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우체부 :: 수입차 등록, 경남까지 ‘먼 길’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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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한애란] 주민들의 부담은 덜어주고 세금은 더 걷힌다? 이런 방안이 있다면 마다할 지방자치단체가 없다. 관건은 아이디어 싸움이다. 재정 수입을 한 푼이라도 더 늘리기 위한 지방자치단체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부산시가 이달 7일부터 승용차를 등록할 때 사야 하는 도시철도채권 액수를 확 낮췄다. “부산의 차량 등록 비용이 비싸다며 시민들이 다른 지역에 등록하더군요. 그래서 채권을 덜 사게 해 시민 부담은 줄여주기로 했습니다. 자동차가 많이 등록되면 시로 들어오는 등록세도 늘어나니 그야말로 일석이조죠. 진작에 이런 제도를 시행했어야 하는데….” 부산시 최낙민 세정담당관의 말이다.

사실 이 아이디어는 경상남도 것이다. 경남이 몇 년 전부터 이런 제도를 시행해 재미를 보자 뒤늦게 부산이 뛰어든 것이다. 자동차 등록 시 채권 매입률은 지역과 배기량에 따라 다르다. 도시철도공채를 발행하는 대도시에 등록할 경우 차량가격의 9~20%에 해당하는 채권을 사야 한다. 지역개발 공채를 파는 다른 지자체는 이 비율이 6~12%이다. 경상남도는 2003년 이 채권 매입률을 0~7%로 확 낮췄다. 등록비용을 낮춰 차량 등록 대수를 늘리겠다는 전략이었다.

2005년 차량 번호판에 지역 구분이 사라지면서 새로운 현상이 나타났다.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등록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경남으로 몰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개인과 달리 주소지를 옮겨야 하는 번거로움이 필요 없는 리스업체들이 가장 적극적이었다. 전국적으로 판매한 차를 창원이나 마산에 있는 사무실을 통해 등록하면 되기 때문이다. 차 값이 싸면 별 차이 없지만 1억원짜리 고급 수입차의 경우 서울과 경남의 채권매입 비용은 최고 1300만원이나 차이 난다. 이 채권을 보유하지 않고 바로 은행에 판다고 해도 200만원 정도(할인율 15%로 가정할 때) 아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특히 최근 수입차 리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경남 지역의 등록 대수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자동차 리스시장은 2004년 1조6000억원에서 지난해 4조6000억원으로 불어났다. 이 중 수입차가 60% 이상을 차지했다. 같은 기간 경남의 수입차 등록 대수는 1454대에서 1만1923대로 9배 가까이 늘어났다.


경남은 사실상 리스로 판매되는 수입차 등록을 거의 독식하고 있다. 지난달엔 수입차 법인 판매분 중 무려 66%가 경남에 등록됐다. 덕분에 경남은 세금 수입이 늘어 싱글벙글이다. 경남도청 관계자는 “지난해 리스회사로부터 들어온 등록·취득세가 500억원, 자동차세와 주행세는 200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가장 타격을 받은 곳이 부산이었다. 리스회사 등록 물량이 빠져나가는 건 물론 개인들까지 수입차의 등록비용을 아끼기 위해 경남으로 ‘위장 전입’을 하기 때문이다. 이를 막기 위해 이번에 부산시가 채권매입률을 7%로 낮춘 것이다.

경남은 부산시의 이번 조치에 크게 긴장하고 있다. 수입차가 주로 부산항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앞으로 수입차 등록 대수의 상당부분을 부산에 빼앗기게 생겼기 때문이다. 다른 지자체도 부산처럼 채권매입률을 내리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한국수입차협회 윤대성 전무는 “고급 수입차를 타는 소비자들도 경제성을 꼼꼼히 따진다”며 “리스회사와 고객들은 자연히 등록비용을 더 줄일 수 있는 지역으로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Posted by 따뜻한 우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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