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우체부 :: 동백보다 더 붉은 선운사 가을 단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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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고창군의 선운사는 봄날 동백으로 유명한 절이다. 미당 서정주 시인은 물론이거니와 많은 시인들이 선운사의 동백을 노래해 절 자체보다 동백으로 더 널리 알려졌다. 그러나 선운사의 가을단풍을 본 사람들은 동백보다 더 아름다운 게 선운사의 가을단풍이라고 감히 장담한다. 선운사 진입로에 들어서면서부터 시작되는 단풍숲은 도솔암에 이르러 절정을 이룬다. 계곡을 따라 도솔암까지 이어지는 2.3km의 산길은 형형색색의 단풍숲이 황홀하게 펼쳐지며, 계곡마다 이 절정의 단풍숲을 사진에 담으려는 사진작가들로 붐비는 게 또 다른 구경거리기도 하다.

호남의 내금강이라 불리는 도솔산(일명 선운산) 북쪽에 자리한 선운사의 가을풍경도 이 맘 때는 한 폭의 그림이다. 눈길 주는 곳마다 가을색이 출렁인다. 주렁주렁 붉은 알전구를 매단 듯한 늙은 감나무는 절집 지붕 위로 금방 내려앉을 듯하다.

선운사에 대해서는 신라 진흥왕이 창건했다는 설과 백제 위덕왕 24년(577)에 고승 검단(檢旦, 黔丹)선사가 창건했다는 두 가지 설이 전하고 있다. 첫 번째 설은 진흥왕(재위기간 540∼576년)이 만년에 왕위를 내주고 도솔산의 어느 굴에서 하룻밤을 묵게 됐는데, 이 때 미륵 삼존불이 바위를 가르고 나오는 꿈을 꾸고 크게 감응해 중애사(重愛寺)를 창건함으로써 이 절의 시초를 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이 곳은 신라와 세력다툼이 치열했던 백제의 영토여서 신라의 왕이 이 곳에 사찰을 창건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따라서 시대적ㆍ지리적 상황으로 볼 때 검단선사의 창건설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검단스님의 창건과 관련해서도 여러 설화가 전해 오고 있다. 본래 선운사의 자리는 용이 살던 큰 못이었는데, 검단스님이 이 용을 몰아내고 돌을 던져 연못을 메워나가던 무렵 마을에 눈병이 심하게 돌았다. 그런데 못에 숯을 한 가마씩 갖다 부으면 눈병이 씻은 듯이 낫곤 해, 이를 신기하게 여긴 마을사람들이 너도나도 숯과 돌을 가져옴으로써 큰 못은 금방 메워지게 됐다. 그래서 이 자리에 절을 세우니 바로 선운사다. 검단스님은 "오묘한 지혜의 경계인 구름(雲)에 머무르면서 갈고 닦아 선정(禪)의 경지를 얻는다"하여 절 이름을 선운(禪雲)이라 지었다고 전한다.

한 때 89개 암자에 3,000여 승려가 수도하는 대찰이었다고 하나 정유재란을 거치며 파괴되고, 이후 수재로 무너진 걸 여러 차례 중건해 오늘에 이른다. 현재는 본사와 도솔암, 참당암, 동운암, 석상암만이 남아 있다. 경내에는 보물(제290호)로 지정된 대웅보전을 비롯해 팔상전, 산신각, 영산전, 관음전, 명부전, 만세루 등이 있다. 대웅보전은 조선 성종 3년(1472)에 중건해 임진왜란 때 전소됐다가 광해군 5년(1613)에 다시 지은 것으로, 미술사적으로 조선 후기의 뛰어난 건축기술과 조형미를 지니고 있다. 불교예술에 관심있는 이라면 대웅전 안의 삼존불과 삼존불상 뒤의 후불벽화도 눈여겨 볼만하다.

선운사에 모셔진 금동보살좌상(보물 제279호)은 영험함으로 일찍이 소문나 있다. 일제 강점기에 도난당했다가 불상을 손에 넣은 소유자가 꿈 속에 지장보살의 계시를 받고 결국 2년만에 선운사에 반환한 것이다.

선운사 단풍나들이는 10월말을 시작으로 11월중순 절정을 이룬다. 동백보다 더 아름다운 선운사 단풍을 이번 가을 놓치지 말고 구경하시길.

*맛집
'고창의 맛'하면 풍천장어와 복분자를 첫손꼽을 만큼 유명하다. 선운사 입구 3거리에는 60년대말부터 이어지고 있는 풍천장어집이 즐비하다. 연기식당(063-562-1537), 신덕식당(063-562-1533), 유신식당(063-562-1566) 등을 위시해 대를 이어 손맛을 자랑하는 맛집들이 자리한다. 이들 음식점은 장어장을 만드는 비법에서 남다르다. 장어를 고아 뽑아낸 기본 육수에 고추장과 갖은 양념을 하고 몇 시간 푹 재어둔다. 이후 초벌구이를 한 다음 간이 배도록 하고 재벌구이로 다시 구워 내놓는다.

*가는 요령
서해안고속도로 선운사 인터체인지에서 빠지면 쉽게 찾을 수 있다. 혹은 호남고속도로 정주 인터체인지 - 부안 방면 국도 22번 - 흥덕 3거리 - 법성포 방면으로 3km 달리면 왼쪽으로 선운산 도립공원을 알리는 표지판이 보인다. 표지판을 따라 좌회전해 1.5km 들어가면 선운사 주차장이다.
Posted by 따뜻한 우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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