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우체부 :: 불법개조 요지경 '살롱카'…고속道 무법질주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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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법개조 살롱카는 요지경 속이다. 원형 의자에 테이블까지 갖춰놓은 살롱카 안에서 한 계모임 회원들이 음주가무를 즐기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16일 오후 8시쯤 경부고속도로 칠곡휴게소. 주차장에 서있는 한 관광버스에는 번쩍거리는 조명과 시끄러운 노래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오고 있었다. 버스 뒷좌석에 차려진 테이블에는 소주병이 널려 있었고, 운전석과 좌석 쪽에서는 나이트클럽을 연상시키는 형형색색의 조명이 번쩍거렸다. 40대 후반의 한 남성이 노래방 기계 반주에 맞춰 술병을 들고 노래를 부르자, 버스 안에서는 중년 남녀들의 춤판이 벌어졌다.

관광버스 내부를 개조해 소파와 테이블까지 설치한 일명 '살롱카'가 성행하고 있다. 버스 구조변경과 운전 중 음주가무는 엄연한 불법이지만, 관광업계가 불경기에 허덕이면서 손님을 끌기 위해 탈법적인 유흥 호객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12일 초등학교 동창회에 나갔던 이모(41)씨는 대구에서 영덕으로 가는 관광버스에 올랐다가 눈이 휘둥그레졌다. 말로만 듣던 살롱카였기 때문. 이씨는 "모임 총무가 웃돈을 주고 계약한 이유를 그제서야 알았다"며 "차 안에서 노래와 술을 마실 수 있었지만 내심으론 '이래도 되나' 싶었다"고 털어놨다.

불법 살롱카 개·변조는 주로 지입차주들에 의해 이뤄지는 게 보통이다. 경기 불황 속에 관광버스 가동률이 채 50%도 못 미치기 때문에 운수업법상 엄연히 불법이지만 개인 운전자에게 일정 금액을 입금시키는 방법으로 차를 내어 주기도 한다. 대구전세버스조합 한 관계자는 "일부 지입차주들이 몰래 버스를 술집처럼 개조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오죽 불황이면 손님을 끌기 위해 그러겠느냐"고 씁쓸해했다.

살롱카는 차주 개개인이 명함을 돌리거나 관광객들의 입소문을 통해 암암리에 대여되는 데다 내부 구조를 쉽게 되돌릴 수 있게 만들어놓아 단속도 어렵다. 경찰은 "지자체의 요청으로 합동 단속을 벌이기도 하지만 관광버스 내부 구조까지 일일이 살피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살롱카는 전문 도박꾼들의 도박장으로도 이용된다. 한 관광버스기사는 "얼마 전 5명의 포커꾼들을 차에 태우고 하루 종일 서울과 부산을 왕복한 일도 있었다"며 "보수가 좋기 때문에 마다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 한 관계자는 "버스 내에서 일어서서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는 행위 모두가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며 "교통사고나 차량의 급정거할 경우 사망 등 승객의 안전을 크게 위협하는 만큼 행정당국과 함께 단속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Posted by 따뜻한 우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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