로 불리는 닛산의 CVT는 벨트 또는 체인 대신 두 쌍의 파워 롤러를 채용하고 있다. 각 파워 롤러는 크랭크샤프트에서 나오는 입력 디스크와 드라이브샤프트와 연결되는 출력 디스크에 연결되어 있고 롤러의 앵글에 변화를 주면서 기어비를 변환시킨다. 롤러는 전자 유압으로 작동하며 특별히 개발된 점성 오일이 마찰 저항을 줄여준다. 이 롤러는 체인 보다 높은 토크를 견딜 수 있다는 것과 변속기를 세로로 배치하는 뒷바퀴굴림 차에도 적용하다는 게 장점이다. 일본 내수용으로 팔리는 세드릭/글로리아의 X트로닉은 40kg.m의 토크를 받아낼 수 있다.

DCT(Dual Clutch Transmission)

변속기가 자동차의 경쟁력을 말하는 시대라고 하다면 DCT로 통칭되는 듀얼 클러치는 그 정점에 있다. 폭스바겐의 DSG에 시작된 DCT는 이제 거의 모든 메이커들이 채택하고 있으며 앞으로의 가능성도 가장 크다. 아직은 토크 컨버터 방식의 AT가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코스트를 대폭 줄일 수 있는 솔루션이 나온다면 DCT의 확산은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DCT는 AT와 MT의 장점만을 모은 새로운 타입의 변속기이다. 두 가지의 장점을 모았기에 완성도가 높은 것은 당연하다. 쓰임새가 갈수록 늘어나는 이유는 AT의 편의성을 모두 제공하면서도 MT의 성능도 갖췄기 때문이다. 편한 것을 찾는 소비자들의 기호에 따라 메이커들은 AT의 적용을 늘릴 수 밖에 없지만 연비가 나쁘다는 결정적인 단점이 있다. 조금이라도 연료 소모와 CO2를 줄여야 하는 입장에서는 DCT가 바로 새로운 해법이다.

DCT의 본격적인 상용화는 불과 몇 년 전이지만 최초로 개발된 것은 1930년대 후반이다. 안돌페 케그레세가 개발한 듀얼 클러치는 시트로엥의 트락숑 아방에 탑재될 예정이었지만 기술의 벽에 막혀 상용화 되지 못했다. 자동차에 처음 쓰인 것은 한참 후인 포르쉐의 956, 962 레이싱카, 아우디의 스포트 콰트로 S1 정도였고 그때까지도 일반 승용차에 쓰인 예가 없었다.

DCT를 한 문장으로 설명한다면 클러치가 2개 내장된 수동 기반의 투 페달 변속기이다. 있다. 페달은 2개로 일반 AT와 동일하지만 구조는 수동에 기반을 두고 있어 편의성과 성능을 모두 만족한다. 수동 베이스라고 해서 구조가 간단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어떤 형식의 변속기보다도 구조가 복잡하고 제어가 까다롭다. 페라리의 F1 시스템 보다 더 혁신적인 것이 DCT라고 할 수 있다.

DCT는 말 그대로 두 개의 클러치가 내장되어 있다. 6단을 예로 든다면 하나의 클러치는 홀수(1, 3, 5단), 다른 하나는 짝수(2, 4, 6단)을 맡는다. 만약 기어가 2단에 물려 있다면 홀수를 맡는 클러치는 미리 3단을 준비하고 있어 싱글 클러치에 비해 한결 빠른 변속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동력 손실도 줄어들게 된다. 즉 변속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엔진 동력의 단속이 극히 짧은 것이 DCT의 가장 큰 장점이다. 싱글 클러치의 MT는 운전자의 스킬에 의지해야 하지만 DCT는 유압 액츄에이터가 빠르고 정확하게 클러치를 컨트롤한다.

DCT는 제어가 더욱 중요해진다. 다른 클러치를 준비하는 경우도 스로틀의 열림 정도와 엔진 회전수를 미리 체크해 시프트 업 & 다운을 판단한다. DCT는 시프트 업이 매우 빠른 대신 시프트 다운은 그에 못 미친다. 시프트 다운은 내리는 기어와 엔진 스피드를 맞춰야 하고 특히 D 모드에서 기어를 건너뛰는 스킵 시프트는 조금 더 느리다.

DCT의 실질적인 시작은 폭스바겐의 DSG이다. 원천 기술을 갖고 있는 보그워너의 라이센스로 골프와 아우디 TT 3.2 등에 쓰인 게 처음이다. DSG 이후 다른 메이커가 DCT 적용에 시간이 걸렸던 이유는 코스트라고 할 수 있다. 초기 DCT는 대응 토크가 낮아 200마력 정도가 한계여서 차량 가격 상승이 불가피했다.

변속기는 원래 부품 회사의 역할이 중요했지만 DCT는 그 정도가 더 하다. DCT의 원천 기술을 미국의 보그워너가 갖고 있기 때문에 모든 DCT는 보그워너로부터 라이센스 생산 또는 모듈을 공급받는다. 현재 듀얼 클러치를 자체 생산하는 회사는 보그워너와 게트락, 폭스바겐, ZF 정도이다. DSG와 아우디 S-트로닉은 보그워너 라이센스로 폭스바겐이 자체 생산하고 있으며, 포드와 미쓰비시, 닛산, BMW, 크라이슬러, 페라리는 게트락에서 공급받고 있다. 반면 포르쉐 911과 차후 벤츠에 쓰일 8단 DCT는 ZF가 공급한다. 보그워너는 듀얼트로닉이라는 이름으로 변속기를 출시하고 있으며 2010년에는 저가 모델도 나올 예정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DCT도 점차 발전해 이제는 대응 토크가 50kg.m을 넘어선다. 따라서 BMW M3, 포르쉐 911 카레라 S 같은 고성능 모델에도 DCT 기술이 쓰이고 있다. 그리고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건식 타입의 DCT는 기술적으로 변속기의 정점에 서 있다. 현재까지 건식 타입의 DCT는 폭스바겐의 7단 DSG 뿐이다. 독일의 LuK(Lamellen und Kupplungsbau)가 독점 공급하는 건식 클러치는 기존의 6단 DSG와 비교 시 연비가 10%나 좋다. 건식 클러치는 대응 토크가 낮지만 기술이 발전한다면 DCT의 주역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피아트는 2010년 35.0kg․m의 토크에 대응할 수 있는 C635 DDC(Dual Dry Clutch)를 내놓는다.
Posted by 따뜻한 우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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