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우체부 :: 너무 비싼 미쓰비시…한국시장은 '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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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비시가 드디어 왔다. 한국시장을 기웃거린 지 10여년 만이다. 그동안 미쓰비시상사 한국지사를 통해 여러 국내 업체들과 접촉하더니 대우자동차판매라는 국내 최고의 자동차판매회사와 손을 잡았다. 미쓰비시의 한국 진출은 '일본 대중차의 본격 진출','판매 차종의 다양화'라는 점에서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그러나 미쓰비시를 놓고 말들이 많다. 바로 브랜드 이미지와 판매가격에 대한 얘기들이다.

미쓰비시가 최근 개최한 신차발표회 기자회견에서 한 기자는 "삼류 브랜드","미국에선 용도 폐기됐다"며 미쓰비시를 혹평했다. 미쓰비시가 판매가격을 공개한 이후 인터넷의 관련기사에선 악플이 잇따랐다. 대체로 "미쓰비시차를 사고 싶어 기다렸는데 터무니없이 비싸다"거나 "가격을 보고 질렸다","안 사면 그만이지만 이해할 수가 없다","비싸면 잘 팔릴 거라고 판단한 것 같다"는 내용들이다. 실제 새 차 발표 전 예약했던 많은 사람들이 가격을 확인한 후 계약을 해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쓰비시의 브랜드 이미지와 관련해서 기자회견장의 표현이 좀 심하긴 했어도 크게 틀리진 않다. 한때 미쓰비시는 리콜 은폐로 숨 넘어가기 일보 직전까지 몰렸고,그로 인해 세계시장에서의 이미지도 급락했다. 한국시장 진출이 늦어진 원인이 되기도 했다. 심지어 대우자판도 이런 이유로 미쓰비시가 협력을 의뢰했을 때 면밀한 검토를 거쳐야 했다는 후문이다. 그 결과 대우자판은 미쓰비시가 일류는 아니지만 삼류 역시 아니란 결론을 내린 듯 하다.

미쓰비시는 다른 일본 대중차 브랜드와 비교해 아직 갈 길이 멀다. 소비자들로부터 검증받고 있는 중이라는 게 미쓰비시의 현 주소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은 미쓰비시에 콤플렉스로 작용할 수 있다. 그 콤플렉스가 한국 내 판매가격에 반영된 것이 아닌가 싶다. 콤플렉스를 감추기 위해 비싼 가격을 통한 '자화자찬'의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쓰비시가 먼저 판매하는 두 차종,랜서 에볼루션X와 아웃랜더 3.0의 가격책정에는 그래서 대우자판보다는 미쓰비시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 것처럼 느껴진다.

당초 대우자판은 랜서 에볼루션의 판매가격을 4000만원대에 맞추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러던 가격이 5000만원대 초반에서 점차 높아지더니 결국엔 6200만원까지 갔다. 경쟁 브랜드인 스바루가 깜짝 놀랄 정도였다. 스바루 측이 예상한 가격은 5000만원대 중반 이내였다. 3000만원대 후반 정도를 경쟁력있는 가격으로 봤던 아웃랜더도 4200만원으로 정해졌다.

대우자판은 이 같은 판매가격 결정에 대해 "미쓰비시의 자존심이 걸린 차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어차피 많이 팔 수 있는 차가 아닌 데다 가격이 비싸도 살 사람은 살 것이란 점에서 높은 가격을 정해 자존심을 살리겠다는 포석인 셈이다. 대신 랜서 등 대중차를 팔 때는 국산차와 경쟁이 될 수 있을 정도로 가격을 낮춰 잡기로 했다. '고가격'에서 쌓은 고성능차와 프리미엄 이미지를 하위 모델에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다.

삼류란 혹평을 들을 만큼 땅바닥에 떨어졌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고가격 정책을 택한 미쓰비시의 판단이 도요타,닛산,스바루 등 일본 대중차는 물론 국산차와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하는 한국시장에서 어떤 결과를 낳을지 궁금해진다. 문제는 처음부터 소비자들로부터 지나친 반감을 사면 미쓰비시의 계산과는 달리 큰 부진을 겪을 수 있는 점이다. 콤플렉스에서 벗어나겠다는 과욕이 자칫 화를 부르는 건 아닐지 우려된다.
Posted by 따뜻한 우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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