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우체부 :: SUV를 버려라?…중고차 시장서도 찬밥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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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때부터 13년 동안 줄곧 SUV 차량만을 선호해왔다는 회사원 한동호(35) 씨. 한씨는 지난해 초 구입한 자신의 쌍용자동차 ‘액티언’ 차량을 서울 장안평 중고차 매매시장에 매물로 내놨다. 치솟는 물가와 내 집 마련을 위한 청약통장으로 들어가는 생활비들을 고려하면 고유가 시대에 더이상 경유차는 못 타겠다는 계산이다. 한씨는 “운전을 시작한 이후 계속 SUV만 타서 높은 차체가 익숙한 터라 가솔린 중형 세단은 어색할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면서 “현대 ‘쏘나타’나 르노삼성의 ‘SM5’ 가운데 마땅한 매물을 찾는 중”이라고 말했다.

2일 장안평 중고차 매매시장에는 평일임에도 한씨같이 SUV 차량을 내다 팔겠다는 사람들이 줄지어 들어오고 있었다. 장안평에서 11년째 중고차 매매업을 하고 있다는 이태근(44) 씨는 “지금 같이 특정 차종이 한꺼번에 몰려나온 적은 없었다”며 “하루 평균 SUV를 팔겠다는 사람이 전화와 방문을 포함해 20~30건 정도 문의해오고 있지만 SUV를 사겠다는 문의전화는 1주일에 고작 2~3건 정도”라고 말했다.

또 다른 매매상의 김진탁(38) 씨는 “우리 가게는 지금 쌓아놓은 SUV도 처치곤란이어서 아예 새로 나오는 SUV는 매물로 잡지 않고 있다”며 “그나마 매입을 하는 곳도 똑같은 차를 4월에 비해 최소 100만원은 깎고 시작한다”고 말했다. 중고차시장이 SUV를 아예 거부하고 나선 것이다.

국내 최대 중고차 판매사인 SK엔카에 따르면 지난 4월과 5월 전체 매물 가운데 SUV와 RV 차량을 합치면 각각 25.6%와 25.7%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반면 가장 인기 있는 단일 차종 모델로는 SM5가 단연 1위였다. ‘NF쏘나타’ 역시 4월에 8위였던 것이 5월에는 5위로 치고 올라갔다. SK엔카 논현점의 손현식 소장은 “국산 디젤차량의 경우 경제성을 고려한 고객들이 대다수인데 지금 같은 상황에선 유일한 장점이 사라진 것”이라며 “이들이 다시 택할 수 있는 선택은 가격대가 비슷하면서도 시장에서 검증받은 쏘나타나 SM5 같은 중형 세단이 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런 중고차시장의 분위기는 신차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3월 3000대 이상 팔려나갔던 기아 ‘스포티지’는 5월 한 달 동안 1468대 판매에 그쳤고, 야심작인 ‘모하비’ 역시 지난 1월 1278대였던 성적이 5월 663대로 반 토막 실적을 기록했다. 르노삼성 ‘QM5’는 4월 822대 판매실적이 5월 514대로 떨어졌다. 쌍용 액티언은 더 심각해 5월 한 달 213대를 기록했다. 전년 동월 1000대를 넘기던 판매량이 1년 만에 20%대로 떨어진 것. SK엔카의 박성철 사장은 “SUV의 추락으로 고객이나 매매상이나 충격이 크다”며 “그러나 지금의 흐름만 지나고 나면 중고차시장에서는 낮은 가격대를 형성한 SUV가 활발히 거래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Posted by 따뜻한 우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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