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우체부 :: +350kg 시승기, 쌍용 렉스턴 스포츠 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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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붉게 물든 늦은 오후, 쌍용 렉스턴 스포츠 칸(이하 칸)을 타고 남쪽으로 달리고 있었다. 높직한 시트에 앉아 두툼한 보닛을 내려다보고 있노라니 참 듬직하다. 하긴, 어떤 차가 트렁크에 350kg 짐을 잔뜩 싣고 이토록 무던히 달릴 수 있겠는가.

 

하늘이 도왔다. 무거운 짐을 서울에서 광주광역시까지 옮길 일이 생겼는데, 때 마침 칸 시승차를 받았다. 쉽게 짐을 옮길 수 있을 뿐 아니라, 트럭으로써 진짜 실력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시승차 촬영을 마친 후에 일이 생겨 추가 촬영은 못했다).

VDA 기준 1262L 짐을 실을 수 있는 데크.

곧장 적재함을 열고 짐을 옮겼다. 본격 ‘짐차’ 매력은 짐을 실을 때부터 시작이다. 아래로 열린 트렁크 문짝은 훌륭한 받침대며, 검정 플라스틱으로 뒤덮은 적재함은 무거운 짐을 거침없이 내려놔도 거뜬하다. 플라스틱이라 흠집이 생기더라도 부식 걱정 하나 없다.

접이식 리어 데크 / 거대한 짐을 아무리 실어도 공간이 남는다

짐을 올렸다면 다음은 정리할 차례. 기존 칸은 가랑이 찢어져라 다리를 들어 올려야만 적재함에 오를 수 있었으나, 연식변경 거친 신차는 다르다. 익스페디션 트림 시승차는 뒤 범퍼 왼쪽 끝에 접이식 ‘리어 스텝’을 달아 한결 편히 오를 수 있다. 최대 200kg까지 버티니 콱 딛고 올라도 끄떡없다. 짐을 안쪽에 차곡차곡 정리한 후 데크 안쪽 후크에 줄을 걸어 단단히 묶으면 적재 완료다.

적재 전 옆모습과 적재 후 옆모습. 거의 변화 없다

350kg 정도는 간에 기별도 가지 않았던 걸까? 내심 뒤쪽 서스펜션이 푹 눌린 모습을 기대했는데, 차체는 정확히 수평을 지키고 있었다. 운전석에 앉아봐도 짐을 싣기 전과 달라진 각도를 느끼기 어렵다. 최대 500kg까지 짐을 실을 수 있는 칸 답다.

3800rpm에서 최고출력 202마력, 1600~2600rpm에서 45.0kg·m 최대토크를 내는 직렬 4기통 2,2L 디젤 엔진

파워트레인 역시 마찬가지다. 워낙 가속 페달을 예민하게 조율한 데다가 1600rpm부터 일찍이 최대토크 45.0kg〮m를 끌어내 2600rpm까지 이어가니, 2175kg 공차중량에 350kg 짐을 더한 2525kg 육중한 덩치가 가뿐하다. 특히 6단 아이신 자동변속기가 힘이 필요할 때마다 잽싸게 저속 기어를 바꿔 물어 힘 부족을 느낄 틈이 없다.

고속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시속 100km 넘는 고속에서 오르막을 만나면, 적재함이 비었을 때보다 가속 페달을 더 깊게 밟아야만 속도를 유지할 수 있다. 최고출력을 이전보다 15마력 더 높은 202마력까지 끌어올렸지만 여전히 고속에서는 힘이 다소 빠진다. 물론 일반적인 주행 상황에서는 충분한 힘이라 불만거리는 아니다. 어차피 칸은 격렬하게 가속을 즐기는 자동차가 아니니까.

 

고속 오르막에서 느꼈던 무게감은 서스펜션까지 뚜렷이 스몄다. 사다리꼴 프레임 골격 특유의 털털거리는 움직임을 무게로 찍어 눌러 차분하게 도로 위를 누빈다. 확실히 짐을 적당히 실었을 때 승차감이 더 낫다. 역시 짐차다.

계기판에 내비게이션 화면을 띄울 수 있다 / 공간이 넉넉한 뒷좌석

광주까지 장거리 주행을 하면서 토종 픽업트럭만의 매력도 양껏 누릴 수 있었다. 국내 시장이 바라는 풍부한 편의장비 얘기다. 스티어링휠 열선과 시트 열선을 켜 따뜻하게 달리다가도 조금 답답하면 통풍 시트로 엉덩이를 식힐 수 있고,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에 내비게이션 화면을 띄워 운전에 집중할 수도 있다. 인체가 닿는 부위에 따라 쿠션 강도를 각기 다르게 조율한 삼경도 쿠션 나파가죽 시트와 빌트인 공기청정기는 또 어떻고. 트럭이라 부르기 민망할 만큼 편의장비는 풍족하다.

 

첨단 운전자 보조 장치는 이전보다 대대적으로 늘었다. 유압식 조향 시스템을 전동식으로 바꾸면서 경고에만 그쳤던 차선 이탈 경고 기능을 넘어 차선중앙유지보조 기능과 후측방 충돌보조 등 보다 능동적인 시스템을 더했다. 그래도 고속도로에서 쓸모 많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능은 여전히 없다. 그 무심한 포드 레인저도 있는 기능이건만…

익스페디션 트림은 외모를 더 강인하게 꾸몄다(오프로드 타이어는 애프터마켓 제품이다)

광주와 서울을 왕복하며 누적 805.8km를 달렸다. 연비는 정확히 L에 10km. 거의 대부분 고속도로 위를 달렸으나, 무거운 짐을 싣고 오프로드 타이어를 신은 점을 고려하면 만족스럽지는 않더라도 이해할 만한 숫자다. 참고로 공인 복합 연비는 L에10.2km며, 고속도로 연비는 11.0km/L다.

 

칸에 350kg 짐을 싣고 달리면서 픽업트럭만의 실용적인 매력을 여실히 경험했다. 튼튼한 프레임 골격과 뒤 리지드 액슬 차축이 어우러진 견고한 구조는 무거운 짐을 거뜬히 소화하며, 무쏘 스포츠부터 쌓아온 20년 픽업트럭 노하우가 곳곳에 스몄다. 국산차다운 풍부한 편의장비는 당연지사. 무엇보다 짐 싣는 트럭으로서 수입차보다 부담이 없어 좋다. 이토록 마초적인 자동차가 우리네 시장에 하나쯤 꼭 필요했다. 쌍용 렉스턴 스포츠 칸은 사실상 유일무이한 선택지다. 가문이 휘청이는 위기 속에서도 홀로 굳건히 중심을 지키고 있는 비결이다.

 

 윤지수 사진 이영석

 

자동차 전문 매체 <탑기어 코리아>

Posted by 따뜻한 우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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