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우체부 :: 카센터가 사고 냈는데도 책임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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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서울 논현동에 사는 나억울은 학력은 짧지만 인조 모피사업을 하며 많은 돈을 벌었습니다. 나억울은 비록 배운 것은 없지만 현재 자신의 모습은 열심히 일한 대가라고 생각하며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의 아내 조용해는 유명대학교 무용학과를 졸업했습니다. 학벌도 높고 교양도 갖춘 그녀는 처음에는 남편의 무식함이 신경 쓰이지 않았지만 차츰 나억울의 지적이지 못한 행동에 지쳐갔습니다. 나억울과 조용해 사이에는 두 딸 나만희와 나만용이 있습니다. 조용해는 사랑하는 두 딸이 무식한 남편을 닮을까 유난히 교육에 열을 올렸습니다. 그런 조용해의 열성 때문인지 아니면 엄마를 닮아서인지 두 딸은 공부를 잘했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두 딸은 누구나 부러워하는 명문대에 각각 입학했습니다. 나억울은 그런 두 딸이 대견했습니다. 하지만 아내 조용해가 은근히 자신을 깔보고 딸들 역시 엄마와 함께 행동하는 것이 얄미워 금전 문제만큼은 자신이 관리 했습니다. 아내에게 생활비를 넉넉하게 주는 대신에 나머지는 본인이 철저하게 관리했습니다. 나억울은 돈만 있으면 아내와 두 딸은 컨트롤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느 날, 나억울은 동백지구에서 유행하는 타운 하우스를 샀습니다. 또한 값이 비싼 스포츠카도 샀습니다. 그는 이 외에도 수입차를 두 대 더 사는 등 비싼 명품과 사치품들을 자주 샀는데 이는 모두 자신의 무식함을 가리기 위함이었습니다. 그의 사치는 갈수록 심해졌지만 모피사업은 날로 번창했습니다. 나억울은 소위 시간 많고 돈 많은 사장님이 됐고, 때문에 자신을 무시하고 경멸하는 가족보다는 골프장과 고급 술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점점 많아졌습니다. 나억울은 골프 외에도 스킨스쿠버와 카레이싱 등 많은 취미생활을 즐겼습니다. 하지만 조용해 역시 무식한 사람이 가는 길은 결국 그런 길이라며 남편의 사생활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채, 오직 두 딸에만 희망을 걸고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어느 날, 나억울은 동해안의 새로 생긴 골프장을 다녀오던 길에 차가 고장이 나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비싼 수입 스포츠카라 따로 기사까지 두며 관리에 신경 썼지만 무슨 이유 때문인지 골프장을 내려오던 길에 자동변속기가 말썽을 일으킨 것입니다. 나억울은 사람들에게 물어 오버친절카센터에 전화를 했습니다. 오버친절카센터 오지랖 사장은 오랜만에 맡게 된 고급 승용차인데다 수리비를 많이 받아도 아무런 이의를 하지 않을 것 같아 차를 견인해 오며 차의 열쇠도 함께 받았습니다. 오버친절카센터는 국내에 없는 부품까지 구해가며 최선을 다해 나억울의 차를 수리 했습니다

수리를 끝낸 오지랖 사장은 나억울에게 수리비 800만 원을 청구했습니다. 그리고 이처럼 큰 고객은 특별하게 모셔야 한다고 생각해 나억울이 카센터에 오기 전 차를 사무실로 미리 가져다주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오지랖 사장은 자신의 종업원을 시켜 차를 나억울의 사무실까지 가져다 주고, 깍듯한 인사도 잊지 말 것을 지시했습니다. 하지만 나억울은 항상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기사를 시켜 차를 직접 찾으러 갈 생각이었습니다.
종업원은 마침 애인과의 약속 장소가 나억울 사무실 근처라 일을 조금 일찍 마치고 나억울의 사무실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나억울 사무실 근처에 다다랐을 즈음 갑자기 트럭 한 대가 방향지시등도 켜지 않고 급하게 차선을 변경해 나억울의 차 앞으로 끼어들었습니다. 화가 난 종업원은 속도를 높여 트럭 뒤를 추격했습니다. 이성을 잃은 종업원은 트럭 추월에만 몰두하다가 그만 학동사거리 횡단보도를 건너던 할머니를 치었습니다. 다행히 할머니의 목숨은 무사했지만 다리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게 됐습니다. 할머니의 아들은 을파소변호사를 찾아 종업원과 카센터 사장 오지랖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그리고 차주인 나억울에게도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상의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치료비 전액과 위자료 2,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이에 나억울은 김유신변호사를 찾아 자신은 오버친절카센터 오지랖 사장에게 수리를 위해 차와 차 열쇠를 맡겼을 뿐 자신은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과연 나억울은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상책임이 있는 것일까요?

A그렇습니다. 나억울은 억울하지만 책임을 져야할 가능성이 큽니다.(대법원 1993. 2. 9.선고 92다40167)

해설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서는 차가 인사사고를 냈을 때 운행지배자에게 그 배상 책임을 묻습니다. 그러니까 운행지배자인 자동차 소유주에게 그 책임을 가하는 것인데 위 사건의 경우 자동차수리업체에 차와 열쇠를 모두 맡겼으므로 카센터 사장인 오지랖이 책임을 지는 것이 원칙입니다. 하지만 이것 역시 나억울이 자주 카센터를 이용하고 그때마다 오지랖이 차를 나억울에게 가져다 줬을 때만 해당된다고 보여 집니다. 결국 위 사건처럼 나억울이 카센터에 직접 차를 찾아가는 것이 통상의 관계였다면, 이견이 있을 수 있으나 처음의 원칙으로 돌아가 차의 소유주인 나억울에게 배상책임이 있다고 보여 집니다.
Posted by 따뜻한 우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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