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우체부 :: 기어노브, 브랜드와 모델의 특징을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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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만져야 하는 기어노브. 여기에 브랜드와 그 모델의 성격이 담겨 있다.

 

람보르기니 우루스

람보르기니가 SUV를 만들면 어색할 줄 알았다. 우루스는 이런 우려의 목소리를 잠재웠다. 지상고가 높지만 누가 봐도 람보르기니다. 인테리어는 람보르기니 역사상 가장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이다. 자고로 슈퍼카라면 탔을 때 낯선 느낌을 줘야 하는 법.

기어노브도 범상치 않다. 전투기 조정레버처럼 생겼다. 이륙할 수 있을 정도의 출력을 가지고 있긴 하다. 엔진스타트 버튼을 기어노브 안에 품고 있는 것도 이색적이다.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이제 익숙해질 만도 한데 여전히 신선한 방식이다. 이런 기획이 있으면 빼놓을 수 없는 게 랜드로버의 다이얼 타입 기어노브다. 직관적으로 만들어 놔 처음 타더라도 능숙하게 조작할 수 있다. 큼지막한 기어노브가 튀어나와 있지 않아 정갈하게 다듬어 놓은 센터페시아 디자인을 해치지 않는다. 시동을 켜면 다이얼이 올라오는데 나름 웰컴 세레모니다. 조수석에 타고 있는 그녀에게 자랑거리로 쓰일 수 있다.

 

BMW X5

스포츠 드라이빙을 지향하는 BMW가 기어레버에 크리스탈을 박았을 때 조금 충격적이었다. 아무리 오스트리아 브랜드 스와로브스키와 협업했다지만 이제 극적인 움직임보다는 화려함을 추구할까 걱정됐다. 어찌됐던 블링블링한 덩어리가 자리하고 있으니 인테리어가 빛이 난다. 실제로 조명까지 들어가 있어 밤에 빛을 내기도 한다. 그래도 개인적으로 E92 M3에 달렸던 계란형 기어노브가 가장 날 흥분시켰다.

 

스파이커 C8

사실 이 기획은 이차로 시작되었다. 바로 네덜란드 황실의 마차를 만들어주던 브랜드 스파이커의 C8(욕 아니다)이다. 60년의 공백을 깨고 슈퍼카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그 모델이 바로 C8이다. 인지도도 낮고 보기도 힘들지만 돈 많은 컬렉터들의 차고에 한 대씩은 꼭 있다.

이 모델의 하이라이트는 기어노브다. 스포츠바에 있는 테이블 축구 게임에서 가져온 것 같다. 조작법은 일반적인 기어레버와 같지만 기계적인 조작감이 끝내준다.

 

포르쉐 911

 

 

911이 새로 나왔다. 아쉬운 점은 딱 하나. 기어레버다. 다른 차에 달려 있었다면 전혀 옥의 티가 아니었겠지만 911에 어울리지 않게 너무 조그맣다. 이전 세대에 달려있던 기어레버는 크기가 커 잡는 맛이 좋고 유격이 느껴지지 않는 조작감이 환상적이었다. 패들 대신 기어레버로 기어를 올리고 내리는 것이 더 재밌었다. 시퀀셜 기어를 다루는 느낌이랄까? 이제는 손가락으로 패들만 튕겨야 한다.

 

파가니 와이라

 

 

볼트 하나도 예술품처럼 만드는 브랜드가 파가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차도, 그렇다고 가장 비싼 차도 아니지만 가장 미술가들이 만든 느낌은 파가니가 최고다. 겉모습뿐만 아니라 실내에서도 눈요기거리가 많다.

그 중 기어노브는 움직임을 볼 수 있도록 하단을 개방해 놨다. 기어노브를 움직일 때마다 하단의 댐퍼와 스프링의 이완 수축을 볼 수 있다. 사실 기어노브는 만화책에서 나오는 쓰레기통처럼 생겼지만 이마저도 근사하다.

 

메르세데스-AMG GT

 

 

지금 메르세데스의 디자인은 무척이나 마음에 든다. 정말 현시대 양산 자동차 디자인의 끝을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허나 칼럼식 기어 레버는 정말 싫다. 편하다고 하는 사람은 있지만 출발할 때면 학교 데려다 주는 미국 엄마가 된 기분이다.

그래서일까? AMG GT에 칼럼 타입을 넣기에는 본인들도 내키지 않았나 보다. 아기자기하게 기어레버를 만들어줘서 고맙기는 한데 위치가 너무 뒤에 있어 타기 전 무조건 스트레칭 해야 한다.

 

페라리 488 피스타

 

 

최근 F8 트리뷰토가 데뷔했지만 여전히 마니아들의 피스타 사랑은 식을 줄 모른다. 외관과 성능에서 488 노멀 버전과 차이가 있지만 기어노브도 다르다. 이 파도 치는 형상의 기어노브는 458 스페치알레부터 선보였고 F12 TDF를 거쳐 피스타로 이어졌다.

즉 스페셜 모델에만 이 기어노브 디자인이 적용된다. 거기에 동그란 버튼 3개를 마련하고 카본 파이버로 감싸 레이싱 본능을 자극한다. 옵션으로 버튼 테두리에 색상을 넣을 수 있는데 이탈리아 국기 색상 조합은 정말 끝내준다.

 

로터스 엑시지 컵 430

 

 

가벼워야만 하는 로터스는 기어부츠의 무게도 허락하지 않았다. 생긴 것은 시퀀셜 기어처럼 생겼지만 보통의 수동 기어 방식인 H-타입이다. 알루미늄을 매끈하게 깎아 만들어 겨울에 맨손으로 잡기 두렵지만 등뒤에 있는 엔진이 재빨리 녹여줄 것이다. 요즘 로터스는 자동변속기를 선택할 수도 있지만 변속기의 메커니즘을 조금이라도 볼 수 있는 이 수동변속기를 보면 선택이 쉬워질 것이다.

 

벤틀리 컨티넨탈 GT

 

 

화려한 게 무엇인지를 벤틀리가 잘 보여주고 있다. 외관도 그러하지만 실내를 보면 입이 벌어진다. 대칭형 센터페시아에 박혀 있는 모든 부품에 기교를 부려 눈이 즐겁다. 브라이틀링 시계로 사치를 부리고 있는 가운데 기어노브 역시 고급스럽다.

딱히 특별하게 생기진 않았다. 허나 상단에 벤틀리 배지 하나를 떡 하니 박아 놓으니 명품의 것이 되었다. 크기도 큼지막하니 잡는 맛도 일품이다. 파킹 버튼은 별도로 마련해놨다.

 

푸조 508

 

 

예술과 문화에 자부심이 대단한 프랑스인들은 차도 색다르게 만든다. 현재 출시되고 있는 푸조는외관은 스포티하게 다듬고 실내는 콘셉트카처럼 꾸민다. 스티어링 휠의 디자인과 크기만 보더라도 그렇다. 기어레버도 범상치 않게 생겼다. 돌고래가 수면 위로 솟구치는 모양인데 단순히 멋만 부려 놓은 것 같지만 실제로 잡고 운전하기에도 좋다. 움직이는 느낌도 좋고 다루기도 쉽게 설계되어 있다.

 

볼보 XC90

 

 

지금 잘나가고 있는 볼보의 시발점은 XC90이다. 지루했던 볼보가 세련된 옷으로 갈아입은 것이다. 실내도 버튼의 수를 최소하면서 심플한 분위기를 추구하며 스칸디나비아 스타일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혹시 심심할까 시트에 스웨덴 국기를 조그맣게 달고 기어노브로 기교를 부렸다.

스웨덴 명품 브랜드 오레스포에서 수제작으로 만든 이 크리스탈 기어노브는 차분한 볼보의 머스트해브 액세서리다. 물론 최상위 트림에서 만날 수 있다.

글 | 안진욱

 

자동차 전문 잡지 <모터매거진>

Posted by 따뜻한 우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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