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우체부 :: HYUNDAI GENESIS COUPE 380GT - 국산 스포츠카로 드리프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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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쿠페 380GT는 국산차 중 최고의 핸들링과 가속력을 지닌 차다. 쿠페의 멋진 스타일링과 V6 3.8ℓ DOHC 303마력의 람다 RS 엔진, 반응 빠른 ZF사의 6단 자동 변속기, 19인치 브리지스톤 타이어와 브렘보 브레이크 등이 어울려 스포츠 쿠페의 요건을 두루 만족시킨다. 다만 ‘제네시스’의 급에 맞지 않는 실내 품질과 곳곳에서 보이는 원가절감의 흔적이 아쉬움을 남긴다.

맑은 하늘과 푸른 바다가 펼쳐진 제주도를 무대로 이국적인 야자수 배경 아래 제네시스 쿠페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10월 10일, 제주도 해비치 리조트에서 1박 2일로 제네시스 쿠페 발표회 및 미디어 시승회가 열렸다. 첫날 저녁 공식 발표회를 통해 제네시스 쿠페를 소개하고 이튿날 제주도 도로를 달리는 시승회로 짜여졌다.

넓은 바다가 펼쳐진 해비치 리조트 주차장에 다양한 색상의 제네시스 쿠페 30여 대가 도열한 장면은 한마디로 장관이었다. 이번에 발표된 제네시스 쿠페는 직렬 4기통 2.0ℓ DOHC 터보(쎄타)와 V6 3.8ℓ DOHC(람다) 등 엔진에 따라 200 Turbo와 380GT로 나뉜다. 그리고 200 Turbo는 5단 자동과 6단 수동 변속기, 380GT는 6단 수동과 6단 자동 변속기를 선택할 수 있다. 아쉽게도 시승차는 V6 3.8ℓ엔진을 얹은 풀옵션 380GT 모델만 준비되었다.


꿈틀거리는 듯한 화끈한 스타일
제네시스 쿠페는 국산차 최초의 뒷바퀴굴림 스포츠 쿠페로 데뷔 이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국내외 모터쇼에서 미리 공개하고 위장막 없이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테스트 주행 사진이 인터넷에 계속 올라온 탓에 첫인상은 TV에서 자주 본 유명 연예인을 직접 대면한 것 같은 느낌이다. 

쫙 벌어진 앞바퀴 사이로 히죽 윙크하는 헤드램프와 씨익 웃는 에어덕트 모양에 기자단의 평가는 ‘멋있다’와 ‘이상하다’로 명확하게 나뉘었다. 하지만 뒷모습에는 모두 긍정적인 평을 내렸다. 스포일러처럼 끝부분이 봉긋 올라간 트렁크 리드와 사다리꼴 형태의 머플러 팁, 검은 디퓨저가 어울려 심플하면서도 빵빵한 모습이다.

옆모습의 굴곡은 사진에서 보는 것보다 더욱 강렬하고 입체적이어서, 볼 때마다 팔뚝의 근육이 꿈틀거리는 듯한 인상을 준다. 커다랗고 멋진 디자인의 19인치 휠과 타이어에서는 이전 현대자동차에서 찾아볼 수 없는 자신감과 과감함이 느껴진다. A필러에서 C필러를 거쳐 트렁크까지 부드러운 라인이 흐르고, 짧은 오버행과 긴 휠베이스로 전체적 균형이 잘 잡혀 있다.

도어를 열면 창문이 살짝 내려갔다 올라가는 ‘숏 드롭’ 기능은 도어 프레임이 없는 쿠페에 이전부터 사용했어야 하는 기능이다. 밖에서 볼 때는 느껴지지 않았으나 운전석에 앉으니 쿠페답게 도어가 상당히 길다. 긴 도어 뒤쪽 B필러에 위치한 안전벨트는 팔 짧은 사람은 몸을 뒤로 쭉 빼지 않으면 닿기 힘든 위치다. 가죽 세미버켓 시트는 들어갈 곳은 쏙 들어가고 나올 곳은 나와 있는 멋진 디자인. 허벅지, 허리, 어깨 부분이 튀어나와 몸을 잘 감싸고 안락한 느낌까지 전한다. 머리를 적극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헤드레스트가 과감하게 앞으로 튀어나온 것도 확인할 수 있다.

대시보드와 도어 안쪽의 플라스틱은 제네시스급에 못미치는 저렴한 재질과 감촉이다. 하지만 제네시스란 이름을 빼고 2천만 원 초반에서 시작하는 스포츠 쿠페를 생각하면 납득할 만한 수준. 입체적으로 컵을 씌워 놓은 듯한 속도계와 타코미터 디자인은 제법 스포츠카 분위기를 낸다. 하지만 파란색의 트립컴퓨터와 계기판 중앙은 빛이 강한 낮에는 시인성이 떨어진다. 또한 센터페시아의 은색 장식이 다른 인테리어 색감과 비교해 혼자 튀는 느낌. 센터페시아에는 비슷비슷한 디자인의 오디오와 공조 버튼이 위아래로 배치되어 복잡한 느낌도 든다. 사용하기 편한 블루투스 핸즈프리나 애플사의 MP3 플레이어 아이팟을 직접 연결, 조작할 수 있는 커넥터와 MP3 파일을 UBS에 담아 바로 들을 수 있는 USB 단자 등의 편의장비를 기본으로 갖추었다.

스마트키를 센터페시아 재떨이 부분에 꽂아 넣고 대시보드의 스타트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건다. 아이들링 소리는 시끄럽지도 그렇다고 조용하지도 않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밖에서는 큰 차이가 없지만 실내에 울리는 엔진음과 배기음은 제법 스포티하다. 스포츠카로서 마음에 들지만 안락한 세단을 타는 일반인이라면 시끄럽고 피곤하다는 불평을 할 수준이다. 뒷바퀴굴림 방식으로 드라이브샤프트가 실내 공간을 앞에서 뒤로 가로질러 2인승의 뒷좌석은 좁은 편이다. 가방이나 옷가지를 놓거나 잠깐 타고 이동하는 정도로 만족해야 하겠다.


국산차 최고 수준의 핸들링과 코너링
제네시스 쿠페 380GT는 세단(BH380)에 들어가는 람다 V6 3.8ℓ DOHC 엔진을 쿠페에 사용하기 위해 몇 가지 업그레이드해 ‘람다 RS 3.8’이란 이름을 붙였다. 캠샤프트의 위상을 바꾸어 흡배기 밸브 타이밍을 조절하는 더블 가변 밸브 타이밍과 가변 흡기식 람다 엔진을 기본으로 고강도 알루미늄 실린더 블록을 사용했다. 그리고 쿠페의 낮은 엔진룸에 맞추기 위해 흡배기 시스템을 5cm 낮췄다. 저항을 줄인 배기 매니폴드로 빠른 엔진 반응과 스포티한 음색을 이끌어낸 것도 달라진 부분. 다만 6단 AT에 스포츠 모드가 없는 것은 아쉽다.

그 결과 제네시스 쿠페의 심장은 이전 람다 엔진보다 16마력 올라간 최고출력 306마력, 토크 역시 약간 높아진 36.8kg·m를 낸다. 출력은 세단형과 큰 차이가 없으나 스포츠카에 어울리도록 조율한 부분은 높이 살 만하다. 덕분에 가속 페달을 밟았을 때의 엔진 반응이 빠르고 ZF 6단 자동 변속기를 통한 동력전달 느낌도 꽤 직접적이다. 여기에 대배기량이 만들어내는 큰 토크가 가세해 제네시스 쿠페의 가속력은 국산차 최고 수준이다.

탁 트인 도로에서 쭉 밟으면 순식간에 시속 100km에 도달하고 시속 200km까지도 거침없이 나간다. 이 정도 가속력이면 333마력의 인피니티 G37 쿠페와 드래그를 해도 앞서지는 못하겠지만 그렇다고 뒤지지도 않을 실력이다. 충분한 파워 덕분에 정지에서 가속 페달을 꾹 밟으면 휠 스핀으로 튀어나가고, 이내 VDC가 개입해 스핀을 다스리면서 타이어의 접지력을 잡아나간다.

대시보드의 버튼으로 VDC를 끄면 간단한 번 아웃까지 가능하지만 뒷바퀴를 스핀시켜 제자리를 도는 턴이나 드리프트를 시도하면 자동으로 주행안정장치가 개입해 방해를 한다. 이것은 끌 수 없는데, 국내에 처음 선보이는 고출력 뒷바퀴굴림 스포츠카여서 안전을 위한 세팅이라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본격적인 드리프트를 즐기기 위해서는 ECU를 다시 세팅하면 되지만 이때는 3년간의 일반부품과 5년간의 동력계통 무상보증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어쨌든 국산 스포츠카로 드리프트를 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제네시스 쿠페에서 가장 마음에 들고 놀란 것은 핸들링과 코너링 실력이다. 인피니티 G37 쿠페보다 40mm나 널찍한 1천865mm의 너비, 비싸지만 고성능을 내는 19인치 브리지스톤 RE050A 타이어, 튜닝용 제품처럼 단단하게 세팅된 서스펜션, 단단한 차체 강성, 그리고 뒷바퀴굴림의 구동방식이 종합적으로 어울려 놀라운 핸들링과 코너링 성능을 보인다. 구불구불한 제주도 와인딩 도로에서 입가에 웃음을 지으며 운전자의 요구대로 돌아나가는 제네시스 쿠페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예전 현대차의 안락하다 못해 푹신하고 한 박자 느리던 핸들링에 대한 기억을 싹 잊게 된다.

19인치 바퀴 안에서 빨갛게 반짝이는 Brembo 로고! 브레이크 시스템은 제네시스 쿠페에서 눈여겨봐야 할 물건이다. 앞 직경 340mm(약 13.5인치)와 뒤 330mm(13.0인치) 디스크에 앞뒤 모두 4피스톤 모노블록 브렘보 캘리퍼를 사용했다. 하지만 기대가 너무 큰 탓일까. 브레이크 성능은 보통보다 살짝 잘 듣는 수준이다. 민감하고 팍팍 땅에 꽂히는 느낌이 아니고 부드러우면서도 강하게 잡아준다는 정도다.

사실 브레이크가 너무 민감하면 제동거리가 짧아질지는 몰라도 브레이크 패드 분진이 많이 생기고 예민하게 작동해 운전자나 동승자가 쉽게 피곤해진다. 여기서 제네시스 쿠페가 본격적인 스포츠카라기보다는 성능이 좋은 스포츠 쿠페를 지향했음을 알 수 있다. 제동성능을 떠나 브렘보 브레이크는 제네시스 쿠페를 스포츠카로서의 이미지를 불어넣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브리지스톤과 브렘보 넣고 원가절감?
예전 현대차는 손가락 하나로 스티어링 휠을 돌릴 수 있을 만큼 가벼웠지만 제네시스 쿠페는 저속에서 두 손으로 돌려야 할 만큼 묵직하다. 유럽 감각이 반가워서 한껏 기대를 갖게 되지만 고속으로 갈수록 가벼워지는 스티어링 감각은 뛰어난 핸들링과는 별도로 불만사항이다. 제네시스 쿠페를 탈 정도의 오너라면 단단한 서스펜션과 앞뒤 40 대 45의 낮은 편평률의 19인치 타이어가 주는 민감한 핸들링을 좋아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동승자가 타면 노면상태가 그대로 전달되는 승차감과 예민한 직진성 등으로 불만을 토로할 수도 있겠다.

한편 제네시스 쿠페는 비싼 브렘보 브레이크와 브리지스톤 타이어를 신긴 대가로 다른 부분에서 원가절감의 압박이 컸던 모양이다. 딱딱하고 저렴해 보이는 인테리어 플라스틱은 그렇다 할지라도 트렁크 안쪽 윗부분에 커버가 없어 철판과 스피커 전선이 그대로 드러나 트렁크에 물건을 넣다 전선이 끊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또한 투스카니에도 있던 엔진커버를 없앤 것은 어느 정도 수긍한다 하더라도 흙탕물이나 눈이 튀어 부식되는 것을 막는 휠 하우스 안쪽의 플라스틱 커버를 없애고 살짝 언터코팅으로 마무리한 것은 눈에 거슬린다. 그리고 ‘제네시스’급임에도 LED 브레이크 램프를 사용하지 않은 것은 다음 페이스리프트에 적용할 항목을 위해 남겨놓은 것일까?

‘S 쿠페’에서 이름을 가져와 1990년 데뷔한 현대 스쿠프(Scoupe)를 시작으로 티뷰론과 투스카니, 그리고 이제 데뷔한 제네시스 쿠페를 함께 보고 있으니 마치 서울올림픽 이후 경제가 발전한 우리나라의 역사를 보는 듯 감회가 새롭다. 그동안 앞바퀴굴림 쿠페 투스카니로 버겁게 겨루었던 해외 시장에서 제네시스 쿠페는 본격 뒷바퀴굴림 스포츠카로 영역을 넓혀 대등한 경쟁을 펼치게 될 것이다.

치열한 자동차 시장에서 밑에서 치고 올라오면 선두도 저만치 앞서간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 첫술에 배가 부를 수는 없겠지만 제네시스 쿠페를 통해 이제 국내에도 FR 스포츠 쿠페의 시대가 열린 것은 분명하다.

Editor's Comment
제네시스 쿠페 200 Turbo는 2천320만∼2천942만 원, 380 GT는 3천42만∼3천392만 원이다. 여러 가지 단점이 보이지만 수천만 원짜리 비싼 수입차에서나 고를 수 있었던 고출력 뒷바퀴굴림 스포츠카를 낮은 값에 AS 부담 없는 현대차에서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 자동차 매니아에게도 환영받을 것이다.




Posted by 따뜻한 우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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