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우체부 :: 연주대에 올라 저 만큼 와 있는 가을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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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악구는 관악산이 있어 구의 이름이 관악구로 정해졌을 만큼 관악산의 위용이 두드러진다. 서울시민이라면 주말 나들이로 누구나 한 번쯤 올라봤을 관악산(629m)은 규모는 크지 않으나 거친 암봉과 깊은 골짜기가 어우러져 험한 산세를 보인다. 그래서 예부터 개성의 송악산, 파주의 감악산, 포천의 운악산, 가평의 화악산과 더불어 경기 5악으로 손꼽혔다. 서울의 남쪽 경계를 휘두르고 과천 청계산으로 뻗어 내려간 관악산 줄기는 수원 광교산에 닿아 있다.

전해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관악산은 원래 화산(火山)이라 하여 조선 태조 이성계가 한양에 도읍을 정할 때 화기(火氣)를 끄기 위해 경복궁 앞에 해태를 만들어 세우고, 산의 중턱에 물동이를 묻었다고 한다. 또 풍수지리학적으로 관악산의 기가 너무 세 이를 막기 위해 지금은 불타버린 서울 숭례문의 현판을 세로로 만들게 했다고 한다.

관악산을 오르는 일반적인 등산코스는 관악산 등산로입구 - 연주암(2.8km) - 연주대(3.2km)로 이어지는 코스와, 과천시청(후문)에서 출발해 과천향교 - 연주암 - 연주대 - 팔봉능선 - 삼성산 - 안양유원지로 이어지는 코스가 있다.

연주암은 관악산의 모든 등산로가 집결하는 곳이다. 부지런히 산을 올라온 등산객들이 연주암 툇마루에 앉아 가쁜 숨을 몰아쉬며 신발끈을 조인다. 사실 연주암과 연주대는 명절이나 계절이 바뀔 때 TV 영상화면에 단골로 등장하는 곳이라 처음 산을 오르는 사람들에게도 낯익은 곳이다.

아슬아슬한 벼랑 위에 자리잡고 있는 연주암은 관악산의 최고봉인 연주봉의 연주대 남쪽 지점에 있다. 원래는 신라 문무왕 17년(677년) 의상대사가 이 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관악사를 건립할 때 함께 세운 것으로, 의상대라 불렀다고 한다.

관악사와 의상대는 연주암과 연주대로 이름이 바뀌었는데 그 내력에는 두 가지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하나는 조선 개국 후 고려에 대한 연민을 간직한 사람들이 이 곳에 들러 개성을 바라보며 고려의 충신열사와 망해버린 왕조를 연모했다고 해 연주대라 불렀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조선 태종의 첫 번째 왕자인 양녕대군과 두 번째 왕자인 효령대군이 왕위계승에서 밀린 뒤 방랑하다가 이 곳에 올라 왕위에 대한 미련과 동경의 심정을 담아 왕궁을 바라봤다 해 연주대라고 한다. 이 모든 이야기들이 연주대의 주변 경관이 워낙 뛰어난 절경인데다 한눈에 멀리까지 내려다볼 수 있는 위치여서 붙여진 전설이다.

연주암에서 등산로를 따라 20분 정도 오르면 연주대 정상에 닿는다. 관악산을 대표하는 절경인 연주대에선 서울 시가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과천시의 서울대공원과 경마장도 잡힐 듯 눈 앞에 펼쳐진다. 등산객들은 이 곳에서 파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막걸리를 놓치지 않는다. 한 대접에 균일가 3,000원. 안주는 큰 상에 뷔페식으로 차려 놓고 골라 먹게 한다. 멸치, 마늘쫑, 김치, 양파 등. 이 막걸리를 마시기 위해 매주 관악산을 오른다는 단골도 있다.

과천향교도 관악산 나들이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 과천쪽 등산로 초입에 위치한 과천향교는 조선 태조 7년(1398)에 창건됐으나 터가 좋지 않아 등과유생이 없다는 이유로 숙종 16년(1690)에 현재 위치로 이전ㆍ개축됐다. 한 때 시흥군에 포함돼 시흥향교로 불리다가 1966년 성균관의 승인에 의해 과천향교라는 이름을 되찾았다. 과천향교는 전학후묘의 배치로 유생들이 공부하는 명륜당이 앞쪽에 있고, 공자를 비롯한 25성현의 위패를 모신 대성전이 뒤쪽에 있다. 봄ㆍ가을에 석전대제를, 초하루와 보름에 분향삭망례를 지낸다.

봄날에는 벚꽃과 철쭉이 만발하고, 가을에는 암봉과 어우러진 단풍이 절경인 관악산. 가을이 얼마큼 와 있는 지 궁금하다면 관악산으로 떠나라. 눈부신 가을이 그 곳에 있다.

*맛집
황토로 건축한 2층집인 보리촌(02-3679-5533)은 그 분위기에 걸맞는 보리밥이 대표 음식이다. 옛날 춘궁기 보릿고개 시절을 연상케 하는 촌보리밥이 소문났다. 과천에서 인덕원 방면에 있다. 토정(02-502-1374)은 관공서 근처에 맛있는 집이 많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는 곳. 과천전화국 앞 먹자빌딩 2층에 자리한 토정은 전북 진안 출신 사장이 그 곳의 무공해 재료들을 가져다 무공해 음식을 선보인다.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 취나물, 고사리, 제비쑥 등 여러 산채나물이 담백하고 고소하다.

*가는 요령
서울에서는 신림 4거리, 봉천 4거리에서 서울대학교 정문 방향으로 이동하면 관악산 관문이 나온다. 과천쪽 등산로에서 출발하려면 지하철 4호선 과천역 7번 출구로 나가면 등산로로 이어진다.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Posted by 따뜻한 우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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